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8일 이재명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서 민생경제협의체를 가동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이 자리에게 이 대통령은 주식 양도세와 대주주 기준 상향 조정 등 장 대표의 제안에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같은 날, 주식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과 관련해 “정부가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면 국민 의견을 들어야 하고 지금 그런 과정을 거치는 중”이라며 “정부가 결정한 정책이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7일 구 부총리는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이달 안에 확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구 부총리는 “국민이 걱정하시는 의견도 듣고 있다”며 “대주주 양도세는 최대한 이른 시기에 결정을 내려 주식시장,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을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7월 말 주식 양도세를 내야 하는 대주주 기준을 현행 종목당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강화하는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개편안 발표 후 증시가 폭락하자 더불어민주당은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는 등 여론을 수렴하는 눈치다.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 강화할까? 유지할까?
실제 국민 절반 가까이가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을 ‘50억원’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봤다. 한국갤럽이 지난 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 기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은 강화보다는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를 보면 ‘종목당 50억원 이상이라는 현행을 유지해야 한다’는 답변은 47%에 달했다. ‘종목당 10억원 이상으로 기준을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은 27%에 그쳤고, 응답자 26%는 의견을 유보했다.
개인 투자자까지 ‘대주주’로 묶여 매매 제한과 과세 부담을 지게 될 수 있어 시장에선 ‘과세 강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발표 직후 개인 투자자들은 연말 대규모 매도(투매) 가능성을 경고하며 강하게 반발했고 ‘대주주 양도세 하향 반대’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14만명을 넘겼다.정치권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면서 정부가 일단 추진했던 하향 방침을 재검토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현행 50억원 유지를 정부에 전달했다”고 공개적으로 못 박았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오히려 100억원으로 상향하는 법안을 발의하며 맞불을 놓으면서 정치권 공방까지 확산됐다.
국내 주식 보유자들 사이에서도 현행 유지를 바라는 목소리가 더 높았다. 주식 보유자 469명 중에서 64%는 종목당 50억원 이상이라는 기준을 바꿔서는 안 된다고 봤다. 종목당 10억원 이상으로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을 바꾸면 국내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도 40%에 달했다.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응답자는 20%에 그쳤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 강화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더 많았던 셈이다.

●구간 세분화 검토...중장기적인 해법이 될 수 있나
정부가 이번 결정을 미룬 데에는 정책 후퇴에 따른 정치적 부담, 시행령 사안으로 국회 심의 없이도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정부가 명확한 후속 로드맵을 내놓지 않으면서 투자자 불신과 시장 불확실성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정책 결정의 핵심 부서인 기획재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확정을 앞두고 10억 원에서 50억 원 사이 ‘구간 세분화’ 등의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민석 국무총리 역시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자본시장을 존중하는 정부가 되겠다”며 자본시장 활성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김 총리는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현장간담회에서도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확정에 대해서는 신중함을 유지했다. 김 총리는 “지금 우리 경제는 대내외적인 구조적 난제에 직면해 있다”며 “이재명 정부 5년이 우리 경제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는 만큼 자본시장의 기대에 부응하고 경제활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 관계자는 힌트를 줬다. 그는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확정은 10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바로 후퇴하는 방향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른 정책을 추진할 때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그 중간의 구간을 세분화해서 대주주 기준을 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대주주 기준 문제는 세수·형평성을 고려하는 정부 논리와 투자 위축을 우려하는 시장 논리가 맞서는 사안”이라며 “단기적으로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신뢰 회복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나증권 김두언 연구원은 ‘양도세 기준 종목당 50억 원→10억 원 강화’을 완화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증권가에서는 부정적인 게 사실이다. 추석 전에 기존 안이 유지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김 연구원은 대주주 기준 구간 세분화 가능성에 대해 “50억 원이 10억 단위로 세분화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며, “이렇게 구간별로 나누는 것은 이재명 정부가 증시 부양을 내세운 것에 비해 행정적 재반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점과 정책의 방향성 측면의 실책을 오히려 드러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투자증권 박지훈 연구원 역시 “정부 정책에 대해 코멘트를 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방향적 측면에서 증권시장에서는 실망스러운 상황이다”며, “만약 원안이 유지된다면 시장 회복을 할 가능성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