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脫)질서의 세계는 어디로 가는가?

  • 등록 2026.02.16 14:3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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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하고 새로운 국정 운영 구상을 발표한 후, 세계는 더 이상 ‘일시적 충격’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국제 질서를 떠받치던 규칙과 관행, 금기와 합의가 하나둘씩 무력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의 안보 동맹은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고, 이란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확산하며 신정(神政)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향해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미사일을 발사하며 냉전 이후 암묵적으로 지켜진 선을 넘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를 관통하는 인식은 분명하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세상은 끝나고 있으며, 이미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국제정치·경제 분야의 전문가 다섯 명에게 “다가오는 세계는 어떤 모습일 것인가”를 물은 뒤 이들의 답변을 종합해 혼돈의 시대를 이해하기 위한 다섯 가지 기둥을 세웠다. 여기에 필자의 의견을 덧붙여 탈질서의 세계를 전망해 보고자 한다.

 

◇ 에너지가 다시 세계 질서의 중심이 되었다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지목한 첫 번째 키워드는 ‘에너지’다. 이는 새로운 화두라기보다는 가장 오래된 문제로 귀환하는 것에 가깝다. 산업 혁명 이후 세계 패권은 언제나 지배적인 에너지원을 누가 통제하느냐에 달려 있었다. 석탄의 시대에서 석유의 시대로, 그리고 다시 전기와 희소 자원의 시대로 넘어가는 국면마다 국제 질서는 요동쳤다.

 

현재는 미국과 중국이 에너지 패권을 놓고 대결하는 양상이다. 석탄을 기반으로 하는 세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산업을 가지고 있는 중국은 과학자 군단과 산업 연구 개발 역량을 총동원하여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차·배터리·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투자와 설치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물론 중국의 에너지 시스템도 어두운 면이 존재한다. 티베트의 태양광 발전소와 신장 지역의 송전선은 제국주의적 이해관계가 얽히는 바람에 지역 경제는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 어찌 되었든 지금의 중국식 에너지 전환은 트럼프의 WWE(World Wrestling Entertainment)식 변증법과 달리 현대적이다.

 

미국도 바이든 행정부 말까지는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셰일가스 덕분에 석유와 가스 시장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나가며 적어도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식의 에너지 정책은 기후 변화를 부정하고, 과학을 공격하며, 화석 연료에 집착하는 '스팀펑크적이다. 태양광 패널, 인공지능의 막대한 전력 소모, 배터리로 움직이는 현대 미군 등 21세기의 에너지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에너지 강국 간의 불평등한 경쟁 속에서 어떤 세계 질서가 탄생할까? 산유국들과 중국식 친환경 미래에 동조하는 국가들 사이에 새로운 권력과 영향력의 블록이 형성될까? 그건 아무도 알 수 없다. 현재로서는 값싼 에너지로 막대한 이익을 얻는 다극화된 혼란, 즉 드론과 중질 원유를 둘러싼 다중 위기가 예상될 뿐이다.

 

◇고립주의는 더 이상 현실적인 선택지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은 고립주의의 귀환을 상징하는 듯 보였지만, 전문가들의 진단은 냉정하다. 오늘날 어떤 강대국도 완전한 고립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역, 금융, 기술, 데이터, 공급망까지 얽혀 있는 세계 네트워크는 이미 너무 촘촘해졌다.

 

터프츠 대학교 플레처 스쿨 국제 정치학 교수인 어피 토프트 박사는 "오늘날 세력 구도는 안정적인 세계 질서를 구축하는 데 세 가지 특징으로 인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한다.

 

첫째, 현재의 권력 집중은 제2차 세계대전처럼 임박한 위협에 대한 대응이 아니다. 1945년 얄타 협정은 세계적 분쟁의 재발을 막기 위해 지친 국가들이 체결한 협정이었다. 현재 형성되고 있는 세력권 구도는 이와 같은 안정화 효과를 제공하지 못하며, 오히려 세계를 정반대의 길로 이끌 수 있다.

 

두 번째,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은 자유 무역을 지지하며 세계를 전쟁으로부터 안전하게 지키고자 했던 100년 역사의 미국 외교 정책을 뒤집어 놓은 대통령에 의해 이끌려 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주석을 존경한다함은, 국가 권력을 이용하여 자신의 권력을 확장하고 유지할 수 있는 독재자를 존경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현재 가지고 있는 힘을 중시하고 군사 중심의 외교를 정당화하기 위해 과거를 자기 입맛대로 해석해 왔다.

 

셋째, 과거처럼 지리적 요인만으로 세력권을 유지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트럼프 행정부가 서반구를 장악하려 하고 있지만, 이는 지리적 위치라기보다는 여전히 ​​동맹, 해외 기지, 그리고 세계 금융과 무역의 중심적인 지위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 역시 무역, 금융 인프라, 기술을 통해 광범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 러시아조차도 에너지, 식량, 무기 수출을 통한 세계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강대국들은 이 연결망을 통해 자신들의 국력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어떤 국가가 고립주의를 선택하여 자급자족하려 한다면, 이는 곧 자신들의 국력을 지탱하는 필수적인 국제적 협력 체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위가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강대국들이 직면하게 될 가장 심각한 위협들, 즉 미래의 팬데믹, 기후 변화, 무기화된 인공지능, 사이버 공격, 그리고 초국가적 테러리즘을 결코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핵무장국 간의 갈등을 풀고 핵 확산 억제를 추진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윤영무 본부장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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