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하이오 파이크 카운티 옛 우라늄 농축시설 인근...제염 완료 여부 쟁점
- 340억 달러 LNG발전·AI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美 에너지 패권 전략과 맞물려
- 동맹 자본으로 에너지 인프라 확충하는 미국...韓도 ‘타산지석’ 삼아야
일본 정부가 대미투자펀드를 통해 340억 달러(약 48조원) 규모의 미국 투자에 나선 가운데, 첫 사업지로 선정된 오하이오주 파이키턴 일대가 과거 핵시설 부지 인근이라는 점이 알려지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문제가 된 사업 부지는 오하이오주 파이크 카운티에 위치한 파이키턴 인근이다. 이곳은 1953년부터 2001년까지 가동된 포츠머스 가스확산 우라늄 농축시설(Portsmouth Gaseous Diffusion Plant)가 있었다. 해당 시설은 냉전기 핵무기용 고농축 우라늄 생산과 연관된 농축 활동이 이뤄졌던 곳으로, 현재는 미 에너지부(DOE) 주도로 단계적 제염·해체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일본은 이 지역에서 추진되는 ‘포츠머스 파워드 랜드 프로젝트(Portsmouth Powered Land Project)’를 대미투자 1호 사업으로 정하고,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겨냥한 LNG 발전소 건설에 합의했다. 미 상무부 팩트시트에 따르면 소프트뱅크 자회사가 333억 달러를 투입해 발전소 건설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025년 9월 보도에서 해당 부지의 정화 작업이 완전히 종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에너지 프로젝트가 추진되는 점을 지적했다. 토양·지하수 오염 잔존 여부, 장기 정화 비용, 책임 분담 구조 등이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다는 문제 제기다.
◇ 냉전의 유산 위에 세워지는 “AI 데이터센터와 LNG 발전소”
오하이오 파이키턴은 냉전기 미국 핵산업의 상징적 공간이었다. 시설 가동이 중단된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전체 제염 완료 시점은 여전히 장기 과제로 분류된다. 미 에너지부는 단계적 정화가 진행 중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지역 주민단체들은 지하수 오염과 해체 방식에 대한 우려를 제기해 왔다.
이 같은 배경 속에서 LNG 발전소와 AI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기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은 상징성이 크다. 과거 핵산업의 유산 위에 미래 디지털 산업 인프라를 세우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핵심 쟁점은 ‘실제 방사능 위험의 절대치’보다 정화 완료 여부와 책임 구조의 투명성이다. 미국 환경법 체계상 오염 원인자 부담 원칙이 적용되지만, 현실에서는 장기 소송·비용 분담 협상·사업 지연 가능성이 뒤따를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환경 리스크가 곧 재무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는 구조다.
◇ LNG·원유·핵심광물...美 에너지 패권 확장 행보와 셈법
이번 사업은 단일 프로젝트가 아니다. 일본은 오하이오 LNG 발전 외에도 텍사스 원유 수출 인프라, 조지아 핵심광물 가공시설 등 복수 사업을 묶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조해 온 ‘미국 에너지 패권’ 전략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셰일가스·LNG 수출 확대,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동시에 동맹국 자본을 유치해 자국 내 에너지·산업 인프라를 강화하는 구조다. 즉 미국은 기술과 부지를 제공하고, 동맹은 자본을 제공하는 방식의 ‘전략적 자본 동맹’ 모델이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 포츠머스 '방사능 수치'가 대미투자 앞둔 한국에 던진 질문
이번 쟁점은 단순한 환경 논란을 넘어, 동맹 간 비용 분담과 전략 산업 패권 경쟁의 교차점에 놓여 있다. 한국 역시 미국과의 에너지·반도체·AI 협력 과정에서 대규모 금융 참여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이 확정된 상황에서 ‘대미투자특별법’의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는 한국이, 유사 프로젝트에 참여할 경우 점검해야 할 핵심 항목은 △ 사전 환경실사(DD)의 범위와 공개 수준 △ 계약상 오염 정화 책임 귀속 조항 △ 장기 정화 비용 발생 시 손실 분담 구조 △ 공적 자금 투입 시 정치적 책임 관리 방안 등이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경제프로그램을 이끄는 필립 럭은 최근 토론회에서 “일본이 가장 먼저 대규모 실질 투자를 단행하면서 다른 동맹국에도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단순한 경제 협력의 문제가 아니라, 동맹 내부의 ‘기여 경쟁’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일본의 대미투자금 48조원은 단순한 해외 발전 프로젝트 비용이 아니다. 이는 동맹 체계 내에서 자본이 어떻게 배치되는지, 그리고 환경·법적 리스크가 어떻게 분담되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다. 현 시점에서 한미일 경제·안보 동맹은 굳건하다. 하지만, 에너지 패권 경쟁의 한복판에서 “누가 어떤 비용을 부담하는가”라는 질문은 점점 더 선명해지고 있다.
결국 논란의 본질은 방사능 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정보 공개와 책임 구조의 투명성이다. 한국이 일본의 ‘대미투자 1호’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