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외유를 마치고 귀국했다.
이 회장은 당초 예정보다 하루 빠른 13일, 해외 출장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 회장은 3선 출마 여부에 대해 한 발 빼는 모양새롤 보였다. 이 회장은 "여러 분들을 만나 의견을 수렴하겠다. 빠른 시일 내에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의 수하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잉ㄴ 스포츠 공정위에서 이 회장의 3선 도전에 문제가 없다고 밝힌 상황.
그러나 이 회장은 속도 조절에 나선 모양새다.
경찰 조사가 아무래도 부담이 됐던 것으로 풀이 된다.
이 회장은 최근 각종 비리 혐의를 받으며 경찰에 수사 의뢰된 상태다.
정부는 10일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을 비롯한 간부와 직원 등 8명의 비위 혐의를 다수 발견했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공직복무점검단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체육회 직원 부정채용(업무방해), 물품 후원 요구(금품 등 수수), 후원 물품의 사적 사용(횡령), 예산 낭비(배임) 등의 비위 혐의 확인 결과를 발표했다.
점검단에 따르면, 우선 이 회장은 국가대표선수촌 훈련 관리 담당 직원으로 자기 딸의 대학 친구인 A씨를 부당 채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대표선수촌 훈련 관리 담당 직원은 국가대표 경력과 2급 전문스포츠지도자 자격 등이 필요하지만 이 회장 딸의 친구는 이 자격을 충족 시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회장은 선수촌 고위 간부에게 이력서를 전달하고 자격 요건 완화를 여러 차례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장은 자격 요건 완화 시 연봉 하향 조정이 필요하다는 내부 보고를 묵살했고 요건 완화를 반대하는 채용 부서장을 교체하기도 했다. 결국 A씨는 32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 채용됐다.
선수촌의 한 고위 간부는 이 회장의 승인하에 일부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제공할 물품 비용을 특정 종목 단체 B 회장에게 대납해달라고 요구했다. B 회장은 이 회장과 오랜 친분이 있는 사이로, 올해 초 이 회장에게 파리올림픽 관련 주요 직위를 맡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B 회장은 실제로 희망했던 직위를 맡았고 물품 구매 비용으로 약 8000만원을 대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회장은 체육회 마케팅 수익 물품 중 휴대전화 20대를 포함한 약 6천300만원의 물품을 회장실로 배당받아 배부 대장 등에 기록하지 않고 지인 등에게 무단으로 제공한 혐의도 받는다.
다른 부서에 배정된 3500만원 상당의 신발·선글라스 후원 물품도 일방적으로 회장실로 가져와 1600만원어치의 물품을 자신이 직접 사용하거나 방문객들에게 임의 제공한 혐의도 있다.
이 밖에 체육회가 입장권을 선구매하고, 이후 필요 없게 된 입장권의 환불 조처를 하지 않는 등 체육회의 예산 부적정 관리와 낭비 실태도 드러났다.
선수촌의 한 고위 간부는 후원사에 직접 연락해 4705만원의 침구 세트 등을 후원받아 선수촌에 별도 보관하며 자의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경찰 조사도 결국 이 회장의 3선 도전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선거에 나가면 당선 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일단 회장이 된 뒤 사안을 정리하는 쪽으로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대한 체육회 문제에 밝은 한 체육인은 "이 회장은 지지층이 단단하다. 선거인단 40% 이상의 탄탄한 콘크리트 지지층을 갖고 있다. 지금처럼 다른 후보들이 난립하는 상황이라면 당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고 할 수 있다"며 "경찰 수사에 임하는 것도 회장이 된 것과 아닌 것은 차이가 클 수 있다. 체육회 회장과 IOC 위원이라는 명패가 경찰 수사의 방탄이 될 수 있다고 판달할 가능성이 크다. 경찰 조사 여부도 이 회장의 출마를 막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회장이 의견 수렴을 하겠다는 건 전국을 돌며 지지층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회장 당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물러나라고 조언하는 측근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회장이 되면 증거를 인멸하는데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현재 권력에 도전장을 낼 수 있는 내부 인사는 많지 않다고 봐야 한다. 어떻게든 회장이 되려고 노력할 것이 분명하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