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모델은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 등록 2012.04.12 23: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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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과학 구제현 대표이사

모형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아니 어릴 적 조립식 비행기나 탱크 장난감을 한번이라도 만들어 본 대한민국의 남자라면 빨간 바탕에 하얀 글씨로 적혀있는 ‘아카데미과학’이라는 상표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1969년 설립되어 지난 40여 년 동안 국내 최고로, 이제는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프라모델 회사로 거듭난 아카데미과학의 구제현 대표이사를 만났다. 에디터 이정훈 기자

 올해로 44살인 아카데미과학. 아마 그 이름을 지금 처음 들어본 사람도 있겠지만, 그 역사는 결코 짧지 않은 프라모델 회사다. 국내에서는 이미 업계에서 최고로 통하고 있고 수많은 프라모델 업체들이 버티고 있는 세계에서도 아카데미과학은 유명인사다. 아카데미과학의 설립자인 김순환 회장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었는데, 프라모델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아이들이 공작시간에 사용할 프라모델이나 찰흙 등을 만들어 판매하면 경제성이 있겠다 싶어 사업을 시작하였다.

 “아이들을 좋아하고 프라모델에 관심이 많았던 회장님의 취미가 사업으로 연결된 거죠. 하지만 당시 국내에서 프라모델 제조에 관해서는 거의 무지했다고 보시면 되요. 그래서 처음에는 외국에서 들여온 모델을 카피하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아카데미과학은 프라모델의 인기와 함께 성장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잘 팔리는 시장에는 경쟁자가 있는 법. 당시 호황을 누리던 프라모델 시장에는 관련 회사들이 점점 늘어나더니 국내에서 40여개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지금의 아카데미과학은 2등 없는 1등 회사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구제현 대표이사는 ‘정직한 물건을 만드는 것’이라는 신념과 끊임없는 재투자가 지금의 아카데미과학을 만들었다고 이야기한다.

 “수십 개의 프라모델 회사가 우후죽순 생겨났죠. 그래도 그 당시에는 다들 괜찮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모두 사라졌죠. 왜 그랬을까요? 저희는 ‘정직한 물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을 항상 가지고 있었어요. 물론 다른 회사들도 그랬겠지만, 저희는 특히 그 부분에서 노력했다고 자신합니다. 프라모델이라는 상품은 소비자가 직접 완성해보기 전까지는 그 상품의 신뢰성을 알 수 없죠. 만들어놓고 평가하자면 그때는 이미 늦은 거죠. 대충 만들어서 시장에 내놓는다면 처음에는 팔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다음번에는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하죠. 그래서 정직한 물건을 만드는 것을 여전히 최우선으로 합니다.”

세계 어디서나 인정받는 우리 상품
 정직한 물건을 만들겠다는 신념만으로는 정직한 물건을 만들어낼 수 없었을 터. 그래서 아카데미과학에게는 그에 걸맞은 프라모델 제조 기술이 필요했다. 물론 프라모델 사업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에서 처음부터 그런 기술을 가지고 있기는 불가능했다. 

 “수익이 생기면 우선 제품을 개발하고 만드는데 최우선으로 투자했습니다. 정밀한 프라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확한 자료수집이 필요한데요, 이를 위해 세계 각국의 네트워크를 이용해 자료를 수집하고 좋은 기계와 설비에 많은 투자를 했습니다. 그리고 프라모델의 질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기술은 금형입니다. 예전에는 금형기술이 굉장히 뒤져있었는데, 아니 거의 기술이 없었다고 해도 될 정도죠.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금형기술을 굉장히 많이 연구했고 일본에 직접 가서 배우고 오기도 했어요. 쉽지 않았지만 그때 그러한 노력들 덕분에 정직한 물건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거죠.”

 밑바닥부터 시작한 아카데미과학의 프라모델 제조 기술은 이제 업계 최고를 달린다. 지난 40여 년간의 풍부한 경험은 그들의 최대 무기다. 이제는 사실적인 고증 문제나 조립 불량에 대해서 불만이 거의 없다고 한다. 특히 금형기술의 경우 금형 역수출 제의가 들어오기도. 하지만 자신들의 할 일도 바쁘기에 다른 제의들은 받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해외에 금형 공장을 지어서 금형 기술로 더 많은 돈을 벌수도 있지 않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구제현 대표이사는 고개를 저었다.

 “인건비가 많이 올라서 공장들이 해외로 많이 가잖아요. 그런데 그곳에서 저희의 기술을 빼앗길 수 있지 않습니까? 인건비가 비싼 일본조차 금형은 자신들이 직접 해요. 그래서 아직도 금형은 100% 저희 손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게 우리 노하우고 우리 재산이며, 이 분야에서 국가 경쟁력이 될 수 있는 것이죠. 이렇게 엉뚱한 곳에 투자하지 않고 이 분야에서 차근차근 쌓아 올라오다 보니까 아카데미과학이 이렇게 건실하게 성장해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아카데미과학은 해외시장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필리핀에 있는 공장과 독일지사는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밑거름이다. 수출을 시작한지는 벌써 30년 정도로 세계 50개국에서 아카데미과학의 상표를 단 프라모델들이 팔리고 있다.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가진 나라에서는 어디서나 아카데미과학을 만날 수 있다는 뜻. 

 “필리핀에는 지금 두 개의 공장이 가동되고 있습니다. 독일지사는 거대한 유럽시장과 미주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15년 전 만들었고요. 저희 프라모델 분야에서는 딱 알맞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세계 유명 프라모델 브랜드에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정도죠.”

 아카데미과학은 세계에서 가장 큰 완구 전시회인 ‘뉘렌베르크 완구쇼’에서 ‘올해의 모형상’을 지난 1990년부터 매년 받아오고 있다. ‘올해의 모형상’은 정부기관에서 주는 상은 아니지만 그 권위는 대단하다.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 매년 모여서 심사 끝에 모형을 선정, 상을 수여한다. 여기에 입상하는 제품은 세계에서 제일 좋은 제품이라고 인정받는다고. 구제현 대표이사의 “어느 브랜드에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에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아카데미과학은 지난 1990년 부터 매년 ''뉘렌베르크 완구쇼''에서 ''올해의 모형상''을 수상해오고 있다.

직접 만드는 놀이가 꿈을 심어준다
 프라모델의 황금기는 지났다. 방과 후 많은 아이들이 몰려와 너도나도 프라모델을 고르고 있는 문구점의 모습은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풍경. 프라모델의 주 수요층은 그 때 당시를 추억하거나 지금까지 꾸준히 만들어오고 있는 30~40대 마니아들이다. 당장 대형마트만 가보더라도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이 프라모델을 고르는 모습이 눈에 띈다. 

 “70년대나 90년대가 프라모델의 황금기였죠. 지금 프라모델의 주 고객은 젊은 층보다는 성인층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안 만들어요. 예전에는 장난감이나 프라모델이 아이들의 놀이감이었는데, 지금은 아이들이 시간을 소비할 수 있는 다른 것들이 많아졌잖아요.”

 이제는 인터넷과 게임, 핸드폰 등이 프라모델이 지키고 있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요즘 아이들은 장난감보다는 현란한 그래픽을 가진 컴퓨터 게임에 더 열광한다. 가만히 앉아서 버튼만 눌러대는 아이들이 부모들은 걱정스럽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다. 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게임에만 빠져있는 아이들을 탓할 수는 없는 법. 게임을 하는 아이에게 책을 준다면 과연 반응이 어떨까? 놀이와 공부는 엄연히 다른 것이다. 아카데미과학은 요즘 아이들도 프라모델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아이들도 현실에 맞게 살아야하기 때문에 컴퓨터 게임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손으로 직접 만들어보며 익히는 감각은 아이들의 지능발달에 큰 도움이 되죠. 그런 부분에서 프라모델은 교육적으로도 굉장히 좋은 놀이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프라모델로 만들었어요. 어린 아이들도 직접 만들어볼 수 있죠. 물론 그냥 장난감으로 만들어서 팔면 간단하겠지만,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프라모델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요. 코엑스에서는 인터넷 접수를 통해 아이들이 참가하여 무료로 프라모델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업을 진행하며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사업에 반영하기도 하죠. 한 반에 60명 정도로 운영하고 있는데, 인기가 상당합니다.” 

 구제현 대표이사는 프라모델 사업을 통해 아이들의 교육적인 부분에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점에 큰 보람과 자긍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다음 이야기를 들어보면 ‘모형항공기를 만들며 조종사의 꿈을 키운 아이’라는 말이 결코 추상적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어릴 시절 ‘과학의 날’에 모형항공기를 누구나 한 번씩은 날려봤겠죠? 이건 어느 문구점 주인에게 들은 이야기인데요, 어느 날 공군 장교가 프라모델 비행기를 사러 왔더래요. 그런데 그 공군 장교가 어린 시절부터 저희 아카데미과학의 모형항공기를 만들어 날리면서 비행기에 대한 꿈을 가졌다고 했데요. 그리고 그 꿈을 이뤄낸 거죠. 그 이야기를 듣고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저희 제품이 한 아이에게 꿈을 심어주었잖아요. 그런데 과학문화재단에서 지난 몇 십년간 해오던 전국 학생 모형항공기 대회가 최근에 사라졌어요. 과학문화재단에서 하는 행사 중 가장 많은 아이들이 참가하는 것이 모형항공기 대회였어요. 참 안타까운 일이죠. 저는 그것을 아이들의 꿈을 위해서라도 꼭 살려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하고 좋은 제품으로 장수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
 아카데미과학이 프라모델만을 생산하는 회사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그들이 생산하는 제품군은 프라모델과 무선조종(RC), 에어건, 과학교재, 캐릭터 완구 등 5가지. 프라모델은 말할 것도 없이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며 에어건의 경우 미국에 가장 많은 수출을 하고 있는 품목이다. 최근에는 아이들에게 ‘뽀통령’이라 불렸던 뽀로로를 밀어내고 ‘폴총리’라 불리며 급부상하고 있는 로이비주얼의 애니메이션 <로보카 폴리>의 캐릭터 상품을 만들어내 ‘대박’을 쳤다. 구제현 대표이사의 말을 빌리자면 ‘생각을 뒤엎을 정도의 인기’라고.

 “앞으로도 프라모델이 주력 상품이겠지만, 프라모델 하나만 가지고 회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는 어렵습니다. 프라모델 마니아들만 상대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희는 사업을 다양화시켰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캐릭터 상품도 신경 쓰고 있습니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가 ‘로보카 폴리’입니다. 워낙 애니메이션과 캐릭터가 좋았고, 거기에 저희의 노하우가 합쳐져서 그랬는지 로보카 폴리 관련 상품이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어요. 캐릭터 완구에서는 매출 순위 최상위권을 달리고 있죠.” 

 다양하고 좋은 제품으로 수십 년 동안 국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아카데미과학. 이러한 명성 뒤에는 수십 년 동안 축적된 기술력뿐 아니라 유통망이 있다. 구(舊)시장과 신(新)시장,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오랜 세월 쌓아온 판매 네트워크는 그들의 또 다른 자랑거리다.   
 

30년 가까이 회사를 이끌며 회사의 성장을 주도해온 구제현 대표이사. 그의 앞으로 목표는 아카데미과학을 크게 키우는 것이 아닌, 작지만 강하고 100년 장수하는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다. 또한 우리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역할’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은 그에게 큰 보람이다.

 “사업의 규모를 많이 따지는데 저희는 더 이상 회사를 크게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나무가 크면 크게 넘어지죠. 이미 저희는 충분한 장점을 가지고 있어요. 이 분야에서는 작지만 강한 기업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장인정신을 가지고 만들고 있습니다. 프라모델 시장에서는 이미 세계 5위권이고, 작년에는 지식경제부가 세계 일류상품 생산기업으로 지정했습니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강한 상품이 얼마나 있을까요? 저희는 이미 잘 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건만 잘 만들어낸다면 급성장은 불가능하겠지만 꾸준하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또 장수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죠. 일시적인 성공이 아닌 앞으로도 성장할 수 있는 기업되고 싶습니다. 벌써 반세기 가까이 성장해왔는데, 앞으로 반세기만 더 노력한다면 100년 기업이 되잖아요? 시대에 맞게 변화하면서도 이 분야에 충실히 한다면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 우리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역할도 계속 해야죠. 사실 이 일을 하면서 돈을 많이 버는 것 보다 아이들이 저희 제품을 통해 꿈을 키웠다는 것에 더 보람을 느껴요. 아카데미과학의 제품을 가지고 놀면서 자란 아이들이 국가 산업을 이끌어갈 역군들이 된다는 생각을 하면, 이보다 더 뿌듯한 일이 어디 있겠어요(웃음)?” 

 

이정훈 기자 기자 punk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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