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프라이즈’ 말 넣기- 프로들이 사용하는 가장 간단한 기술
사람들은 서프라이즈에 약하다. 깜짝 놀랄 무언가를 보고 싶어하고 체험하고 싶어 한다. 알고 받는 장미 100송이보다 갑자기 “이거, 선물!”하고 내미는 장미를 받고 싶어 한다. 자동차 회사가 신형 자동차를 발표할 때 천을 씌워 가리는 것도 서프라이즈를 만들기 위해서다.
서프라이즈을 일으키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느낌표(!)를 찍는 것이다. 느낌표가 붙은 때와 안 붙은 때는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좋아해/ 좋아해! 어느 쪽이 강해 보이는가? 느낌표가 붙은 쪽이다. 돈가스 덮밥/ 돈가스 덮밥! 똑같은 돈가스 덮밥이라도 느낌표가 붙은 돈가스 덮밥은 뭔가 주장하고 싶은 것이 있다는 느낌을 줘서 손님들의 흥미를 끌게 할 수 있다.
서프라이즈를 만드는 요령은 1)하고 싶은 말을 정한다. 2) 현장에 적당한 서프라이즈 말을 넣는다. 뚝딱 10초면 완성된다.
‘(.......)!’ ‘깜짝이야, ~’ ‘그래, ~’ ‘자, ~’ ‘사실은, ~’ ‘대단해, ~’ ‘믿을 수 없어, ~’ ‘아, !’ 등이다.
그럼 문제를 내보겠다. ‘오늘은 날씨가 좋다’를 ‘서프라이즈 말 넣기’를 활용해 강한 말로 만드시오. 오늘은 날씨가 좋다는 말은 지극히 평범해서 마음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정말이라는 서프라이즈 단어 를 넣어보자. ‘오늘은 정말 날씨가 좋아요.’ 어떤가, 단순할 수 있지만 원문보다 인상에 남지 않겠는가. 정말 이외에도 서프라이즈 표현은 많이 있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요!” “오늘은 너무너무 날씨가 좋아” “진짜야, 오늘은 날씨가 좋아” “와, 오늘 날씨가 좋네”
쉽다고? 하지만 깔 봐서는 안 된다. 프로들이 이 방법을 자주 사용해서 강한 말을 만든다.
일본에서 꽤 유명한 “그래, 교토, 가자, JR도카이”도 그런 방법을 쓴 표현이다. 이 문장에 서프라이즈를 넣지 않으면 “교토, 가자”로 상당히 직접적인 표현이 된다. 그 정도로 감정이 움직이겠는가?
또 다른 예를 보자. TV광고로 친숙한 “아, 고바야시 제약” 이라는 말이 있다. 만약 여기에 서프라이즈 말을 빼면 단순히 “고바야시 제약”이라고 회사 이름만 남아버려 시시해진다. 우리가 흔히 쓰는 “이 맛이야!”라는 말에도 서프라이즈 강조의 말이 들어가면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바로 이 맛이야”이라든가, “캬, 바로 이 맛이야” 로 강조하면 전혀 느낌이 달라지고 더욱 더 생동감이 넘치는 말이 완성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캬’ 대신 ‘으음, 음’ 이라는 감탄사 를 넣어도 좋을 것이다.
서프라이즈에 해당하는 말은 위에 예를 든 것 말고도 많고 많을 것이다. 익숙해지면 자신의 아이디어를 써보시라. 다만 서프라이즈는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을 때 의도적으로 쓰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말이 단조롭다고 생각 될 때, 깊은 인상을 주고 싶을 때, 강한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 가볍게 쓸 수 있다.
“국민의 뜻대로, 민생 속으로” 라는 현수막 구호의 의도는 알겠지만 내게는 와 닿지 않는다. “아! 무지하게 아픈 회초리, 이제 국민의 뜻대로, 민생 속으로”라고 서프라이즈 말을 넣었더라면 국민의 마음이 조금은 더 움직이지 않았을까?
공백 만들기 -오바마 대통령, 무라카미 하루키도 사용하는 마음을 움직이는 기술
먼저 아래 문장을 읽어보자.
“넘버원이 되지 않아도 좋아, 가장 특별한 온리원(only one)”-일본 그룹 SMAP의 노래 〈세상에서 하나뿐인 꽃〉
“사건은 회의실에서 일어나지 않아! 현장에서 일어난다’-영화 〈춤추는 대수사선〉의 대사
“너를 위해 팀이 있는 게 아냐, 팀을 위해서 네가 있는 거다! 만화 〈슬램덩크〉에서 안 선생님 대사
“높고 단단한 벽과 그 벽에 부딪혀 깨지는 달걀이 있다면 나는 언제나 달걀 편에 설 것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예루살 렘 상(이스라엘 문학상) 수상 연설에서
이들의 감동적인 말을 보면 공통적으로 앞뒤가 반대개념 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테면 넘버원과 온리원, 회의실과 현장, 너를 위한 팀과 팀을 위한 너, 벽과 달걀이 그것이다.
무슨 말인지 예를 들어 설명하겠다. “당신이 좋아”라는 말을 기준으로 생각해 보자. 평범한 이 말에 에너지를 높이려면 ‘좋다’ 와 반대되는 단어인 ‘싫다’를 의도적으로 앞에 넣음으로써 강한 불균형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테면, “아무리 싫어하려 해도, 당신이 좋아” 라는 식으로 말이다.
사람들을 열광시킨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연설의 예를 들 어보자,
“이것은 나의 승리가 아닙니다. 당신의 승리입니다”(오바마 대 통령 취임연설 중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것은 당신의 승리입니다’일 것이다. 당선을 위해 함께 싸운 사람들에게 보내는 감사의 말, 하지만 그는 굳이 ‘당신’의 반대인 ‘나’라 는 말을 하고 싶은 말 앞에 넣어 공백(혹은 빈칸)을 만들었다.
결국 이 말이 사람들의 감동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린 사람도 있었다. 사실 이 말은 오바마 대통령이 즉흥적으로 떠올렸던 건 아니었다. 존 파브로라는 연설문 작성자가 오바마가 말하고 싶은 취지를 보다 감동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문장을 만들었다. 다시 말해 만들어진 감동이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