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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해리스, 트럼프와 토론회에서 판정승... 승패를 가른 요인은?

 

미국 대통령 선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간 TV 토론회가 지난 10일 밤(미국 시간) 약 100분 동안 열렸다. 이번 미국 대선이 워낙 초박빙으로 진행되다보니 토론회에 대한 관심은 지구촌 차원에서 뜨거웠고, 세계 곳곳에서 토론회 결과를 분석하고 평가하느라 분주하다.

 

미국 주류 언론을 보면 해리스 후보가 상대적으로 잘했다는 평가가 다수고, 트럼프 후보가 승리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견강부회로 보인다. 당초 트럼프가 우세하다는 관측이 많았던 만큼 해리스가 크게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토론회 평가 기준은 누가 공세적이었는지, 누가 명료하게 토론했는지, 누가 더 여유를 보였는지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그런 기준들은 토론회 분석과 평가에 도움을 주겠지만, 향후 대통령 선거 판세를 전망하는 데는 별다른 통찰력을 제시하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두 후보 장단점을 기준점으로 분석하는 방법에 주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장단점 분석은 구체적인 점수표를 만들 수도 있고, 향후 두 후보의 언행을 평가하고, 판세를 읽어내는 기준점이 된다는 점에서 유용할 수 있다. 장단점 분석은 두 후보 모두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시작한다. 토론회에서 자신의 장점을 충분히 과시했는지, 그리고 자신의 단점을 최소한으로 은폐했는지가 질문이다.

 

트럼프의 경우 TV 예능 프로그램 진행 경험이 있는 만큼 자신감 있는 태도로 토론을 주도하는 것이 장점이다. 또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토론을 진흙탕 싸움으로 유도하는 재주를 갖고 있다. 혼전이 시작되면 상대방 약점을 집중적이고 반복적으로 공격하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프레임을 만들어낸다. 반면에 불쾌한 표정으로 막말과 거짓말을 늘어놓고, 규칙을 무시하는 태도는 단점으로 꼽힌다.

 

해리스 후보의 경우 장점은 젊고 똑똑한 이미지와 논리적 화법, 밝은 성격 등을 꼽을 수 있다. 단점으로는 콘텐츠 부족, 즉 주요 정책 현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입장이 모호하다는 점, 경박한 웃음, 자신감 없는 말투 등이 두드러진다. 장단점 분석에서 유의할 점은 장점과 단점 자체가 아니라 장점을 최대한 활용했는지, 단점을 잘 숨겼는지가 평가 기준이라는 점이다.

 

그런 기준으로 보면 양자간 토론회 점수를 구체적으로 매겨볼 수도 있다. 점수는 장점 세 개, 단점 세 개, 모두 여섯 개의 과목당 100점 만점을 부여하고, 기본으로 과목당 70점을 부여한 뒤 잘잘못에 따라 점수를 가감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토론회에서 트럼프의 최대 장점은 어떤 식으로든 토론 분위기를 장악하는 것이다. 이번에도 해리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발언하는 등 주도권을 발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기본 점수 70점에 5점 더해서 75점이다. 두 번째 장점은 토론회를 진흙탕 싸움으로 만드는 재주인데, 실제로 이번 토론회도 역대급 이전투구 양상이 전개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해리스도 싸움닭 본성을 보이면서 트럼프의 장점이 유리하게 작용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점수는 기본 점수 70점이 유지된다.

 

세 번째 장점은 진흙탕 토론회에서 상대방 약점을 물고 늘어지면서 상대방에게 불리한 프레임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이번에도 트럼프는 해리스의 약점으로 바이든 정부의 경제정책, 이민자 정책을 지목하고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여러 차례 감정적으로 격앙된 모습을 감추지 못하면서 유권자들을 상대로 해리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만드는 프레임을 만들지 못했다. 기본 점수 70점 이상을 주기 어렵다.

 

단점 은폐로 넘어가보자. 트럼프의 최대 약점은 막말과 거짓말로 유권자의 불신감을 자극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이번에도 막말과 거짓말을 반복했다. 미국 주요 언론의 팩트체크를 보면 트럼프는 거짓말과 오해 유발 등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100분 동안 30차례 이상 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에 해리스는 3차례 전후로 집계됐다.

 

트럼프는 불법 이민자들이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는다는 소문을 인용하면서 사실과 가짜뉴스를 구분하지 못하는 무지와 편견을 여과없이 노출했다. 기본 70에서 5점 감해서 65점을 부여한다. 두 번째 단점은 피곤하고 화가 난 표정이다. 이번 토론회에서도 트럼프는 긍정적인 표정을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젊은 해리스와 비교되면서 고집 센 노인 이미지까지 겹쳤다. 65점을 준다.

 

세 번째 단점은 토론회 규칙을 무시하고 ‘막가파’ 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트럼프는 이번에도 규칙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지만,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건한 태도를 보였다. 기본 점수 70점을 유지한다.

 

이제는 해리스를 보자. 해리스의 최대 장점은 젊고 똑똑한 이미지다. 이번 토론회에서도 해리스는 그런 이미지를 잘 살렸고, 특히 나이 많은 트럼프와 대조적인 느낌을 주는데 성공했다. 80점을 줄 수 있다. 두 번째 장점은 검사 출신인 만큼 논리적인 화법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장점이 잘 드러난 것으로 보여서 85점을 부여한다. 세 번째 장점은 밝은 성격이다. 트럼프가 무리한 발언을 할 때마다 다양한 표정으로 대응했는데,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범위 내에 들어있어서 공감을 유발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75점을 줄 수 있다.

 

해리스도 당연히 단점이 있다. 가장 큰 단점은 콘텐츠 부족이다. 주요 국가적 관심사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명확하지 않고, 정책별로 세부적인 논점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지식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이번 토론회를 보면 그런 단점이 잘 노출되지 않았다. 단점을 잘 숨겼다는 차원에서 80점을 준다. 두 번째 단점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경박하게 웃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는 점이다.

 

해리스의 웃음은 밝은 성격을 보여주는 장점이지만, 진지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웃음으로 문제가 된 순간이 없었다. 준비가 철저했다는 사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여서 90점을 부여한다. 해리스의 세 번째 단점은 자신감 없는 말투였다. 이번에도 토론회 초반에는 콧소리가 불필요하게 부각되는 말투가 자주 나왔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콧소리가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면서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차단하는데 성공했다. 75점을 줄 수 있다.

 

종합하면 트럼프는 총점 415점에 평균 69.2점, 해리스는 총점 485점에 평균 80.8점이다. 해리스가 잘했다는 것이 명백하다. 두 후보 점수표는 향후 전망에 도움을 줄 수 있어서 유용하다. 해리스는 자신의 단점을 알고 있고, 고치거나 또는 숨기려고 노력하는 것이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는 자신의 단점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과거 대선에서 막말과 거짓말, 불만 가득한 표정, ‘막가파’식 행동으로 당시 기득권 세력에 대한 국민적 불만을 표출하는 슈퍼맨 이미지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2016년에는 승리해서 대통령이 됐고, 2020년에는 간발의 차이로 패배했지만, 보수 진영의 강력한 구심점이 됐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는 실패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과거 트럼프가 성공한 배경에는 자신의 선거 전략이 유효했다는 점도 있지만, 민주당이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포함돼 있다. 트럼프는 아마도 자신의 장점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단점이 됐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해리스는 장점은 키우고 단점은 고치거나 숨기며, 상대 장점을 무력화하고 약점을 자극하겠다는 의도와 전략 방향이 선명하다. 모든 선거 전략의 기본이다. 기본에 충실하면 이길 가능성이 커진다. 해리스와 민주당이 이번 토론회처럼 준비하고 선거운동을 진행하면 해리스의 대선 승리 가능성은 갈수록 커진다고 예상하는 것도 상식적인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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