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단일 의약품 기준 연매출 1조원을 웃도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들의 특허 만료가 잇따를 예정인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에 새로운 성장 기회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특허가 만료되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은 70여 개에 달한다. 전체적으로는 약 200여 개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될 예정이며, 이에 따라 2000억~4000억 달러(약 294조~588조원) 규모의 시장 자금이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의약품 특허 보호 기간은 20년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특허절벽(Patent Cliff)’으로 부른다. 특허 보호가 종료되면서 오리지널 의약품의 매출과 수익성이 급격히 감소하고, 경쟁사들이 제네릭(화학의약품 복제약)이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출시할 수 있게 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반대로 제네릭·바이오시밀러 기업들에는 대규모 시장 진입 기회가 열리는 셈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전 세계 매출 1위 의약품인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는 2028년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다. 머크(MSD)가 개발한 키트루다는 지난해에만 295억 달러(약 40조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MSD 전체 매출의 45% 이상을 차지했다. 전 세계 매출 4위 의약품인 ‘듀피젠트’(성분명 두필루맙)는 2030년 특허 만료가 예정돼 있다. 사노피와 리제네론이 공동 개발한 이 제품은 2024년 기준 매출이 140억 달러(약 20조5000억원)에 달한다. 매출 순위 13위와 20위에 해당하는 옵디보와 오크레부스 역시 각각 2028년과 2029년에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다. 면역항암제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이 개발했으며 연매출은 약 90억 달러(약 13조2000억원) 수준이다. 로슈가 개발한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 오크레부스(성분명 오크렐리주맙)는 연매출 약 70억 달러(약 10조2900억원)를 기록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 한 관계자는 “2030년까지 미국에서는 118개, 유럽에서는 69개의 바이오의약품 특허가 만료될 예정”이라며 “이에 따라 2030년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 규모는 미국 시장의 급성장에 힘입어 730억~762억 달러(약 107조~112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 셀트리온 vs 삼성바이오에피스, 바이오시밀러 확보 경쟁 본격화 국내 기업 가운데서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특허절벽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두 회사는 오랜 기간 바이오시밀러 개발 경험을 축적해왔다. 셀트리온은 현재 렘시마, 허쥬마, 트룩시마, 유플라이마, 베그젤마, 옴리클로, 아이덴젤트 등 총 11종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유통·판매하고 있다. 지난 13일 미국에서 열린 ‘2026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에서 서진석 셀트리온 경영사업부 대표는 “현재 11개인 바이오시밀러 포트폴리오를 2038년까지 41개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공략 가능한 글로벌 시장 규모도 지난해 대비 4배 이상 확대돼 4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프로젝트명 CT-P51) 개발에도 도전하고 있다. 202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 3상 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아 임상을 진행 중이며, 2028년 7월까지 3상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셀트리온은 2023년 매출 93억6000만 달러(약 12조1680억원)를 기록한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 ‘아일리아’(성분명 애플리버셉트)의 바이오시밀러 ‘아이덴젤트’ 개발에 성공했다. 지난해 10월 FDA 품목허가를 획득했으며, 올해 말 미국 출시를 앞두고 있다. 오리지널 개발사 리제네론과의 특허 합의도 마친 상태다. 이 밖에도 오크레부스 바이오시밀러 ‘CT-P53’에 대한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이미 개발을 완료한 블록버스터급 바이오시밀러로는 스테키마(오리지널 스텔라라·연매출 약 26조원), 옴리클로(오리지널 졸레어·연매출 약 5조원) 등이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역시 바이오시밀러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JPM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 지주회사인 삼성에피스홀딩스의 김경아 사장은 “키트루다를 포함해 블록버스터 의약품 7종의 바이오시밀러를 추가 개발 중이며, 2030년까지 포트폴리오를 20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4월부터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프로젝트명 SB27)에 대해 다국가 병행 임상 1·3상을 진행 중이다. 셀트리온과 마찬가지로 아일리아와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듀피젠트 바이오시밀러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듀피젠트 바이오시밀러 개발에는 종근당, 경동제약 등 국내 기업들도 참여하고 있다. ◇ 한국, 미 FDA 바이오시밀러 승인 ‘최다 국가’ 두 회사의 미국 시장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는 FDA 승인 실적이 꼽힌다. FDA는 2024년과 2025년 각각 18건의 바이오시밀러를 승인했다. 이 가운데 지난해 한국 기업의 승인 건수는 총 5건으로, 국가별 기준으로는 가장 많은 승인 실적을 기록했다. 승인 건수만으로 매출이나 시장 점유율을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 북미 등 주요 시장에서 판매 승인과 유통망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특허절벽으로 최대 400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이 어느 정도의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비교적 빠른 임상 진행과 세계 최고 규제기관인 FDA 승인 경험을 바탕으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올해부터 미국과 유럽에서 바이오시밀러 개발 시 임상 3상 면제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기존 바이오시밀러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한편, 신규 기업 진입이 늘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기본법)이 22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AI 관련 부분 규제가 아닌 포괄적 법령으로는 세계 최초 시행이다. 인공지능(AI)과 관련한 법안 마련의 시작은 유럽연합(EU)이었다. EU가 먼저 AI 법을 만들었지만, 핵심 규제 적용을 2027년까지 미루며, 우리나라가 가장 먼저 실제 지원·규제 체계를 시스템화한 국가가 됐다. AI 기술이 한창 꽃피우려는 시점에서 ‘법’이 생겼다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 한창 산업을 활성화시켜야 하는 시점에서 각종 규제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반대로 산업 진흥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 등 긍정적인 효과도 있을 수 있다. ◇AI 기본법, ‘산업 진흥+안전 규제’ 불편한 투 트랙 AI 기본법은 ‘산업 육성’이라는 지원책과 ‘위험 관리’라는 규제책의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담고 있다. 산업 육성 측면에서는 정부가 매 3년마다 ‘국가 AI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했으며, 현재 대통령직속으로 만들어진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의 법정화를 통해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AI 정책 움직임이 가능하다. 또 연구개발(R&D), 데이터 인프라, 인재 양성 등의 지원 근거로 마련된다. 이와 반대로 규제 측면도 있다. ‘고영향 AI(의료·에너지·채용·대출 등) 안전성 확보 의무’, ‘생성형 AI 결과물 표시(워터마크) 의무’, ‘설명 가능성 요구’ 등 사전 규체로 만들어 놓은 조항은 AI 모델과 서비스 개발 기업에게는 발목을 잡으며 사업 활성화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만큼 조심스러움이 없지 않다. 정부는 딥페이크와 허위 사실 유포, 인권 침해 등 고도화된 AI의 폐해로부터 사회를 지킬 규범이 필요하다면서도 업계 우려를 고려해 정부의 사실 조사권이나 과태료 부과를 1년 이상 유예하는 등 곧바로 명확한 법적 제재를 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원과 규제’ 아우르는 첫 틀, AI 기본법의 핵심은 이 법은 AI를 건전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국가가 산업을 지원하는 동시에, 위험성이 예상되는 AI의 부작용을 미리 막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진흥 방안으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3년마다 AI와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AI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했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는 법정 위원회로 격상되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AI 사업자의 창의성을 존중하고 관련 제품·서비스의 연구개발을 지원하도록 규정했다. 규제 측면에서는 AI가 국민 생활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최소화하고 안전한 이용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제도 정비가 강조된다. 또 AI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 개발, 교육, 홍보 활동도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 AI 기본법은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AI 관련 사안은 이 법을 따르도록 해, AI 분야에서 포괄적이고 상위적인 법적 지위를 갖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 법이 제정된 배경에는 기존 법률이 AI 시대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이 있다. 예를 들어 전기통신사업법의 ‘이용자 이익 침해 금지’ 조항만으로는 AI·알고리즘이 초래하는 새로운 형태의 차별이나 피해를 다루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한 정보의 ‘유통’과 ‘공개’를 전제로 설계된 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정보를 비가시적인 방식으로 생성하는 AI 기술을 충분히 포괄하지 못한다는 인식도 작용했다. ◇창작물 표시부터 사실 조사권까지...법 시행에 업계 ‘긴장’ AI 업계는 AI기본법에서 산업 전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조항으로 ‘고영향 AI’ 규제, AI 사용 표시(워터마크) 의무, 그리고 설명 가능성 확보 조항을 꼽는다. 고영향 AI는 의료·에너지·채용·대출 심사처럼 국민의 생명·권리와 직결되는 분야에서 활용되는 AI를 의미하며,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사람이 개입해 관리하는 체계를 갖추고 안전성 확보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정부는 현재 기준으로는 완전 자율주행 단계인 레벨 4 이상 차량 정도만 고영향 AI에 해당한다고 설명하지만, 업계는 기술 발전 속도를 고려할 때 다양한 분야에서 규제 대상 서비스가 등장하는 시점이 머지않았다고 보고 있다. AI기본법은 고영향 AI뿐 아니라 생성형 AI를 활용한 제품·서비스에도 ‘AI 기반 운용 사실 사전 고지’와 ‘AI 생성물 표시’를 의무화했다. 특히 콘텐츠 업계는 이 조항에 강한 우려를 나타낸다. 영상·음악·이미지 등 창작 과정에서 AI를 일부만 활용했더라도 ‘AI에 의한 창작물’이라는 표시가 붙으면 작품의 시장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행령 초안에서는 기계가 읽을 수 있는 메타데이터 형태의 표시도 허용됐지만, 딥페이크 등 악용 우려가 제기되면서 최소 1회 이상 이용자에게 문구나 음성으로 직접 안내하도록 규정이 강화됐다. 과기정통부는 워터마크 의무가 글로벌 기업들도 채택하는 국제적 흐름이라며, 업계 혼란을 줄이기 위해 최소 1년 이상의 계도 기간을 두겠다고 밝혔다. 설명 가능성 조항도 업계의 관심을 끈다. 법은 AI의 판단·결과에 영향을 받는 이용자가 ‘주요 기준과 원리’에 대해 명확하고 의미 있는 설명을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 조항이 사실상 선언적 의미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생성형 AI의 추론 과정은 블랙박스에 비유될 만큼 복잡해, 이를 기술적으로 해석·설명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기업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도 극히 제한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과기정통부 장관은 AI 기본법이 정한 AI 생성 사실 표시, AI 위험 관리 체계 구축, 고영향 AI 사업자 책무 등을 위반했거나 위반했다는 신고·민원이 접수된 경우 해당 사업장에서 장부·서류·자료 등을 조사할 수 있는 사실 조사권을 가진다. AI 사용 여부를 고지하지 않은 경우나 해외 AI 업체가 국내 대리인을 지정하지 않은 경우 과태료 최대 3000만원을 부과할 수 있다. AI 기본법 시행이 AI 활성화의 시작 단계에 있는 국내 AI 업계의 발전 가능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자, 정부는 사실 조사권 발동과 과태료 부과를 1년 이상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규제’ 자체가 있는 것만으로도 우려의 목소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M이코노미뉴스’에서 한 주간 놓치지 말아야 할 국내외 주요 IT 이슈 3가지를 선정, 요약해 보고자 합니다. 이번 주에는 스위스에서 이달 19~22일 개최된 ‘다보스포럼 2026’에서 인공지능(AI)이 모든 의제를 압도하며 글로벌 기술·경제 담론의 중심에 섰다는 소식, 일본은 AI에 대해 산업 경쟁력, 문화적 가치, 실용적 규제 철학을 결합한 독특한 접근법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소식, 마이크로소프트가 1월 업데이트 이후 윈도 11 전반에서 연쇄적인 장애가 발생했다는 소식 등 세 가지를 단신으로 소개합니다. 1. AI 인프라 도약과 글로벌 격차...‘다보스 2026’이 던진 질문들 ‘다보스포럼 2026’에서는 인공지능(AI)이 모든 의제를 압도하며 글로벌 기술·경제 담론의 중심에 섰다. 이달 19일~22일까지 스위스 다보스에서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이 ‘대화의 정신(A Spirit of Dialogue)’을 주제로 삼아 개최됐다. 지난해 중국의 딥시크(DeepSeek)가 초저가 AI 모델로 화제를 모았다면, 올해는 AI의 실제 적용, 사회적 위험, 노동시장 변화 등 보다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논의가 핵심을 이뤘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앤트로픽, 구글 딥마인드 등 세계 주요 AI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AI가 산업과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해 심도 있는 견해를 제시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유럽이 강력한 제조업 기반을 바탕으로 ‘AI 인프라 도약’을 실현할 수 있는 절호의 시점에 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시대의 경쟁력은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에너지·반도체·클라우드·모델·애플리케이션이 결합된 다층적 인프라 구축에 달려 있으며, 이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인프라 확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AI가 일자리를 대체하기보다는 전기·설비·로봇 운영 등 숙련 기술 직종의 수요를 크게 늘릴 것이라며 노동시장 변화에 대한 낙관적 시각을 제시했다. 반면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와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창업자는 AI 확산의 불균형, 인프라 격차, AGI(범용 인공지능) 시대의 위험 등 보다 신중한 시각을 내놓았다. 나델라는 AI가 “사람과 공동체, 국가의 결과를 실제로 변화시키는 유용한 기술”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전력망·통신망 등 국가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AI 혜택이 특정 지역에만 집중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아모데이는 AGI 개발 속도와 지정학적 경쟁이 불러올 위험을 지적하며 “향후 몇 년이 AI 규제·거버넌스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 일본, ‘책임 있는 AI 거버넌스’로 글로벌 표준 경쟁에 나서다 인공지능(AI)이 경제·사회 전반을 재편하는 핵심 기술로 부상하면서, 각국은 혁신과 규제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 고민하고 있다. 일본은 AI를 대상으로 산업 경쟁력, 문화적 가치, 실용적 규제 철학을 결합한 독특한 접근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제정된 ‘인공지능 관련 기술 연구개발 및 활용 촉진법(AI 법)’과 G7(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의 ‘히로시마 AI 프로세스’는 일본이 국제적 논의 속에서 책임성과 혁신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경제포럼(WEF) 역시 최근 전략 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정책을 글로벌 AI 거버넌스 진전의 사례로 소개했다. 일본은 AI 기술 발전에서 뒤처졌다는 내부 평가를 바탕으로, 과도한 규제를 피하면서도 위험을 완화하는 ‘소프트 로우(soft law)’ 중심 전략을 채택했다. AI 법은 윤리·투명성·국제 협력을 강조하지만 강제 규정은 최소화되어 있으며, 기업 가이드라인 역시 권고 수준에 머문다. 대신 민간의 자율적 참여를 강화하기 위해 ‘AI 거버넌스 내비’와 같은 평가 도구를 제공하고, NTT데이터·후지쯔·소니 등 대기업은 대규모 AI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그러나 데이터 공유 체계의 미비, 법적 집행력 부족, 문화적 가치와 글로벌 표준 간의 간극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책임 있는 AI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거버넌스 강화, 자발적 규제와 집행 가능한 기준의 균형, 국제적 상호운용성 확보가 필수라고 강조한다. 신뢰 기반 데이터 중개자, 규제 샌드박스, 표준화된 보고 체계 등은 일본이 제시할 수 있는 실질적 해법으로 꼽힌다. 일본의 사례는 책임 있는 AI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략, 산업 협력, 문화적 가치가 결합된 종합적 과제임을 보여준다. 또 일본은 이러한 접근을 국제 규범과 조화시키며 글로벌 AI 거버넌스 모델 형성에 기여할 잠재력이 있다. 3. 윈도 11, 1월 업데이트 후 대규모 장애...MS 긴급 패치에도 혼란 지속 마이크로소프트(MS)가 1월 패치 튜즈데이 업데이트 이후 윈도 11 전반에서 연쇄적인 장애가 발생하면서 사실상 ‘피해 통제 모드’에 돌입했다. 이번 업데이트는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용자에게 로그인 실패, 종료 불가, 주요 생산성 도구 오작동 등 심각한 문제를 유발했다. 회사는 지난 며칠 동안 문제를 추적하며 긴급 수정 조치를 연이어 발표했지만, 일부 고위험 버그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특히 윈도 11 24H2와 25H2 사용자들은 보안 업데이트 이후 원격 데스크톱 연결이 끊기고 인증이 실패하는 현상을 겪었으며, 이는 기업 환경과 원격 근무자들에게 시스템 접근 자체가 차단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다. 또 다른 주요 문제는 윈도 11 23H2 사용자들에게서 나타났다. 해당 버전에서는 PC가 종료나 최대 절전 모드로 진입하지 못하고 예기치 않게 재시작되는 현상이 보고됐다. MS는 이 문제가 Secure Launch 기능을 사용하는 시스템에서 이달 13일 보안 업데이트 이후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두 문제 모두 정기 업데이트 일정과 별도로 배포된 아웃 오브 밴드(OOB) 패치를 통해 해결됐으며, 원격 데스크톱 장애는 KB5077744, 종료·절전 문제는 KB5077797 업데이트로 각각 수정됐다. 그러나 Outlook Classic에서 POP 계정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은 여전히 앱이 백그라운드에서 멈추고 재실행되지 않는 버그를 겪고 있으며, MS는 해당 문제를 인정했지만, 구체적인 해결책은 아직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사용자들은 MS가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은 추가적인 문제들도 제기하고 있다. 일부 시스템에서는 로그인 시 장시간 검은 화면이 지속되거나 데스크톱 배경이 초기화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파일 탐색기가 desktop.ini 설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잇따른 장애로 인해 사용자 불만은 커지고 있으며, 특히 보안 업데이트가 오히려 일상적인 업무 흐름을 방해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확산 중이다. MS는 남아 있는 문제를 계속 조사 중이라고 밝혔지만, 수정이 단계적으로 이뤄지는 특성상 많은 사용자들은 향후 업데이트를 즉시 설치하는 것이 과연 안전한지 고민하는 분위기다.
지난 22일 코스피가 장중 5000 포인트를 돌파했다. 한국 증시 역사상 처음 있는 장면이었다. 시장은 이를 단순한 기록 경신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치권에선 ‘코스피 5000’ 돌파에 대해 여야 반응이 엇갈렸다. 24일 더불어민주당이 “국민 모두가 기뻐하는 ‘코스피 5000’에 국민의힘만 배가 아픈가 보다”라고 비꼬자, 국민의힘은 “‘오천피 축배’에 취한 이재명 대통령, 실물경제 역성장은 외면”이라고 지적했다. 김민주 민주당 선임부대변인 이날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의 ‘오천피 축배’ 논평은 좋다는 것 같기도 하고, 혹은 5000선 돌파가 마음에 안 든다는 것 같기도 해서 헷갈린다”면서 “주식시장은 정부나 특정 세력이 개입해서 움직이는 곳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윤석열·김건희의 주가 조작을 잘 알고 있으니 그렇게 믿고 있을 수도 있겠다”며 “현재의 주가 상승은 이재명 정부의 적극적인 AI시대를 대비하는 외교와 정책 그리고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 및 AI 선도기업들이 앞 다투어 우리나라 기업들과 함께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 선임부대변인은 또 “이미 작년 경주 APEC에서 이재명 정부와 기업들이 팀을 이루어 각국 정상들과 잰슨 황을 비롯해 AI관련 세계적 기업 CEO들을 만나 나라 경제를 위해 온 힘을 다 한 것을 국민과 전 세계가 지켜봤다”며 “5000피 달성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식시장 활황이 되면 기업은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를 늘릴 것이고 국민은 부자가 되어 민간소비도 올라갈 것이며, 이것이 경제 선순환”이라며 “이재명 정부는 대기업 회장들을 억지로 외국에 데리고 나가 술을 밤새 마시게 하지도 않는다. 전통시장에 병풍처럼 세워 놓고 떡볶이를 강제로 먹게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역시 국회에서 논평을 내고 “대통령이 취해 있는 ‘오천피 축배’ 뒤편에서 대한민국 실물경제는 고환율, 내수 침체의 냉혹한 현실에 허우적대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재명 대통령이 코스피 5000선 돌파를 두고 ‘국민 모두의 재산이 늘었다’, ‘국민연금 고갈 걱정이 사라졌다’고 말하며, 기업과 시장이 만들어낸 성과에 숟가락 얹기를 넘어 마치 대통령 본인의 업적인 양 ‘자기도취에 빠진 무책임한 망언’을 쏟아냈다”며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0.3%로 역성장하며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연간 성장률 역시 건설·설비투자 등 내수 부진 속에 0.97%에 그쳤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금리 장기화에도 견조한 소비를 바탕으로 ‘나 홀로 호황’을 누린 미국과 저성장의 늪에 빠져있는 일본마저 성장하며 한국을 앞지르고 있지만, 대한민국의 잠재 성장률은 1%대 후반을 기록하며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음이 재차 확인됐다”며 “시장이 과열될수록 빚투·레버리지 투자는 확대되고,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럼에도 대통령은 ‘인버스·곱버스 투자자는 나락’이라며 조롱성 발언까지 덧붙였다”며 “지금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특정 투자자를 비웃는 것이 아니라 시장 리스크를 관리하고 경제 체력을 회복시키고 민생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23일 열린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혜훈 후보자는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머리 숙여 “죄송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야는 아파트 부정 청약 의혹을 비롯해 보좌진 갑질 의혹과 장남 위장 미혼 의혹, 장남의 연세대 입학 전형 등을 두고 자정이 넘도록 질타를 이어가면서 청문회는 24일 새벽 1시경에야 종료됐다. 이날 열린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는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 아파트 부정 청약 의혹에 대해 “혼례 직후 파경에 이르러 아들이 저희 부부와 함께 거주할 수밖에 없었다”며 “청약 가점을 노린 위장 전입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장남이 ‘사회기여자(국위선양자)’ 전형으로 연세대에 입학한 배경에 관련해선 “훈장을 받은 시부의 공적은 자격 요건을 충분히 충족한다”고 맞섰다. 야당 측에선 사퇴·지명 철회 촉구가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비리 끝판왕’ 이혜훈, 국민 모독하지 말고 즉각 사퇴하라”고 했고, 조국혁신당은 “스스로 사퇴하라”고 했다. 진보당은 “소명은 실패했고, 남은 것은 지명 철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개혁신당은 대통령을 향해 “이 정도면 임명하셔야 한다”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은 24일 논평을 내고 “이혜훈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대한민국 공직 후보자 검증 역사상 가장 수치스러운 기록으로 남았다”며 “이 후보자는 국민 앞에 고개를 숙여도 모자란 상황에, 해명이 아닌 궤변으로 일관하며 국민의 인내심을 시험했다”고 비판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장남의 ‘연세대 부정입학 의혹’은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서 “처음에 다자녀 전형이라던 설명이 어느새 사회 기여자 전형으로 바뀌었고, 그 근거로 조부의 훈장이 제시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법은 훈장의 효력이 수훈자에게만 한정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조부의 훈장을 ‘입시 특권’으로 대물림했다면, 이는 헌법 정신을 뿌리부터 부정하는 ‘입시 농단’”이라며 “이 사안은 해명으로 덮을 문제가 아니라,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혀야 할 사안으로, 이 후보자를 둘러싼 갑질 논란, 부동산 투기 의혹, 가족을 둘러싼 각종 ‘부모 찬스’ 논란까지 하나하나가 공직 후보자로서 치명적인 결격 사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과거 자신의 저서에서 대부업을 ‘약탈적 금융’이라 비판해 놓고, 정작 20대 아들들은 대부 업체에 투자하고 그 과정에서 증여세를 탈루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면서 “보좌직원뿐만 아니라 임신 중인 구의원에게까지 폭언을 퍼부었다는 갑질 의혹은 공직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책임감마저 의심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조국혁신당도 23일 논평에서 “후보자의 해명은 국민을 납득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했다”면서 “특히 '위장 미혼'을 해명하려 끌어온 핑계는 최악”이라고 꼬집었다. 한가선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부부관계 최악인 며느리가 대체 왜 시기적절하게 이사를 해가며 시부모의 주택 청약을 돕는가. 파탄지경이라던 아들 부부는 왜 부정청약 조사를 마친 바로 다음 날 분가를 하나”라며 “부정청약 조사가 끝나니 부부관계가 다시 좋아졌다는 건가”라고 비꼬았다. 진보당 역시 24일 논평에서 “15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소명보다는 의혹만 키운 시간이었다”며 “여야를 막론하고 제기된 질타는 후보자가 고위 공직자로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도덕적 신뢰마저 얻지 못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손솔 진보당 수석대변인 논평에서 “국토부의 부정 청약 수사 의뢰 발표 바로 다음 날 이뤄진 장남의 전입신고는 그 ‘절묘한 타이밍’만으로도 의구심을 키우기에 충분하다”면서 “국토부 또한 ‘의혹이 사실이라면 부정 청약 소지가 있다’고 답한 만큼 실정법 위반 소지도 크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통합과 탕평’을 강조했으나, 그 대상이 되는 인물이 국민의 납득을 얻지 못한다면 이미 실패한 인사”라며 “여당 의원들조차 ‘납득되지 않는다’고 지적할 만큼 후보자의 공직 적격성은 이미 큰 타격을 입었다”며 철회를 촉구했다. 개혁신당도 전날 논평에서 “조부의 훈장이 손자 대학 입학의 붉은 카펫이 되고 아들의 위장미혼은 수십 억 원짜리 아파트가 된다. 부부관계가 파탄나 따로 살았는데 청약이 끝나자마자 관계가 다시 회복된다”며 “이런 신박한 해명을 들어본적 없다. 이런 창의성을 가진 분이 이재명 정부 일을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비꼬았다. 이동훈 개혁신당 수석대변인 논형에서 “이런 전대미문의 후보자를 임명하면 아마 다른 나라 해외토픽 거리로 반드시 올라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타도 이어졌다. 김영환 민주당 의원은 “국민은 이 청약을 ‘로또 청약’이라고 보고 있다”며 “장남은 결혼을 했는데 세대수를 유지해야 하는(조건) 때문에 결혼신고를 하지 않았다. 청약을 위한 주택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안도걸 의원은 자녀 입시 의혹과 관련해 “우월한 정보나 기회를 이용한 행동”이라고 지적했고, 정일영 의원은 “재산, 명예, 자녀 입시까지 온갖 짓을 다 한 분이 장관을 하면 청년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고 지적했다. 또 박홍근 의원은 인턴 보좌진에게 갑질한 부분에 대해 "문제의식이 없었는지"를 따져 물었다.
중국이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 H200의 수입을 곧 승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중국을 방문했다. 24일 연합뉴스는 텅쉰커지(騰迅科技)와 관영 차이나데일리 등 중국 매체들을 인용해 황 CEO가 전날 중국 상하이에 도착해 첫 일정으로 새로 마련한 엔비디아의 상하이 사무실을 방문했다고 전했다. 텅쉰커지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황 CEO가 직원들과 만나 여러 질문에 답하고 지난해 회사의 주요 사건을 돌아봤다고 전했다. 한 관계자는 질문의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았고 올해 주요 칩 관련 화제에 집중됐다며 H200과 관련해서는 “아무도 묻지 않았다”고 말했다. 황 CEO는 보통 춘제(중국 설)를 앞두고 중국을 방문해왔는데, 이번 방중은 특히 중국 정부의 H200 수입 승인이 임박했다는 관측 속에 이뤄져 해당 칩의 중국 수출길을 트려는 행보라고 업계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이후 일정으로 황 CEO는 베이징, 선전의 지사를 방문해 신년회에 참석하고 공급업체의 신년 하례회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H200의 대중 수출을 금지하다 작년 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개별 심사를 거쳐 중국에 수출할 수 있도록 관련 규칙을 개정했다. 그러나 중국은 세관에 H200 통관 금지를 지시하고 기업에도 구매 금지를 종용하는 등 사실상 수입 금지 조처를 했으나 블룸버그는 전날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자국 기술기업들에 H200 주문 준비를 지시 했다고 보도했다. 황 CEO는 중국 수출용 저성능 칩 H200 판매와 관련해 지난해 세 차례 중국을 방문했다. 작년 연초에는 빅테크 수장들이 대거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취임식에 불참하고 중국을 찾아 직원들에게 훙바오(紅包·세뱃돈)를 나눠주는 등 친근함을 과시했다. 또 그해 7월 중국 공급망박람회 때는 개막식 연설을 중국어로 시작하고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검은색 가죽 재킷 대신 중국 전통의상을 입어 주목을 받았다.
광주·전남 통합특별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통합의 취지는 분명하다. 지역 간 경계를 넘어 초광역 단위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국가균형발전의 새로운 축을 만들자는 취지다. 대개 통합은 선언이나 정치적 결단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통합 이후 어떤 지방행정체제를 설계하느냐가 통합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광주·전남 통합특별시는 어떤 행정구조 위에 서야 하며, 그 속에서 광주는 어떤 존재로 남아야 하는가'이다. 대한민국의 지방행정체계는 헌법과 지방자치법에 따라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의 2단계 구조를 기본으로 한다. 지금까지 유지되어 온 이 원칙을 전제로 모든 지방자치제도는 설계되어 왔다. 그렇다면 광주·전남 통합특별시가 출범하기 위해선, 그 아래에 필연적으로 기초자치단체가 존재해야 한다. 즉, 특별시 내부에 자치시, 자치군, 또는 자치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특별시, 광역시, 도, 특별자치시, 특별자치도 중 어느 곳에도 자치시·자치군·자치구를 동시에 설치하고 있는 행정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광역자치단체 아래에 ‘시’ 또는 ‘특례시’를 두고, 그 아래에 다시 ‘자치구’를 두는 구조 역시 현
2026-01-21 편집국 기자
딸기는 지금 한국 농산물 가격 시스템의 모순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과채류다. 지난 2일 기준 딸기 소매가격은 100g당 2,820원으로 전년과 평년 평균을 크게 웃돌았고, 같은 날 중도매인 가격(2㎏) 역시 4만 5,980원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산지에서는 수확한 딸기를 폐기한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농민들의 속이 타들어 간다는 얘기다. 딸기는 품목 특성상 비상품, 이른바 파치가 통상 5~10% 발생한다. 모양이 조금만 나빠도 상품성이 떨어지는 데다 유통기한도 짧아 ‘못난이’로 판로를 여는 것도 일반 채소나 과일보다 훨씬 까다롭다. 특히 출하 막바지인 4~5월에는 기온 상승으로 더 빨리 물러져 가공용으로 돌리는 일이 많아진다. ◇왜 딸기를 폐기해야 하나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냉동 딸기 수입이 급증하고 재고가 누적되면서, 가공용 매입이 중단되거나 단가가 반토막 나는 일이 반복됐다. 소비지에서는 딸기가 ‘금값’이지만, 산지에서는 파치가 돈이 되지 않는 현실이 동시에 존재하는 이유다. 이는 생산량이 늘었느냐 줄었느냐에 따라 파생된 문제가 아니다. 생과용(소비지·소매)과 가공용(산지·가공)이라는 서로 다른 시장이 단절된 채 움직이면서 야기된 문제
2026-01-21 편집국 기자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는 보조금이 모두 소진될 정도인 약 22만 대의 전기차가 판매됐다. 그러나 장거리 운전 시에 급속충전기 부족으로 충전이 불편하고 가격도 내연기관차 대비 약 30~50% 높아 소비자들이 구입을 망설이게 된다. 보조금이 없으면 판매에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다. 화재가 발생하면 열폭주 현상과 골든타임 부족 등의 전기차 포비아도 여전하고, 겨울철 주행거리 하락과 히터로 누적 하락 등 불편함도 남아 있다. 또 내연기관차 대비 침수도로 진입 지양과 바닥 배터리에 대한 충격 금지 등 다양한 운행상의 관리도 불편한 항목으로 꼽힌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내연기관차 선호와 석유 자원 활성화 정책, 그리고 유럽에선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종식 선언에 대해서도 미룬 상황이다. 여기에 중국 전기차의 글로벌 저가 공략으로 인한 두려움까지 가미되면서 전기차 보급은 주춤한 상태다. 필자는 이러한 흐름은 배터리 보급 정책을 지양하며 하이브리드차 같은 과도기 모델이 당분간 주도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수년이 지나면 전기차가 주도 세력으로 등장하며 무공해 차의 대표모델로 등장할 것이다. ◇ 전기차 안전에 대한 문제 여전 올해 예상되는 글로벌 전기차 보급대 수는 약
2026-01-16 편집국 기자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명과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또 회의, 모임 등에 참석하지만 정작 마음을 기댈 사람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이제 친구 사귈 나이가 지난 건가?” 스스로 다독여 보지만, 고립감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이처럼 사람들 속에 있는 데도 "외롭다"는 감정은 나이가 들수록 더 또렷해진다. 수도권에 사는 대학 친구와 가끔 전화를 주고받는다. 통화 끝에 늘 “살아 있을 때 자주 보자”는 말이 오간다. 말은 참 그럴듯하나 막상 그들을 만난다고 해서 내 고립감이 해소될 것 같지는 않다. 추억은 반갑지만, 지금의 삶을 나눌 이야기는 점점 줄어든다. 서로가 변해왔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자리에서 위로보다 허전함이 남을 때도 있다. 그래서 용기를 내 동호회나 각종 모임이나 세미나에 나가 보기도 한다. ‘이번엔 다르겠지’ 하는 기대를 품고 가지만 대부분의 모임은 그냥 모임으로 끝난다. 명함을 교환하고 안부를 나누지만, 그다음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아 돌아오는 길에는 “역시 쉽지 않네”라는 실망감만 남는다. 필자가 이런 건 아닐 것이다. 그러다 문득 예전 일이 떠올랐다. 한창 활동할 때 한 세미나에 참석하며 명함을 쇼핑백에 잔뜩 넣고, 쉬는 시간마다 사람들에게 다
2026-01-12 윤영무 본부장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토요일 기자회견에서 미군이 민주주의, 정의, 베네수엘라 국민의 자유, 그리고 미국인의 안전을 명분으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그의 부인을 납치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조롱에 가깝다. 납치는 국제법상 정의를 실현하는 수단이 될 수 없고 납치로 인해 2차 세계대전 이후 선포되었던 법과 정의, 인권에 기반한 새로운 세계 질서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으니 말이다. 그는 또, 국민적 지지와 국제적 명성을 가진 베네수엘라의 야당 지도자이며 노벨상 수상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를 지도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폄훼했고, 여러 번에 걸쳐 "미국이 이 나라를 운영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우크라이나 침공이 그 나라 국민을 해방하기 위한 임무였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의 존재가 러시아의 주권 수호에 결코 위협이 되지 않았음에도 심지어 우크라이나가 자신의 나라(정확히는 러시아와 동일시하는 소련)가 건설한 기반 시설을 불법적으로 점유했다는 주장까지 했다. 이는 마치 마두로가 미국 기업들이 건설에 이바지한 석유 산업을 국유화함으로써 역사상 최대 규모의 미국 재산 강탈을 저질렀다고 하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주장과 유사하다. 물론
2026-01-09 윤영무 본부장 기자
◇경제 수도의 바탕은 시민 이재명 대통령은 2026년 신년사를 통해 서울을 ‘대한민국의 경제 수도’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 구상은 단순한 수사나 도시 브랜드 전략이 아니다. 이미 성장률이 1%대에 머무는 저성장 국면에서, 수출만으로는 국민의 체감 경기를 바꾸기 어렵다는 현실 인식에 기반한 정치적 선택에 가깝다. 이제 성장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조건의 문제이며, 수도의 경쟁력은 초고층 빌딩과 금융상품이 아니라, 시민의 일상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되는가에 달려 있다는 판단이 그 배경에 깔려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서울만의 것이 아니다. 세계 최대 경제도시 중 하나인 뉴욕에서도 최근 식료 가격 급등과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도시 차원의 핵심 정치 의제로 부상했다. 2025년 뉴욕시장 선거 과정에서 시장 후보였던 조란 맘다니는 ‘시 소유 식료품점(Municipal grocery stores)’ 도입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뉴욕시 5개 자치구에 시가 직접 소유·운영하는 식료품점을 설치해, 임대료와 재산세, 과도한 유통 비용을 제거한 가격으로 기본 식료를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맘다니 뉴욕시장의 구상은 민간 유통을 대체하겠다는 게 아니었다. 도시가 최소
2026-01-05 편집국 기자
예전에 주한 영국대사를 지낸 분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리나라를 일컬어 '고요한 아침의 나라(The land of morning calm)'가 아니라 '아침마다 놀라는 일이 생기는 나라(The land of morning surprise)'라고 표현했던 기억이 난다. 2002년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보고, 드라마틱하고 다이나믹한 상황들이 연이어 발생하는 한국의 정치를 표현했던 것인데, 그분이 계엄령 선포 이후 지난해 한 해 동안 벌어지는 일을 볼 기회가 있었으면, 이제는 어떤 말을 했을지 궁금해진다. 한 세대에 한 번 일어나기도 힘든 일들이, 일 년 동안에도 몇 차례나 발생하는, 대단히 역동적인 한국의 상황에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그러한 삶에 익숙한 우리 국민들에게도 힘들지만, 외국인들에게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흔히들 우리나라의 산업발전을 ‘압축 성장’이라고 표현하면서, 무슨 일이든 급하게 진행하면 부작용과 후유증이 있기 마련이기에, 우리가 겪은 혼란과 아픔 또한 정치적 민주주의가 성숙해가는 과정이었다 할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일년은, 그렇게 치부하면서 넘어가기에는 너무나 가슴 졸이는 힘든 시간들이었다. 우리 국민은 위대했다 돌이켜 보면 '
2026-01-05 편집국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각 부처 업무보고는 엘리트 집단의 권위 의식과 자기중심적 업무방식에서 벗어나 유튜브 생중계로 국민과 함께 숨쉬는 행정이 이루어진다는 '실체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재명정부 출범 초기부터 이어진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총리와 장관) 및 일부 배석기관장(처장)만 참여하는 국무회의의 생중계도 매우 큰 성과를 거두었지만, 이번 업무보고 생중계에는 실무를 담당하는 실장(1급 공무원)과 국장(2급 공무원)까지 참여하여 더욱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지점까지 보고하고 토론하는 모습까지 담겼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최초로 공개되었는 점에서 그 의의가 더욱 크다. 역대 각 정부의 국민들에 대한 업무보고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고위공무원들은 업무 영역을 자기중심적으로 만들어 놓은 다음에 국민을 상대로 친절한 설명 한 마디 없었다. 한 마디로 우리가 기획했고, 내부 보안 문제가 있으니 국민들은 우리를 믿고 오면 된다는 식이었다. 또 정부의 업무보고에 실장과 국장이 모두 참석하긴 했으나 녹화 후 송출 방식으로 '일부만' 공개한 적이 있을 뿐이어서 국정 홍보 이상의 의미가 없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이재명정부의 업무보고 생중계는 정말로 국민이 국정 운영에 참
2026-01-02 편집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