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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은 말이 성공을 만든다 「제6편」

셰익스피어가 우리나라 정치 연설문을 쓴다면....1

로마제국으로 넘어가기 직전, 로마 공화정 말기에 브루투스라는 인물을 포함한 공화정 옹호파 의원들이 최고 집정관인 시저가 황제가 되려는 야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그를 암살한 뒤 파멸하는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줄리 어스 시저>는 대중 연설의 진수를 보여준다. 지난 호에 이어 안토니우스 연설을 소개하고, 그의 연설이 어떤 점에서 대중적 설득 력을 가졌는지 알아본다. 



로마군중은 시저를 살해할 수밖에 없었다는 당위성 을 설파한 브루투스의 연설을 듣고 “브루투스 만세!”를 외치며 시저가 잘 죽었다고 떠들다가 브루투스의 양해를 얻어 곧바로 반대연설에 나선 시저의 오른팔인 안 토니우스의 연설을 듣고 순식간에 브루투스의 집을 불사 르며 상황은 급반전됐다. 다음은 [줄리어스 시저] 3막 2장, 마커스 브루투스의 연설 대목이다.  


브루투스  끝까지 진정해 주시오, 로마인이여, 동포여, 사랑하는 친구들이여.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시오. 그리고 내 말이 들리도록 조용히 해 주시오. 
내 명예를 걸고 나를 믿어주시오. 그리고

내 말을 믿을 수 있도록 내 명예를 존중해 주시오. 
여러분의 지혜로써 나를 판단해 주시오. 그리고

더 좋은 판단 을 할 수 있도록 여러분의 분별력을 일깨워 주시오.  
만약 여기 모인 사람들 가운데 시저의 절친한 친구가 있다면 
나는 그에게 말하겠소. 시저에 대한 브루투스의 사랑은 그에 못지않았다고. 
만약 그이가 왜 브루투스가 시저에 대항해 일어났는가를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겠소. 
시저를 덜 사랑해서가 아니라 로마를 더 사랑했기 때문이라고. 


시저가 죽어서 모두가 자유롭게 사는 것보다 
시저가 살고서 모두가 노예로 살기를 원합니까? 
시저가 나를 사랑했기에 나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소. 
그가 운이 있었기에 나는 그것을 기뻐하고 
그가 용감했기에 나는 그를 존경합니다. 
그러나 그는 야심이 컸기에 나는 그를 죽일 수밖에 없었소. 
그의 사랑에 눈물을 흘리고 그의 행운을 기뻐하고, 
그의 용감성을 존경하지만 그의 야심에는 죽음을 가져다 준 것입니다. 
여기에 누가 노예가 될 만큼  비굴한 사람이 있습니까? 
있다면 말해 보시오. 나는 그에게 죄를 저질렀습니다. 
여기에 누구든 로마인이 되기를 원하지 않을 만큼 야만적인 사람이 있습니까? 
있다면 말해 보시오, 나는 그에게 죄를 저질렀습니다. 
여기에 누가 자기 나라를 사랑하지 않을 만큼 비열한 사람이 있습니까? 
있다면 말해보시오. 나는 그에게 죄를 저질렀습니다. 


(잠시 멈추고)

대답을 기다리겠소. 
시민들  “없소, 브루투스! 없소이다.”
브루투스  그렇다면 나는 아무에게도 죄를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시민들은 브루투스를 연호하면 브루투스 만세를 외쳤다.

이때 곧바로 안토니우스가 같은 장소에 올라 반대 연설을 시작했다. 


(연설 전반부는 지난 호에 게재)


안토니  평민들만 이 유서의 내용을 듣게 합시다. 
(미안합니다. 제가 읽겠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러면 그들은 가서 죽은 시저의 상처에 입 맞추고 
그분의 신성한 피에 그들의 손수건을 적시며
기념으로 삼기 위해 그분의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달라고 애원하고
죽을 때 그들의 유언장에 그에 대한 기록을 남겨 
그들의 후손에게 귀중한 유산으로 물려줄 것입니다. 
시민4  유서의 내용을 듣고 싶소, 읽어 주시오 마크 안토니. 
시민들  어서 유언장을 읽으시오,

우리는 시저의 유언을 들어야겠소. 


안토니  참으시오. 인정 많은 친구들이여. 난 이걸 읽을 수 없 습니다. 
시저가 그대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차라리 모른 게 낫습니 다. 
여러분은 목석이 아니라 인간입니다. 
인간인 이상, 유서의 내용을 듣게 되면
여러분의 가슴은 격정(激情)으로 불타오르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그의 상속인이라는 사실은 모르는 게 좋습니다. 
만약 그 사실을 안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시민4)  유서를 읽으시오. 꼭 들어야겠소. 안토니 
안토니)  좀 참아주시오. 잠시 기다려 줄 수 있습니까?
유언장 얘기를 꺼내다니 내가 경솔했던 것 같습니다. 
내가 저 고매하신 분들에게 못할 짓을 하는 것 같아 두렵습니 다. 
시저를 칼로 찌른 그분들에게 말입니다. 난 그게 두렵습니다. 
시민4)  고매하신 분들은 무슨! 그들은 반역자요.
시민들)  유서를 읽어라! 유서를 읽어라!
시민2)  그들은 극악무도한 살인자들이오. 어서 유서를 읽으시오.
안토니)  그래 기어코 유서의 내용을 들어야겠단 말입니까?
정 그러면 시저의 시체 주위로 빙 둘러서십시오. 
여러분께 유언장을 만든 분의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내가 내려가도 되겠습니까?
시민들)  내려오시오. 
시민2)  내려오시오 (안토니가 내려온다)
시민3)  당신은 허락을 받았소. 
시민4) 원을 만들어요. 빙 둘러섭시다. 
시민1) 관에서 물러나시오. 시체에서 떨어지시오. 
시민2)  고결한 안토니가 설 자리를 마련하시오.
안토니)  그만 밀지 말고 멀리 떨어져 주시오. 
시민들)  물러나시오. 자리를 만들어줘요. 
안토니) 여러분들에게 눈물이 있다면, 이제부터 흘릴 준비를 하십시오. 
여러분들 모두 이 망토를 잘 아실 겁니다. 
저는 시저가 처음 그것을 걸쳤을 때가 기억납니다. 
어느 여름날 저녁 그분의 천막 안에서 였죠
그날 그분은 너비 족을 정복했습니다. 

보십시오. 이곳이 카시우스의 검이 뚫고 지나간 자리입니다. 
질투에 사로잡힌 카스카가 남긴 이 상초를 보십시오. 
그리고 이곳은 그분이 그토록 총애하던 브루투스가 찌른 자리 입니다. 
브루투스가 그의 저주 받은 칼을 빼냈을 때, 
시저의 피가 어떻게 그 칼을 뒤쫓아 나왔는지 보십시오. 
마치 문밖으로 달려 나가 브루투스가 정말 그렇게 
잔인하게 찔렀는지 아닌지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이! 
아시다시피 브루투스는 시저의 총아(寵兒. 특별히 사랑을 받 는 사람)였으니 말입니다. 
오, 신들이시여! 판단해 주소서. 시저가 그를 얼마나 총애했는 지를!
이것이야말로 모든 상처 중에서도 가장 잔인한 상처입니다. 
고매하신 시저께서는 브루투스마저 자신을 찌른 것을 보시고
반역자의 완력보다 더 강한, 그의 배은망덕에 완전히 기가 질 려
그 위대한 가슴이 터져 버렸던 것입니다. 
그래서 망토로 얼굴을 가린 채 폼페이의 조상 밑에 
붉은 피를 흘리면서 위대한 시저는 쓰러졌습니다. 


아, 동포여러분, 이 무슨 최후란 말입니까?
그때 저나 여러분, 우리 모두가 쓰러진 것입니다. 
그동안 반역은 피비린내를 풍기며 우리 위에 군림했습니다. 
아, 이제 여러분께서도 우시는 군요. 전 알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측은지심을 느끼고 있음을, 그것은 거룩한 눈물입니 다. 
선하는 분들이여! 시저의 옷에; 나 있는 상처를 본 것뿐인데
그렇게 눈물을 흘리신단 말입니까? 여기를 보십시오. 
여기 그 분이 계십니다. 반역도들에게 난자당한 모습 그대로 


시민들)  복수-일어나자-찾아라-태워라-불 질러-죽여-반역자 는 한 놈도 남기지 말라!  
안토니) 동포들이여 진정하시오. 
선량한 친구들, 신실한 친구들이여 내 말에 흥분하여 
이렇게 갑자기 폭동을 일으켜서는 안 됩니다. 
그런 짓을 한 분들은 고매한 분들입니다. 
그들에게 무슨 사적인 원한이 있어서 이렇게 했는지 
아, 저는 모르겠습니다. 그들은 현명하고 고결한 분들입니다. 
그러니 틀림없이 여러분들에게 그 이유를 설명해줄 것입니다. 
친구들이여 저는 이곳에 여러분의 마음을 빼앗기 위해 온 것 이 아닙니다.  

저는 브루투스 같은 웅변가도 아니고, 
친구를 사랑하는 평범하고 아둔한 사람입니다. 저들도 이를 잘 알기에
제게 시저에 관해 말하도록 허락해 준 것입니다. 
왜냐하면 저에게는 재주도 말솜씨도, 위풍도. 행동도, 
능변 술도 사람의 피를 끓게 할 만한 설득력도 없기 때문입니 다. 
저는 그저 솔직하게 말할 뿐입니다. 


저는 여러분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을 말씀 드리고 
친애하는 시저의 상처를 보여드림으로써, 
그 불쌍하고 가련한 상처들이 무언의 입이 되어, 
제 대신 말하게 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만약 제가 브루투스이고 브루투스가 저라면, 
저는 여러분의 정신을 뒤흔들어 놓고
시저의 상처 하나하나에 혓바닥을 달아주어
로마의 돌들이 분기하여 들고 일어나게 할 것입니다. 
(이하 생략)


연설은 객관적 사실을 제시하고 시민들이 스스로 결론을 내리도록 하는 것



필자는 연설문을 옮겨 적으면서 마치 현장에 내가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대문호답다 싶었다. 그의 붓끝에서 나오는 추도사의 단어와 문장 하나하나가 기지로 흘러넘치는 것을 실감했고, 무엇보다 절대로 논쟁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추도사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객관적인 사실만을 제시함으로써  시민군중이 제 스스로 결론을 내리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만약 브루투스와 안토니우스가 요즘 우리나라 정치권의 말처럼 서로 자신이 옳고 상대방이 틀렸다는 식의 투쟁적 언어와 문장을 사용했더라면 어땠을까?

 

로마 시민 역시 정치권력 싸움에 치를 떨면서 외면했을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브루투스와 안토니우스가 비록 정적이지만 서로 생각만큼 다르지 않고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훨씬 많다는 것을 보여주면서도 연설의 핵심이 어디까지나 객관적인 사실이라는 것을 입증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당신이 주먹을 불끈 쥐고 달려든다면 나는 당신보다 더욱 단단히 틀어쥔 내 주먹을 들이댈 것”이라고 미국의 제27대 대통령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말했다. “내가 옳고 너는 틀렸다?”며 논쟁을 벌이려고 들면 절대로 군중을 설득할 수 없다. 셰익스피어는 브루투스와 안토니우스의 연설을 통해 그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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