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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말'은 정치인들의 잠재적 덕목

좋은 말이 성공을 이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의 피습 이후에 여야 강성 지지층 중심으로 온라인서 적개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여야 정치권은 자성 대신 극단적 대립으로 맞서면서 정치가 국민의 증오를 부추겨 총선을 앞두고 또 테러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어쩌다가 우리나라의 민주정치가 증오의 정치가 되어 국민의 일상을 잠식하는 것일까?

 

증오의 정치를 끝내려면...

 

자신이 피습을 당한 뒤 보름 만에 당무에 복귀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최고위원회에서 "법으로도 죽여보고 펜으로도 죽여보고 그래도 안 되니 칼로 죽이려고 하지만 결코 죽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왜 이 대표는 이 대표다운 말씀-이를테면, 증오를 전파하는 일을 끝내자-가 아닌 폭력집단에서나 주고받을 만한 섬뜩한 단어를 인용하며 주어가 빠진 말을 했던 것일까? 필자로서는 그의 속내를 알 도리가 없지만, 결국 말이나 글은 자기 자신의 강박증이 표출되어 나오는 것이니, 당시 이 대표의 심사를 괴롭히는 뭔가가 있었을 듯하다.

 

강박증이라고 해서 모두다 몹쓸 건 아니다. 나라를 위해, 국민을 위해 가장 좋은 말을 해야 하겠다는 정치인들의 강박증은 오히려 무언가 가치 있는 길을 찾아서 정치인들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강력한 에너지다.

 

평화와 협력, 저출산의 회복, 지방의 소멸, 빈익빈 부익부의 해결, 국민 복리. 저성장 미래 경제 극복, 세계 시장 확대 등에 대한 강박증은 총선에 나서는 정치인들이 우리 국민을 이끌어야 할 잠재적 덕목이지 않을까도 싶다. 그러므로 상대를 비난하고 증오의 감정 표출 등 부정적인 강박증이 아닌 긍정적 강박증이라면 괘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솔직히 우리는 알게 모르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엄청난 강박충동의 조종을 받으며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정치는 말이고 말이 곧 정치

 

말이 정치고 정치는 곧 말이다. 잠을 자기 전,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오늘 어떤 말을 해야 할까를 깊이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정치인들은 TV든 신문이든, 책이든, 유튜브든 그 출처가 무엇이든 대중을 감동시킬 오늘의 말을 만들어야 하는 크리에이터다. 그러니 할 말을 시원하게 할 수 있는 정치인들의 삶이 부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엄청나게 스트레스가 만만찮은 직업인이기도 하다. 이에 비해 기자들은 그들의 말을 받아서 먹고 산다면 너무 지나친 말일까?

 

“가련한 정치가들! 그들은 너무나 큰 고통을 짊어지고 있다. 좋은 말로 국민을 감동시키지 못하고 상대방을 비난하기만 한다. 그게 꼬박꼬박 챙겨가는 세비(歲費)의 대가라고 착각한다,” 고 필자의 지인이 정치인들을 싸잡아 조롱하며 말했다. 정치인이라고 다 같은 정치인이 아니다. 크게 3부류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국가 우선의 강박증을 가진, 언제나 현명하고 노련한 그리고 존경받는 정치지도자다. 영어로 ‘Statesman’이라 한다. 영국의 처칠 같은 사람일 것이다.

 

두 번째로 정당에 소속돼 자신의 이익과 권력만을 위해서 정치를 하는 사람. 영어로 ‘Political Man’이 있다. 세 번째가 거짓 주장과 약속 그리고 이성보다 감정에 기반한 주장을 하여 지지를 얻으려는 정치지도자로 영어의 ‘Demagogue’가 있다. 정치인을 분류해 놓고 보면 그들의 말이 같을 수가 없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 더구나 좌우가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가짜뉴스가 범람하는 요즘엔 정치는 스팸메일, 온갖 쓰레기 같은 말이 횡행하지 않는 곳이 없다. 귀를 막아도 들리고 눈을 감아도 보인다.

 

정치인들에겐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무지무지한 특권, 엎지른 말도 주워 담을 수 있는 하늘이 부여한 천부(天賦)의 권리가 있다. 그러므로 정치인들의 말은 눈물을 넘어 진실을 파고들어야 한다. 그게 원칙이다. 이 원칙을 벗어나 자신의 에고(ego)를 국민에게 보여주고 싶은 대로 말해 선 안 된다. 언행일치를 보여줘야 한다.

 

선한 말은 뼈에 양약(良藥)이 되느니...

 

이러한 이유로 필자는 정치인의 말 혹은 글은 종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말과 글은 자신들의 음흉한 권력의 흉계를 덮고 있는 딱딱한 껍질을 벗겨내고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향해 다가가 다정하게 소통하여 하늘과 이어주는 동아줄 같은 것이다. 우연히 필자가 점심을 먹으러 들어간 여의도의 어느 식당 벽에 액자로 걸려있는 성경 말씀이 있었다.

 

“선(善)한 말은 꿀 송이 같아서 마음에 달고, 뼈에 양약(良藥)이 되느니라”-잠언 16장.

 

선조들은 남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절대 해서는 안 되고 말하기 전에 세 번 생각하도록 버릇을 들였다. 우리가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난 후 6개월부터 배우기 시작한 말은 죽을 때까지 지난한 과정을 거쳐도 완숙의 지경에 다다르기 어렵다. 글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니 정치인이 세상을 향해 어떤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거들랑 먼저 자신을 발가벗기고 바보가 되어 종이 위에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적어보시라. 한 번에 되는 일은 세상에 없다. 제대로 된 말과 글이 나오려면 특히 많은 훈련이 필요하니까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자신에게 여유를 주면서 나라와 민복(民福)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 심사숙고를 해주시라.

 

그러다 보면 왜 이 말을 꼭 해야 하고, 목적지가 어딘지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전혀 생각지 못한 목적지가 나타날지 모른다. 말과 글은 4분 만에 나오는 패스트푸드가 아니기 때문이다. 말과 글은 천천히 익어가는 요리다. 하지만 시작 단계에 있는 그 음식이 구이가 될지 바비큐가 될지, 스프가 될지를 아직은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니 말조심을 해야 한다.

 

우리 국민 모두 개개인의 삶이 모든 순간순간이 귀하다. 그런 순간순간을 놓치지 않고 말로 표현해 주는 사람이 곧 정치인이다. 의미 없이 보이는 작은 부분들마저도 역사적인 것으로 옮겨 놓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인생의 모든 면에 대해 한 모금의 물, 식탁에 묻어 있는 커피 얼룩에 대해서까지 “그래!” 하고 긍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정치인이다. 지극히 평범하면서 동시에 신화적인 우리들의 삶이 힘이 든다 해도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가게 할 수 있어야 하며 어제 죽은 사람이 그토록 살아보고 싶어 한 하루, 하루를 가장 보람되게 신나게 살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사람. 선량(選良)들은 그런 하루, 하루를 사는 국민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말을 해야 한다.

 

하루하루를 사는 국민을 위쪽으로 하고 용기를 주는 말

 

TV 카메라 앞에서건, 유세장이건, 식사 자리건, 동료 시민들과의 대화 건, 어느 자리에서든 우리의 삶을 이루는 모든 것에 대해 경건하게 “네!”라고 긍정적으로 말해 줘야 한다. 아울러 정치인은 두 귀가 부처님처럼 커야 한다. 관음(觀音)은 중생의 소리를 보는 것이 아니다. 소리를 어떻게 보겠는가. 듣지 않으면 절대 좋은 말을 할 수 없다. 귀로만 듣지 말고 온몸으로, 피부로, 위장과 심장으로, 머리카락으로 들어주시라. 듣는 것은 곧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정치인이 국민의 소리를 더 깊이 들으려 하면 할수록 더 좋은 말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런 말을 해야 국민이 귀를 활짝 열어준다.

 

지난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피습으로 인한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 한 중학생에게 피습을 당했다. 그러자 다음 날부터 소셜 미디어ㅡ온라인 커뮤니티, 유튜브 등에서 여야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또다시 극단적인 증오 발언과 허위정보가 쏟아져 4. 10총선을 앞두고 ‘증오의 문화’가 국민의 일상을 잠식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방치하면 한국도 머지않아 의회 난입 사태가 발행한 미국처럼 혐오가 실제 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동아일보(1월 27일 자)에 따르면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 중학생에게 돌로 습격을 당한 다음 날부터 야권 강성 지지층은 중학생이 그 시간에 배 의원이 해당 건물에 올 것을 어떻게 알고 기다렸을까? 내부자 소행 아니냐는 등 여권 내부의 자작극설을 제기했다. “배의원이 별 상처도 안 났으면서 언론플레이를 하려고 한다”는 등의 막말과 비난도 잇따랐다.

 

여권 강성 지지층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피습으로 곤욕을 치렀으니 복수하라고 누군가를 가스라이팅해 배현진 의원을 테러했다”, “이재명 대표 피습이 자작극인 것이 들통날까 두려워 다른 정치 테리사건을 일으킨 것”이라는 음모론이 올라왔고, “ 좌파들이 어디서 돌멩이 들고 사람 폭행하나, 너희들, 내가 똑같이 해줄까?” 같은 보복 위협 적힌 글도 올라왔다.

 

여야는 이날 오전만 해도 이 대표 피습 직후처럼 ‘증오를 전파하는 일을 끝내자’는 자성론을 펼쳤다. 하지만 이날 오후부터 배의원 피습의 경찰 책임론을 두고 다시 싸우기 시작하면서 “ 정치권이 다시 증오를 키운다,”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배 의원에 대한 테러는 이 대표에 대한 정치 테러 사건을 축소 왜곡한 경찰의 소극적 수사가 낳은 참사”라고 정부 여당을 공격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 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은 테러 폭력을 바라보는 시각도 참 삐뚤어졌다”면서 “구시화문(口是禍門-입이 화를 부르는 문)”이라고 맞받았다.

 

말과 글, 조상들이 만든 한 글자의 의미를 새겨라

 

우리나라 조상들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상-이를테면 해, 달, 흙, 말, 글, 돈, 입, 밥, 쌀, 비, 몸, 손....등등처럼-을 한 글자로 만들었다. 두말하면 잔소리니까. 그 가운데 소통의 수단으로 말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했는지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고 가르쳤다. 증오의 정치가 일상을 잠식하는 이유는 정치인들이 곱지 않은 말을 쓰기 때문인 것을 알았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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