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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블록버스터 항암제' 유한양행 렉라자 탄생 비결

유한양행, 렉라자 기술료 유입으로 전년대비 '영업이익 690%' 성공 가도
공격적인 R&D·오픈이노베이션 주효... 얀센 ‘렉라자’로 연매출 6조 기대

 

 

세계 의약품 시장규모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배가 넘는 성장세를 보이며 반도체 산업의 2배 이상인 약 2000조원 규모로 커졌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반도체, 친환경 자동차와 더불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3대 주력 산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국내 제약바이오 시장은 글로벌 시장 2000조에 비하면 20조로 미미한 상황이다. 글로벌 신약을 만들기까지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인데, 신약개발 평균 14년, 임상 전 동물임상 성공확률은 3%, 1상은 5%에 불과하다.

 

그래서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표적치료제 ‘렉라자’의 FDA(미식품의약국) 승인은 의미가 깊다. 다국적제약사의 독과점 영역이나 마찬가지였던 항암제 시장을 뚫었다는 것 자체가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의 역사적인 쾌거라는 평가다. 

 

유한양행은 올 3분기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유한양행의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545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690% 증가했다. 이번 실적을 견인한 것은 ‘렉라자’의 기술료다.

 

유한양행은 2018년 존슨앤존슨의 자회사인 얀센에 렉라자의 글로벌 개발·판매 권리를 12억 5천500만 달러(약 1조6천억원)에 팔았다. 지금까지 얀센으로부터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 2억1000만 달러(한화 약 2814억 원)를 수령했고, 추가 개발과 판매에 따라 7억4000만 달러를 받을 수 있다. 현재 얀센의 ‘레이저티닙(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유럽, 일본, 중국에서 허가과정이 진행되고 있어 추가 마일스톤 유입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한양행의 렉라자가 비소세포폐암 표적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은 것은 국내외적으로 의미가 크다. 로이터통신 등 해외 언론은 렉라자의 FDA 승인을 두고 폐암시장을 독점하고 있던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와 정면 승부가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타그리소의 전 세계 매출은 한화 약 8조에 달한다. 얀센은 이번 허가로 향후 최대 6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국내 첫 블록버스터급 신약 탄생이 머지않았다. 국제적으로 볼 때 규모가 작은 유한양행이 어떻게 다국적제약사들을 뚫고 글로벌 신약 ‘렉라자’를 내놓을 수 있었을까. 흔들리지 않고 뚝심 있게 한 길을 걸어온 유한양행의 성공 비결을 살펴본다.

 

◇ 창업주 유일한 박사의 ‘기업정신’

 

유한양행은 창업주 유일한 박사의 “가장 좋은 상품을 만들어 국가와 동포에게 도움을 주자”는 경영이념을 따라 적극적으로 사회공헌사업을 벌여 온 제약사로 명성이 높다. 

 

서울 노량진에 위치한 유한양행 건물 1층에는 창업주 유일한 박사의 기념관이 마련되어 있다. 전시되어 있는 그의 어록에는 “사람은 죽으면서 돈을 남기고 또 명성을 남기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값진 것은 사회를 위해서 남기는 무엇이다”라고 적혀있다.

 

 

이런 창업주의 정신이 잘 드러난 것이 바로 2023년 렉라자의 조기공급프로그램(EAP)이다. 유한양행은 M이코노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회사는 제약사의 본질인 의약품 접근성 향상을 위해 다방면으로 고민하고 실천하고 있다”고 말하며 2023년 렉라자의 조기공급프로그램(EAP)을 소개했다.

 

지난해 렉라자는 비소세포폐암에 대한 1차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올해 1월 급여가 결정되기까지 6개월의 시간동안 유한양행은 의료기관과 환자 수에 제한 없이 치료가 필요한 폐암 환자에게 렉라자를 무료 공급했다. 기업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창업자의 철학을 잇기 위한 통근 결단이었다. EPA로 총 900여명의 환자가 혜택을 봤다. 액수로 따진다면 약 31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당시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이사는 “투병만으로도 힘든 폐암 환자 분들이 치료에 대한 경제적 부담까지 떠안는 것을 막고자 사회 환원이란 중요한 이념을 바로 실천하고자 한다”며 렉라자 EAP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 정신은 렉라자 탄생에도 주효하게 작용했다. ’렉라자‘와 얀센의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 중개연구부터 1~3상 연구를 모두 이끈 연세암병원의 조병철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연구를 이끌 수 있었던 원동력은 ’헐벗고 굶주리며 질병에서 허덕이는 국민들을 구하기 위해 제약회사를 설립했다‘는 유일한 박사의 말이었다. 이 말을 듣고 연구를 통해 국가에 보은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렉라자가 사명이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 오픈이노베이션의 모범사례가 된 ’렉라자‘

 

유한양행의 글로벌 신약 성공은 과감한 R&D 투자와 꾸준한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한양행은 제약바이오 분야의 핵심경쟁력인 신약개발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매년 10% 이상을 R&D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 4일 발표된 기업설명(IR) 자료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올해 3분기에만 903억 원 규모의 연구개발 비용을 사용했다. 1년 전보다 2배 이상 많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연구개발 비용은 1894억이다. 국내 5대 제약사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규모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해외 제약기업으로부터 받은 자금은 대부분 재투자하여 R&D 선순환구조를 구축하고 있다"며 "417명의 전문 인력이 다양한 연구개발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고 우수한 석박사 인력 확보와 R&D 인력의 역량 강화에도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유한양행은 공격적인 R&D 전략을 택하고 있지만,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효율성도 놓치지 않았다. 오픈이노베이션은 연구, 개발, 상업화 과정에서 외부 파트너의 기술 또는 지식을 공유함으로 개발의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유한양행의 신약 연구과제 중 50% 이상이 외부협력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렉라자 또한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발굴한 신약으로 유한양행이 오스코텍의 자회사 제노스코로부터 도입한 물질이다. 유한양행은 렉라자 성분인 ’레이저티닙‘ 도입 후 핵심역량을 집중시켜 공정개발과 물질 최적화, 전임상 및 초기 임상시험을 진행해 레이저티닙 가치를 끌어올렸다.

 

이로부터 3년 뒤인 2018년 유한양행은 레이저티닙을 글로벌 제약사 얀센에 총 1조 4000억 원에 기술수출하게 된다.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레이저티닙에 대한 개발, 제조 및 상업화에 대한 독점적 권리에 대한 조건이었다.

 

제약바이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한양행이 얀센과 맺은 계약이 오픈이노베이션의 교과서적인 사례라고 극찬했다. 이 관계자는 M이코노미뉴스와의 통화에서 “유한양행은 R&D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이것이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맺은 열매가 바로 렉라자”라고 강조하며 “신약개발에 1조원 이상 드는 상황에서 가능성 있는 후보물질을 개발해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 수출하는 것은 효과적인 신약개발 프로세서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 얀센과의 긴밀한 협력으로 빠른 'FDA 승인' 이뤄

 

렉라자의 임상진행은 코로나19 팬데믹,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 국내외적인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유한양행은 이를 모두 극복하고 빠른 FDA(미식품의약국) 승인을 이뤄냈다. 이것은 유한양행과 글로벌 제약사 얀센과의 긴밀한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유한양행은 2018년 얀센과의 계약 이후 국내에서 레이저티닙의 단독요법 개발에 들어갔다. 얀센에서 진행한 병용요법 ’마리포사(MARIPOSA)‘보다 먼저 시작된 ‘LASER301’은 EGFR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임상3상 시험이었다.

 

비소세포폐암 시장을 오시머티닙(타그리소)가 독점하고 있던 상황에서 유한양행의 ‘LASER301’ 성공 여부는 마리포사 연구의 성공 여부도 미리 알 수 있는 중요한 연구였다. 유한양행은 계획한 기간 내 성공적으로 환자를 모집하고 시험 중 관찰한 안정성 및 유효성 결과를 잘 정리해 얀센과 공유했다. 다행히 연구는 정해진 시간 내 좋은 결과를 도출했고, 병렬로 진행되던 마리포사 연구도 자신감이 붙어 속도를 낼 수 있었다. 마리포사의 좋은 연구결과는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 요법’의 FDA 신속 승인으로 이어졌다.

 

유한양행은 렉라자의 빠른 FDA 승인 비결에 대해 파트너사인 얀센과의 협력을 꼽았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공동개발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각 업무영역에서 정기적인 실무논의를 진행했다. 유기적인 협력 모델을 사전에 구축해 놓았기에 레이저티닙과 아미반타맙의 병용요법에 대한 FDA 심사에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제2의 렉라자, 면역항암제·알레르기 치료제 유력

 

렉라자 성공 이후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제2의 렉라자 찾기에 열중하고 있다. 유한양행도 마찬가지다. 유한양행은 차기 렉라자로 면역항암제와 알레르기 치료 물질을 꼽았다.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YH32367’은 현재 한국과 호주에서 글로벌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YH32367’은 HER2 발현 종양세포에 결합해 암세포를 공격하고 T면역세포를 활성화시키는 이중항체다. HER2 발현 암은 유방암, 위암, 담관암 등의 고형암이다.

 

알레르기 치료 후보물질 ‘YH35324’도 최근 인상적 임상 결과를 발표하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유한양행에 따르면 YH35324는 기존 치료제 졸레어(성분명 오말리주맙) 대비 더 강력하고 지속적인 IgE 억제 활성을 보인다. 현재 YH35324의 임상 1b상을 진행하고 있고, 만성 두드러기 환자를 대상으로 예비적 개념 증명(PoC) 임상 1상도 진행 중이다.

 

유한양행은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통해 달성한 렉자라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제2, 제3의 렉라자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약 개발 선순환 구조를 바탕으로 창립 100년을 맞는 2026년에는 연매출 4조원을 달성해 ‘글로벌 50대 제약사’에 진입한다는 목표다.

 

유한양행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연구개발에 대해 매년 매출액의 10%를 투자하고 있다. 향후에도 혁신신약 개발을 위한 투자와 새로운 기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협력도 지속할 예정이다. 신약개발 방향성은 앞으로도 오픈 이노베이션에 두고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혁신적인 후보물질 발굴과 상업화에 필요한 모든 부문에서의 역량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항암, 대사, 면역염증 등 세 가지 주요 질환 분야에 주력하여 파이프라인을 고도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유한양행의 ‘렉라자’ FDA 승인을 두고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의 역사적 쾌거라고 높이 평가했다. 관계자는 M이코노미뉴스와의 통화에서 “국제적으로 볼 때 규모가 작은 국내 업체가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혁신을 통해 신약강국이자 세계 제약바이오시장인 미국에 입성한 것은 의미가 크다. 더불어 국내외 기업이 협력한 렉라자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한층 각별하다”고 소감을 밝히며 “이번을 계기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개발한 국산 신약의 위상이 제고되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이 한층 가속화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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