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30일 설계·시공을 맡았던 현대건설이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뗀 이후 국토교통부가 재입찰 공고를 내지 않으면서 일정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현대건설의 철수 직후에는 사업 자체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정권을 새로 잡은 이재명 대통령이 “가덕도신공항 사업이 좌초되거나 지연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업 추진 자체는 기정사실화됐다. 그러나 여전히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설계·시공을 맡을 기업을 어떻게 선정할지, 공사 기간(공기)은 어느 정도로 설정할지, 또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안전성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지가 핵심 쟁점이다. M이코노미뉴스는 그간 가덕도신공항을 둘러싸고 불거진 주요 이슈를 정리했다. ◇ 재입찰 공고 지연…시공사 선정 후에도 최소 6개월 설계 필요 현재 국토부는 가덕도신공항 사업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검증 작업을 진행 중이며, 이 안에는 재입찰 시기와 공사 기간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작업 자체가 순조롭지 않은 분위기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지난 9월 29일 기자회견에서 “11월 초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고, 연말에는 재입찰 절차를 본격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10월 국정감사에서는 “속도를 지나치게 내면 마찰과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신중론을 내놓았다. 건설업계에서는 착공이 사실상 내년 중·후반 이후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입찰공고가 나오면 기업들은 참여 여부를 검토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고, 시공사로 선정된 이후에도 기본설계를 별도로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대건설도 기본설계에 6개월이 걸렸다. 어떤 기업이 참여할지도 관심사다. 기존 컨소시엄은 주관사 현대건설을 비롯해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 등 10대 건설사가 참여했으나, 현대건설 이탈에 이어 포스코이앤씨도 최근 잇단 중대재해 사고로 인해 인프라 신규 수주를 중단하면서 자연스럽게 탈퇴했다. 업계에서는 대우건설을 중심으로 새 컨소시엄이 꾸려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대우건설은 국내에서 현대건설과 함께 공항 시공 능력을 갖춘 몇 안 되는 기업으로 평가된다. 반면 건설업계 1위 삼성물산은 공항 공사 경험이 없어 참여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롯데건설과 한화건설 부문 등도 사업 참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입찰이 진행되면 기술 난이도와 낮은 사업성 등을 고려할 때 수의계약 가능성도 상당히 높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산을 깎고 바다를 메워야 하는 대규모 공사 특성상 단독 참여도 불가능해 컨소시엄 방식이 필수적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 현대건설 “공기 108개월 필요”…정치권은 ‘국가계약법 위반’ 제기 건설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입찰조건, 특히 공사 기간이다. 사업성뿐 아니라 정부가 요구하는 공기(工期)가 참여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기준이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이 사업 불참을 선언한 가장 큰 이유도 공기 문제였다. 입찰공고에서는 84개월(7년)로 제시됐지만, 기본설계를 진행한 결과 108개월(9년)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는 것이다. 무안공항 사고 이후 안전 기준이 강화되면서 건설사들은 더욱 긴 공기를 요구하는 흐름이다. 이 문제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10월 13일 국토교통위 국감에서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에게 “입찰 당시 84개월이라는 공기를 알고 참여했음에도 기본설계 후 108개월을 요구하고, 협의가 안 되자 사업을 포기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입찰 과정에서부터 공기 추가의 필요성을 꾸준히 설명해 왔으며, 108개월은 안전성과 품질 확보를 위한 최소 기준”이라고 답했다. 또 국가사업 지연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가덕도신공항 입찰은 총 4차례 진행됐고, 2차 입찰부터 현대건설이 참여해 계속 단독 응찰이 이어지면서 수의계약으로 전환됐다. 이 과정에서 최초 72개월이던 공기는 협의를 통해 84개월로 늘어난 바 있다. 이날 김 의원은 현대건설의 국가계약법 위반 여부에 대해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부정당업자로 지정되면 공공사업 입찰에 제약이 생긴다. 기재부는 앞서 “국가계약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김 의원은 “기재부가 판단할 당시, 현대건설이 활주로 예정지 지반 시추조사 58곳 중 단 한 곳도 수행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법제처 해석에서는 이 내용이 반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건설 측은 “지역 민원으로 인해 조사가 불가능했다”고 해명했다. 업계는 국책사업에서 시공사가 부정당업자로 지정된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현대건설이 실제로 제재를 받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 조류충돌 위험은 무안의 350배…중대 안전성 논란 가덕도신공항이 안고 있는 또 다른 핵심 문제는 안전성, 특히 조류충돌 위험이다. 시민단체는 신공항 건설 자체가 환경 파괴이자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지난 9월 28일 서울행정법원은 새만금국제공항 사업에 대해 “조류충돌 위험 검토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며 사업 취소 판결(1심)을 내렸다.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도 조류충돌 위험을 줄이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판단했다. 가덕도 역시 철새도래지가 인근에 있어 위험성이 높다. 일부 분석에서는 조류충돌 위험이 무안공항의 350배에 달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가덕도신공항 관련 행정소송 1심도 현재 진행 중이며 내년 상반기 선고가 예정돼 있다.
한미 관세·안보 협상의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최종 확정됐다. 지난달 29일 경주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및 안보 관련 주요 쟁점에 합의한 지 16일 만이다. 14일 이재명 대통령은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두 차례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합의한 내용이 담긴 설명자료 작성이 마무리됐다"고 발표한 뒤 "이로써 우리 경제와 안보의 최대 변수 중 하나였던 한미 무역·통상 협상 및 안보 협의가 최종적으로 타결됐다"고 말했다. 이날 이 대통령이 발표한 한미 공동 팩트시트는 지난 7월 한미 양국 간 큰 틀에서 합의한 무역 합의가 연장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이 조선 분야에 1500억 달러, 전략적 투자 2000억 달러를 하는 대가로 미국이 자동차와 차 부품, 목재 등에 부과한 품목별 관세를 15%로 인하하기로 했다. 다만 양해각서(MOU)에 따른 투자액이 한 해에 200억 달러를 넘지 않도록 했는데, 외환 시장 안전을 위한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한국 의약품에 부과하는 관세 역시 15%를 초과하지 않기로 했고, 대미(對美)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향후 체결될 수 있는 미래의 협정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안보 분야에서는 이른바 한미 동맹의 ‘현대화’와 관련해 “미국은 주한 미군의 지속적 주둔을 통한 한국 방어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출범시킨 ‘핵협의그룹(NCG)’을 포함한 협력 강화를 약속하며 “미국은 핵 능력을 포함한 전 범위 역량을 활용해 확장 억제(핵우산)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돼 있다. 이 대통령은 국방 지출을 GDP의 3.5%로 가능한 조속히 증액할 계획임을 공유했고, 2030년까지 250억 달러어치 군사 장비를 미국으로부터 구매하기로 했다. 주한 미군에도 330억 달러의 포괄적 지원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재명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관련해서는 “미국의 지원을 받아 한국은 북한에 대한 연합 재래식 방어를 주도하기 위해 필요한 군사 역량 강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 한미 공동 팩트시트 직접 발표 "관세·안보 분야서 한미 상호 호혜 결실" 이날 이 대통령은 "내란과 국가적·사회적 혼란으로 다른 나라보다 뒤늦게 관세 협상의 출발점에 섰지만, 한미동맹의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상호존중과 이해에 기초해 호혜적 지혜를 발휘한 결과 한미 모두 상식과 이성에 기초한 최선의 결과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관세협상 결과와 관련해서는 "우리 경제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서, 또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에 한해 투자를 진행한다는 점을 양국 정부가 확인함으로써 원금 회수가 어려운 사업에 투자를 빙자한 사실상 공여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를 확실히 불식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양국이 공동 협력하는 안보 분야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이번 협상을 통해 한미 양국은 대한민국의 수십 년 숙원인,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한 필수 전략 자산인 핵 추진 잠수함 건조를 추진하기로 함께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주한 미군의 지속적 주둔, 확장 억제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공약도 거듭 확인했다"며 "국방력 강화, 전작권 환수를 통해 한반도 방위에 대한 우리의 주도적 의지를 천명했고 미국은 이를 지지하며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다"고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나 한미 관세협상 후속 대책을 두고 의견을 나눴다. 특히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이 향후 기업들의 대미 투자액이 늘며 상대적으로 국내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하자 총수들은 각 기업의 투자·고용 계획을 소개하며 적극적인 협력 의지를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우선 한미 간 협상 과정을 돌아보며 "매우 어려운 과정이었으나, 남들이 예상하지 못한 성과를 거뒀다. 방어를 아주 잘 해낸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일부 걱정되는 측면들이 있다. 혹시 대미 투자가 너무 강화되면서 국내 투자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것"이라며 "그런 걱정을 하지 않도록 여러분이 잘 조치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당부했다. 이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국내 산업투자와 관련한 우려가 일부 있겠지만, 그런 일이 없게 하겠다"며 "삼성은 투자 확대 및 청년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과의 상생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9월에 약속한 대로 향후 5년간 6만명을 국내에서 고용하겠다"며 "연구개발(R&D)을 포함해 국내 시설 투자도 더 적극적으로 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국내 투자와 고용을 더 적극적으로 진행하겠다"고 호응했다. 최 회장은 "원래는 2028년까지 128조원의 국내 투자를 계획했었으나 점점 투자 예상 비용이 늘고 있다"며 "정확한 추산은 어렵지만 용인(반도체 클러스터에만) 약 600조원 규모의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소개했다. 고용에 있어서도 "매년 8000명 이상의 채용을 꾸준히 유지해 왔는데, (향후) 매년 1만4000∼2만명의 고용효과가 나타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은 "국내에서 향후 5년간 연간 25조원씩, 즉 2030년까지 총 125조원의 대규모 투자를 추진할 예정"이라며 "지난해 계획했던 것보다 증가한 금액"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올해 7200명이던 채용 규모를 내년 1만 명으로 늘릴 것이라고 전했고, 이와 함께 국내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을 통한 수출량 확대도 약속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향후 5년간 100조원의 국내투자가 계획돼 있다고 소개하면서 이 중 60%를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기술 개발에 투입하겠다고 전했다. 한화그룹은 이번 한미 간 협상에서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했던 조선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 의사를 밝혔다. 여승주 부회장은 "우선 미국 필리조선소에 7조원 이상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며 "미국 조선시장에 대한 투자는 국내 조선산업과 기자재 산업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뜻도 된다"고 강조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45차 한일·일한의원연맹 합동총회 개회식에 참석해 “한일 의회 간 교류 협력의 의미 있는 결실을 만들고 양국 관계를 보다 성숙하게 이끄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이어 "올해는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광복 80주년이 되는 해로, 양국 모두의 이익을 위한 미래 지향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며 "한일 관계는 세 기둥을 조화롭게 맞춰 나가야 하는데, 아픈 역사를 직시하고, 경제 협력을 심화하면서 동북아와 한반도 평화의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금은 미중 경쟁, 글로벌 관세 전쟁이라고 하는 엄중한 국제 정세 속에서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라고 하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그리고 양국의 공동 이익을 중심에 놓고 지혜로운 협력을 해 나가야 할 때"라고도 강조했다. 아울러 "대한민국 국회의 지일파, 일본 의회의 지한파가 많아질수록 양국 의회의 협력과 신뢰도 한층 더 높아지게 될 것"이라며 "한일·일한의원연맹이 한일 의회 외교의 핵심축으로서 의원들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일 관계를 떠받쳐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한일·일한의원연맹 합동총회에 즈음해 최근 현안과 관련해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사실 좀 신경 쓰이는 일이 있었다고 한 우 의장은 자신의 SNS에 한일관계에서의 역사·영토 문제를 지적했다. 우 의장은 "최근 신임 다카이치 총리가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독도는 역사적, 국제법상 일본 영토’라고 공개발언 한 데 이어, 며칠 전 일본 정부는 독도 등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영토 주권전시관'을 확장 개관했다”며 “2018년 최초 개관 때부터 우리가 지속적으로 폐쇄 요구를 해왔음에도 지난 4월 재개장에 이어 최근 교육공간까지 추가한 것은 미래세대인 학생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고 하며 강한 유감을 표하며 즉각적인 폐쇄를 촉구했다. 또 과거사에 대한 반성 없는 무책임함을 언급한 뒤 “사도광산 조선인 강제징용 희생자 추도식의 한일 공동개최가 올해도 무산됐다"며 "일본이 추도사에 '강제노동' 언급을 회피하면서, 오는 21일 우리 정부와 유족만 참석하는 단독 추도식이 열리게 됐다”고도 지적했다. 우 의장은 “일본은 지난해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동의하는 조건으로 △강제노동 역사를 현지에 전시하고 △매년 양국 공동으로 추도식을 열기로 약속했지만, 무엇도 이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진정성 있는 반성과 책임 있는 태도를 요구한다”고 촉구하며 “최근 가속화되고 있는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은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탈바꿈시키는 것이어서 더욱 우려스럽다. 과거사에 대한 반성 위에 성립된 동아시아 평화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로, 한국은 물론 주변국 모두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픈 역사를 직시하고, 경제협력을 심화하며, 동북아와 한반도 평화의 동반자로서 협력하는 것”이라면서 “역사 문제가 모든 협력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어서도 안 되겠지만, 이 문제에 대한 진정성 있는 해결 노력 없이는 모든 협력이 사상누각이라는 점을 잊어서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개회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 주호영 한일의원연맹 회장과 나가시마 아키히사 일한의원연맹 간사장 등 양국 회원들이 함께했다.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보장권이 한국은 OECD 주요국에 비해 공공사회 지출 규모가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별적 복지 중심으로 작동되며 생애주기별 사회안전망이 촘촘하지 못하고 지방 간 복지 격차가 심해 제도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 한국의 사회서비스에 대한 인식 부족해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사회보장권 실현이 복지국가의 첫걸음: 복지 사각지대를 넘어, 모두 인간다운 삶을 위해)에서 전문가들은 한국의 사회서비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첫 발제에 나선 백선희 조국혁신당 의원은 “인권에는 자유권·정치권, 사회권이 있다”며 “사회권은 인간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국가가 보장해야 하는 권리”라고 강조했다. 백 의원은 이어 “‘보호’와 ‘실현’의 단계에서 실질적 제도 설계와 실행력은 아주 중요하고 지역 간 격차 없이, 지역 특성을 반영하는 분권형 복지체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대 복지국가의 뿌리는 1942년 영국의 베버리지 보고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보고서는 ‘궁핍, 질병, 무지, 불결, 나태’라는 다섯 가지 사회악을 근절하자는 목표 아래 사회보험제도 도입을 제안했고, 그 핵심은 보편주의와 인간다운 최소 생활 보장이었다. 이날 세미나에서 백 의원은 "80년이 지난 지금, 이 원칙은 한국 사회에서 얼마나 실현되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사회보장권의 실현이 곧 복지국가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단순한 복지정책이 아니라 사회적 연대와 포용, 그리고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함께 추구하는 길이며, 중앙정부 정책과 지방정부, 시민사회, 지역공동체가 함께 사회보장의 책무를 나누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럽연합, 복지 문제 넘어 경제 기반으로 인식 유럽연합은 2017년 예테보리 사회정상회의에서 ‘유럽사회권 기둥(European Pillar of Social Rights)’을 발표했다. 유럽의 사회권은 세 가지로 구성된다. 기회 평등과 노동시장 접근, 공정한 노동 조건, 사회적 보호와 포용 등이다. 여기에는 교육훈련, 일·생활 균형, 사회보장, 의료·돌봄·연금·주거권 등 20개의 원칙이 포함되어 있다. 유럽은 오는 2030년까지 고용률 78%, 직업훈련 참여율 60%, 빈곤층 1,500만 명 감소라는 구체적 목표도 세웠다. 단순히 복지의 문제를 넘어 경쟁력 있는 경제의 기반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세미나에서 주은선 경기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에 따른 새로운 신분 사회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복지국가에서 소득 보장이 하는 역할이 무엇인가?라고 질문을 던진 주 교수는 행복한 사회권, 디지털권, 주거권 등을 나열한 뒤 “왜 소득 보장에 대한 권리가 없는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소득 보장에 대한 권리는 장애·사망·질병·실업·산재 등 위험 발생했을 때 그 이전의 생활 수준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면서 하락을 방지해 주는 목적을 갖고 있다고 강조한 그는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두꺼운 중산층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도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추락하지 않게 막는 사회보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득 보장을 실현하는 대표적인 사회보험이 바로 국민연금이며 은퇴, 장애, 사망 등 다양한 위험에 대해 소득을 보장해 주는 제도라는 설명이다. 주 교수는 “공적연금의 도입은 산업화와 은퇴 제도의 확립에서 시작됐다”며 “산업화 이전에는 은퇴라는 개념이 뚜렷하지 않았지만, 근대 산업사회에서는 은퇴와 함께 노인 빈곤 문제가 대두되면서 은퇴 이후의 생계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책임만이 아니라 노동력을 사용한 사용자, 그리고 국가가 함께 책임져야 할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공적연금의 재정에 노동자, 사용자, 국가의 공동 책임이 포함돼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국민연금은 다른 사적 연금과 달리 강력한 소득 재분배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한 뒤 “소득이 높은 사람보다 낮은 사람에게 더 유리한 구조로 설계돼 있어, 경제활동 시기의 불평등이 그대로 노후로 이어지지 않도록 완화해 주고, 세대 간·계층 간 연대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제도”라고 덧붙였다. 또 “현재 세대가 낸 보험료는 노인을 부양하고, 다음 세대가 또 그 역할을 이어가는 세대 간 사회적 계약인 셈”이라며 “사회보험의 급여가 추구해야 할 가장 중요한 목표는 ‘적정성’”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최저 수준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빈곤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수준의 보장을 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 OECD 국가들 사용자 부담 평균 65%에 달해 장기적인 국가의 책임 강화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국민연금이 단순한 ‘보험’이 아니라 사회보험으로 사용자의 책임과 국가의 재정 책임이 필수라는 설명이다. 주 교수는 "OECD 국가들은 사용자 부담이 평균 65%에 달하기도 하고, 국가 재정이 연금 재원의 약 20~25%를 보조한다"며 "많은 국민은 ‘내가 낸 돈이 내 계좌에 쌓인다’고 생각하지만, 국민연금에는 개인 계좌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세대가 내는 보험료는 지금의 노인을 부양하는 데 쓰이고 이것이 바로 세대 간 이전 방식”이라며 “이 방식은 경제 성장과 고용이 유지되는 한 매우 안정적이며, 인플레이션에도 강하고, 사회 전체의 성장 성과를 함께 나누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수준으로 올려야 올해 한국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기존의 40%에서 43%로 인상됐다. 군 복무·출산 크레딧 확대, 연금 지급 보장 명문화 등 긍정적인 변화도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급여 수준이 낮고 재정 안정성이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많다. 여기에 노인빈곤율이 OECD 최고 수준(약 40%)으로 공적연금의 역할이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주 교수는 “단순히 보험료 인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며 “소득대체율을 50% 수준으로 올리고, 기여 방식 또한 소득과 자본소득을 포함하는 폭넓은 사회적 책임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플랫폼 기업과 사용자에게 집합적 책임을 부과하고, 특수고용직·비정규직의 사회보험 가입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우리 사회가 고용의 질을 높이고, 사회적 연대를 강화할 때 국민연금은 지속 가능하며, 사회보장권 역시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공공부조 제도···사회 최후의 안전망 공공부조 제도를 중심으로 한 사회보장권 강화 방안에 대해 발제한 허선 순천향대학교 교수(사회복지학과)는 “공공부조는 납부 능력과 관계없이 생존을 보장하는 최후의 안전망”이라며 “국민 모두의 최저생활을 보장하는 사회보험에서도 가장 마지막 보호막, 즉 사회 최후의 안전망으로 기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공부조란,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기본 생활을 세금으로 지원하는 제도를 말한다. 한국의 공공 부조 대표적인 제도 두 가지는 기초생활보장 제도와 긴급복지지원 제도다. 기초생활보장 제도는 크게 생계급여·의료급여·주거급여·교육 급여로 구성돼 있고 외 소규모의 부가 급여들이 있다. 허 교수는 “얼마 전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 책무라며, 저소득층의 안정적 소득 기반 마련을 위해 기준 중위소득을 역대 최대 6.51% 인상하고, 4인 가구 생계급여를 월 200만 원 이상 지원하겠다고 했다”며 “언뜻 보면 매우 긍정적인 발표처럼 들리나 이전 정부와의 차별화된 개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초생활보장 제도의 수급자는 전체 인구의 약 3% 수준”이라며 “그중 90%가 1~2인 가구로, 생계급여 선정 기준은 기준 중위소득의 32%, 의료급여는 40%로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2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이 약 393만 원일 때, 32%인 126만 원 미만이면 생계급여, 40%인 157만 원 미만이면 의료급여 대상이 되는데, 현재 의료급여 수급자(약 148만 명)보다 생계급여 수급자(약 169만 명)가 더 많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자녀가 있거나 일정 수준의 재산이 있으면, 본인이 아무리 가난해도 자녀가 부양해야 한다는 이유로 수급 대상에서 제외돼 부양의무자 기준이 만드는 복지 사각지대가 생긴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이 기준 때문에 실제로는 생계가 곤란하지만 제도 밖에 있는 사람들, 즉 비수급 빈곤층이 대거 존재한다”고 제도의 문제를 지적했다. 정부 통계로만 봐도 비수급 빈곤층은 약 63만 명에 달한다. 이들은 수급자보다 오히려 더 나쁜 삶의 조건에 놓여 있는 게 현실이다. 나이는 더 많고, 소득은 더 적고, 의료비 부담은 2배 이상 높다. 이들은 ‘차상위계층’이 아니라 ‘수급자보다 더 아래층’에 속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의료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재산 기준 완화–자동차 등 소액 자산으로 인한 탈락 방지, △기준 중위소득 기준 현실화–4인 가구 중심이 아닌 1~2인 가구 기준, △수급자 건강·영양 실태 정밀 조사 비수급 빈곤층 및 체납자 실태조사 강화 등 기본 데이터가 있어야 국민적 공감대를 얻고, 진정한 복지 개혁이 가능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 수익이 적거나 돌봄이 까다로운 대상자들은 오히려 배제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강화와 이용자 선택권에 대해 발제한 최혜지 서울여자대학교 교수(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사회서비스의 선택권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민간과 시장 주체를 사회서비스 공급 체계 안으로 포섭했다”며 “서비스 수급자들은 여러 기관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곳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이 구조가 반드시 ‘선의의 경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민간 기관들이 난립하면서 기관 간 결탁이나 시장 왜곡이 발생하고 서비스 질보다 기관의 이익이 우선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그러다 보니 수익이 적거나 돌봄이 까다로운 대상자들은 오히려 배제되는 역선택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용자가 기관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기관이 이용자를 선택하는 구조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서비스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로 노동자의 처우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영국의 연구에 따르면, 돌봄 노동자의 시급이 10% 오를 때 서비스 품질도 향상됐다. 그만큼 종사자의 처우 개선이 서비스 품질의 핵심이다. 최 교수는 "현재 우리는 장애인활동지원사의 시급 약 1만2천 원, 요양보호사의 경우 월 120만 원 내외, 아이돌보미는 시급 1만 원 수준으로 대부분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러 있어 사회서비스 품질이 높아지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여기에 공공 부문의 종사자와 민간 부문의 종사자 간의 격차도 크다"고 형평성을 지적했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 사회서비스가 민간 중심으로 운영되며 돌봄의 85%, 노인 요양의 98%, 어린이집의 83%가 민간에 의존하고 있고, 특히 요양 서비스의 경우, 재가 서비스는 거의 100% 민간이 담당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이런 구조에서 서비스 품질을 제어하기 어렵고 사회서비스가 복지의 기본 인프라로서 기능하기도 힘든 상태라는 것이다. 최 교수는 “우리는 돌봄보다 보건의료 영역에 재정이 집중되어 있어 의료비 지출은 많지만 돌봄 서비스에는 투자가 부족해 돌봄 시설에서 해결해야 할 욕구들이 의료기관으로 전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요양원에서 해결돼야 할 돌봄이 요양병원으로 넘어가 비정상적인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으며, 결국 이런 현상은 한국 복지체계가 사민주의적 복지국가가 아니라 자유주의적 체제로 이동하는 신호라고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 사회서비스가 지나치게 중앙 집중화되어 있어 지역이 주체적으로 주민의 욕구를 반영하기 어렵고, 지역 맞춤형 복지가 아닌 중앙 통제형 복지로 흐르게 된다”며 △정보 비대칭 해소, △공공서비스 공급률 확대,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는 혁신적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사회권선진국포럼이 주최하고, 조국혁신당 복지국가특별위원회가 주관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치검찰 조작기소 대응특위가 정영학 녹취록을 조작한 정치 검찰을 강력 규탄했다. 민주당 정치검찰 조작기소 대응특위는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검 참모들, 지청장, 평검사들까지 줄줄이 나서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압박해 사퇴를 관철시키는 모습은 이미 ‘검란’이라는 표현조차 부족할 정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작 윤석열 내란수괴 구속취소 당시대검이 즉시항고를 포기했을 때, 이들은 단 한마디 문제 제기도 하지 않았다. 그때는 침묵했고, 지금은 아우성"이라며 "이들의 정의는 선택적이고, 의기는 정치적이며, 분노는 특정한 방향으로만 향해 있다”고 꼬집었다. 특위는 “결국 검찰이 겨눈 것은 이재명 대통령 단 한 사람이었다”며 “이 대통령에게는 과도하고 왜곡된 잣대를 들이대며 어떻게든 범죄자로 만들려 했으나, 윤석열 앞에서는 납작 엎드려 방패막이를 자처했다”고 지적했다. 또 “정영학 측 의견서와 대장동 사건 관련자들의 법정 증언을 통해 검찰이 대장동 사건 수사 과정에서 녹취록을 자의적으로 편집·삭제·삽입해 사실상 조작된 ‘검찰 버전 정영학 녹취록’을 만들어낸 것이 드러났다”며 “‘재창이형’을 ‘실장님’으로 둔갑시켰다"고도 비판했다. 특위는 "2023년 5월 16일 남욱·정영학의 녹취에서, 남욱은 유동규에게 9,000만 원을 전달한 상황을 설명하며 유동규가 다른 방에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와 ‘재창이형’을 언급했다고 말했다”며 "검찰은 이를 ‘실장님’으로 바꿔치기 했고, 결과적으로 녹취록을 조작해 정진상 전 실장을 사건 구조 안에 억지로 끼워 넣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에 대해 남욱·정영학 모두 실제 법정에서 ‘정진상 실장이 아닌, 재창이형이 맞다’고 명확히 증언했다”며 “‘위례신도시’를 ‘윗 어르신들’로 왜곡했다. 지난 2013년 8월 30일 남욱·정영학의 녹취에서 남욱은 ‘위례신도시 너 결정한 대로 다 해줄 테니까’라고 말했다. 여기서 언급된 것은 지명 ‘위례신도시’”라고 덧붙였다. 특위는 또 “검찰은 이를 마치 이재명 대통령이 대장동 사건의 정점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윗선 지시’로 바꿨다”며 “허위 조작 기술을 부려 왜곡된 정치 프레임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일갈했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이러한 증거조작 의혹을 결코 그냥 넘기지 않을 것"이라며 "검찰이 왜곡한 단어 하나, 문장 하나까지 검찰은 즉시 국민 앞에 모든 진실을 공개해야 한다. 증거 조작에 관여한 검사, 지휘 라인, 묵인한 책임자까지 모두 법의 심판대 위에 서야 할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동남유럽에 위치한, 과거의 고립에서 벗어나 현재 나토(NATO) 회원국이며, 유럽 연합(EU)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인구 3백만 명의 알바니아공화국은 “알고크라시” 즉 알고리즘에 의한 정부를 향해 실질적인 한 걸음을 내디뎠다. 아마 알고리즘을 도입한 첫 번째 국가일 것이다. 지난 9월, 알바니아 총리는 디엘라(Diella)라는 AI 아바타가 연간 10억 달러가 넘는 재화와 서비스를 정부에 공급할 민간 공급업체를 선정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공정하고 유능하며 알고리즘을 갖춘 디엘라가 이 분야에서의 부패를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다만, 디엘라가 어떻게 선정하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는지 투명하게 밝히지 않거나 그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메커니즘이 없다면, 민간 공급업체들은 필연적으로 부당함을 느끼고 구제책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는 알고리즘으로 효율성을 최적화할 수 있지만 상충하는 여러 가치 가운데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지-바로 이 선택이 민주주의의 핵심이다-를 알고리즘이 결정해도 후과(後果)가 있을 것임을 말해준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강력한 인물, 권위주의자, 그리고 지금처럼 알고리즘과 같은 능력에 기대하려고
2025-11-16 윤영무 본부장 기자
11월 11일은 ‘농업인의 날’이자 ‘가래떡 데이’다. ‘土(흙 토)’ 자는 ‘十’과 ‘一’로 나눌 수 있어 11이 겹친 11월 11일을 농업인의 날로 정했다. 흙과 농업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흙의 가치와 농업의 본질을 되새기는 한편, 가래떡의 함의를 통해 먹거리의 소중함을 되짚어봄 직하다. 흙은 단순한 물질이 아니다. 생명의 토양이자 그릇이며, 그 위에서 자란 곡식은 한 나라의 식량주권을 지탱한다. 쌀 한 톨이 밥 한 그릇이 되고, 밥 한 그릇이 공동체의 힘이 된다. 흙에서 연유한 이날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라, ‘한 나라의 밥상’을 지탱하는 생명의 날이다. 흙이 없으면 밥이 없고, 밥이 없으면 나라가 없다. 그 진리를 잊지 않는 것이 오늘의 농정이 지향해야 할 출발점이다. ◇ 쌀 한 톨의 무게는 우주의 무게 기후위기 시대에 쌀농사가 불안정해지면 식량주권이 흔들리고, 식량주권의 불안정은 곧 국민 생존의 불안으로 이어진다. 기후위기 속에서 식량 생산을 담당하는 농민 보호를 위해 투입하는 재정은 결코 세금 낭비가 아니다. 통계청 「2023년 농가경제조사」에 따르면, 농업소득은 연평균 1,114만 원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농자재·비료·기름값 상승으로 실질소득
2025-11-12 편집국 기자
"농업에 왜 펀드가 필요하지?", "예산이 필요하더라도 너무 많은 책정된 것이니 감액해 다른 분야에 사용하면 좋겠다", 매년 11월이면 국회에서 이런 질문들이 나온다. 농식품 모태펀드는 국가 예산을 마중물로 민간자금을 모아서 투자조합을 결성토록해 농식품 분야의 스타트업을 키우는 제도다. 벌써 16년이 지나고 있다. 농식품 모태펀드는 보조금과 융자에 의존해 오던 농식품 분야에 우수한 기술창업 인력들이 몰려서 좋은 기업들을 세우고 키우게 함으로써 산업의 가치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 결과 마켓컬리, 우듬지팜, 프레시지와 같은 스타 기업들을 키워냈고, 각 분야의 유능한 인재들이 대기업 취업보다는 창업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특수목적 펀드들은 AI 등 4차 산업혁명의 산물들을 농식품과 창조적으로 결합되게 하거나, K–Food 등을 통해 수출을 증진시키고 비수도권 지역 투자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도 촉진시킨다. 모태펀드는 전문 벤처캐피탈(VC)에 의하여 투자기업을 선정하고 벨류업(Value–up)을 거쳐 IPO 또는 M&A 등을 통해 투자금이 회수되고, 회수된 금액이 다시 재투자되는 선순환을 거친다. 기업에 투자된 금액이 1
2025-11-12 편집국 기자
세상은 여전히 빠르게 움직인다. 아니, 이제는 ‘빠르다’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이다. 변화의 속도는 폭발적이고, 그 방향은 예측조차 어렵게 되었다.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소비자는 어제와 다른 기준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선택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빠르게 적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는 지속 가능한 변화를 설계할 수 있는 기업’만이 버틸 수 있는 시대이다. 변화에 적응한다는 말은 곧 외부 환경에 따라가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진정한 지속가능성은 환경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을 해석하고 주도하는 힘에서 비롯되고 그 힘의 근원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며, 전략이 아니라 방향성이다. 기업은 성장을 위해 달리면서도 동시에 멈춰 서서 자신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지속가능성은 ‘더 큰 성장’을 위한 보조선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 논리를 근본부터 바꾸는 프레임이다. ◇위기의 또 다른 이름, 변화 변화는 언제나 위기의 옷을 입고 찾아온다. 기업은 위기를 두려워하지만 사실 위기만큼 솔직한 거울은 없다. 위기는 현재의 시스템이 더 이상 미래를 지탱할 수 없다는 신호이다. 따라서 위기를 회피하는 기업은 결국 자신이 만든
2025-11-11 편집국 기자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압박은 한국 경제에 분명한 위기였으나 그 과정을 천천히 복기해, 보면 우리가 연금개혁에 그대로 가져와야 할 결정적 교훈이 있다. 그때 한국은 감정적 맞대응 대신, 몇 가지 분명한 국가 원칙을 세웠다. “국익 최우선, 동맹 관리, 글로벌 공급망 신뢰 유지.” 이재명 대통령은 협상의 원칙을 명확히 하고, 관련 부처와 전문가에게 필요한 책임과 권한을 전적으로 위임했다. 실무진은 여론의 눈치나 사후 책임에 연연하지 않고 데이터에 기반해 전략을 세우고 치밀하게 움직였다. 그 결과 전면 충돌이나 일방적 피해를 막으면서, 산업·투자·안보를 묶은 협상공간을 확보해 나갔다. 국내 마가(MAGA) 추종세력들의 방해공작과 세계 제1의 강대국 미국의 무차별적 전방위 관세 압박을 이겨내며 믿기 어려운 성과를 얻었다. 여기서 우리가 본받아야 할 점은, 내·외부의 집요하고 강력한 압박에 대응한 한국 정부의 리더십과 전략 운용 방식이다. 여기에는 최고 리더십의 책임 있고 명확한 방향과 원칙 제시, 실질적 권한을 부여받은 컨트롤타워, 자부심을 가진 다양한 분야의 공무원과 전문가, 기업가들의 치밀하고도 집요한 협상 전략 수립과 과감한 실행이 있었다. 연금개혁의 성
2025-11-11 편집국 기자
협상에서 윈-윈 결과를 가져오는 통합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준비(systematic preparation), 가치 주장(Value–claiming), 가치 창조(Value–creating)의 세 단계를 거쳐야 한다. 가치 주장은 협상 잉여의 더 큰 몫을 차지하기 위한 당사자들의 노력을 의미한다. 따라서 어떻게 자원에 대한 자신의 몫을 주장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협상가들은 협상에서 합의 오류와 승자의 저주를 피하기 위하여 바람직한 가치 주장에 관한 기본 전략들을 알고 있어야 한다. ◇ 자신의 배트나(BATNA) 확인하고 개선하기 협상가는 협상이 결렬될 경우를 가정하여 자신의 배트나를 준비하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 협상에 임하기 전에 협상가는 상대방과의 합의 도달에 실패하는 경우를 대비한 대안적 계획을 마련해 두어야 한다. 배트나(BATNA)는 협상이나 거래가 결렬될 경우 당사자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선호되는 대안'을 의미하는 개념이다. ※참고-배트나(BATNA)는 협상 결렬 시의 최고방안의 약어(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를 말한다. 훌륭한 배트나를 가지고 있을수록 협상력은 증대된다. 더 나은
2025-11-08 편집국 기자
국내에는 생각보다 많은 와이너리(winery, 와인을 생산하는 건물, 혹은 와인 회사 등 와인 제조에 관련된 사업을 말함)가 있다.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에도 많은 와이너리가 있는데, 근자에 필자가 방문한 곳을 설명하자면 충주의 레돔 알프스, 충주의 울프 와이너리, 단양의 주네뜨 와이너리 등이다. 먼저 충주의 레돔 알프스는 국내의 와이너리 가운데 아주 특별한 곳이다. 프랑스인 남편 농부와 한국인 아내가 같이 운영하는 데, 친환경적으로 와인을 만들며 신선하고 특별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로제 스파클, 레드 내추럴은 유기농 캠벨얼리 품종으로 자연주의 양조방식으로 만든다. 필터링을 최소화하여 자연주의를 추구하고 포도 껍질은 자연 효소로 발효시킨다. 이 자연 발효를 통해 미세한 탄산감이 와인에서 느껴지는 특징이 있다. 청수 품종으로 화이트를 만들기도 하고, 시드로(내추럴 사과 발효 와인)도 특별하다. 충주의 미라실 울프 와이너리는 전경이 좋다. 배산임수의 위치로 충주호가 조망되는 곳에 와이너리가 위치하고 있어서다. 다양한 와인을 생산하는 것이 차별화되어 있고, 특히 대표의 열정이 엿보인다. 국내 와인 대회 수상실적도 많다. 충주사과로 만드는 애플와인과 애플 아이스
2025-11-07 편집국 기자
10월의 마지막 날을 하루 남겨 놓은 지난달 30일 저녁, 서울 강남의 한 치킨집에서, 여러분이 다 보았듯이 기름 냄새 솔솔 풍기는 치킨집 한쪽 테이블에서 엔비디아의 젠슨 황, 삼성의 이재용. 현대자동차의 정의선 회장 등 세상 부러울 게 없는 3명의 억만장자가 치맥잔을 들고 팔짱을 낀 채로 러브샷을 했다. 이건 거의 ‘인공지능 버전 오징어게임 시즌 2’의 포스터 같았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은 진지했다. 닭 다리를 들고 서로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우린 깐부야” ◇ 러브샷은 전략이다 3명의 억만장자가 먹었던 메뉴는 바삭한 식스팩, 크리스피 순살치킨, 치즈스틱이었고 주류는 테라 맥주와 참이슬 소주를 섞은 소맥이었다.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는 재빨리 이 조합을 ‘AI깐부’라는 세트 메뉴로 공식 출시했지만 정작 중요한 메뉴는 세계 경제의 미래였다. 엔비디아는 인공지능의 두뇌, 삼성은 그 두뇌를 담는 메모리, 현대는 그 두뇌로 달리는 자동차를 만든다. 그러니 그들은 AI와 반도체, 모빌리티의 삼각동맹으로 세상에서 가장 비싼 러브샷을 보여준 셈이다. ◇ 회의실 대신 치킨집에서 그들은 호텔 연회장도, 비공개 라운지도 아닌 치킨 프랜차이즈 ‘깐부 치킨’ 집을 택했다. 깐부
2025-11-06 윤영무 본부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