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산하 국회미래연구원이 18일 발표한 브리프 ‘핵심광물 수출통제의 변화 방향과 산업계 시사점’은 글로벌 공급망 질서가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보고서는 핵심광물이 더 이상 단순한 산업 원료가 아니라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전략적 레버리지로 활용되는 ‘지정학적 자산’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수출통제가 과거 자원 보전이나 산업 보호 중심에서 벗어나, 특정 국가와 산업을 겨냥한 공급망 통제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핵심광물 수출통제의 변화는 시기별로 뚜렷하다. 2010년 이전까지는 자국 산업 보호, 가격 경쟁력 확보, 환경 보전 등 비교적 제한적인 목적에서 활용됐으며, 2000년대 중반에는 WTO 회원국 절반 이상이 수출관세를 운용할 정도로 보편적인 정책 수단이었다. 그러나 2010년 중국의 희토류 대일 수출 제한을 계기로 수출통제는 본격적으로 지정학적 성격을 띠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희토류 쿼터 축소를 통해 일본의 자동차·전자 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방식이었다면, 최근에는 통제 범위와 방식 자체가 구조적으로 변화했다.
2020년대 들어 중국은 수출통제법을 기반으로 제도를 고도화하고 갈륨·게르마늄에 대한 수출허가제를 도입한 데 이어 흑연, 안티몬 등으로 통제 대상을 확대했다. 나아가 2025년에는 일부 희토류 화합물과 부품, 장비, 기술까지 규제 범위를 넓히며 통제 대상이 원소 단위를 넘어 가치사슬 전반으로 확장됐다.
이는 핵심광물 수출통제가 단순한 가격 변동 요인을 넘어 첨단 산업 전반의 생산 구조를 흔드는 구조적 리스크로 전환됐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EV(전동차) 모터, 반도체, 풍력, 방산 등 다양한 산업이 동시에 영향을 받으며 공급망 불확실성은 한층 확대되고 있다.
◇ 한국, 핵심광물 공급망 취약성 심화…“가치사슬 전 단계 점검 시급”
이 같은 변화 속에서 한국 산업의 취약성도 드러난다. 배터리와 방산 등 첨단전략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핵심광물과 소재·부품에 대한 특정 국가 의존도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보고서는 특히 공급망 리스크가 원광 확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배터리, 반도체, 방산 산업은 금속화합물과 소재·부품 등 단계별로 수입 의존 구조가 다르며, 실제 병목은 정련이나 중간재 단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한 자원 확보만으로는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산업별·단계별로 리스크를 정밀하게 식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AI 산업의 급성장 역시 새로운 변수다.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라 구리 수요가 증가하고, 고성능 전력반도체에는 갈륨과 게르마늄이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여기에 로봇과 전기차 모터에 필요한 희토류 영구자석 수요까지 늘어나면서 핵심광물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문제는 한국이 이러한 핵심 소재에서 높은 대외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로봇 생산에 필수적인 영구자석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공급망 충격이 발생할 경우 산업 전반으로 파급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구조적 리스크 속에서 한국이 주목받는 이유는 2026년 FORGE 의장국을 맡고 있다는 점이다. FORGE는 기존 MSP 협력을 확장한 포럼형 공급망 협의체로, 핵심광물 확보와 공급망 안정화, 정책 공조를 아우르는 다자국 간의 거버넌스다.
보고서는 한국이 단순 참여국을 넘어 공급망 질서 형성에 직접 관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특히 공급망 실사, 원산지 규정, ESG 기준 등 글로벌 규칙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FORGE를 통해 협의·조정 역할을 수행할 경우 국제 공급망 구조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FEOC 규정, EU 핵심원자재법 등 주요국 정책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방향으로 설계되고 있어, 한국 기업에게는 중간재 시장 진입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배터리 양극재와 전구체, 전력반도체 소재, 희토류 자석 등에서 ‘대체 공급자’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보고서는 핵심광물 이슈를 ‘자원 확보’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구조와 공급망 전략’의 문제로 재정의한다. 미중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핵심광물은 산업 패권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으며, 한국 역시 단순 수입국을 넘어 가치사슬 전반을 설계하고 통제할 수 있는 전략적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특히 FORGE 의장국이라는 지위를 활용해 글로벌 공급망 질서 형성에 적극 참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