
최근 네이버와 다음이 뉴스 제휴 평가를 위한 외부 기구를 공동으로 설립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과연 언론단체가 언론을 평가할 수 있을 것인지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정호준 의원과 미디어오늘,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주최로 25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포털뉴스 제휴평가위원회 약인가, 독인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정호준 의원은 환영사를 통해 "지난달 29일 네이버와 다음이 외부 뉴스제휴 평가위원회 구성을 발표했는데 이에 대해 청와대 모 비서관의 개입 의혹이 제기됐고, 이달 16일 다음이 세무조사를 받게됐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최근 KBS <개그콘서트> '민상토론' 코너에서 메르스에 대한 정부의 허술함을 풍자했다가 심의에 걸렸다"면서 "정부가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곧바로 이어진 토론회에서 첫 번째 발제자인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최진봉 교수는 "지난해 말 기준 정기간행물로 등록한 매체가 18,000개에 달하며 이중 1,000여 개의 매체가 네이버 및 다음과 제휴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언론사들이 트래픽(방문자 수×읽은 기사 수)을 확보하기 위해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나 인기 검색어와 관련된 기사를 쓰게 되고, 이로 인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기사를 쓰게 된다"고 진단하면서 "특히 자극적인 기사를 베끼기 하다 보니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확대, 재생산 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작은 언론사들이 얼마나 기사를 읽었는지로 성공을 판가름 하는 상황에서 포털도 이를 방관하고 있다"면서 "포털들이 독립된 평가 위원회를 꾸린다면서 참여시키겠다는 매체들에게 심사를 맡기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 자체적인 평가기구에서 제대로 평가했다면 외부 평가위원회를 꾸리지 않았어도 됐다"고 꼬집었다.
이와 더불어 "언론사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상황에서 언론 스스로 평가하면 건전한 군소매체가 배제될 수도 있다"면서 "특히 대통령이 대표 임명에 관여하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평가위원회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1)공정한 뉴스 제휴평가위원회 구성을 위해 외부인사 참여 (2)구성과 운영에 대한 의견 수렴 (3)독립성과 공정성 확립을 위한 방안 모색 등을 제안했다.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송경재 교수는 발제를 통해 "포털이 슈퍼 갑(甲)인 상황에서 갑인 언론한테 제안한 것으로, 과연 이번 제안이 필요한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회의적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메이저 매체들이 어뷰징(포털에서 언론사가 의도적으로 검색을 통한 클릭수를 늘리기 위해 동일한 제목의 기사를 지속적으로 전송하는 행위)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이를 손보기 위해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려는 것으로, 어뷰징은 결국 포털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또 "경쟁사끼리 왜 공동으로 평가위원회를 꾸리려고 하는지 고민해보니 '보이지 않는 손'이 존재하는 것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면서 "단순히 포털뉴스 제휴평가위원회가 아닌 포털 전반의 문제를 다루는 위원회를 꾸려야 한다. 아울러 포털들이 본래의 정신을 잊은 채 언론을 줄 세우고, 돈 벌이에만 급급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매일경제신문 손재권 기자는 "최근 저널리즘 자체가 붕괴되고 디지털로 전환되고 있는 현실"이라고 운을 뗀 후 "과거 구글에서 최근 페이스북으로 미디어 플랫폼이 변하고 있는 상황인데 언론이 디지털 플랫폼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비판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국내 미디어들이 네이버나 다음에 종속되지 않고 어떻게 자생할 수 있는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프레시안 이근영 경영대표는 "신문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포털에 아쉬운 점이 많다"며 "포털이 없어져야 할 매체를 먹여 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어뷰징 기사를 작성하는 것은 전적으로 언론사의 문제"라며 송경재 교수와 반대 의견을 펼쳤다.
이 대표는 "두 포털사가 공동의 기구를 구성하기에 앞서 이 문제에 대해 여러 차례 논의했다면 오해를 덜 받았을텐데 아쉽다"고 말한 뒤 "평가위원회를 (일부 메이저 매체 등이) 흔들면, 어뷰징 하는 매체만 포털에 남게 될 것"이라며 쓴소리를 했다.
세 번째 토론자인 파이낸셜뉴스 엄호동 부국장은 "네이버와 다음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싶다"고 운을 뗐뒤 "뉴시스와 민중의 소리 등이 네이버에서 퇴출 된 적이 있지만, 어뷰징을 더 많이 하는 다른 매체들은 (메이저라는 이유로) 제재를 받지 않는 탓에 (상대적으로 작은 언론들의) 불만이 많다"고 지적했다.
또 "새로 꾸려지는 평가위원회가 대형 매체들의 어뷰징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언론들이 공들여서 작성한 기사로는 (포털 메인에서 오래 노출이 힘들어) 돈을 벌 수 없기 때문에 (트래픽을 늘리기 위해) 5분마다 (실시간 검색어와 관련된 기사를 제목만 바꿔서) 재송출 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그는 "현상만 보지 말고, 원인을 찾아야 한다"며 "왜 언론들이 어뷰징을 하는지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이준희 수석부회장은 영화 <쥬라기 월드>에 나오는 "우리가 키운 것은 공룡이 아니라 괴물"이라는 대사처럼 포털이 괴물이 됐다고 지적한 뒤 "한국언론들은 포털에 기생하는 '기생 언론', 실시간 검색어에 목메는 '실검 언론', 선정적 기사를 쏟아내는 '도색 언론'으로 전락했다"고 쓴소리를 했다.
포털 측에서 군소 인터넷신문을 사이비 언론으로 규정하고, 이들이 어뷰징 기사를 생산한다고 하는데 실제로 어뷰징 기사를 주도하는 것응 메이저 언론이라는 반박이다.
그는 또 "이번 포털뉴스 제휴평가위원회 구성에 대한 청와대 개입설에 대해 민병호 비서관이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오보라면 대응을 하라"고 주장했다.
언론연대 주혜선 정책위원장은 "아직까지 (청와대 비서관이 평가위원회의 밑그림을 그렸다는 보도에 대해) 청와대의 입장발표가 없는데, (어쩌면 조만간) 소송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며 네이버와 다음의 (외부 평가위원회 구성) 기자회견은 마치 '피해자 코스프레' 같다는 느낌을 줬다고 (언론이 어뷰징 기사를 작성하게 된 것이 결국 포털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이비 언론에 대해서는 규제로 풀면 되는데 왜 포털들이 급하게 이런 발표를 서두르는지 모르겠다"며 "시민사회단체에서 포털을 감시해 이용자의 힘을 키우겠다"고 말했다.
다음카카오 김수 대외협력실장은 "(해당 매체가) 보수냐 진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언론의 전문성과 이용자에게 필요한 기사인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제휴 기준에 대해 설명한 뒤 "모바일이나 소셜 적합성이 중요하다. 향후 준비위원회가 꾸려지면 시민단체의 참여도 고려해 보겠다"고 약속했다.
끝으로 네이버 한재현 정책실장은 "네이버의 여러 서비스 중에 미디어도 포함될 뿐, 네이버가 언론에 대해 공룡이라는 주장은 아쉽다"면서 "언론사들이 저널리즘을 잊었다기 보다 현재의 포털에서 실시간 검색어와 기사를 연계하는 설정(rule setting)이 어뷰징을 양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네이버는 뉴스유통사업자로서의 역할만 충실하고 누가 뉴스를 제공해 줄지 정하는 것을 외부에 맡기게 한 것"이라며 이번 제휴 평가위원회 구성에 대해 설명했다.
또 "언론을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언론 스스로 밖에 없다"며 평가위원회에 언론단체들을 포함시킨 것에 대해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에 대해 작가회의에서 표절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겠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려 한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언론단체를 직접참여시키게 됐다"고 말했다. 청와대 개입설과 관련해서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는 www.toronnews.com)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