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부, 해상풍력특별법 공청회 하위법령 초안 공개...정부 역할 ‘허가’→‘설계’로 확대
- 계획입지 전환...입지 발굴부터 발전지구 지정·경쟁입찰까지 국가 주도 절차 가동
- 환경·수용성·계통연계 ‘선제 정리’ 선언...지반조사·환경특례·민간협의회 공백은 쟁점
“해상풍력은 이제 ‘사업자 각자도생’에서 ‘국가가 최소한의 안전판을 깔고, 주민갈등·환경·계통연계 리스크를 사업 초반부터 정리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풍력산업협회가 지난 14일 서울여성재단에서 연 공청회는 해상풍력특별법 하위법령(시행령·시행규칙) 초안의 핵심을 소개했다. 이날 공청회는 정부의 역할을 ‘허가기관’에서 ‘계획·조정·데이터·인프라를 책임지는 설계자’로 확장하는 데 있다. 이달 19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쳐 규제·법제 심사를 마무리하고, 법 시행일인 오는 3월 26일에 맞춰 하위법령 제정을 목표로 한다는 설명도 나왔다.
공청회 현장에서는 “정부가 책임지는 만큼, 어디까지 ‘확정’해 줄 것인지”를 두고 질문이 집중됐다. 특히 △예비지구·발전지구 지정 단계에서의 환경성 평가 ‘미비점 해소’ 여부 △지반·지질조사를 언제, 어느 수준으로 할지 △민간협의회가 ‘부동의’할 경우 다음 사업 단계로 넘어갈 수 없는 문제 △환경성 평가 특례의 범위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부 주도 '계획입지’로 전환...가장 큰 역할 변화
이날 공청회에서 정부가 반복해 강조한 키워드는 계획입지였다. 기존처럼 사업자가 먼저 입지를 점찍고 인허가를 밟는 방식(개별입지)이 아니라, 정부가 입지정보망을 기반으로 후보지를 발굴→예비지구 지정→기본설계·해양환경영향조사→민간협의회 협의→발전지구 지정→경쟁입찰로 사업자 선정까지 이어지는 ‘국가 주도 절차’를 만든다는 것이다.
정부는 계획입지가 필요한 배경으로 △복잡한 인허가로 개발기간이 10년 이상 장기화 △사전 계획 부재로 난개발·환경훼손 논란 △주민·어업인 갈등과 주민 간 갈등 △불확실성 증대로 투자 위축을 들었다. 결국 “입지·환경·수용성·계통을 사업 초반에 정리해 사업 리스크를 낮추고 보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논리다.
◇조정자로 나서는 정부...부처 간 이견은 총리실 ‘발전위원회’가 맡아
하위법령 초안에서 거버넌스의 정점은 국무총리 소속 ‘해상풍력발전위원회’이다. 공청회 질의응답에서는 “기후부·국방부·해수부 등 부처 간 충돌이 나면 누가 강제하느냐”는 질문이 나왔고, 정부는 위원회 심의·의결로 이견 조정 권한이 포함돼 있다고 답했다.
즉 앞으로 정부 역할은 단순한 ‘인허가 창구’가 아니라, 부처 간 이해관계를 정리하고 결론을 내는 ‘국가 조정 메커니즘’으로 확장된다. 다만 실제 강제력은 운영 과정에서 어느 수준으로 작동할지(구속력과 분쟁 처리 능력 등)가 관건이다.
◇기본 설계자...예비지구 이후 정부가 풍력발전단지 밑그림
정부는 예비지구 지정 이후 단지 위치·시설배치 등 기본설계를 정부 주도로 수립하고, 그 과정에서 해양환경영향조사 등을 수행한 뒤 결과를 민간협의회에서 검토받겠다고 밝혔다. 공청회에서는 “기본설계에 포함되는 발전용량 산정 기준”, “기본설계안 공개 시점” 같은 실무 질문이 이어졌다.
정부는 기본설계 수립에 대해 “예비지구 지정 후 최소 3개월 정도로 본다”면서도, 공청회 현장에서는 “초안 3개월과 최종 확정까지는 더 길 수 있다”는 취지의 보완 설명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정부 역할은 입지·배치·기초조사 범위를 ‘표준화’하고, 이후 경쟁입찰의 출발선을 맞추는 것이 된다.
◇‘환경 리스크’ 초반에 떠안는다...특례의 설계가 핵심
이번 하위법령에서 가장 민감한 축은 환경성 특례다. 정부는 “기본설계 단계에서 정부가 해양환경영향조사·환경영향조사를 수행하고, 사업자는 실시설계 단계에서 환경성 평가서를 제출하되 기본설계 대비 변경·누락된 부분 중심으로 보완한다”는 구조를 제시했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초기 환경 리스크를 국가가 선제적으로 낮춰준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환경단체 측은 질의는 “기본설계 단계의 조사를 환경성 평가 단계에서 일부 배제할 수 있게 한 조항은 정밀조사 포기처럼 보인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또한 “민간협의회에 환경단체·환경전문가 참여를 명시해야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도 했다.
이에 정부는 “정부 조사와 사업자 평가 항목은 동일한 틀로 가되, 중복되지 않는 범위에서 추가·보완 조사로 설계한 것”이라며 “세부는 고시 단계에서 더 명확히 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주민 수용성 해결사...민간협의회가 사실상 관문
계획입지 체계에서 민간협의회는 발전지구 지정의 필수 관문이다. 지자체 주도로 구성하며, 민간위원 50% 이상·공익위원 20% 이상, 의결은 합의 원칙이되 3분의 2 출석·3분의 2 찬성 규정이 소개됐다. 논의 범위도 주민참여·이익공유·수산업 및 지역경제 활성화 등 ‘갈등 핵심’을 정면으로 다룬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공청회 현장에서는 “민간협의회가 부동의하면 그 다음이 없다”는 불안이 제기됐다. “조정은 있다지만, 합의 실패 뒤에는 후속 절차가 사실상 비어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합의가 원칙이고 합의가 안 되면 발전지구로 넘어갈 수 없다”면서도, 운영의 실효성을 위해 전담사무소 인건비 등 예산과 실제 조업 실적 등 대표성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학계 ‘기술 리스크’ 지적...지반·지질조사, 설계기준 쟁점으로
이대용 국립군산대학교 풍력에너지학과 교수는 “정부가 초반에 지반조사를 끝내야 한다”고 발언했다. 지반조사가 기본설계 이후로 밀리면 하부구조물 설계 등에서 다시 되돌아가 시간을 1년 이상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또한 이 교수는 “사업자 관점의 제도 설계는 강하지만, 설계기준·표준 등 정부의 기술 체계가 약하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입지정보망은 기존 자료 수집·분석이 중심이라 지반조사를 직접 수행하기 어렵고,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면서도, 시행령에서 커버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인프라 마련은 항만·선박·실증단지...그러나 “근거는?”
국내 해상풍력 산업의 병목이 인허가 지연만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업계는 배후 항만과 전용 설치선(WTIV) 부족이 최대 제약이라고 강조했고, 해수부는 “항만국 협의, 해진공 선박건조 지원 프로그램 등이 이미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특별법 시행령에 구체적인 재정지원·세제혜택 근거가 포함되는가”라는 질문은 남는다. 이와 관련해 해수부는 “선박 건조와 관련해서는 해진공과 직접 상의를 하시면 될 것”이라는 다소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한편, 정부는 이번 공청회를 통해 제시된 의견을 면밀히 검토해 시행령·시행규칙 등에 반영하고, 관계부처 협의와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해상풍력법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