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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45년 된 병역특례, 시대에 맞는 옷 갈아입어야

정치권 움직임 가속화
김재원 의원, ‘마일리지제’ 골자로 한 병역법 개정안 발의

 

[M이코노미 박종호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병역특례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체육계에서 촉발된 논란은 방탄소년단의 빌보드200 차트 1위 달성과 함께 예술계로까지 번지면서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 정치권도 여론에 부응해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나섰다. ‘병역특례 논란’ 속으로 들어가 봤다.

 

아시안게임으로 촉발된 병역특례 논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축구대표팀과 야구대표팀은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고 귀국했다. 하지만 이들을 맞이하는 국내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최고의 선수단을 꾸려 대회에 나가도 금메달을 따기 어려운 축구에 비해 야구는 프로선수들이 병역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대회라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시안게임 야구종목에 병역혜택이 달려있어 프로선수가 대거 참가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다른 나라는 선수들에게 큰 명분이 없어 실업팀 선수나 사회인 야구 선수로 팀을 꾸린다. 우리 팀과 다른 팀의 객관적인 전력 차가 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더욱이 아시안게임 야구종목에서 일본과 대만을 제외하면 우리의 적수가 없는 야구대표님은 다른 종목보다 병역특례를 받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이번 대회 출전을 앞두고 야구대표팀은 선발과정부터 잡음이 많았다. 야구대표팀에 승선한 (LG트윈스)오지환은 90년생으로 지난해 경찰청 야구팀에 입단해 선수생활을 하면서 병역을 이행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하지만 입대를 포기했다. 그러자 올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고 병역특례를 받기위해 입대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물론 그의 선택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오지환이 대표팀에 발탁되자 팬들은 “야구대표팀의 은메달을 기원한다”며 분노를 표출했고, ‘사실상 병역기피’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야구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획득을 위해 KBO리그를 중단하면서까지 선수단 구성에 힘을 쏟았다. 그 결과 리그 최정상급의 선수들이 대거 참가한 올스타급 선수단이 만들어졌다. 그럼에도 예선에서는 실업야구 선수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대만에게 2대1로 패하는 등 졸전을 펼쳤다. 이후 뒷심을 발휘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일부 선수의 병역기피가 의심되는 행동과 실망스러운 경기력으로 비난을 피해가진 못했다. 아시안게임이 끝난 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오지환 선수가 군 면제 목적으로 차출되면서 다른 젊은선수가 기회를 빼앗겼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국위선양’하거나 ‘문화 창달에 기여’한 예술·체육 특기자 병역특례는 1973년 최초로 도입된 제도다. 병역특례를 받는 것이 곧 병역면제는 아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국위선양 및 문화 창달에 기여한 예술·체육 특기자’들은 4주간의 군사교육 소집을 포함해 34개월간 병무청장이 정한 특기분야의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돼 대체복무를 해야 한다. 예술요원은 병무청장이 정하는 ▲국제예술경연대회에서 2위 이상 입상자 중 입상 성적순으로 2명 이내 해당자 ▲국악 등 국제대회가 없는 국내예술경연대회에서 1위 입상자 중 입상 성적이 가장 높은 자 ▲중요무형문화재 전수교육 이수자다. 예술요원은 별도의 소속 복무기관 없이 개별창작 활동도 인정한다. 이 경우 각 협회가 인정하는 개인발표 및 전시회를 연 1회 이상 또는 타인과 공동발표 및 전시회를 연 2회 이상 열어야 한다.

 

체육요원은 올림픽 3위 이상 입상자와 아시아경기대회 1위 입상자가 대상이다. 단체종목의 경우 실제로 출전해야만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다. 이들은 선발당시 활동한 종목의 선수나 체육지도자로 활동하면 되고, 프로팀에서 선수생활을 하는 경우도 대체복무로 인정된다.

 

예술·체육요원은 복무기간 중 자신의 특기를 활용해 사회적 취약계층이나 청소년 및 미취학 아동 등을 대상으로 총 544시간의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 국외에서 한 봉사활동은 전체 봉사활동 시간의 절반인 272시간만 인정되고, 나머지 절반은 국내에서 채워야 한다. 만약 복무기간 동안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지 못하면 544시간을 다 채울 때까지 복무가 연장된다.

 

 

성악 콩쿠르는 YES, 빌보드 차트는 NO?...하태경 “대중음악 가수도 혜택 받아야”

 

방탄소년단이 9월 초 ‘LOVE YOURSELF 結 Answer’라는 앨범으로 ‘빌보드200’ 차트 1위에 오르면서 아시안게임에서 촉발된 병역특례 논란이 예술계로 번졌다. 빌보드200 차트는 앨범 판매량과 트랙별 판매량, 스트리밍 실적 등을 기반으로 미국에서 그 주의 가장 인기 있는 앨범 순위를 매기는 음원차트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6월 한국 가수 최초로 1위를 거머쥔 이후 지난 9월 또 다시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방탄소년단의 노래 ‘DNA’는 유튜브 조회 수 5억 건을 넘겼고, 그래미 뮤지엄의 예술 감독인 스캇 골드만은 “미국의 차트 역사상 가장 성공한 K-POP가수”라고 방탄소년단을 소개하기도 했다. 일각의 누리꾼들은 병역특례 제도에서 말하는 ‘국위선양’만 놓고 보면 K-POP이라는 한국문화를 세계에 알린 방탄소년단도 충분히 병역특례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주장한다.

 

 

성악 콩쿠르에서 1위를 한 경우와 달리 빌보드차트에서 1위를 달성한 방탄소년단에게 병역특례를 주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M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현행법에 따르면 순수예술분야 대회에서 1,2등을 차지해야만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이와 상응하는 대중음악분야 대회에서 국위선양한 대중음악 가수들도 병역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병역특례 제도가 공평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하 의원은 “권위있는 대회가 아니라도 빌보드 차트나 유튜브 조회 수 등 국민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기준들이 많이 있다”며 “경쟁 대회가 없는 대중음악 분야는 관련 음악 차트도 검토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준을 제시할 생각”이라며 법안발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경력단절 해결하되 군복무는 시켜야”,

“마일리지 제도 도입해야”

 

현행 병역특례를 ‘사실상의 병역면제’로 규정하고 다른 시각에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13일 방영된 <JTBC 썰전>에 출연해 “각자의 21개월에는 우열이 없다. 똑같이 소중한 삶”이라며 “국제대회에서 상을 받은 사람의 2년은 값어치가 있고 보통사람의 2년이 값어치가 덜한 것은 아니다. 입상하고 좋은 성적을 내면 연금도 준다”며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에게 편의는 제공해 줄 수 있지만 현재의 병역특례는 폐지하는 게 맞다”고 언급했다.

 

 

예술·체육 특기자들에게 요구되는 경력단절 문제를 해결해주되 실질적인 복무가 가능하도록 더 엄격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입대시기 조절로 경력단절 문제만 해결해 주면 되는데 (예술·체육요원에게) 너무 많은 혜택이 돌아간다”며 “사실상 병역을 면제해 주는 현행 제도는 형평성 차원에서 맞지 않다. 실질적인 복무가 가능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술·체육요원이 군복무를 하면서 국군장병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 등에 기여하면 장병들도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예술·체육요원의 실질적인 군복무를 전제로 장병들에게도 도움이 되면서 서로 간에 병역문제에 대한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차원의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하태경, 김병기 의원을 비롯한 정치권에서 병역특례 제도를 손보겠다는 움직임이 계속되는 가운데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9월13일 병역특례 누적점수제 도입을 골자로 한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병역특례 제도를) 오래 전에 만들어 놓고도 그동안 개선점이 없었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그는 “법이 만들어졌을 당시 국위선양의 기준과 지금의 기준은 다르다”며 “그 부분을 반영할 수 있도록 문체부와 병무청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 번의 입상만으로 병역특례를 준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너무 과도한 혜택”이라며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해 여러 대회에서 수차례 입상한 경력이 있는 사람에게 병역특례를 줘야한다”고 말했다.

 

45년 된 병역특례, 시대에 맞는 옷으로 갈아입어야 할 때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다른 나라의 경우 병역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란은 우리와 비슷한 제도로 국제경기에 입상한 운동선수에게 체육특례를 적용한다. 또 이스라엘은 체육부대에서 지도자로 대체복무하게 해주며, 핀란드는 ‘군사스포츠학교’에서 대체복무를 하게 해준다. 또 노르웨이는 장기간 입대를 연기해주는 제도를 시행 중에 있다. 대한민국에 병역특례 제도가 만들어지고 45년이 지났다. 그 사이 강산은 4번이 바뀌었고 국가의 위상은 높아졌다. 국민들이 생각하는 국위선양의 기준도 덩달아 올라갔다. 병역특례와 관련해서 어떤 방향이 옳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시대적 상황에 맞는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MeCONOMY magazine October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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