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6월부터 폭염중대경보·열대야주의보 시행
- 폭염 대응, 특보 넘어 보건정책 연계 필요
기상청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오는 6월부터 체감온도 기반의 ‘폭염중대경보’와 ‘열대야주의보’를 새롭게 시행한다. 지난 16일 국회에서는 이와 관련해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하고 기상청이 주관했다.
◇ 폭염·열대야 급증, ‘기후위기’ 이미 현실화
이날 토론회 첫 발제에 나선 부경온 국립기상과학원 기후변화예측 팀장은 IPCC 보고서를 인용해 "인간 활동이 지구 온난화와 극한 기후 변화의 명백한 원인"임을 강조했다. 특히 1850년 이후 전 지구적으로 폭염과 고온 현상이 광범위하고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동아시아 또한 이러한 위기에서 예외가 아니며 인간 활동이 폭염 증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기후 변화 또한 뚜렷한 상황이다. 최근 30년간 평균 기온은 과거에 비해 약 1.8도 상승했으며, 10년 단위로 약 0.2도씩 꾸준히 오르고 있다. 역대 최고기온 기록 상위 12개 중 7개가 최근 10년 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과 열대야 발생 양상에서도 변화가 확인된다. 폭염일수는 최근 들어 증가세가 뚜렷해졌으며, 열대야 일수는 이보다 더 가파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SSP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 수준에 따라 21세기 말 지구 평균기온은 최소 1.5도에서 최대 5.7도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모든 시나리오에서 지구 평균기온이 1.5도 상승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부경온 팀장은 “온난화가 심화될수록 극한 고온 현상의 빈도와 강도, 지속기간 모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우리나라도 기온 상승이 1.5도일 때 폭염일수는 약 5.8일 증가하고, 3도 상승 시에는 최대 23일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열대야 역시 같은 조건에서 최대 22일까지 증가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온난화가 1.5도에서 2도로 추가 상승할 경우 건강 위험은 최대 60%까지 증가하고, 3도 이상 상승 시에는 최대 90%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건강 영향도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폭염은 더 이상 단순한 기상현상이 아니라 생명을 위협하는 재난"이라며, "온실가스 감축과 함께 국가 차원의 대응 체계 강화가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 폭염 환자 2023년 이후 급증...열대야 영향, 아침에도 쓰러져
토론회장에서는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 결과도 공개됐다. 안윤진 질병관리청 기후보건건강위해대비 과장은 “열대야 영향으로 아침 시간대에도 환자가 발생하는 등 기존과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어 대응 체계 강화가 필요하다는 설명과 함께 2011년부터 운영된 온열질환 감시체계 분석 결과를 내놨다.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3년부터 환자 발생이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며 특히 여름철 중반에 집중됐다. 주요 특징으로는 50~60대와 고령층이 전체 환자의 40%, 사망자의 60% 이상을 차지했으며, 발생 장소로는 논밭, 건설 현장 등 야외 작업장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사망자의 80% 또한 실외에서 발생했다.
안 과장은 “과거에는 주로 오후 시간대에 환자가 집중됐지만, 최근에는 오전과 야간에도 환자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며 “열대야로 체온 회복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음 날 건강 이상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에 정부는 ‘한낮 외출 자제’ 중심의 예방수칙에서 벗어나 시간대 구분 없이 전반적인 주의를 당부하는 방향으로 지침을 수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온열질환 발생을 사전에 예측하기 위해 도입하고 있는 정보 제공 체계를 기상자료와 환자 데이터를 결합해 위험도를 4단계로 구분한 ‘온열질환 발생 예측정보’를 개발했다. 올해부터는 이를 전 국민 대상으로 확대 제공할 예정이다.
◇ 행안부, 무더위 쉼터 7만여 개 운영·취약계층 보호 강화
정부는 2018년 기록적인 폭염 피해 이후 관련 법령을 개정하여 폭염을 자연재난으로 공식 포함하고 국가 차원의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 현재 행정안전부 총괄 하에 부처별·지자체별 위기관리 매뉴얼을 운영하며 체계적인 재난 관리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김진희 행정안전부 기후재난관리 과장은 “1천 명 이상이 참여하는 야외행사는 폭염 대응을 포함한 안전관리계획 수립이 의무화하고 전국에 약 7만 3천 개의 무더위 쉼터도 운영 중"이라며 "농작물과 가축 피해를 줄이기 위한 예방시설과 재해보험도 확대와 여름철 전력 수요 증가에 대비한 전력 수급 안정 대책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폭염은 장기간 지속되는 특성상 체계적인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정부 대응과 함께 국민 개개인의 행동요령 준수도 중요한 만큼 폭염 대응 매뉴얼을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관계부처 협력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 역량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 폭염, 24시간 재난...특보체계 개편
기상청은 기후위기로 일상화된 폭염에 대응하기 위해, 체감온도 38℃ 이상의 극단적 고온 시 발령되는 ‘폭염중대경보’와 ‘열대야주의보’를 새롭게 도입한다. 특히 폭염이 꺾인 뒤에도 온열질환이 발생하는 ‘지연 효과’를 고려해, 위험이 충분히 해소될 때까지 특보를 유지하는 ‘해제 대기 구간’을 설정하여 국민 안전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김성묵 기상청 예보정책 과장은 “기후변화로 폭염이 더 이상 먼 미래의 위험이 아닌 현재의
재난이 됐다”며 “이제는 위험을 감시하고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걱정스러운 것은 폭염에 대한 경각심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폭염특보가 발령되더라도 행동 변화를 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과반을 차지했다. 김 과장은 "체감온도 38℃ 이상에서는 온열질환자가 급증하는 등 생명 위협 수준으로 위험이 커지지만, 기존 2단계 특보체계로는 이를 충분히 구분해 전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새로운 특보체계로 ‘폭염중대경보’를 새롭게 신설한다. 체감온도 35℃ 이상이 이틀 이상 지속되는 가운데, 체감온도 38℃ 또는 최고기온 39℃ 이상의 극단적 고온이 예상될 경우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된다.
김 과장은 "온열질환 발생이 급증하는 임계치를 반영한 기준"이라며 "폭염 이후에도 온열질환이 증가하는 ‘지연 효과’가 확인됐다. 국민이 실제로 안전해질 때까지 경고를 유지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야간 폭염 대응을 위해 지역별 기후 특성을 반영한 ‘열대야주의보’를 새롭게 도입해 기존 25℃ 기준을 대도시·해안은 26℃, 제주는 27℃로 차등화하여 불필요한 특보 남발은 줄이고 실질적인 체감 위험 전달력을 높일 방침이다. 이번 개편안은 기상청 누리집과 재난문자를 통해 안내될 예정이며, 향후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특보 체계를 지속 보완할 계획이다.
◇ 폭염, 단순 기상 아닌 재난...전문가들 ‘폭염중대경보·열대야주의보’ 신설 필요성 강조
이어진 토론에서 좌장을 맡은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 교수는 “이번 특보체계 신설은 국가 대응체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중요한 정책적 도약”이라고 평가했다. 또 기상·보건·노동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한 토론에서는 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하고 운영해야 하는지 놓고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신백우 고용노동부 직업건강증진 팀장은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 및 관련 규칙을 개정하여 폭염 속 장시간 작업으로 인한 건강장애 예방 조치를 강화했다"며 "특히 작년 7월부터는 현장의 폭염 작업 기준을 마련해 시행하며 근로자 보호를 위한 법적 기반을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체감온도 33℃ 이상 시 2시간당 20분 휴식 의무화, 35℃ 이상 시 시간당 15분 휴식 및 작업 중지를 권고하는 지침을 운영 중"이라며 "이러한 현장 맞춤형 대응을 통해 폭염 속 노동자의 생명 보호와 온열질환 예방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폭염 대응, 특보 넘어 보건정책 연계 필요
황승식 서울대학교 보건학과 교수는 “지난 10년 간 자연재해 사망 원인 1위가 폭염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관심은 충분하지 않았다”며 “폭염은 이미 가장 치명적인 재난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해외 사례를 언급한 그는 “핀란드 헬싱키는 교통사고 사망 ‘제로’를 목표로 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우리도 온열질환 사망을 획기적으로 줄이거나 ‘제로화’하는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체감온도 외에 습도와 복사열 등을 포함한 정교한 통합 지표 개발과 주·야간 누적 열 스트레스를 반영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신설된 '폭염중대경보'가 드물게 발령되더라도 기존 폭염경보 역시 위험하다는 점을 명확히 전달해 국민의 인식 혼선을 방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폭염, 강력한 단계 신설로 행동 유도해야
신주영 국민대학교 건설시스템공학부 교수 “폭염 특보가 한 달 내내 이어지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오히려 국민의 경각심이 낮아지는 ‘경보 피로감’이 나타나고 있다”며 “빈도는 낮지만 피해가 큰 상황을 명확히 구분해 전달할 수 있는 ‘상위 단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열대야주의보’는 야간 고온에 대한 별도 경고를 통해 국민 건강을 보호하고, 낮 동안 축적된 열 스트레스의 회복을 돕는 중요한 정책적 장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미 폭염 정보를 제공받은 상황에서 열대야주의보가 추가될 경우 국민이 이를 어떻게 다르게 받아들이고 행동으로 옮길지에 대한 설계가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 폭염 사망, 농촌 고령층에 집중, 지역·직업 맞춤형 경보 필요
폭염 사망자가 농촌 고령층에 집중됨에 따라, 단순 기온 위주의 특보 체계를 지역 및 직업별로 세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효철 한국농수산대학교 교수는 “폭염 피해는 단순히 기온 문제가 아니라 누가, 어디에서 노출되느냐의 문제”라며 “특히 농촌의 고령 독거인과 농업 종사자를 최우선 보호 대상으로 설정하고, 온열질환자와 사망자를 구분하여 실질적인 위험을 반영하는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현재의 폭염 대응이 온도 중심으로 설계된 점에 대한 한계를 지적한 그는 “위험도는 낮게 평가되는 지역이라도 실제 사망자는 농촌에서 발생한다”며 “온열질환자와 사망자를 구분한 정책 설계와 우선순위 설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책 자원의 배분 방식에 대해서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시설 설치보다 실제 사망 위험이 높은 지역과 계층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며 “직업과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경보체계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농업인은 작업 특성상 폭염에도 일을 멈추기 어려워 새벽 작업 중 쓰러지고 장시간 발견되지 않아 사망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며 “농촌 지역에 ‘작업 중지’ 등 보다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기후변화로 폭염이 지속될 경우 10년 뒤 정책 효과 평가 요구가 커질 것”이라며 “지금부터 코호트 연구 등 장기적인 역학 연구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폭염 대응을 단일 기관이 아닌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며 "폭염 재난 관리는 모니터링, 경보, 정책, 평가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기상청이 핵심 기관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농업인 등 일부 취약계층은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에서 상대적으로 제외돼 있는만큼 제도적 보완 필요성에 대해서도 촘촘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폭염을 재난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해 열대야를 포함한 과학적 통합 대응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상 특보 발령 시 작업 중지와 휴식 의무화 등 현장 조치가 즉각 실행되는 자동 연동 시스템 구축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