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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 진입의 조건

 

우리나라는 지난 1995년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달성한지 12년 만에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달성했다. 이후 7년간 정체상태에 머물다가 2014년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달성하면서 국민소득 4만 달러를 언제 달성하게 될 지에 대한 정부와 전문가들의 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은 지난 80년대 섬유, 철강, 조선, 석유화학, 자동차 등 주력제조업을 중심으로 대량생산과 가격경쟁력을 비교우위로 하는 생산요소 투입의존형 성장전략을 취함으로써 지난 1995년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달성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부터 선진국 경제의 메가트렌드가 기존의 노동과 자본 위주의 투입의존형 생산방식에서 기술과 지식 중심의 혁신의존형 생산방식으로 패러다임이 급속히 전환되고 있는데도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 1997년 외환위기를 겪게 되면서 국민소득이 한때 7천 달러 이하로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고 지난 2007년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 진입하고 나서 지난 2012년에는 20-50 클럽에 가입했다. 20-50 클럽은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인구 5천만을 뜻하는 것이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일본,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영국에 이어 세계에서 7번째로 20-50 클럽에 가입한 국가가 됐다.
저성장의 구조적 문제점 간과하지 않아야 한국은 지난해 비로소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열었다. 7년 만에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 시대로 올라선 것이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에 따르면 23개 선진국이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도약하는데 1인당 GDP 증가율이 연평균 5.2%로 평균 8년이 걸렸고 소득 4만 달러 이상인 19개 선진국이 2만 달러에서 4만 달러에 도달하는 데는 평균 14.2년이 소요됐다. 이에 따르면 다시 7년 후에는 우리나라가 4만 달러 시대로 올라설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김 위원은 “우리경제의 실질GDP 증가율이 2.5% 내외에 그칠 것으로 보여 향후 저성장 구조의 고착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7년부터 지난 2013년까지 4년간 1인당 GDP 증가율이 연평균 1%에 그쳐 앞으로 3% 미만의 증가율이 계속될 경우 3만 달러에 도달하는데 10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3만 달러 시대를 열었다. 이러한 점에 대해 김 위원은 우리나라 저성장의 구조적 문제점을 다섯 가지로 꼽았다. 먼저 1990년대 7%에 달했던 잠재성장률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3.8%로 급락한 점에 대해, 김 의원은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기존의 성장전략이 한계에 도달해 경제구조의 전환이 시급한 시점이고 수출중심의 성장전략으로 인해 소비와 투자를 합한 내수시장이 상대적으로 위축된 부분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외환위기 이후 소득분배가 악화돼 중산층 비중이 지난해 64%까지 줄어들었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문제이며, 저출산,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김 위원은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의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10대 과제로 서비스업의 고부가가치화, 자영업 구조조정, 부품소재 산업의 수출산업화, 연구개발 투자의 효율성 제고, 기업 생태계 글로벌화, 금융의 선순환 구조 확립, 인적 자원의 경쟁력 제고, 고용의 유연안정성 제고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


이런 가운데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앞당기겠다는 공약을 서둘러서 내놓았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지난해 1월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같은 해 2월 말까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 부총리는 “우리 사회에 원전비리, 정부보조금 낭비 등 비정상적인 경제 행위가 만연해 있으며 내수가 활성화되기보다는 특정 부문의 수출에 편중된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기초가 튼튼한 경제, 역동적인 혁신경제, 내수·수출 균형경제의 3대 전략을 중심으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기본 방향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는 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를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을 위한 기반을 확실히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지난해 2월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아 우리의 경제 체질을 바꿔 재도약하기 위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오는 2017년까지 성장률 4%대, 고용률 70%,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열기 위한 초석을 다지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3대 핵심전략으로 기초가 튼튼한 경제, 역동적인 혁신경제, 내수와 수출의 균형경제를 들면서 기초가 튼튼한 경제를 위해서는 공공부문 개혁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 ‘원칙이 선 시장경제 확립’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불공정한 거래 관행을 개선하고, 사회안전망도 강화하겠다”고 말하면서 ‘역동적인 혁신경제’를 위한 실천방안으로는 새로운 발상과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데 이것을 창조경제에서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오는 2017년까지 연구개발투자를 국내총생산의 5% 수준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또 지난해 7월에는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취임식에서 “창의와 융합을 기반으로,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견인할 미래 성장동력의 육성을 전 부처와 민간의 협업 하에 추진하겠다”며 “융합 신산업과 서비스 창출을 위해 정부 부처 간, 그리고 정부와 민간사이의 칸막이도 시급히 제거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1인당 GDP 5년 후 일본 넘어선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11월 보고서를 통해 오는 2020년경에는 우리나라의 1인당 GDP가 4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일본을 추월할 것이라고 밝혔다. IMF에 따르면 2014년 우리나라는 경상 기준 5.2% 성장하는 반면 일본은 2.2% 성장하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엔저 환경이 조성되면서 일본의 1인당 GDP가 3만7천 달러로 주춤하는 사이 우리의 소득은 2만7천 달러로 향상돼 한일 격차가 1.3배로 크게 줄어들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IMF는 구매력평가 기준(PPP)으로는 일본이 우리보다 물가수준이 높기 때문에 오는 2016년에 우리의 1인당 GDP가 일본을 추월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IMF나 OECD는 향후 5년 동안 일본과 우리나라의 실질 성장률의 격차가 3%p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물가상승률(GDP 디플레이터 기준)도 양국 간 1%p 정도 차이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수치를 바탕으로 최근의 환율 양상을 대입하면 IMF 기준으로는 2019년에, OECD 기준으로는 오는 2020년에 우리경제의 1인당 GDP가 4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일본을 추월하게 된다는 게 강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지난 1980년도 우리의 1인당 GDP는 1천8백 달러로 일본의 1/5 수준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3만 달러에 이르렀다. 80년대 평균 13.2%씩 증가하던 1인당 GDP가 1990년대, 2000년대 들어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면서 6%에 못 미치는 증가율로 둔화됐지만 일본 대비 상대적인 고성장세를 유지하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10년대 들어 1인당 GDP증가율은 다시 7%를 넘어서고 있다. 고소득 국가군들이 2만 달러를 돌파하는 시점에 자국통화의 절상흐름으로 전환됐는데 우리나라도 원화의 추세적인 절상흐름이 나타나면서 1인당 소득의 증가세가 높아졌다.

 

최근 5년간 1인당 GDP가 55.5% 늘었는데 그 중 절반가량(45.3%)이 환율요인에 의해 이뤄졌다. 반면 일본은 1987년 2만 달러를 돌파하며 한때 미국을 추월했고 버블붕괴 후에도 엔고흐름이 이어지면서 1995년에는 4만 달러를 넘어서기도 했지만 이후에는 3만 달러대에서 정체되고 있다. 장기적인 엔고 흐름이 지속되면서 대외 경쟁력이 약화됐고 디플레 악순환에 접어들면서 장기간 성장 정체에 빠졌다. 일본의 1인당 소득이 2만 달러에 4만 달러로 진입하던 기간(1987년~1995년)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시기 환율의 기여율은 58.5%로 우리보다 매우 높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버블붕괴 이후 90년대(1990년~ 1995년)만 보면 일본의 1인당 소득 향상에는 환율의 기여율이 82.1%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성장정체에도 불구하고 환율흐름만으로 소득이 크게 증가한 탓에 4만 달러 소득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수준이었다. 일본은 약해진 성장세로 인해 환율흐름에 등락이 이어지면서 3만 달러대에서 정체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우리나라 1인당 GDP가 일본을 추월한다고 해서 우리의 생활수준이 일본을 당장 넘어선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게 강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총부가가치(GDP) 가운데 가계에 배분되는 몫을 나타내는 노동소득 분배율을 보면 일본은 2000년대(2000년~2012년) 평균 69.7%인 반면 우리나라는 60.1%에 불과하다.

 

이는 우리나라가 GDP에서 가계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이 낮다는 점을 반영한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은 2000년대 51.0%였던 반면, 일본은 57.2%로 높은 수준이다. 일본은 90년대 들어 성장세가 크게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엔화의 절상으로 1인당 GDP가 4만 달러를 일시적으로 넘어섰다. 환율이 소득 향상에 순기능을 하였지만 ‘환율의 보복’으로 일컬어지는 대외 가격경쟁력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고령화와 정책 실패까지 겹치면서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과 성장정체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는 점은 우리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강 연구위원은 “수치상의 상징적인 추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제주체 개개인이 체감할 수 있는 내실 있는 성장을 도모해야 할 것이며 일시적이 아닌 지속적인 것이 될 수 있도록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노력이 계속돼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Q. 정부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2017년에는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달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전제조건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요.


우리경제의 성장동력이 불확실해지고 있습니다. 조선, 중화학, 전자, 전기 등 기존 주력 제조업들이 포화상태이고 핵심기술도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1년 반~2년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우리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발판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우선 노동시장 개혁이 선행돼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비정규직이라는 2중 노동구조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국내 생산성이 너무 떨어져서 해외로 진출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따라서 노동시장 유연화와 효율 달성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성장동력 확보와 관련해서는 소득수준 대비 서비스산업의 비중이 낮고 생산성도 낮습니다.

Q. 2015년 경제는 구조적인 장기침체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경제가 2~5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어떻게 구조적인 장기침체를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국민들이 반신반의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경제의 장기침체는 더 오래갈 것으로 보여집니다. 세계경제의 회복도 그리 빠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요. 미국이 양적완화를 축소하면 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 있고 국내경제도 세계경제도 크게 좋아질 전망은 아닙니다. 국제유가가 떨어져서 비용절감 면에서 장점도 있지만 국내경제는 당분간 지지부진한 상태를 보일 전망입니다. 앞으로 2~3년 동안에는 경제성장률이 2% 후반~3% 초반 정도에 머물 전망입니다. 국내 가계부채가 폭증하고 있는데다 미국의 금리가 상승하고 있어서 국내 가계부채 상환이 어려워지고 신용도 줄어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에서 돈을 빼간다는 위기상황에 대한 시나리오도 나올 수 있습니다. 다만 거시경제 차원에서 관리만 잘 한다면 큰 위기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Q. 정부에서는 연구개발투자를 통해 한국경제의 체질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연구개발투자비는 총량기준으로 세계 6위 수준입니다. 따라서 연구개발투자는 총량(비용) 증가가 문제가 아니라 그 연구비용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됩니다. 정부가 하는 기술개발사업의 성공 확률은 98%가 넘습니다. 그 이유는 안전하고 쉬운 프로젝트를 주로 하기 때문인데 이런 이유로 성공확률만 높지 이런 연구개발사업으로 인한 사회적인 편익은 별로 없습니다.


Q. 부채비율이 높은 공공부문 개혁이 국민소득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데 사실인가요.


공공부문 개혁이 재정 부담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공공부문의 민영화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고요.


Q. 정부에서 교육, 산업, 문화를 포괄하는 소프트웨어 중심사회를 전국가적 아젠다로 삼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보시는지요.


소프트웨어 중심이라는 말이 애매모호한 개념이고 이와 관련된 많은 부분이 민간에서 움직이고 있는데 정부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됩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산업은 한계비용이 거의 없고 노동력을 많이 필요로 하므로 고용창출 효과도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에 소프트웨어 산업에 개입하기 보다는 민간산업을 지원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 필요한 선결과제가 있다고 들었는데 소개해주십시오.


정부가 중요 개혁과제를 하나씩 해결하면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유럽 국가들은 사회적위기 시에 사회적 타협을 이룬 좋은 선례입니다. 우선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겠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합니다. 이런 전제에서 오는 2025년~2030년에는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MeCONOMY Magazine January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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