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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우리는 왜 종족번식을 하지 않는가

1.철학자들이 생각하는 인구문제
2.스위스 사람들은 뭐가 다른가
3.이승만의 토지개혁과 미래 농지개혁

지난 2007년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 대표가 대선에 출마해 "결혼수당 1억 주겠다"를 내걸었던 당시, 시민들은 비웃거나 '생뚱맞다'는 반응이었다. 17년이 지난 지금 국회의원들이 너도나도 '출산 공약'으로 내걸고 결혼과 출산을 돈과 연계시키고 있다.

 

 

'저출산 공포'에 정부는 그간 280조에 가까운 저출산 예산을 쓰고도 저출산·고령화 해법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본지는 미래세대의 생존이 걸린 '저출산 문제'의 해법을 위해 3가지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던져본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30대 대기업 직장인 김 모씨는 '미혼으로 사는 첫번째 원인을 '금전 문제'로 꼽았다. "부모님이 경제적 지원이 없이는 서울 전세 아파트에 살기도 힘들다"며 "자녀는 갖고 싶지만 경제적으로 아둥바둥 살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에 사는 40대 영어강사 이 모씨는 최근 데이트 어플에서 남자친구를 찾고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 쉬지 않고 일해서 주택, 혼수 등 결혼 준비는 됐지만 내가 찾는 짝이 없다"며 "만약 결혼을해도 자녀는 낳고 싶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저출산 정책 봇물… 육아휴직 급여 등 숫자에 집중

 

용혜인 기본소득당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기본소득당 1호 법안으로 18세 미만의 모든 아동에게 매월 30만 원씩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아동 기본소득법을 발의했고, 18일에는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성남 중원)이 아동복지 제공 및 재원 마련 촉구 관련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 5법’을 발의했다.

 

 

19일 정부가 응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인구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한다"며 저출생 문제 극복을 위한 범국가적 총력대응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저출생 추세를 반전하기 위한 대책으로 ‘육아휴직 나눠 쓰기’ 정책을 내놨다. 단 2주짜리 '초단기' 육아휴직도 가능한 이번 정책엔 여름휴가 기간에 연차휴가 대신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정책이 담겨있다.

 

육아휴직 급여는 최대 월 250만원으로 높여 경제적 부담을 덜고, 육아휴직을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육아휴직 급여는 최대 연 2천만원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는 더 유연하게 적용해 반차, 반반차 등 '시간단위 휴가' 문화가 조성될 수 있도록 한다.

 

또 주거 부담 완화와 관련해선 출산 가구 대상 주택 공급을 12만호 이상으로 확대하고, 신생아 우선공급 비율(민간분양 35%)을 늘리거나 신설한다. 또 신규 출산가구의 경우 특별공급 재당첨 기회를 1회 추가 허용해준다. 신생아특례대출 소득기준은 2억 원에서 2.5억 원으로 3년간 한시적으로 완화(2025년 이후 출산 가구 기준)하고,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 소득 요건도 현행 75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완화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저출생 대책의 재원 마련과 관련해 "인구위기가 경제·안보위기라고 생각한다"며 "재정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한 예산을 우선적으로 저출생 대응에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윤석열 정부의 저출생 대책에 대해 용혜인 의원은 "위기 수준에 맞는 파격적인 대책이 전혀 없었다고 본다. 그동안 저출생 대책으로 논의된 정책 중 최소한의 수준을 반영했다고 보인다. 더군다나 초저출생의 근본적인 원인인 소득·노동의 문제나 젠더 불평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 또한 보이지 않았다. 전형적인 겉치레 처방이라고 본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면 우리는 어디서 그 해법을 찾아야 할까?

 

'나는 왜 태어났는가?' '우리는 섹스를 하고 사는가?'와 같은 근본적인 물음에서 다시 시작해 보자.

 

19세기 독일 철학자 포이엘바하는 "인간은 성욕밖에 없는 동물이다"고도 말했다. 인간마다 삶의 목적과 목표가 다르지만 인간 본능에 관한 이 대답에 물음표를 던지기는 힘들 것이다.

 

올해 105세인 한국 최고령 철학자인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김형석, 백 년의 지혜’ 출간회에서 “100살이 넘어도 스스로 ‘나는 왜 태어났는가’를 물어본다고 말했다. 그는 “오래 살아 좋은 건 남들보다 많은 가족이 생겼다는 것”이라고 말하며 “그들을 끝까지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다 보면 열심히 살지 않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최근 7년간 전국 합계출산율 1위를 기록한 해남군의 지역민 외부유출은 충격을 준다. 장려금을 수령한 다수 인원이 타 지역으로 이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남군은 출산장려금을 기존 5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6배 늘렸고, 둘째 출산장려금도 120만원에서 350만원으로 2.9배 높였다.

 

지난해 감사원이 발표한 '저출산·고령화 대책 성과분석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해남군에서 출산장려금을 지급받은 여성 10명 중 3명이 출산 6개월 내에 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후 3년간 출산장려금을 받은 아이 중 26%, 어머니 중 22%가 해남을 떠났다.

 

출산장려금 수령 이후 해남군을 떠난 인구로 미뤄보았을 때 출산장려금 정책은 사실상 실패한 셈이다. 단기적인 출산 장려금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한편 이같은 현상은 비단 해남군만의 일이 아니다. 해남군을 비롯해 전남 영암·장성군, 강원도 인제군 등 2014~2018년 평균 합계출산율 상위 4개 지역에서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지역들은 최대 1,000만원(장성군 4자녀 이상 기준)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했으나, 49세 이하 인구수가 감소해 총인구수가 점차 줄고 있다.

 

◇이승만의 토지개혁과 미래 농지개혁의 필요성

 

우리는 AI 시대에 살고 있지만 한국은 수출 확대와 내수시장 활성화를 통해 발전해야하는 나라다. 흔히 일반 직장들의 '거시적인 나라 발전'을 고민하지 않는다.

 

당장 내일 뭐 먹을지, 뭘 할지를 생각하기에도 바쁘다. 정부는 점점 개인 중심적으로 변하는 젊은 세대에게 '나도 내 집을 장만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 될만한 희망의 요소들을 제공해야 변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올해 김덕영 감독은 1월 ‘건국전쟁’ 통해 이승만의 가장 큰 업적인 토지개혁과 한미수호방위조약을 다뤄 이슈가 된 적이 있다.

 

6.25 전쟁이 발발하기 2개월 전, 북한은 지주계급의 땅을 무상 몰수 후 소작농들에게 분배 이후 평생 산출물의 30%를 세금으로 내게 했다. 그 결과 지주계급은 토지개혁에 반발했고 남한으로 이주하고, 나아가 반공 세력이 되기도 했다.

 

반면 남한은 지주계급에게 약 1만평 정도만 소유하게 하고 그 이상의 토지는 돈을 주고 샀다. 말 그대로 외상으로 땅을 사온 경우다. 소작농들에겐 유상으로 땅을 배분하였는데, 그 조건은 5년간 산출물의 30%를 땅값으로 갚는 것. 5년간 갚으면 그 이후부터는 땅의 소유권을 갖게 했다.

 

이승만 정권의 소작농들은 더 열심히 일하고 전쟁 후에도 내 땅을 지키기 위해 국군의 편이 됐다. 한반도에서 실질적으로 소작농이 사라진 첫 번째 개혁이다. 돈이 필요하면 땅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었고, 땅을 팔 수도 있었다.

 

농민들은 땅이 생기니, 자녀 교육에 관심을 돌렸다. 70~80년대 땅 팔아서 자식들 대학에 보냈다. 그 교육으로 인해 고급 인력이 배출되기 시작했고, 그들이 60~70년대 산업화의 일군으로 활약하게 된다.

 

현재로 돌아와, 정부는 국가 생존 프로젝트를 통해 국가 소유의 '놀고 있는 땅'을 개인 활당량을 분배해 젊은 세대에게 제공한다면 새로운 삶의 동력을 갖게 될 수도 있다. 혹자는 '무슨 허무맹랑한 소리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처럼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상에 태어나 '나만의 땅'을 소유한다는 의미는 지금의 미래 세대에게 앞날의 살아갈 자양분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한국의 젊은 세대들이 결혼을 기피하고 출산을 회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금전적인 문제와 결혼에 대한 회의감이다. 만약 내 부모가 부가 있다면 그들이 일궈 놓은 재산을 능가할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 힘들고, 출산과 육아는 상상만 해도 아득하니 결혼할 엄두도 못 내는 것이다. 

 

◇스위스처럼 국가를 신뢰할 수 있다면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105,670달러(2024년 기준)인 스위스는 4개 국어를 표준으로 삼고 있으며 각 주마다 표준언어가 모두 다르다. 대학을 졸업한 지식인들은 영어는 물론이고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등이 유창하다. 스위스 사람들은 대개 보수적인 경향이 강하지만 자신들이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스위스는 비즈니스 개방성 측면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경제적으로 안정적이고 안전하며 부패가 가장 적은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사람들이 스위스에서 살고 싶게 만드는 힘이 핵심이다. 사람들이 스위스를 좋아하는 점은 높은 신뢰성과 예측 가능성 때문이다.

 

스위스의 국가 브랜드의 프라이드는 자유분방함과 자신감에서 나온다. 유럽의 작은 나라이지만 부패가 적고 개개인을 신뢰한다.

 

한국의 경우, 올해 초 세계 각국의 청렴도를 평가하는 ‘2023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 조사에서 180개국 중 32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100점 만점에 63점을 차지해 평가 대상 국가 중 32위를 기록했다. 순위가 하락한 건 7년 만에 처음이다.

 

이처럼, 저출산 공포를 벗어나기 위해선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와 자아실현 욕구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부를 믿을 수 있는 저출산 지원체계의 일관성과 육아 인프라를 구축하는 장기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눈앞에 보이는 금전적 혜택에 치중하기보단 아이를 행복하게 키울 수 있는 공동체 문화를 조성하는 데 국가의 명운을 걸어야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무기력해진 수많은 젊은 세대들에게 억지로 결혼과 출산을 권할 수 없게 됐다. 그렇다면, 인구절벽 벼랑 끝에서 외마디 비명처럼 다시 외쳐보자. 우리는 왜 태어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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