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A씨는 다른 사람의 명의로 자본금 100원의 법인을 만들고 수십억 원을 투자했다. 그런 다음 법인 명의로 부동산 사모펀드에 투자했고, 사모펀드는 여러 채의 주택을 매입해 임대사업을 벌여 임대소득을 벌어들였다. 이 100원짜리 법인은 사모펀드로부터 고액의 배당이익을 얻었고, A씨에게는 가짜 경비 지출하는 수법으로 수익을 배당했다. 국세청은 A씨를 가공경비를 계상해 법인세를 탈루한 혐의로 조사할 예정이다.
국세청은 22일 A씨와 같이 부동산 거래를 통한 변칙 탈세 혐의가 있는 개인과 법인 등 98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은 사모펀드를 통해 다수의 주택을 취득・임대하면서 거액을 배당받고도 가공 비용 계상・법인자금 유출 등으로 법인세 및 소득세를 탈루하거나, 투자금을 증여받은 혐의가 있는 사모펀드 투자자 10명, 법인 설립 후 다주택 취득 과정에서 편법 증여받은 혐의자 12명, 고가 아파트를 취득한 30대 이하 연소자 중 편법증여 받은 혐의자 76명 등이다.
국세청은 "최근 부동산 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한 결과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속에서도 부동산 시장 과열에 편승한 변칙적 탈세 행위 혐의자를 다수 포착했다"며 세무조사 착수 이유를 설명했다.
A씨 외에도 특별한 소득이 없음에도 남편으로부터 현금을 증여받아 고가의 아파트 2채를 구입한 전업주부 B씨도 세무조사 대상이 됐다. B씨는 다주택 규제를 피하기 위해 1인 주주 법인을 설립한 후 아파트 2채를 현물출자했다. B씨의 남편 역시 자신이 소유한 아파트를 B씨가 만든 법인에 양도했다. 하지만 국세청은 대금수령 여부가 불분명해 양도를 가장한 우회증여 혐의에 대해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아울러 고가 아파트와 최고급 승용차 등을 취득했지만 자금출처가 불분명해 증여받은 혐의가 있는 검은머리 외국인인 C씨도 조사 대상이다. C씨는 고가 아파트를 취득한 후 임대를 통해 소득을 올렸지만 사업자등록도 하지 않았고, 수입금액을 누락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세청은 C씨를 취득자금 수증 및 임대소득 탈루 혐의로 조사할 예정이다.
국세청은 "지난 3월부터 규제지역 담보대출이 제한되고 주택 취득 시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이 확대되면서 증빙서류 의무제출 제도도 시행됐다"라며 "자금원천을 특수관계자 간 차입금으로 가장할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금융 추적조사를 통해 자금원천의 흐름을 끝까지 추적해 실제 차입 여부 등을 검증하고, 필요시 자금을 대여한 자 및 법인 등에 대하여도 자금 조달 능력을 검증할 것"이라며 "조달된 자금이 신고된 소득에서 비롯됐는지를 확인하고, 사업소득 탈루혐의가 있는 경우 관련 사업체까지 조사범위를 확대하여 정밀하게 검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태호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칙적 탈세에 대해 자산 취득부터 부채 상환까지 꼼꼼히 검증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