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내렸지만 현장에선 볼멘소리...최고가격제 효과는?

  • 등록 2026.03.21 11:3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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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휘발유·경유값 안정세 전환에도 소비자·석유업계 체감은 제한적
- 시장 개입 효과는 있었지만 유통마진 줄어..주유소 실적에 악영향 전망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자 국내 기름값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며 리터당 1900원대를 넘어섰던 국내 유류 가격은 제도 시행 직후 하락세로 전환했다. 그러나 가격 안정 이면에서는 정유사 수익성 악화와 주유소 역마진 등 산업 전반의 부담이 빠르게 누적되고 있고, 소비자 체감 효과도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정책의 실효성과 시장 왜곡 논란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 정부 개입 이후 가격 빠르게 하락...정유사·유통사 체감 제한적

 

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3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TF 회의에서 “주유소 간 가격 동조화나 담합 의심이 있는 지역에 대한 현장 조사도 진행 중”이라며 “출고 조절이나 담합 등을 통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행위가 확인될 경우 엄중히 제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가격 흐름만 놓고 보면 정부의 시장통제는 즉각적이다. 최고가격제 시행 직전인 12일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98.8원, 경유는 1919원까지 상승했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리터당 2300원을 넘는 사례도 나타났고, 경유가 휘발유보다 비싼 ‘가격 역전’ 현상도 발생했다.

 

그러나 13일 제도가 시행되자 가격은 곧바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시행 직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1872원, 경유는 1884원으로 내려갔다. 20일 오후 현재는 휘발유 1820~1850원대, 경유 1830~1860원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서울의 경우 휘발유는 1860원, 경유는 1870원 내외에서 형성되고 있다.

 

다만 소비자 체감도는 기대만큼 크지 않다는 평가다. 이날 서울 여의도 인근 주유소에서 만난 소비자 A씨는 “최고가격제 도입 이후에도 가격 차이가 크지 않고 20~80원 수준에 그친다”며 “예전보다 저렴해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주유소를 찾은 소비자 B씨도 "가격인하 효과는 최고가격제 시행 직후 며칠만 이어진 것 같다"며 "오늘은 경유 가격이 다시 소폭 올랐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한숨을 쉬었다.   

 

 

◇ 중동 사태 장기화 전망 속 정책 지속성 시험대

 

같은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유가급등에 따른 대책 마련을 위한 정유업계 간담회'에서는 정유사·주유소협회·석유유통협회가 참석해 중동 전쟁이 국내 석유업계에 미칠 파급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들은 정부가 최고가격제도 시장을 제대로 누를 지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이건명 S-OIL 부사장은 “국제 제품 가격 상승분을 일부만 반영하고 나머지는 회사가 부담하고 있다”며 “정부 정책에 협조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윤 SK이노베이션 부사장도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나 동시에 원유 수급 안정 역시 핵심 과제”라며 “중동 사태로 수급 불안이 현실이 되면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주유소 점주들의 한숨이 깊어졌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유사로부터 석유를 들여와 판매하는 유통마진이 줄었다는 것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가격 통제 상황에선 자영 주유소의 부담이 과도하게 커질 수밖에 없다”며 “유통구조의 고질적인 문제를 그대로 두면 시장 왜곡과 업계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 가격 안정 vs 시장 왜곡…정책 지속성 시험대

 

정부가 시행 중인 석유 최고가격제는 단기적으로 급등한 기름값을 억제하는 데에는 일정 부분 효과를 보였지만, 업계는 그 비용이 정유사와 주유소에 집중되면서 산업 전반의 부담으로 전이되고 있다고 호소한다.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라는 파고 속에서, 최고가격제가 시장 안착을 위한 안전판이 될지, 아니면 산업 왜곡을 심화할 임시 처방에 그칠지는 결국 정부의 정책 운용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조승범 기자 jsb21@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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