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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중도상환수수료 적정한가

“돈 빌렸다가 빨리 갚아도 수수료를 내야 한다고?” 은행대출 자체가 은행과의 계약이라는 점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은 중도상환수수료에 대해 부당하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중도상환수수료는 법적인 근거도 있고 세계적으로도 정당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렇다면 은행들이 중도상환수수료를 공정하게 매기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중도상환수수료란 은행대출 시 차주가 중도에 대출금을 상환할 시 대출은행이 차주에게 물리는 수수료다. 중도상환수수료는 1995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대출금을 중도에 갚은 고객에 대해 수수료를 부과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심결을 내림에 따라 제일, 외환, 신한 등 7개 시중은행들이 1996년 1월부터 이 제도를 도입, 시행하게 됐다.


중도상환수수료는 주로 중도상환액×수수료율(약 1.5%)×잔존일수/대출기간의 방식으로 산정한다. 대부분의 은행들은 3년 이내 중도 상환 시에만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수수료율은 가계대출의 경우 0.7%~2.0%, 기업대출의 경우 0.5%~4.0%까지 부과하고 있으나 대부분 1.5% 수준이다. KB국민은행은 가계대출 0.7%~1.5% 기업대출 1.5%, 우리·신한·기업·하나은행은 가계·기업대출 둘 다 1.5%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2012년 발표한 ‘대출거래상 중도상환수수료 문제점 및 개선방안’을 보면 2009~2011년 17개 은행의 중도상환 대출건수는 2009년 3천494만1천건, 2010년 5천24만4천건으로 늘었다가 2011년 4천371만7천건으로 다시 감소했다.

은행업계가 대출채무자들의 중도상환시 징수한 중도상환수수료 총수입액은 2009년에는 3천654억원(전체 수수료 총수입액의 20.4%)이었고, 2010년 3천834억원(14.8%), 2011년 4천400억원(6.2%)을 기록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 우려로 인한 글로벌 정책금리 인하추세가 지속되면서 국내 은행의 대출금리도 하향추세를 보였고 이에 기존의 은행 대출을 더 낮은 금리의 대출로 차환하려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중도상환수수료에 대한 정당성과 적정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는 2012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은행의 중도상환수수료 부과수준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됐고 한국소비자원도 같은 해 11월 금융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금융기관의 중도상환수수료 제도개선을 촉구한 바 있다. 고동원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행법학회 소속)는 ‘중도상환수수료의 정당성, 적정성 및 개선방안’ 연구에서 “중도상환수수료의 정당성은 이미 세계 각국에서 법률과 계약, 판례로서 인정받고 있다”며 “원금상환시기에 대한 약정이 있는 경우, 차주의 중도상환으로 인해 대출은행이 입는 손해배상금, 또는 차주의 채무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민법에는 “당사자의 특별한 의사표시가 없으면 채무자는 변제기전이라도 변제할 수 있다. 그러나 상대방의 손해는 배상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대출차주의 중도상환권리를 인정하되 그 대신에 중도상환수수료 부과의 정당성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차주의 중도상환 시 배상해야 할 손해의 내용으로 ▲대출실행비용의 회수 ▲일실이익의 보장 ▲중도상환업무처리비용의 회수 등이 있다.


대출실행비용은 대출업무에 필요한 비용을 말한다. 은행은 대출신청서의 검토 및 승인, 차주신용조사 등에 필요한 비용, 담보대출의 경우 담보권설정비용 등을 지출하게 되는데 이 비용을 대출계약시에 징구하지 않고 대출기간의 전 기간에 걸쳐 상각해 회수하게 된다. 그런데 차주가 대출금을 중도상환하게 되면 대출실행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게 되므로 이를 중도상환수수료로 부과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또한 중도상환받은 대출금을 가지고 새로운 대출을 하는데 걸리는 기간 동안 은행은 이자수익을 얻지 못하게 되므로 일실이자의 손해를 입게 될 뿐 아니라 중도상환받은 대출금을 재운용하게 되는 경우에도 대출차주가 중도상환을 하는 때는 금리가 하락하는 때인 것이 보통이므로 재운용 당시의 금리는 중도상환된 대출의 금리보다 낮게 되어 일실이익의 손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일실이익의 손해를 보상하는데 중도상환수수료의 정당성이 있다는 게 고 교수의 설명이다.


중도상환업무처리비용은 중도상환수수료 계산, 대출금완납증서, 담보권해지 관련서류 등 서류 작성업무에 대한 비용으로 중도상환수수료의 근거로서 정당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중도상환수수료 부과에 대해 소비자단체들은 “은행들이 해결해야 할 부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김한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 팀장은 “외국의 은행들을 보면 다양한 서비스들을 통해 수익구조를 창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은행들은 이자와 수수료수입에 의존하는 구태의연하고 전근대적인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차주가 여건이 돼서 한꺼번에 갚을 수도 있는데 그것을 약정 기간까지 갚도록 하고 이자를 물려 수익을 얻는 영업방식을 혁파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수료 부과 차등화해야

소비자원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소비자원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286건의 중도상환수수료 관련 상담사례를 분석한 결과 수수료 관련 불만유형으로 ‘과다한 수수료 청구’가 30.4%로 가장 많았다.

 

 이어 ‘약정·설명과 다르거나 설명하지 않은 수수료 청구’가 22.7%, ‘수수료 부당청구’가 16.4%순이었다. 한편 수수료 부당청구에는 갱신후 혹은 3년 경과후 상환시 수수료 청구, 설정비 부담대출의 수수료 청구, 만기직전 상환 시 수수료 청구 등이 포함됐다.


대출유형별 접수현황으로는 부동산담보대출이 31.5%, 신용대출 25.9%, 대부업 11.2% 순이었고 대출종류별 평균대출금은 부동산담보대출이 2억5천850만원으로 가장 컸고, 신용대출이 4천828만원, 차량대출이 1천185만원이었다. 금융소비자 이모(52) 씨는 “1년 만기로 4억을 대출받았다가 5개월 만에 상환하려니까 중도상환수수료 400만원을 물게 됐다”며 “중도상환수수료를 계산하는 방식 자체가 은행들이 최소한의 이자를 보상받겠다는 것이 아니냐”고 따져물었다.


이 씨는 “중도상환수수료가 은행의 대출실행비용 등 실제적인 손해를 보상받기 위한 것이라면 대출상품별로 손해비용을 더하는 방식이 돼야 하지 않겠나”고 지적했다. 고동원 교수는 “우리나라 중도상환수수료율의 경우, 일반적으로 외국의 수수료율보다 낮은 수준”이라며 “특히 수수료 부과방식이 국내은행과 유사한 미국의 수수료율인 2%(대출 후 2년 이내 중도상환하는 경우) 및 1%(대출 후 3년 차에 중도상환하는 경우)와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고 교수는 “그러나 중도상환수수료 부과체계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현행 수수료 부과방식이 고정금리대출과 변동금리대출의 일실이익 차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나아가 모든 대출에 대해 동일한 산출방식을 적용함으로써 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의 대출실행비용의 차이, 그리고 금융소비자 보호 차원에서의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의 차등화가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점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 교수는 변동금리대출의 경우, 중도상환수수료에 미회수 대출비용과 중도상환업무처리비용만 포함되어야 하며 일실이익이 포함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원칙이지만 변동금리의 경우라도 일정 기간 동안에는 금리가 고정돼 있기 때문에 일실이익 보상을 위한 고정금리대출과 변동금리대출의 차등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담보대출의 경우에는 담보물에 대한 근저당권설정비용, 감정평가수수료 등 대출실행비용에 차이가 있으므로 그러한 비용이 소요되지 않는 신용대출과 중도상환수수료를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업은 은행과 대등한 입장에서 거래를 할 수 있는 지위에 있기 때문에 중도상환수수료 규제 필요성이 개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므로 현행 중도상환수수료 산출방식과는 다른 부과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가계신용대출의 경우, 고금리대출에 대해 중도상환수수료를 감면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한편 소비자원은 “중도상환수수료를 실질손해(대출채권 발생비용)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소비자원은 “금전채권의 경우 조기에 변제하더라도 그 금전으로 다시 대출계약을 체결하여 다른 채무자에게 대출하여 이자소득을 얻게 됨으로써 그 손해를 보전할 수 있다”며 “기존대출과 신규대출과의 이자율 차이로 인한 이자손실 여부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부동산 담보대출의 상당부분이 시세금리인 변동금리를 적용하므로 손해여부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부동산 담보대출의 경우 인지세, 등록세, 교육세, 주택채권매입비, 법무사보수 등과 같은 비용이 발생하고, 1억원 대출할 경우 약 57만원(대출금의 0.57%)의 비용이 발생한다”며 “그러나 우리 은행들은 1.5%의 과도한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소비자원은 ▲신용대출의 경우 대출발생비용이 인지세에 불과하므로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도록 하고 ▲부동산 담보대출의 경우 대출비용×(상환액/대출총액)×(잔여일수/대출약정기간)의 산식을 적용해 비용손해를 중도상환수수료로 산출하는 방식으로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가계대출로 인한 가계부담 경감을 위해 가계대출 조기상환 및 가계건전성 확보 노력이 필요하므로 가계대출에 대해 중도상환수수료를 한시적으로 면제해주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아울러 대출거래시 채무자에게 부담을 주는 중도상환수수료 등 대출비용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이루어지도록 행정지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황진자 소비자원 시장조사국 팀장은 “외국의 경우 은행 홈페이지를 통해 구체적인 중도상환수수료를 계산할 수 있는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중도상환수수료 액수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해민 전국은행연합회 여신제도과 부부장은 “수익자부담 원칙에 따르면 대출유형별·금리유형별로 다르게 산정하자는 게 옳을 수도 있다”며 “그러나 중도상환업무처리비용의 경우는 대출금액이 크다고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므로 소액대출 등 서민대출의 경우 중도상환수수료가 더 높게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부부장은 “담보대출의 경우 대출실행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현재보다 수수료가 더 많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며 “평준화해서 유사한 수수료율로 동일하게 적용했을 때 중도상환수수료 예측가능성도 생긴다. 평준화와 차등화 양쪽 다 장·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적정한 수수료 체계로 개선해야

중도상환수수료에 대한 불만은 은행에 대한 금융소비자들의 불신에서 기인한다. 은행 등 금융업계는 가계부채가 1천조원이 넘어서고 있는 가운데서도 수익성 확보를 위해 다양한 수수료들을 부과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중도상환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 적정한 수준에서 보상받아야 한다는 점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은행들은 중도상환수수료 부과로 인해 가계부채로 인한 부담을 가중시키는 방향을 지속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소비자들의 일방적인 불만일 뿐이라고 치부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현행 중도상환수수료의 부과수준이 적정한지, 부과체계가 공정한지 검토를 통해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MeCONOMY Magazine December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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