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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메르스 사태 1년, 대한민국 보건의료체계는 믿을 수 있나?


[M이코노미 조운 기자] 대한민국을 마비시킨 전대미문의 감염병, 메르스 사태가 발생한지 1년이 지났다. 메르스는 38명의 안타까운 목숨을 앗아갔고 한국 경제에 천문학적 손실을 입혔다. 진원지인 중동국가와 이역만리 떨어진 대한민국이 어찌하여 전 세계 2위의 발병자를 낸 것인지 대한민국 보건 의료 시스템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낙타를 숙주로 하는 메르스가 우리나라의 부실한 보건의료체계를 숙주로 해 자라났다고 비판했다. 메르스 사태 1년, 우리는 메르스의 교훈을 기억하고 있을까? 국민들은 이제 대한민국 보건의료체계를 믿어도 되는 것일까?


지난해 5월20일, 첫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메르스 최초 환자의 배우자가 확진판정을 받았다. 뒤이어 최초 환자와 같은 병실에 입원했던 환자가 세 번째 확진 판정을 받았다. 최초 환자가 입원했던 병원의 환자, 의료진, 가족과 간병인 등이 차례로 2차 감염자로 확진을 받으며 전 국민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로 인해 공포에 떨어야 했다. ‘메르스 괴담’은 순식간에 빠르게 퍼져나갔고 손 세정제와 마스크는 동이났다. 한 달 동안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일시 정지’ 상태가 되었고 한산한 길거리가 말해 주듯 경제, 사회 거의 전 분야가 마비됐다.


메르스 확진환자 186명, 사망자 38명. 한국은 전 세계에서 2번째로 많은 발병자를 낸 국가로 이름을 올렸다. 전 세계에서 의료 관광을 올 정도로 의료수준이 높다는 대한민국에, 일류 병원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삼성서울병원을 통해 메르스 감염이 양산됐다는 사실은 보고도 믿기 어려웠다. 낙타를 숙주로 해 발생한 감염병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이 중동에서 이역만리 떨어진 대한민국을 통째로 집어삼키면서 일각에서는 메르스가 낙타가 아닌 허술한 대한민국 보건의료체계를 숙주로 해 자라난 사회적 재난이었다는 평가마저 나
왔다. 메르스 공포에서 벗어난 지 1년, 메르스는 잠잠해 졌지만 지카 바이러스 등 새로운 질병들은 호시탐탐 우리 국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메르스 이후 드러난 한국 보건의료체계 허점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의 노사공동대토론회


메르스라는 태풍이 지나가고 남은 자리에는 그동안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던 보건의료산업의 문제점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부실하다 못해 허점투성이인 국가 방역체계와 공공의료의 부실,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와 의사마저 감염이 될 정도로 취약한 병원 감염관리 체계, 1만6천752명의 격리자가 발생했지만 이를 돌보고 관리할 인력의 부족 등 근본부터 바꿔야 할 보건의료산업의 과제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정부는 협의체를 꾸려 대책을 마련하고 관련 법제를 제정했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의 대책을 바라보는 보건의료산업 현장의 시각에는 온도차가 있었다. 메르스 사태 이후 정부가 마련하고 실시해온 정책은 의료산업의 노동자와 사측이라 할 수 있는 병원 간의 협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서로의 입장차가 극명하게 갈리면서 노사 의견 차의 간극을 메우는 것이 성공적인 보건의료 체계 개선의 열쇠로 지적됐다. 그리고 메르스 사태 1년을 맞아 보건의료산업 노사는 갈등과 반목이 아닌 대화와 협력으로 함께 문제를 해결하자는데 공감하고 지난 5월9일(월) 노사 공동 대토론회를 열었다. 노측 대표인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물론 사측을 대변하는 사립 병원, 지방의료원 등의 병원장들, 보건복지부와 국회의원들까지 모인 이 자리에서는 한국의 건강을 책임질 보건의료산업 문제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외래는 의원으로, 입원은 병원으로’ 의료전달체계


첫 번째 이슈는 의료전달체계이다. 의료전달체계란 국가의 유한한 보건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보건의료 서비스 제공을 단계화하는 것으로 환자들이 먼저 병·의원을 거친 다음 종합병원으로 가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행해져 왔던 우리나라의 대형병원 쏠림 현상과 의료쇼핑 관행은 메르스 감염의 조기진화를 막는 원인으로 지적된 사항이었다. 우리나라 43개 상급종합병원 중 빅 5에 속하는 병원의 진료비 비중은 전체의 35%에 해당한다. 이날 토론에서는 1차 의료와 3차 의료 각자의 역할이 있지만 대형병원 환자 쏠림으로 1차 의료는 3차 의료처럼 되려고 노력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김윤 서울대학교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무너진의료전달체계가 그간 의료산업 노사 갈등의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이러한 문제들이 병원의 공급과잉과 무한경쟁을 부추기고 의료 종사자들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킨다”고 주장했다. 또 “왜곡된 보험수가로 인해 검사 과잉과 인력 부족현상이 발생해 결과적으로는 국민들에게 질 낮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고 의료비를 낭비하는 문제를 만든다”고 덧붙였다.


정부역시 문제를 인식하고 대한민국의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의료전달체계 개선협의체’를 열어 회의를 가졌다. 올해 1월15일 열린 첫 회의에서 보건복지부 정진엽 장관은 “협의체에서 논의되는 과제가 실행력을 가지도록 법령 개정, 수가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뒷받침 할 것”이라 밝히며 개선의지를 보였다. 이후 ‘외래는 의원으로, 입원은 병원으로’를 홍보하며 체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


김 교수는 “동네의원 이외 중소병원을 포함하는 1차 의료기관은 최초 진료와 포괄적 서비스, 의뢰와 회송을 담당하고, 2차 의료 병원은 300병상 이상, 700병상 미만 종합병원과 전문병원으로 경증환자의 입원진료에 집중해야 하며, 3차 병원은 중증환자의 입원과 교육훈련, 연구에 집중해 의료기관 종별 기능을 정립하고 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전달체계의 개선은 환자들의 호응이 없이는 불가능한 상태이다. 국민들이 1차 의료기관을 믿지 못하고 ‘의료 쇼핑’하는 관행을 없애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우선 돼야 한다는 의미다.


고려대학교 의과대 박종훈 교수는 “지금도 경증으로 대학병원을 찾는 것은 어렵지도 이상하지도 않다”며 “대한민국 의료 문제는 뿌리가 깊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노사는 각자 이념에 기반해 제도를 생각하는 습관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에 노조는 공공의료 확충에 기반을 둔 제도를, 사측은 자유시장경제 체제에 맞는 시스템을 주장하여 접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념적 성향을 떠나 의료 시스템을 문화라는 전체의 틀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한국이 감염병 대응에 취약했던 원인으로 지적됐던 병원 간병인 문제역시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정부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라는 해결책을 내놓았다. 이는 전문 간호사가 환자의 간호뿐 아니라 간병까지 책임지는 서비스로 ‘보호자 없는’ 병실 문화를 만들기 위한 방편으로 제시된 것이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과 서울 소재 병원들도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공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 연말까지 400개 규모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주호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략기획단장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의료서비스 인프라가 선진화되고 양질의 좋은 일자리를 증가시키고, 제도설계와 인력배치 기준과 원칙이 제대로 세워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의료서비스 수요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지만 OECD 평균과 비교해 우리나라 의료 인력은 턱없이 모자란 상태다.



2015년 자료에 따르면 인구 천 명당 의료인력 수는 OECD 평균 14.99명인데 반해 한국은 6.07명으로 평균의 40% 수준에 불과했다. 병상 당 의료인력 수를 따져보면 더 심각한데 평균의 14%인 0.51명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의료인의 업무 강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병원 간 양극화로 인한 복지와 급여 차이, 결혼, 보육에 대한 경력단절 등으로 의료 종사를 기피하게 되고 이는 곧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원인이 된다. 한 때 병원 노동자의 5명 중 1명이 임신순번제를 경험한 적이 있다는 내용이 보도되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러한 의료인력 부족의 원인에 대해 김윤 교수는 “왜곡된 수가구조와 병원의 불균등한 원가구조 때문”이라고 강도 높게 지적하며 “법적 기준과 인력 가산을 통해 간호 인력과 의사인력기준을 강화하고 적정수가를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국립중앙의료원 권용진 기획실장은 “이 같은 주장을 위해서는 재원마련방안이 필요하며 이는 보험료인상과 조세의 출연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국회와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권 실장은 “정책목표보다 정책과정이 더 중요한 문제”라며 “정책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보험료인상이든 조세출연이든 재정을 더 투입한다고 했을 때 국민들의 입장에서 무엇이 좋아지는가가 명확해야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이며 “더욱 안전하고 질 좋은 의료체계’를 위한 검토와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가는 헌법에 의거하여 국민건강 및 보건의 양적, 질적 향상을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할 의무가 있다. 또 국민의 건강권이라는 헌법상의 기본권 실현을 위해 종사하는 보건의료인의 서비스는 공공적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김남근 경제민주화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보건의료 인력의 확충은 헌법상 보건의료의 공공성 실현이나 환자와 보호자의건강권 보호, 청년일자리 문제의 해결 등 여러 측면에서 2016년 현재 한국사회에서는 큰 사회적 의의를 가지게 된다”고 평가했다.


20대 국회에서 관련법제 마련


보건의료산업 과제들에 대한 노사의 입장 차가 벌어지는 속에 5월9일 대토론회에는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심상정 의원은 “‘보건의료인력 지원특별법’을 20대 국회에서 관철하겠다”고 약속하며 “병원과 의원 사이의 협력체계를 구축해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해결하고, 건강담당의사 제도를 도입해 1차 의료를 강화해낼 것이다”고 말했다. 보건의료산업은 국민의 건강권 보장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궁극적 목적을 위한 노사의 협력과 정부와 국회의 협조를 기대한다.


  MeCONOMY Magazine June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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