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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경영으로 바라본 대통령 리더십' , 「한국의 10대 리스크」김충남 박사 인터뷰

 

국가적 리스크란 한 국가가 현재 당면한 심각한 문제나 될 가능성이 큰 문제를 말한다.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와 현상을 10대 리스크로 진단하고 해결 방안을 제언한 저술이 나왔다. 그동안 정치와 경제문제에 한정해 리스크를 분석 하거나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몇 가지 리스크로 살펴본 책은 간혹 있으나 10대 리스크로 한국의 당면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분석하고 제언한 저술은 근래 처음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책은 우리 역사와 외국 사례까지 꼼꼼히 비교해 한국의 현재를 종횡으로 조망해볼 수 있게 해준다.

 

저자인 김충남 박사는 육사와 서울대대학원을 나와 미국 미네소타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를 취득한 후,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대통령 재임 시 청와대 비서관을 지냈으며 하와이 동서문화센터, 세종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현재는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이다. 김충남 박사는 국가경영이란 관점에서 ‘대통령을 중심으로 국가 위기와 통치’ 분야에 대해 오랫동안 천착해온 전문가다. 김충남 박사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Q. 국내에 대통령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더러 있긴 한데 김충남 박사님처럼 현장에서 3명의 대통령을 가까이 지켜보면서 일을 해본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한 사람들이 한 분의 대통령을 오랜 기간 보좌한 사례는 있는 줄 알고 있습니다. 김 박사님은 그뿐만 아니라 청와대를 떠나서 국내외 연구소에 있으면서 대통령학을 연구해왔다고 들었습니다.

 

김충남 학자들은 현장을 접하지 못하고 외국 서적을 보고 쓴 것이기 때문에 관념적이 되기 쉽죠. 또 현장 경험이 있다고 해도 한 사람의 대통령만 모시면 그 사람을 영웅으로 볼 우려도 있습니다. 저는 세분의 대통령을 모셨는데, 세분 다 서로 불신하고 비난하고 그랬습니다. 이것을 보고 ‘나는 국가라는 차원에서 대통령 리더십의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가’ 라는 면에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미국에서 공부하고 나서 「성공한 대통령과 실패한 대통령」(1998)이란 책을 냈는데,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국가경영’이란 면에서 대통령을 평가해본 저술이었습니다. 이전 책들은 대통령의 권력이나 성격 등을 중심으로 학자와 기자들이 쓴 것들이었습니다. 저는 국가라는 차원에서 대통령의 리더십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성공’과 ‘실패’를 논한 것입니다.

 

 

Q.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금 영어의 몸이고 이명박 전 대통령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데요, 대통령 리더십 측면에서 두 사람의 전직 대통령의 위기관리에 대해 평가를 해주세요.

 

김충남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 등 안보위기 대처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습니다만, 세월호 사고와 같이 갑자기 일어나는 재난 사고에 대한 위기관리 인식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세월호 사고가 났을 때 대통령이 물에 빠진 사람들을 구할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말이라도 따뜻하게 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죠. 청와대 참모들도 신속히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의 임기 바로 전에 일어난 허리케인 카트리나 재난 사고의 초기 대응에 실패한 부시 대통령과 후쿠시마 원전사고 관리를 못한 간 나오토 총리의 사례로부터 전혀 교훈을 얻지 못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잘 처리 했습니다만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에 대해서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내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경제위기와 같이 어느 정도 예견되는 위기뿐만 아니나 대형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갑작스러운 재난사건 사고도 대통령이 위기관리 차원에서 신속하고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은 그것으로 끝나는게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우리나라 정부는 지금까지 정상적으로 끝난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지금 전직 대통령들이 재판을 받고 한 명은 구속돼 있지 않습니까. 새 정부는 이전 정부를 불신하고 비난하고 적폐청산이라고 처벌하고 있으니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를 어떻게 보겠습니까. 대통령이란 자리는 한 사람의 정치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의 상징 역할을 한다는 점을 우리나라 정치인과 국민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적폐청산을 계속하면 정의로운 사회가 구현되고 자신의 정권 정통성은 강화될 거라고 보는 것 같은데요.

 

김충남 그렇지 않습니다. 이전 대통령 2명을 구속시키고 그들의 업적을 부정하면 그들이 받은 정통성 위기가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에게도 전이됩니다. 누가 잘하고 잘못하고 하는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이란 자리가 그런 상징성을 갖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이전 정부들이 한 일은 무조건 부인하면서 전직 대통령들을 자꾸 흔들면 점점 불안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일들이 자꾸 반복되는 상황에서는 국민들은 대통령과 정부를 신뢰할 수 없는 것이지요.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수사도 필요하면 봉하마을에 가서 해도 될 텐데 그걸 호송버스에 태워서 서울 검찰청사로 불러 조사를 했단 말입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을 넘어서 상징성을 갖고 있는 ‘대통령 직’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던 것입니다. 그것이 원인이 되어 그 이후 대통령들이 계속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봅니다. 거듭 말하지만 대통령을 개인으로 보지 말고 국가의 상징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직 대통령을 계속 부정하면 나라가 분리됩니다. 지금 우리나라를 두고 1국가 2국민이라고 그러지 않습니까.

 

작년에 하버드대 헌법학 교수인 로렌스 트라이브와 헌법 전문변호사인 조슈아 메츠가 공동으로 「대통령 탄핵(To End A Presidency)」이란 책을 냈습니다. 그들은 그 책에서 대통령 탄핵은 국가적으로 너무도 중요하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대통령 탄핵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국가와 정부에 대한 신뢰와 존엄성, 국민의 단결을 해치기 때문입니다.

 

포드 대통령은 재임 시 주변의 만류를 무릅쓰고 닉슨 사면을 단행했습니다. 그로 인해 재선에서 낙선하기도 했으나 후세 평가는 그의 닉슨 사면을 용기 있는 결단으로 높이 샀습니다. 포드 대통령은 닉슨 사면 조치를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떨어진 국가 위신을 세우고 대통령직의 명예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케네디 대통령 기념재단은 2001년 포드 전 대통령에게 ‘용기 있는 지도자상’을 수여 한 바 있습니다.

 

Q. 문재인 정부는 현재 경제문제에 대해선 크게 위기로 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김충남 현재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는 베네수엘라 차베스 대통령이 했던 것과 많이 닮았다고 봅니다. 차베스는 반미, 반자본주의를 외치며 사회주의 독재 체제를 만들려고 했던 인물이었습니다. 그걸 위해 기존 체제를 파괴시켜야 했지요. 문 정권의 적폐청산과 유사한 것이죠. 노무현 대통령 당시에 ‘노 대통령은 차베스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들이 현 정부에서 경제정책을 주도했거나 하고 있습니다. 차베스는 새로운 헌법도 만들고 대법원과 의회를 무력화시켰습니다. 기존의 법관과 정치인들을 쫓아내고 중요한 기업들을 국유화시켜 버렸습니다.

 

베네수엘라는 한때 1인당 소득이 세계 4위를 자랑했던 국가였습니다만 차베스와 마두로의 좌파 포퓰리즘 정책으로 20년도 못돼 절망의 나라로 떨어졌습니다. 차베스는 14년 재임 동안 일반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선심성 복지정책에 1조 달러를 퍼부었습니다.

 

차베스는 대통령으로 선출되자 서민층을 대상으로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는 동시에 기존 정치인과 기업인, 부유층 등 기득권 세력에 대한 적개심을 고취하는 방법을 썼습니다. 그 는 직접 민주주의 방식으로 단기간에 민주체제를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전환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차베스는 평등사회를 만들겠다며 부유층과 엘리트를 공격했습니다. 또 일자리 를 늘린다며 공무원들을 대대적으로 늘렸습니다. 차베스의 사망 후 그의 뒤를 이은 마두로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의 포퓰리즘 정책을 그대로 시행했고, 결국 석유가 하락을 계기로 경제가 파탄나고 말았습니다. 작년에 베네수엘라 물가가 18일 마다 두 배가 뛰어 물가상승률이 170만%라고 그래요. 뉴스 사진을 보니까, 토마토 6~7개 가격표가 500만 볼리바르라고, 그걸 정상적인 달러로 환산하면 30~40만 달러나 됩니다.

 

베네수엘라는 원유와 천연가스 등 자원부국이어서 20년 가까이를 버텼습니다만 우리나라는 자원이 없는 나라입니다. 원유와 식량 등 온갖 것을 수입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수출하지 않으면 수입할 수 없으므로 국가경쟁력이 금방 무너지는 나라입니다.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산업 경쟁력에서 중국과 경쟁하고 있거나 중국이 앞서 나가고 있습니다. 반도체 하나 남았는데, 그것도 일본의 수출규제로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데도 반시장적이고 반자본적인 정책을 펴고 있으니 모든 경제지표가 위험 신호를 보이고 있지 않습니까. 내년에는 성장률이 1%대로 내려간다는 경고도 나오는데, 1%대로 떨어지면 경제 회복하기가 어렵습니다.

 

Q, ‘북핵’ 위기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요?

 

김충남 북핵 위기에 대해 우리의 플랜B가 없습니다. 플랜B란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고 일본과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야 합니다. 지금 정부는 거꾸로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안보가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Q, 공직사회가 무기력하다는 말들이 많습니다. 공직사회의 무기력의 원인을 들여다보면 공직사회에 대한 집권 세력의 태도도 문제가 있겠으나 공무원들의 비전문성, 눈치 보기 등도 원인들 중에 포함되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공직자들에게 과거 일사불란하게 효율적으로 움직였던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 시절의 자세를 요구하는 건 무리가 있는 것 아니냐하는 생각도 듭니다. 현재 시점에서 공직사회의 무기력한 분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김충남 우리나라 국제경쟁력 평가에서 보면 정부경쟁력이 굉장히 낮습니다. 선진국에 가면 공직사회가 더 강합니다. 우리나라는 경찰이 ‘물’이잖아요. 워싱턴에서 데모하면 국회의원도 경찰이 수갑 채워서 끌고 갑니다. 우리나라 공무원은 힘도 없고 책임감도 없고 전문성도 없습니다. 해당 분야의 전공자를 공무원으로 뽑아서 장기간 근무하도록 함으로써 전문가로 키워야 하는데, 그냥 행정고시 시험으로 채용하고는 순환근무시키니 전문가가 될 수 없지요. 과거 경제개발 시대에는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 가능했습니다만 지금은 전문성을 갖추고 있지 않으면 안 됩니다.

 

Q. 미국과 중국 패권경쟁이 노골화되고 있는데요, 외교 리스크 라는 측면에서 한국의 선택은 무엇이라고 보는지요?

 

김충남 미국은 세계 최대의 에너지 생산국이자 식량 생산국이고 기술 선진국입니다. 중국은 에너지와 식량을 수입해야하고 기술도 미국에겐 안 됩니다. 우리나라가 미국과 중국 중간에 서서 어찌 해보겠다는 것은 양쪽 모두로부터 불신을 받을 가능성이 굉장히 큽니다. 미국은 일본과 호주, 인도와 함께 전선을 형성해 중국을 견제하려고 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마당에 일본과 격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은 결코 안보와 경제면에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MeCONOMY magazine August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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