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디지털금융 확산, 규제 적용 위한 제도적 움직임의 시작

  • 등록 2026.03.18 09:3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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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2단계 입법 논의...‘시장 구조’ 자체의 제도권 편입 준비
전자금융거래법 개편과 맞물려 핀테크·빅테크 규율 재정비 들어가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 속 글로벌 기준 정합성 확보 시험대 올라


 

정부가 가상자산 규제 2단계 입법 논의에 들어갔다. 1단계 입법인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법률 제20372호)이 2024년 7월 시행된 이후 20여 개월 만에 진행되는 이번 2단계 입법은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중심으로 한다. 1단계 입법이 ‘사고 이후 보호’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2단계 입법은 ‘사고가 나지 않는 시장 구조의 설계’라는 점에서 다르다.

 

◇가상자산 규제, 사후 보호 더해 사전 규제까지 완성도 방점


가상자산 1단계 규제는 테라·루나 사태 이후 투자자 피해를 줄이기 위한 응급처치 성격으로 거래소를 중심으로 한 사후 보호에 초점을 맞췄다. 이에 따라 예치금 분리, 이상거래 감시, 불공정거래 금지 등 기본 안전망이 구축됐다. 2단계 규제는 발행·유통·상장·보관·결제까지 가상자산 생태계 전체를 제도권에 편입시키며, 어떤 자산을 허용하고 누가 시장에 참여하며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등 근본적 구조를 설계했다. 여기에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인 규제, 거래소 지배구조 등 금융시스템과 연결된 영역까지 포함됐다.


1단계 규제의 범위가 규제 대상이 거래소에 집중됐다면, 2단계는 발행·유통·시장질서 전 과정을 규제 범위 안에 넣었다. 또 1단계는 사고가 난 뒤 피해를 최소화하는 사후적 규제로, 2단계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장 구조를 설계해 사전적 예방에 초점을 맞췄다.


정부가 가상자산 규제 2단계 입법 논의를 본격화하면서 금융위원회가 추진 중인 전자금융거래법 전면 개편과 핀테크 규제 정비, 빅테크·가상자산 사업자 규율 변화가 맞물리고 있다. 디지털 금융 생태계 전반이 새로운 규제 패러다임을 맞으며, 가상자산과 핀테크 중심의 산업 구조가 전환기를 맞는 모습이다.

 

 

◇가상자산 2단계 규제와 핀테크·전금법 개편이 만나는 지점


가상자산 규제 2단계 논의와 전금법 개편은 서로 다른 시작점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디지털 금융 인프라를 하나의 규율 체계로 통합해야 한다는 흐름 속에서 빠르게 접점을 넓히고 있다. 정부는 가상자산을 더 이상 주변적 투자상품이 아니라 결제·송금·데이터·보안이 얽힌 금융 시스템의 일부로 보고 있으며, 이에 따라 규제의 깊이와 범위가 동시에 확장되고 있다.


가상자산 규제 2단계 입법은 1단계의 ‘투자자 보호’ 중심 접근을 넘어 시장 구조 전반을 제도권에 편입하는 작업이다. 발행·상장 규제, 시장감시 체계 강화, 사업자 내부통제 기준 상향, 스테이블코인 규율 등 금융시장 수준의 규제가 논의되고 있다. 특히 FATF(Financial Action Task Force,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IOSCO(International Organization of Securities Commissions, 국제증권감독기구) 등 국제 기준과의 정합성 확보도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이달에 진행되는 논의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지급결제 인프라의 일부로 간주하고, 발행인 책임·준비자산·상환 구조를 명확히 하는 방안이 집중해서 다뤄지고 있다. 정부가 가상자산에 ‘금융시장 수준의 규율’ 적용을 강조하는 이유는 가상자산이 별개의 산업이 아니라 핀테크·은행·결제망과 연결된 금융 인프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이 흐름은 전자금융거래법 개편과도 맞물린다. 전금법은 결제·송금·마이데이터·오픈뱅킹 등 디지털 금융 서비스의 법적 지위를 재정립하고, 빅테크·핀테크의 금융업권 진입 규율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을 추진 중이다. 동시에 금융보안과 사이버 리스크 관리 기준을 대폭 상향해, 디지털 금융 전반에 동일한 보안·내부통제 기준을 적용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금융위의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은 가상자산 규제에도 그대로 연결된다. 똑같은 결제 기능을 제공하면 어떤 서비스를 막론하고 똑같은 규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상식적인 논리다.


가상자산 규제 2단계 논의와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편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디지털 금융 전반의 규제 지형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두 제도는 출발점은 다르지만,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환경에서 디지털 자산 인프라의 안전성을 확보한다는 동일한 목표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교차 지점을 형성한다.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결제·송금, 토큰 금융상품,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 등 전통 금융과 유사 기능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반면 핀테크 기업은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와 토큰화 자산을 활용한 금융모델 실험으로 가상자산 영역에 진입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금융·비금융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새 규제 구축을 예고, 전자금융거래법 개편과 가상자산 규제 2단계를 통합한 디지털 금융 규율 정비가 추진되고 있다. 산업 전반에 걸친 환경 변화가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디지털 금융 규율 정비가 본격화되며 산업 전반에 변화가 예상된다. 핀테크 기업은 가상자산 서비스 확대 시 금융업 수준의 자본규제와 내부통제 의무 적용 가능성이 크다. 가상자산 사업자도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성을 이유로 금융회사에 준하는 규제 압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반면 금융회사는 규제 속에서 디지털 자산 시장 진출 기회 확보의 긍정 신호를 받고 있다.


시장 반응은 엇갈린다. 업계는 규제 중첩과 비용 증가, 혁신 저해 가능성을 우려한다. 특히 핀테크와 가상자산 기업 모두 기존 규제 체계에 더해 새로운 의무가 추가되는 경우 사업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러나 제도권 편입이 가져올 신뢰성 제고, 기관투자자 유입, 금융회사와의 협력 확대 등 기대도 크다. 규제가 명확해질수록 핀테크–가상자산–금융회사 간 경쟁 구도는 재편되고, 새로운 협력 모델이 등장할 가능성도 높다.


가상자산 규제와 전금법 개편을 통한 핀테크 규제의 재정비라는 일련의 규제 변화는 디지털 금융 시장의 확산과 뿌리내림의 속도전과 맞물리며 단순한 법 개정이 아니라 디지털 금융 생태계 전체의 구조를 다시 짜맞추는 작업으로 볼 수 있다.

 

 

◇‘동일기능·동일규제’, 한국 디지털 금융의 분기점


가상자산 규제 2단계 입법 논의와 전자금융거래법 개편은 단순히 규제를 강화하는 차원을 넘어, 디지털 금융 생태계 전체를 새롭게 설계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1단계가 투자자 보호라는 응급처치적 성격이었다면, 2단계는 발행·유통·결제까지 포괄하는 시장 구조의 제도권 편입을 통해 사고 자체를 예방하는 사전적 규율을 지향한다.


정부가 제시하는 규제의 목적은 산업 억제가 아닌 시장 신뢰 회복과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 마련에 있다. 이는 핀테크·가상자산·금융사가 같은 기능을 제공하면 똑같은 규제를 적용한다는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에 근거한다. 또 국제 기준과의 정합성 확보도 중요 과제 중 하나다.


이번 가상자산 규제 2단계 입법과 핀테크의 금융업권 진입 규율을 강화 규제 논의는 단순한 제도 개편에 그치는 것이 아닌 한국 디지털 금융의 미래를 결정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번 개편은 국내 금융산업이 글로벌 규제 환경의 흐름에 발맞춰 신뢰성과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금융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금융권에서는 ‘디지털자산 기본법’이 금융회사 수준의 규제를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적용할 경우 혁신 동력 약화와 글로벌 경쟁력이 상실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제도화 과정에 들어갈 때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성 확보와 함께 산업 성장성을 살릴 수 있는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영명 기자 paulkim@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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