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한국 증시는 2거래일 동안 그야말로 패닉에 빠졌다. 지난 2월 27일 6244.13으로 마감한 코스피 지수는 3일 5791.91로 내리더니 4일에는 5093.54로 급락했다. 이틀 만에 1150포인트(18.4%)가 넘게 빠지며 시가총액 1068조원이 증발했다. 이는 올해 정부 예산(727조9000억원)의 약 1.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특히 4일 기록한 12.06% 낙폭은 2001년 9.11 테러 당시(-12.02)를 넘어서는 역대 최대 하락률이다. 하지만 5일 장 초반부터 10% 넘게 급등하며 어제 잃었던 낙폭의 상당 부분을 회복하고 있다. 지수가 너무 빠르게 오르면서 프로그램 매수 호가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틀간의 충격은 한국 증시 역사에서 ‘기록적인 상흔’으로 남게 됐다. 반면, 미국과 일본의 증시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조정을 받았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4일 기준으로 봤을 때 미국 나스닥 지수는 –2.7%, 일본 니케이 지수는 –3.6의 낙폭을 나타냈다. 중국 상해 종합지수는 –1% 내외의 낮은 변동성을 보였다. ◇ 코스피, 유례 찾기 힘든 성장세 주요 원인 한국만 유독 변동성이 컸던 이유와 향후전망에 대해 증권가와 자본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우선 한국 증시의 변동성이 컸던 이유는 원유의 중동 의존도가 큰 점이 꼽힌다. 한국은 원유의 약 70%, 액화천연가스(LNG)의 20%를 중동에 의존하며, 이 중 90%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수입된다. 이란의 해협 봉쇄 선언은 곧 한국 제조기업들이 생산 원가 급등과 물가 상승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매도 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원유의 해외 의존도가 높기는 중국, 일본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마찬가지라는 의견도 있다. 최재원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 기관투자자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빠져나가는 자금만큼 사들일 자금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 기관들이 국내 주식을 너무 많이 쥐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그동안 한국 증시가 짧은 기간 동안 급성장 점이 자리잡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29일 3021.84였던 코스피 지수는 지난 2월 25일 기준 6083.86까지 치솟았다. 날짜로 계산하면 250일만, 거래일 기준으로 167일만에 달성한 기록이다. 이 같은 속도는 주요국 대표 지수와 비교해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평가다. 증권가에서는 단기 과열 부담이 누적된 상황에서 이란 사태가 터졌기 때문에 낙폭을 키웠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승폭이 컸기 때문에 그만큼 낙폭도 켜졌다는 얘기다. 대신증권은 3월 3일자 ‘과열 해소가 필요한 시점에서 터진 중동 리스크, 코스피 낙폭 확대’ 리포트에서 “한국 증시는 1월 24%, 2월 19.5% 급등을 이어오며 단기 과열 해소가 필요했던 상황”이라며 “최근 코스피와 함께 최고치 랠리를 이어온 유럽, 일본 증시의 낙폭은 코스피 대비 완만했다”고 분석했다. 이밖에도 한국 증시 급락 주요 원인으로 △외국인 자금 대규모 이탈 △반도체 중심 대형주 구조 △최근 상승 이후 차익실현 흐름 등을 꼽을 수 있다. ◇ '일시적 조정' vs '장기 침체'의 갈림길 5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9% 상승한 5583.90으로 마감하며 반등했다. 코스닥 지지도 14% 넘게 오른 116.41로 마감했다. 이는 이란이 간접적으로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종전 협상 관련 접촉을 시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전쟁 조기 종료 가능성이 제기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을 지원해 줄 수 있다고 발언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같은 날 이재명 대통령이 주식 및 환율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100조원 금융 안전조치’ 집행을 지시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진행한 임시 국무회의에서 “중동지역의 위기가 고조되면서 글로벌 경제안보 환경이 많이 악화했다. 세계 각국은 금융시장의 큰 불확실성에 직면했고, 에너지 수급과 경제·산업 분야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 “각 부처는 엄중한 상황인식 아래 예상 가능한 모든 문제에 대해 신속한 대책을 세밀히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변동성이 큰 시기인만큼 당장 내일 주식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요동칠지 모르는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는 대체로 단기 변동성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IBK투자증권은 ‘미국의 이란 공습에 따름 금융 시장 영향 점검’ 리포트에서 이번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은 제한적이고 단기 조정 후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국내 증시가 연초 이후 48%나 폭등해 있어 기술적 부담이 큰 상황이고 유가가 급등하고 있어 단기 투자심리는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단기간에 상황이 종료되고 증시가 단기 조정에 그친다면, 오히려 기술적 과열 해소를 빌미로 증시 탄력은 재차 강화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중장기 지속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변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부와 참전국의 증가에 따른 전쟁 양상의 확대로 인한 장기화 가능성이 대두된다. 보고서는 “유가 급등을 동반한 지정학적 위험의 장기화는 제2의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자산 시장 급락을 동반 유발시킬 수 있다”면서 “글로벌 주식시장이 AI 모멘텀과 금리 인하로 크게 상승해 있는데다 미국 중간선거 불확실성까지 연결될 수 있어 스태그플레이션 혹은 그와 유사한 글로벌 경기 침체로 전개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고 짚었다. 메리츠증권은 ‘이란 공습의 영향 점검’ 리포트에서 “만약 전쟁 장기화로 국제 유가의 상승이 지속될 경우 하락 변동성은 더욱 증가할 것”이라며 “특히 일본, 한국, 인도, 중국 등 국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원유와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비중이 높아, 해당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해당 국가 경제와 물가 상승에 대한 부담도 크다”고 분석했다. 한국 금융당국은 5일 시장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하고 최근 중동 상황 등에 따른 국내 증시 상황을 점검했다. 간담회에 참여한 시장전문가들은 “최근 국내 증시 상승이 우리 기업의 견고한 실적, 정부의 주주 친화 정책 등에 기인한 것으로 낙폭 커질 경우 유의미한 하방 지지선이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황선오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국내 증시 상승은 우리 경제 및 자본시장의 펀더멘털에 기반한 재평가라는 시장전문가들의 견해에 공감한다”면서 “이번 증시 급락에 대해서는 최고 상태의 경각심을 가지고 다양한 대응방안을 면밀힘 점검 중이며, 필요시 비상 대응계획에 따라 단계별 조치를 차질 없이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핵심 기술 136개 가운데 상당 수가 이미 중국에 뒤처졌다는 평가가 최근 발표됐다. 미국을 100으로 봤을 때 한국의 전체 기술 수준은 82.8, 중국은 86.8 점수를 받았다. 평가 대상은 건설·교통, 국방, 기계·제조, 소재·나노, ICT·SW 등 11대 분야 136개 핵심기술이 대상으로, 논문·특허 정량 분석과 1180명 전문가의 설문을 종합해 분석됐다. 이 같은 결과는 단순한 ‘경고’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기술 패권의 지형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신호다. 한때 한국이 확고한 우위를 점한다고 여겨졌던 반도체·배터리·디스플레이 같은 전략 산업에서도 격차는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일부 분야에선 이미 역전도 현실화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의 공정 미세화 속도, 전기차 배터리의 생산 규모와 원가 경쟁력, 디스플레이의 OLED 기술력 등에서 중국 기업들이 한국을 턱밑까지 추격하거나 앞서 나가는 사례가 더 이상 예외가 아니다. ◇ K-테크의 균열...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뒤집히는 순간 이 변화는 단순한 경기 변동이나 일시적 부진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기술 개발의 속도, 산업 생태계의 구조, 국가 차원의 전략 투자 방식까지 총체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약화’라는 진단이 힘을 얻는다. 한국이 수십 년간 쌓아온 기술 우위가 근본적으로 재편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지금 필요한 질문은 명확하다. “K-테크는 왜 흔들리고 있는가?” 기술 격차 역전의 배경을 구조적 관점에서 짚어보는 일은, 단순한 위기 인식을 넘어 향후 한국 기술 경쟁력의 방향을 결정짓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한국 기술력 약화의 구조적 원인과 중국의 추격 메커니즘 한국 기술 경쟁력의 약화는 단순한 경기 침체나 일시적 부진이 아니라, 산업 구조 전반에서 누적된 문제들이 한꺼번에 드러난 결과에 가깝다. 한국의 R&D 투자는 규모 면에서는 세계 상위권이다. 하지만, 대기업 중심·단기 성과 중심이라는 구조적 한계가 신기술 창출의 속도를 늦추고 있다. 미래 기술을 실험하고 실패를 감내할 여지가 부족한 구조 속에서 대기업은 기존 주력 기술의 효율 개선에 집중하고, 신산업 개척은 상대적으로 소홀해지는 경향이 반복된다. 이공계 인재 생태계 역시 취약하다. 청년층의 이공계 기피, 연구 인력의 해외 유출, 고급 인력 부족이 겹치면서 기술 혁신의 ‘심장’이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정권 교체 때마다 흔들리는 산업 전략과 중장기 로드맵 부재는 기술 정책의 일관성을 떨어뜨리고, 스타트업·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술 사다리 역시 충분히 마련되지 못한 상황이다. 기술 혁신의 기반이 되는 인재·정책·산업 생태계가 동시에 흔들리면서 한국 기술력의 구조적 약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반면 중국은 국가 주도의 전략적 투자를 통해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반도체·AI·배터리 등 핵심 분야에 수십조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기술 자립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원재료–부품–완제품으로 이어지는 공급망을 수직적으로 통합해 가격 경쟁력과 생산 속도를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은 한국 기업이 따라가기 어려운 구조적 우위를 만들어냈다. 중국은 해외 석학과 연구자를 공격적으로 영입하고, 대학·연구소에 대규모 투자를 집중하며 인재 생태계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여기에 세계 최대 규모의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기술을 빠르게 실험하고 상용화하는 속도는 한국이 갖기 어려운 강점이다. 기술 개발–테스트–확산의 사이클이 압도적으로 빠르기 때문에 신기술의 시장 장악력도 자연스럽게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추격 메커니즘은 단순한 ‘저가 경쟁’이 아니라 국가 전략·인재·시장 규모가 결합된 체계적 구조라는 점에서 한국에게 더욱 위협적이다. ◇기술 격차 역전의 현실과 한국 기술 생태계의 경고등 중국의 기술 추격은 이미 여러 분야에서 ‘역전’이라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배터리 산업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LFP 배터리에서 압도적 우위를 확보하며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태양광 모듈, 전기차 부품 등에서 중국의 점유율이 급증해 한국 기업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AI와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도 중국의 추격 속도는 예상보다 빠르다. 일부 장비·소재 분야에서는 중국 기업이 이미 한국을 앞서거나 대등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때 ‘한국의 절대적 강점’으로 여겨졌던 분야들이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기술 생태계 전반에 경고등을 켜고 있다. 기술 자립도가 낮아지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한국의 전략적 입지가 약화되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특히 미국·중국 중심의 기술 블록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기술 경쟁력에서 뒤처질 경우 선택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 동안 기술 경쟁력 정체를 겪으며 글로벌 산업 주도권을 잃어버린 사례는 한국에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기술 혁신의 속도가 늦어지고 산업 생태계가 경직되면, 한 번 무너진 경쟁력을 회복하는 데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결국 한국 기술력의 구조적 약화는 단일 요인이 아니라, 투자·인재·정책·산업 생태계가 동시에 흔들리며 나타난 복합적 위기다. 중국의 추격은 단순한 ‘가격 경쟁력’이 아니라 국가 전략·인재·시장 규모가 결합된 체계적 메커니즘이라는 점에서 더 위협적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위기의 실체를 정확히 진단하고, 기술 혁신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일이다. 한국 기술 생태계가 다시 도약하기 위해서는 어떤 분야에서, 어떤 방식으로 구조적 전환을 시도해야 할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돼야 한다. ◇한국 기술력의 위기와 기회...산업·인재·정책 총체적 혁신 한국 기술력이 구조적 약화와 중국의 추격이라는 이중 압력에 직면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기 처방이 아니라 재도약을 위한 국가적 재설계다. 기술 패권 경쟁이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시대에, 한국이 다시 앞서기 위해서는 산업·정책·인재 생태계의 총체적 변화가 요구된다. 무엇보다 정권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10~20년 단위의 중장기 국가 기술 전략이 절실하다. 기술은 정치적 주기에 맞춰 움직이지 않는다. 반도체, AI, 바이오, 양자처럼 미래 산업의 기반이 되는 분야는 장기적 투자와 일관된 전략 없이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국가 차원의 기술 로드맵을 재정비하고, 전략 분야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명확히 해야 한다. 기술 경쟁력의 핵심은 결국 사람이다. 이공계 기피, 연구 인력 유출, 고급 인력 부족이 지속된다면 어떤 전략도 실행력을 갖기 어렵다. 연구자의 처우를 개선하고, 대학·기업·정부가 함께 인재를 육성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단순히 인력을 ‘양성’하는 수준을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자가 한국에서 성장하고 머물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인재가 모여야 기술이 쌓이고, 기술이 쌓여야 산업이 성장한다. R&D 투자 구조도 근본적 혁신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대기업 중심·단기 성과 중심 투자 방식은 신기술 창출의 속도를 늦추고 혁신의 다양성을 제한했다.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기술을 개발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다양한 주체가 실험하고 실패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때, 산업 전체의 기술 혁신 역량이 높아진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한국의 전략적 입지를 강화하는 것도 필수다. 미국·유럽·동남아 등과의 기술 협력을 확대하고, 공급망 리스크를 분산하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기술 동맹은 단순한 경제 협력을 넘어 국가 경쟁력의 핵심 축이 되고 있다. 한국이 기술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하려면, 글로벌 네트워크 속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결국 한국 기술력은 위기이지만, 동시에 재도약의 기회이기도 하다. 중국의 추격은 한국에게 기존의 성공 방정식을 재검토하고 새로운 성장 모델을 구축할 것을 요구한다. 기술 전략, 산업 구조, 인재 생태계가 함께 움직일 때 한국은 다시 한 번 세계 기술 패권 경쟁의 중심에 설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위기를 직시하는 용기와, 미래를 향해 구조를 다시 짜는 결단이다. 과기정통부의 중국과의 핵심 기술 격차에 대해 업계는 중국이 ‘중국제조 2025’ 전략을 추진한 이후 로봇·전기차·배터리·자율주행 등 첨단 제조업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며 한국을 전반적으로 앞서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들 산업은 R&D, 공급망, 생산, 서비스, 시장 경쟁력 등 대부분의 밸류체인에서 중국이 우위를 보였고, 일부 품목은 이미 목표 국산화율을 넘어섰다. 다만 반도체 분야에서는 한국이 메모리 경쟁력을 기반으로 장비 조달과 글로벌 수요에서 강세를 유지했다. 로봇 분야에서는 제품 개발·설계 역량은 한국이 다소 앞선 것으로 평가됐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M이코노미뉴스와의 통화에서 “중국의 가격경쟁력, AI 기반 신시장 장악력, 공급망 내재화가 한국 산업의 공통 위협"이라고 진단하면서도 "한국이 소부장 기술력과 품질 우위를 바탕으로 미국·EU 등 프리미엄 시장 공략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중국과의 상호의존 구조 속에서 단순한 초격차 전략을 넘어, 중국의 기술·생산·데이터 생태계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협력 모델 발굴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중국이 AI·제조업 전반에서 빠르게 기술력을 끌어올리며 한국과의 격차를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중국이 대규모 예산 투자와 방대한 제조 인프라를 기반으로 AI 분야에서는 미국과 경쟁할 수준에 도달했고, 에너지 생산력과 정부 주도의 산업 육성까지 더해지며 기술 자립과 저가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도체는 한국이 여전히 우위를 유지하지만, 로봇·전기차 등 다수 제조업 분야에서는 중국이 이미 질적·양적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 관계자는 "한국 제조업이 원가 경쟁력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운 만큼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전환하고, 정부가 추진 중인 M.AX 얼라이언스와 피지컬 AI 투자처럼 속도감 있는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초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후보 선출 경선 방식이 당원 100% 예비경선과 국민참여경선(당원 50%·여론 50%) 본경선으로 확정됐다. 민주당은 6일 전남 영광농협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경선 방식을 의결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의사를 밝힌 8명의 후보들을 대상으로 100% 당원 참여 방식으로 예비경선을 실시한 후 본경선에 오른 5명으로 압축하고, 당원 50%와 일반시민 50% 국민참여경선으로 치뤄진다. 다만, 본경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결선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은 “배심원제에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여전히 불안하다는 의견이 있어서 의결권을 주기보다는 검증에 주력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경선이 결정된 곳은 서울, 경기, 전남·광주 3곳인데 다음주 초 공고와 경선 후보 등록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며 "전남·광주의 경우 권역별 순회 연설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2주 간의 본경선 기간을 두려고 한다. 결선 기간도 5~7일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까지 배심원제 적용 비율을 놓고 논의해 오다 무산되자 후보자들의 반응은 엇갈렷다. 민형배 의원 측은 시민배심원제와 관련해서 "과거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보이지 않은 손' 등 부작용과 논란이 많았던 게 사실"이라며 "'배심원 리스크가 해소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록 지사도 "일하는 농부는 밭을 탓을 하지 않는다"며 "당의 결정을 존중하고 충실히 따르겠다"고 밝혔다. 주철현 의원 역시 "당의 결정인 만큼 왈가왈부할 사안은 아니다"라며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이병훈 후보는 "이번 결정이 다소 아쉽지만 당의 결정이니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전남광주특별시장 출마 예정자인 이개호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민주당 최고위가 의결한 ‘정책 배심원제’ 경선 방식을 320만 시도민을 무시한 폭거라며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의 국가균형발전 비전에 공감해 대승적 통합을 이뤘음에도, 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50%, 일반 시민 50% 비율의 단순 여론조사 방식을 결정한 것은 통합의 역사적 의미와 지역 여건을 무시한 처사”라며 "능력 검증 기회를 박탈하는 깜깜이 선거이자, 권역별 대결에 따른 해묵은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정훈 의원은 페이스북에 “김이수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공식적으로 제출한 시민배심원제는 기존의 조직 중심 경선 구조를 보완하고 시민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공천 혁신안이었다”며 “깊은 유감’을 표하고, 시민 참여 공천이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경선 시스템을 재검토해 줄 것을 촉구했다. 강기정 광주시장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지역민의 ‘검증할 권리’가 사라졌다”며 “참 난감하고 아쉬운 마음”이라고 적었고, 정준호 의원도 "배심원제는 전문가 식견으로 후보들을 보다 면밀히 검증해보자는 취지인데 왜 갑자기 번복됐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며 "원래 취지대로, 공관위 추천대로 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여야는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등 ‘중동 사태’와 관련해 신속한 대응을 촉구했다. 특히 외교부의 늦장 대응과 외교력 부재에 대해서는 강하게 질타하며, 공관장 공석 문제, 여행경보 발령 지연, 현지 교민 소통 부재 등 구조적 허점에 대해 지적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현안질의에서 "이란-이스라엘 전쟁으로 인한 중동 정세 악화에도 일주일째 전세기 투입조차 못하는 등 정부가 ‘늦장 대응’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지난 2월 24일부터 미국이 중동에 4만 명의 병력을 배치해 이란 공습이 임박했다는 기사가 쏟아졌는데 외교부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안일했던 것 아니냐”며 “재외국민 안전 대책이 전쟁 발발 이전부터 가동됐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 물었다. 배 의원은 “외교부는 전쟁이 발발 이틀이 지난 3월 2일 저녁이 되어서야 중동지역에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며 “이틀이 지나서야 여행경보를 내린 것은 명백한 늦장대응”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중동 영공이 폐쇄된 상황에서도 자국민들을 육로를 통해 이동 후 전세기를 통해 안전하게 대피시키고 있다"며 전세기를 투입하지 못한 외교부를 비판했다. 또한 “카타르 등 중동 지역 교민 단체 SNS에 들어가 보니, ‘우리 정부는 쇼하느라 바빠요, 각자도생’, ‘대사관이 입을 다물어서 이 판국이다’, ‘한 분이서 전화 받느라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등 불만이 폭주하고 있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외교부는 재외국민의 불만 파악하고 있었나”라고 묻자,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금 몇 사람의 SNS 가지고”라고 반박했다. 이에 배 의원은 “몇 사람, 지금 장관은 굉장히 큰일날 인식을 가지고 계시다”라고 지적하며 “단 몇 사람이 아니라, 단 한 명의 대한민국 국민이라도 구출해야 하는 게 우리 정부의 책무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외통위 간사인 김건 의원도 “아랍에미리트·두바이·바레인·쿠웨이트 공관이 모두 공석”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이 “도심 한복판에 미사일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대사 없이 3~4명이 수천 명 교민을 감당하고 있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지적하자 조 장관은 “인사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매우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외국민 안전과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게 교민, 여행객, 대사관 및 영사관의 연락 체계”라며 “며칠 간 연락이 전혀 없어 매우 불안하고 두려웠다는 교민들의 상황들이 많이 보도된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현지 교민들의 대사관 소통 부재를 제기한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탈출 목적으로 만들어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현지 교민이 버스를 직접 수배해 18차례에 걸쳐 50명을 안전 지역으로 이동시켰다고 한다"며 “재외공관이 해야 할 역할을 교민이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같은 당 홍기원 의원 역시 “정부나 외교부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2만 명이 넘는 동포들과 환승하는 여행객들이 몇천 명인 상황에서 누군가는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그것에 대해서 별 문제 없다고 하시면 올바른 태도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조현 장관은 "중동 지역에 발이 묶인 우리 국민 귀국 문제와 관련해 아랍에미리트(UAE) 민항기가 인천으로 운항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어젯밤 UAE 외교장관과 통화해 UAE 민항기가 인천까지 바로 출항할 수 있도록 부탁했다. 오늘부터 항공 서비스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답변했다.
이달 5일~6일 사이에 ‘기름값 담합 의혹’이 불거졌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에 따른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등한 직후, 국내 휘발유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정부는 “국제 유가 반영까지 보통 2~3주 걸리는데, 왜 며칠 만에 100원 넘게 올랐는가”라고 문제를 제기하며 정유사·주유소의 담합·사재기 가능성을 공식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SNS를 통해서도 관련 내용을 공유했으며, “담합 가격조작은 대국민 중대범죄로 그 대가가 얼마나 큰지 곧 알게 됩니다”라고 밝혔다. 최근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 고조로 국제 유가가 불안정해지면서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도 단기간에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일부 주유소는 닷새 만에 140원을 이상 인상하거나 리터당 200원 가까이 올린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며 “일부 기업들이 범법 행위로 큰돈을 벌며 국민에게 고통을 가하고도 정치권과 유착해 무마하던 야만의 시대는 끝났다”는 말과 함께 가격 담합은 ‘범죄 행위’라고 지적했다. 특히 국내 정유업계가 세계적인 유가 위기 상황을 틈타 부당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은 5일 국무회의에서도 유류 최고가 지정제 검토, 부당 폭리 행위 엄단, 시장 교란 행위 차단 등을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에 따라 정부는 석유 판매가격 상한제 검토, 담합·불공정 행위 집중 조사 및 즉각 시정 조치, 에너지 수급 안정 대책 마련 및 수입처 다각화, 시장 안정 프로그램 가동을 통한 금융시장 충격 완화 등을 포함한 대응책을 논의·추진 중이다. 한편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유가정보 제공 플랫폼 오피넷(Opinet)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유가는 계속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전국 기준으로 1696원(3월 1일)-1702원(2일)-1723원(3일)-1777원(4일)-1834원(5일)-1856원(6일)을 기록하고 있으며, 서울 기준으로는 1752원(3월 1일)-1768원(2일)-1788원(3일)-1843원(4일)-1889원(5일)-1917원(6일)으로 파악됐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6일 범부처 합동점검단을 운영해 전국 주유소를 직접 점검하고 유가 폭리 등 법 위반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키로 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중동 상황 관련 경제 분야 대응방향 실무당정협의회’에서 “오늘부터 정부합동반이 주유소를 직접 방문해 폭리 및 매점매석 행위를 전면 점검한다”고 밝혔다. 구 장관은 이어 “국가적 위기 상황을 악용해 민생에 고통을 주는 행위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며 "(정부는) 석유 등 에너지 수급 차질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현재 원유는 208일분 이상 보유하고 있어 당장은 문제가 없으나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를 대비해 대체 수입선 다변화 등을 포함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여당 간사인 정태호 의원도 브리핑을 통해 “다른 나라로 원유 수입을 다변화할 경우 운송비 차이가 발생한다”면서 "이에 대한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업계 의견을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외환 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로부터 관련 법안의 신속한 처리 요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정은 이날 중동 정세 불안으로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당정이 환율 안정을 위한 입법과 시장 대응 조치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당정이 속도를 내기로 한 ‘환율 안정 3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해외 주식 매도 대금을 국내로 들여와 투자할 경우 양도소득세를 감면하고, 개인투자자의 환율위험변동회피상품에 대해서도 소득공제를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아울러 국내 법인이 외국 자회사로부터 받는 수입배당금에 대한 과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익금불산입률’을 한시적으로 상향하는 규정도 담겼다.
오늘의 이란 사태를 이해하려면 ‘왜 자원 부국이 어떻게 어려운 길로 들어섰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 흔히 이란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말이 있다. ‘네덜란드병’이다. 천연자원 수출이 급증하면서 통화 가치가 상승하고, 제조업과 농업이 약해지며 경제 구조가 왜곡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 말은 네덜란드에서 1960년대 천연가스가 발견된 이후 나타난 경제 현상에서 유래했다. 이란 역시 석유라는 축복 속에서 비슷한 함정에 빠졌다. 1970년대 이란은 겉으로 보기에 번영의 나라였다. 석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막대한 외화가 유입되었고, 수도 테헤란에는 고층 건물과 현대식 도로가 들어섰다. 당시 「모하메드 레자 팔레비」 국왕은 이란을 중동의 산업 강국으로 만들겠다며 대대적인 근대화 정책을 추진했다. 그것이 ‘백색혁명’이었다. 백색혁명은 토지 개혁, 여성 참정권, 교육 확대 등 겉으로는 매우 진보적인 개혁처럼 보였다. 그러나 토지 개혁은 농민에게 충분한 생산 기반을 제공하지 못했고, 많은 농민이 생계를 유지하지 못한 채 도시로 떠났다. 이들이 도시 변두리에 모여 살며 거대한 빈민층을 형성해 나중에 혁명의 핵심 동력이 되었다. 특히 석유에서 나온 돈은 사회 전체로 퍼
2026-03-05 윤영무 본부장 기자
연일 이어지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그리고 이란의 보복 소식을 접할 때마다 오래된 기억 하나가 되살아난다. 이란 혁명 10주년 행사에 이란 정부 초청으로 수도 테헤란을 비롯하여 군 수송기를 타고 이란의 유전과 남쪽 도시를 방문했었다. 당시 거리에는 호메이니의 초상, 혁명수비대의 행진, 그리고 “미국에 죽음을”이라는 구호가 뒤섞여 있었다. 그러나 카메라 밖에서 만난 시민들의 표정은 단선적이지 않았다. 혁명의 자부심과 피로감, 종교적 열정과 세속적 욕망이 한 도시의 공기 속에 공존하고 있었다. 오늘 자 뉴욕타임스에 토머스 프리드먼이 기고한 관련 칼럼은 복합적인 이란을 이해하고 정리하는데 유용했다. 그는 중동 전쟁에 대해 명확하게 생각하려면 여러 가지 생각을 동시에 머릿속에 담아둬야 한다고 했다. 종교, 석유, 부족 정치, 강대국 정치가 모든 주요 사건에 얽혀 있는 복잡하고 다채로운 지역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흑백논리로만 설명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는다면 차라리 체스나 두는 게 나을 거라고까지 했다. 또 테헤란의 성직자 정권을 전복시키려는 이번 노력이 성공하기를 바랐다. 왜냐하면 테헤란 신정정권은 자국민을 학살하고, 주변국을 불안정하게 만들며, 위
2026-03-03 윤영무 본부장 기자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판결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무기징역은 법정 최저형으로 국민의 법 감정에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증언의 신빙성, 절차적 공정성 등에 의문이라며 항소심에서 바로 잡혀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어떤 판결이든 의견이 둘로 갈라지는 장면을 한두 번 본 것이 아니기에 이러한 논쟁은 다 시 진영의 언어로 굳어가리라. ‘세상사 그러려니’ 하면서 넘어갈 법도 한데 이번 재판을 지켜보며 유독 한쪽이 쓰렸다. 왜 그랬을까? 분열에 익숙해져서거나 재판이라는 제도가 갈등을 잠재우는 마지막 판결문이 되어 공동체를 설득하기를 기대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1심 판결이 나온 후 필자는 마음의 평정을 얻기 위해 약 2000년 전 철학자인 에픽테토스를 떠올렸다. 노예였다가 주인으로부터 풀려나 철학자가 된 그는 로마 제국, 특히 스토아 철학이 크게 번성하던 때 활동했다. ‘세상을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으로 나누어 생각하라’고 가르친 그의 철학적 힘을 빌리면, 세상의 저울이 미세하게 기울어진 느낌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만 같다. 그의
2026-02-28 윤영무 본부장 기자
루소는 『사회계약론』에서 “영국 국민은 자신이 자유롭다고 생각하지만 크게 착각하고 있다. 그들이 자유로운 것은 의회 의원을 선출하는 순간뿐이며, 일단 선출이 끝나면 그들은 노예가 되고,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된다”라고 말했다. 300년 가까이 흐른 지금도 이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대한민국 헌법은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고 선언하지만, 현실에서 국민은 헌법을 고칠 수도, 법을 만들 수도 없다. 입법권은 오직 국회에만 있고(헌법 제40조), 국민은 투표로 대표를 뽑는 것 외에는 정치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된다. 정치학자들은 이를 대의민주주의의 태생적 한계라고 부른다. 『국민이 주인이라는 착각』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핵심을 ‘선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고대 아테네에서 민주주의는 추첨을 통해 작동했다. 아테네의 500인 평의회는 추첨으로 선발된 시민들이 1년 임기로 교대하며 국정을 운영했다. 왜 선거가 아니라 추첨이었을까? 아리스토텔레스는 “선거는 귀족정의 원리이고, 추첨은 민주정의 원리”라고 명확히 구분했다. 선거는 필연적으로 엘리트를 선출하지만, 추첨은 평범한 시민 누구나 권력을 행사할 기회를 준다. 이 책은 추첨제가 중세까지
2026-02-24 편집국 기자
서울에서 식품 제조업체 창업을 하려면 돈이 얼마나 필요할까? 작은 소스 공장 하나를 차리려 해도 설비 비용, 임차료, 위생 설비, 냉장·냉동 시설, 포장라인 구축, HACCP 인증 비용까지 합치면 수억 원이 훌쩍 넘는다. 여기에 원재료 확보 비용과 인건비, 물류비까지 더하면 청년이나 소규모 창업자가 이를 감당하기에는 벽이 너무 높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브랜드는 서울에, 제조는 지방에서’라는 이원적 구조를 선택한다. 당연히 서울은 마케팅과 유통의 도시가 되고, 제조는 외곽으로 밀려난다. 그러나 지금, 이 구조는 재검토할 시점에 와 있다. 최근 K-푸드 수출은 124억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고, 5년 연속 100억 달러를 상회하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라면, 김, 김치, 소스류, 과일 가공품 등 다양한 품목이 글로벌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외형적 성장과 달리 제조 현장의 디지털화 수준은 매우 낮다. ◇ 스마트공장의 필요성 국내 식품 제조기업의 스마트공장 도입률은 2.3%에 불과하다. 근로자 10인 미만 기업은 이 비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식품산업은 여전히 영세 구조에 머물러 있으며, 원재료 가격 변동과 인건비 상승, 물류비 증
2026-02-24 편집국 기자
1년 전, 우리의 무심한 일상을 흔들었던 계엄령 포고를 듣고 분노하면서 늦은 시간 각지에서 달려가 계엄군의 탱크를 막아서는 민주시민들의 모습이 생중계됐다. 계엄은 헌법 절차를 통해 해제되었다. 이후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적대국에 전쟁의 빌미를 제공하는 등의 비상식적인 계략이 있었음을 확인하고 다시금 악의 평범함을 떠올린다. 새로운 입법을 통해 권력을 유지하려던 자들의 수많은 조작과 위증이 특검을 통해 어느 정 도는 사실에 근거한 퍼즐로 맞춰지면서 임무에 종사했던 각 분야의 권력자들과 군인, 그리고 국회의원들은 그를 위한 방어 전략에 목숨을 건 듯했다. 불법 계엄 파동이후 국가 경제는 휘청거렸고 서민들의 삶은 더 위태로워졌다. 아렌트의 ‘악의 평범함’이 오늘의 현실에서도 너무도 당당하게 꿈틀거리고 있었음을 확인한 것이다. 사유하지 않는 자들의 평범한 악행이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음이다. 광주 민중항쟁에서 축적된 문제들이 그대로 드러났다. 또 △사이비 신념 △음모론의 확장 △확증편향의 선동과 억지 주장 등등의 부조리한 사태는 최소한의 이해마저 포기하게 만든다. 국정 책임자인 장관이라는 자는 법정에 나와 대통령의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고 변명
2026-02-23 편집국 기자
근대철학의 이단아인 스피노자(1632~1677)는 23살 때 ‘신을 다르게 이해한다’는 이유로 암스테르담 유대 공동체에서 파문을 당했다. 그는 이에 대항하지 않고 조용히 현미경과 망원경용 유리 렌즈를 갈아 만드는 일을 하며 철학 연구에 전념했는데 아쉽게도 1677년 2월 21일 44살이란 비교적 젊은 나이에 폐질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대표작 《에티카》는 그가 죽은 뒤 친구들이 원고를 정리해 출판한 것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어떤 신을 믿느냐?’는 질문에 “나는 바뤼흐 스피노자의 신을 믿는다”고 답했다. 우주의 조화로운 법칙을 경외했던 아인슈타인으로서는 ‘우주가 수학적 질서 속에서 필연적으로 움직이며, 그것을 이성으로 이해할 때 전 세계를 사랑하는 태도를 가지게 된다’는 스피노자의 철학에 끌리지 않을 수가 없었으리라. 실제로 그는 평생 스피노자를 존경했다. 물리학의 거인이 스피노자를 마음속에 품고 살았다는데 우리 가운데 과연 철학자를 마음에 두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최근 상선약수(上善若水,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를 말하는 노자의 도덕경에 마음이 끌리고 있지만 요즘처럼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뒤처지는 철학이 아닐까 싶어 선뜻 마음에 품지 못하
2026-02-23 윤영무 본부장 기자
우리는 사람들에게 그 사람을 규정짓는다고 여겨지는 몇 가지 특징이나 꼬리 표를 붙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무리는 항상 움직인다. 집에서는 외향적인 사람이 사람들이 모인 회당에서는 내 성적일 수도 있고, 강세장에서 지나치게 공격적인 주식 투 자자가 약세장에서는 지나치게 신중할 수도 있다. 행동은 ‘만약 ~라면 ~일 것이다’라는 조건문과 같은 맥락에 더 가깝다. 어떤 상황이 되면 이런 생각의 흐름과 저런 행동을 보이는 경향이 있지만, 다른 상황이면 전혀 다른 생각의 흐름과 행동을 보일 것이다. 이제 여러분은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 사용하는 범주들이 오히려 그들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것을 알아차리셨으리라. 우리는 정신 활동을 지각, 추론, 감정, 욕망, 행동과 같은 범주로 나눈다. 이는 뇌의 모듈식 구 조와 잘 맞아떨어진다. 시각은 머리 뒤쪽에서, 추론은 앞 쪽에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을 소용돌이의 집합체로 바라보면, 이 모든 다양한 정신 활동이 하나의 전체적인 과정의 일부로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에 직면하게 된다. 여러분이 느끼는 감정은 여러분이 보는 것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여러분이 보는 것도 여러분의 느낌에 영향을 미친다
2026-02-21 윤영무 본부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