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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경제


탄소중립실천, 우리가 잘못하는 자전거 정책 10가지(제6편)

자전거 타는 미래 인류, 호모-사이클로쿠스(Homo-Cyclocus)

『제6편』 4대강 자전거 길에 역참(驛站)을 허(許)하라!

 

 

행복을 찾아 떠나는 4대강 자전거 길...내 마음에 풍경을 녹이며

 

“국민이 행복할 수 있다면 그렇게 되도록 도와주는 건 국가의 의무다. 자전거법도 그렇고 4대강 자전거 길 등 2천여km에 달하는 국토종주 자전거도로를 만든 것도 마찬가지다. 안전하고 편하게 자전거를 타게하고, 국민이 행복을 느끼도록 해서 서로 소통하는 밝은 사회를 만들기 위함이다.

 

신혼 때 행복에 겨워 세상이 다 아름다워 보이듯, 자전거를 타면 나름대로 각자의 행복을 느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진다고 한다. 개인의 역경을 이겨내는 힘이 되고 상대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길러 준다는 장거리 자전거 여행, 세계적인 4대강 자전거 길을 국민 행복의 길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우리는 서울에서 출발해 한강 자전거 길을 달리며 경기도 여주 초입에서 하룻밤을 자고 월요일 오전 초가을 햇살을 듬뿍 받으면서 한강 자전거 길(132km)을 달렸다. 하행선 오른쪽에 보이는 남한강은 최근 수량이 늘었다가 준 듯 했다. 강물은 길이 525미터 경기도 여주보(驪州洑)에 갇혔다가 높이 2~3미터의 낙차(落差)를 가진 12개의 수문 가운데 중앙의 4개 수문을 통과하면서 폭포 같은 굉음과 소용돌이를 만들고 있었다.

 

그 여주보를 지나 휴게실에 들렀다가 나온 우리는 빨간 색깔의 여주보 인증 부스 앞에서 마침 인증을 끝내고 나오는 중년 남성과 눈인사를 하며 마치 친숙한 사이인 듯이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어디서 오시나요?”

“서울에서요.”

“서울이라고요? 우리는 여주보에서 하룻밤을 자고 이제 여기까지 왔는데....”

“새벽 4시에 나왔거든요.”

 

새벽 4시라고? 부부싸움을 했나? 그가 새벽부터 집을 나섰다는 사유가 갑자기 궁금해 진 우리는 초면에도 불구하고 그만 어려운 질문을 던지고 말았다.

 

“그렇게 일찍 나와야 할 까닭이 있으셨나요?”

 

 

그는 이목구비가 또렷했고 두 귀의 끝이 안면 마스크에 눌려 있었다. 늘씬한 키에다 몸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중역인 듯하였다. 그가 시답지 않은 질문을 하고 겸연쩍어 하는 우리에게 정색하며 말했다.

 

“상처(喪妻)한지 3년이 되었네요. 그동안 참 힘들었어요. 이제 마음이 조금은 추슬러지기도 했고 아이들도 성년이 됐습니다. 마침 회사에서 장거리 여행을 할 수 있는 휴가를 얻어 이번에 마음먹고 부산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보자고 한 거지요. 그래서 새벽에 나섰어요.”

 

부산까지 4박 5일 정도로 예상한다는 그는 “오는 동안 앞만 보고 속도를 냈더니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었지요. 머릿속 잡념이 싹 달아나는 듯했다”면서 “그래서 그런지 그동안 숨겨왔던 저의 아픔을 선생님들 앞에서 털어놓게 되는 용기도 생기는 것 같다”고 후련한 표정을 지었다.

 

 

자전거 타고 기분이 안 좋은 사람이 있나요? 그런 사람은 없습니다.  

( It's impossible to ride your bike and be in a bad mood at the same time)  

 

 

우리는 그의 자전거가 눈앞의 풍경화에서 점으로 소실(消失)될 때까지 멍청하게 서서 지켜보고 나서 “이 세상에 아픔 없는 사람은 없다”는 어느 영화 대사가 틀린 말이 아니라고 서로를 위로했다.

 

“나나 너나, 너나 나나.....똑같은 인생...” 나도 모르게 입에서 대중가사가 튀어나왔다.

 

그날 우리는 부산까지 종주하는 또 다른 2명의 대학생을 만났다. 두 사람은 군에서 막 제대해 복학을 앞두고 자신과 싸우기 위해 국토종주를 도전했다고 말했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마다 붙들고 "어디까지 가느냐?" "왜 도전하느냐?" 고 물어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니 그런 질문은 어리석다. 누구나 장거리 자전거 여행을 하는 이유는 그야말로 인유각지(人有各志), 사람마다 의미가 다를 테니까 말이다.

 

누구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637km의 ‘자전거 국토종주’에서 극한의 성취감을 느껴보기 위해서라 할 것이고, 또 어떤 이는 전국 12개 자전거 길을 모두 달리는 ‘국토완주 그랜드슬램’을 달성해 보고 싶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장거리 자전거여행자들은 하나같이 ‘몸이 가벼워지고 머리가 맑아지면서 상쾌한 기분이 되어 행복감을 만끽하게 되는 순간’을 경험한다.

 

의학적으로도 자전거를 오래 타면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행복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엔도르핀이 방출되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의 수치는 낮아진다. 동시에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어떤 역경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솟게 만든다.

 

 

12년 전 4대강 자전거 길이 열린 이후 지금까지 이 길을 완주했거나 일부 구간만 인증을 받은 사람은 얼추 85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 수치가 정확한 지 여부를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지금도 매년 수만 명에 이르는 사람이 4대강 자전거 길을 포함한 자전거 국토종주 여행에 나서고 있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은 성격도 좋게 변한다 

 

“12년 전 남한강 자전거 도로가 개통되고 나서 자전거 인구는 해마다 더 늘어나는 것 같아요. 특히 우리 집에 오신 손님들을 보면 코로나가 한창이던 지난 몇 년 동안에 가장 많이 오신 것 같습니다.” 경기도 양평 양수역에 바로 붙어 있는 B카페 여주인인 윤묘경 씨가 말했다.

 

 

윤 씨는 양수역 역사(驛舍) 옆에서 운영하던 매점을  2011년 10월 8일 남한강 자전거도로가 생기고 나서 자전거 전문카페로 바꿨는데, 그때부터 이곳은 자전거 타는 사람들의 성지(聖地)가 되어 초창기에 커피를 뽑느라 고개를 못들 정도였다고 했다.

 

“자전거도로가 생기고 한잔에 2천 원짜리 커피를 하루 100만 원어치를 팔았어요. 5백 잔인데 어떻게 고개를 들 수 있겠어요. 요즘은 주말에 140~150만 원 정도, 평일에는 20~30만 원으로 뚝 떨어져요. 평일에 전철에 자전거를 휴대하도록 해준다면 좋겠는데. 낮에는 전철이 텅텅비어 가잖아요? 왜 그게 안 되는지 모르겠어요. 요즘은 평일에 자전거 타시려는 분들이 많거든요” 라고 윤 씨가 말했다.

 

 

2층으로 개조한 컨테이너 카페의 계단 벽에는 이곳 단골손님들이 기증한 기념사진이 빼곡하게 걸려있고 마침 메뉴판 옆의 TV모니터에서 Tour of Scandinavia 사이클 경기가 나오고 있었다. 내가 물었다.

 

“자전거 타는 분들의 성격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다르게 보일 때가 있나요?”

 

“주관적이긴 하지만 제가 알고 있는 (자전거를 타는)분들은 대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계신 것 같아요.”

 

“긍정적인 마인드라고 하면?”

 

“예를 들어, 우리 집 커피 값이 비싸다고 하다가도, 맛이 있으니까 용서해준다는 식으로 분위기를 명랑하게 만드시거든요... 세상에 안 되는 게 없다고 보고 있는 것 같아요. 사람이 안 하려고 들어서 그렇지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게 없다고 생각하는 것 말입니다. 특히 역경을 딛고 일어서신 분들도 많이 계신데 자전거 덕분이라고 말씀하시는 분이 많지요.”

 

 

 

갈라진 국론을 하나로 묶을 자전거 여행 

 

그때 마침 한쪽에서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나이 지긋한 70대 초반의 어느 단골손님이 밖에 세워놓은 자신의 전기자전거에서 껍질이 완전히 익지 않은 조생 귤을 가져와 우리에게 먹어보라면서 한 마디 던졌다.

 

“벌써 30년 째 자전거를 타고 있는 사람인데 자전거만큼 행복을 주는 건 없습디다. 국론이 반으로 쪼개져 서로에게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 이런 때 일수록 모든 국민이 행복해하며 상대방을 인정하는 마음이 생길 수 있도록 국민들에게 4대강 자전거 여행을 해보게 하는 겁니다. ‘국민행복청’을 만들어서 운영해 보면 좋을 겁니다. 국민이 바뀝니다, 암, 그렇고말고요.”

 

자전거를 타면 행복하고, 행복하면 적대감이 사라지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사회가 될 수 있으니까 4대강 자전거도로부터 활용해 보자는 말인 듯 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6월 현재 운영되고 있는 ‘국토종주 자전거길’에 내년에 개통되는 48km가 추가되면 국토종주 자전거 길은 총 2,237km로 늘어난다. 여기에 지자체가 관리하는 자전거 길까지 합치면 자전거도로를 통해 가능한 국내 여행의 구간과 지역은 더욱 확대된다.

 

전국토의 67%가 산인 우리나라에서 강과 하천변에 자전거 길을 낸 것은 신의 한수였다. 우리는 잘한 일이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국토종주 자전거 길은 숙박부터 문제였다.

 

어젯밤 우리가 묵었던 한 모텔 방의 침대와 침대보에서 이상한 냄새-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가 나서 나는 한숨도 잘 수가 없었다. 모든 모텔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4대강 자전거 길 등 국토종주 자전거 길에 자전거 여행자를 위한 캠핑장은 없고 오토 캠핑장만 있다는 것도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자전거 역참제, 자전거 전용칸 도입 시급, 국민행복청 신설도 고려해야    

 

그렇다면 ‘자전거 역참(驛站)제’를 국토 종주 자전거 길에 도입하자.  50km구간 마다 장거리 자전거 여행자를 위한 정갈한 숙소나 야영장이 있는 역참(驛站)을 만드는 것은 어떨까. 이곳에선 자전거 여행자를 위한 편의점, 식당, 부품・용품 판매소, 자전거 수리소 등도 들어서게 하는 것이다. 

 

이밖에도 역참에서 자전거 관련 물물교환 장터를 열고, 자전거 비상망에 따른 일명 헬프데스크 지원센터를 갖추어 자동차가 없는 친환경 자전거 타운을 형성하자는 것이다. 이곳에선 매주 자전거 동호인들을 위한 공연 등 각종 이벤트를 열어 참여자들이 너나없이 친구가 되는 공간이 될 것이다. 

 

역참에 사람들이 모이고, 모인 사람들이 지역경제를 일으켜 수만 개의 새로운 청년 일자리도 만들어 질 것이다.  

 

정부는 자전거 역참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 유럽 여러나라 처럼 열차와 전철에 자전거 전용 칸을 만들어주고 평일에도 자전거를 휴대하게 함으로써 자전거와 대중교통의 연계를 이루어 자전거 이용자들이 어디를 가든 귀가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해줘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사람이 자전거를 이용해 국민은 행복한 가운데 탄소중립에도 이바지 하게 될 것이다.

 

고통은 그 의미를 찾는 순간 더 이상 고통이 아니다.

 

 

우리는 여주 터미널에서 시외버스 화물칸에 각자의 자전거를 뉘여 실었다. 월요일 오후 2시에 그곳을 떠나야만 했던 것은 평일에 자전거를 휴대하도록 허용한 7호선을 이용하지 않으면 집에 가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7호선은 퇴근 시간을 피해 오후 4시 전까지 휴대를 허용했다.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내려 전철로 가는 동안 나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

 

“비싼 고급 차를 몰고 다니는 사람이 행복할까? 아니면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다녀오는 내가 행복할까?”

 

고급 차를 타고 얼굴을 찡그리며 출근을 하는 사람보다는 두 손으로 기도하듯 자전거 핸들을 잡고 웃는 내가 더 나을 것만 같았다. 고통은 그 의미를 찾는 순간 더 이상 고통이 아니니까.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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