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북미·중동 등 해외 시장서 활짝 연 ‘K-태양광 황금시대’ 전략은?

  • 등록 2025.12.02 11: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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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큐셀, 태양광 세액공제로 미국 시장 안착 뒤 고효율 ‘텐덤’ 셀 주력
삼성물산, 상사와 건설 ‘투트랙’ 전략...중동 카타르서 메가급 발전소 수주
현대건설, 텍사스 콘초서 북미 태양광 사업 첫 진출...VPPA로 가격 경쟁력↑

 

국내 태양광 산업이 침체기를 겪는 동안 한국 기업들은 북미와 중동 등 해외 시장에서 ‘K-태양광’의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규제·수익성 리스크가 큰 내수 시장 대신 정책 인센티브가 견고하고, 대규모 수요와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활성화된 해외로 눈을 돌린 결과이다.

 

핵심은 세 가지이다. 첫째 미국의 제조·투자 세액공제(IRA·45X)로 대표되는 정책 가시성. 둘째 장기 전력구매계약(PPA/VPPA)을 통한 수요자 직결 구조. 셋째 중동을 중심으로 한 기가와트(GW)급 초대형 단지에서 나오는 규모의 경제이다.

 

시장조사업체 얼라이드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2018년 539억 달러(약 77조6000억원)였던 글로벌 태양광 시장은 2026년 3337억 달러(약 480조9000억원)로의 성장을 예상한다. 가격 경쟁 심화와 단가 하락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책·수요·규모 등 세 가지 호재가 한국 기업들에게 기회가 되고 있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한화큐셀)은 미국 조지아 달턴(모듈)과 카터스빌(잉곳·웨이퍼·셀·모듈)을 잇는 이른바 ‘솔라허브’로 북미 내 완전한 수직계열을 갖췄고, 미 에너지부(DoE)의 대규모 대출 보증(14억5000만 달러)을 기반으로 증설을 이어가는 중이다.

 

2025년 여름 미국 의회에서 제정한 OBBBA(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안)에서도 핵심인 재생에너지 세액공제(AMPC)의 큰 틀이 유지되면서, 현지 생산의 원가·물류 경쟁력을 방어했다. 세액공제 정책의 뼈대가 흔들리지 않자, 수요지 인접 생산의 장점이 극대화됐다. 이른바 △조달 안정성 △납기 단축 △재고 리스크 축소가 더 분명해진 것이다.

 

기술개발 측면에서는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탠덤’ 셀에서 세계적 효율을 공인받으며, 상용화에 다가서고 있다. 탠덤이 본격 양산 궤도에 오르면, 중국 기업들에게 밀렸던 국내 시장에서도 가격 하방 압력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미국의 IRA 법안 제정이 추진될 때부터, 미 정책 수혜 가능성을 예측한 상태였다”며 “AMPC 보조금 수령을 목표로 한화큐셀이 미국 진출을 추진한 것은 옳은 표현”이라며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 내에서 태양광 자재를 생산함으로써, 미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고, 현재 미국이 강력한 관세 정책을 펼치면서, 다른 나라로부터 수입 물량을 차단하고 있기 때문에 현지 조달은 큰 의미가 있다”며 “한화큐셀이 선제적으로 미 현지 공장을 운영하는 부분과 내년에 증설된 부분을 함께 가동하면 더욱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 삼성물산, 카타르서 2000MW 메가급 태양광 발전소 수주

 

삼성물산은 상사와 건설을 중심으로 개발-EPC-매각까지 전주기를 돌리는 구조를 만들어 왔다. 2010년대 중반부터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태양광과 풍력 합계 1369MW 개발 실적을 쌓았고, 2022년 괌 망길라오 프로젝트로 EPC와 발전소 운영(O&M)을 묶은 실전 경험을 확보했다.

 

2025년 9월에는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서쪽으로 80㎞ 떨어진 듀칸 지역에서 2000MW급 태양광 발전소를 수주했다.

 

카타르의 에너지 전환 목표인 ‘국가 비전 2030’와 맞물린 이 사업은 한국 건설사가 수행하는 태양광 프로젝트 가운데 최대 용량이다. 상사 부문은 파이프라인 발굴·개발·매각으로 승부하고, 건설 부문은 대규모 EPC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구조가 시장에서 통했다는 평가다.

 

이 같은 전략으로 삼성물산의 해외 태양광 사업 실적은 매년 상승하고 있다. 삼성물산의 태양광 발전소 매각 이익은 2021년 2200만 달러, 2022년 4800만 달러, 2023년 580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2024년에는 7700만 달러를 확보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2000MW급 카타르 듀칸 태양광 사업과 관련해 “발주처인 카타르에너지가 삼성물산의 시공 능력과 기존 사업에서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카타르는 일조량이 풍부하고 대규모 부지가 많아 태양광 사업을 추진하기 용이하다”며 “다만 국내에는 이러한 여건이 갖추어져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답했다.

 

◇현대건설, 텍사스 콘초 태양광 사업서 전력 장기 판매 등 제반사업 닦아

 

현대건설은 관급 시공사의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북미 PF 시장의 문을 연 사례로 주목받는다. 최근 현대건설은 텍사스 콘초 카운티에서 350MWac(메가와트) 규모 태양광 발전사업의 금융종결을 마치고 착공에 들어갔다. 이 사업에서 개발 단계부터 참여한 현대건설은 지분 투자와 기술 검토, 모듈 공급을 맡고, 시공은 현지 건설사 프리모리스, 운영은 한국중부발전이 담당하기로 했다.

 

현대건설은 한국중부발전, KIND, EIP자산운용, PIS펀드 등과 함께 꾸린 ‘팀코리아’ 일원으로 이번 사업에 참여하며, 판매 측면에서는 스타벅스, 워크데이 등 글로벌 브랜드와의 VPPA를 통해 장기 판로를 확정해 가격 변동성을 줄였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 시장에서 큰 성과를 창출하는 이유에 대해 ‘좁은 국토에 따른 사업 입지 부족과 이격거리 제한 등 각종 규제’를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새만금이나 전남 신안과 같이 대규모 태양광 사업이 자주 추진되지는 않는 상황”이라며 “기업들이 국내에서 대규모 사업에 참여하려면, 정부가 추진하는 계획 입지 제도가 마련되지 않는 이상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신 영농형 태양광, 수상형 태양광, 건물형 태양광처럼 부지 요소요소에 사업 모델을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다수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국내 시장은 각종 규제부터 시작해서 인프라 현황이 해외와 다른 만큼, 그에 맞는 입지 발굴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조승범 기자 jsb21@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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