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韓·사우디 경제 협력 확대 ···무슬림에 대한 편견은?

  • 등록 2026.03.16 17: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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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초대형 도시 ‘네옴’에 한국 기업 대거 참여
대구 사원 갈등·예멘 난민 논란...혐오와 공존 사이 선 한국 사회
“테러 이미지 덧씌우기 안돼”...이슬람 이해 부족이 낳은 인식의 간극
이태원·인천 현장서 만난 무슬림들 “차별보다 교류 부족이 더 문제”


 

네옴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플랜트·건설·에너지 산업에서 한국과 중동의 경제적 연결은 이미 깊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약 70% 이상이 중동에서 들어오고 있으며, 조선·플랜트·에너지 분야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국가와 협력이 확대되고 있다.

 

국가 간 경제 협력은 기존의 에너지와 건설 위주에서 첨단 제조, 청정예너지, 디지털 기술 등 미래 산업 전반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특히 사우디의 국가 개혁 프로젝트인 '비전 2030'에 한국이 핵심 파트너로 참여하며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반도체, 로봇, 인공지능(AI) 등 첨단 제조 기술 협력을 구체화하고 있으며, 청정수소 및 암모니아 생산 공동 추진을 위해 삼성물산, 한국전력 등이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협력하고 있다. 원자력 및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도 긴밀한 파트너십을 유지 중이다. 이 외에도 대규모 인프라 및 제조 프로젝트와 역대 최대 규모인 31개 한국 기업이 사우디 기술창업 전시회인 'BIBAN'에 참가하여 AI, 바이오, 스마트시티 분야의 기술을 선보이는 등 민간 차원의 기술 교류도 확대되고 있다. 

 

◇ 한국사회에서 이슬람 문화는 여전히 낯선 존재로 인식 

 

이와 같은 국가 간의 경제 협력과 달리 한국 사회에서 이슬람 문화는 여전히 낯선 존재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중동 정세가 다시 불안해지면서 이러한 인식의 간극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국제 유가와 공급망 불안 우려가 커지면서 중동 지역과 이슬람 문화에 대한 관심도 동시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종교적 다양성이 확대되는 현실 속에서도 무슬림을 향한 편견과 불신, 문화적 거리감이 곳곳에서 드러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2020년대 초 발생한 대구 북구 이슬람 사원 건립 갈등이 꼽힌다. 사원 건설을 둘러싸고 행정당국과 지역 주민, 이슬람 커뮤니티 간 갈등이 장기간 이어지며 한국 사회의 종교 다양성과 문화 수용성을 둘러싼 논쟁으로 확산됐다.

 

또한 2010년대 말 예멘 난민이 제주에 입국한 뒤 온라인과 일부 언론에서 혐오 발언과 인종적 편견이 확산됐다는 국제사회의 우려도 제기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당시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한국 정부에 혐오 표현 대응을 강화할 것을 권고한 사실을 소개하기도 했다.

 

◇ “정치 이야기 꺼내기 조심스러워”...이태원 이슬람 거리의 분위기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이슬람 거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두 아랍 청년 역시 인터뷰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두바이 출신이라고 밝힌 한 청년은 “두바이는 이란으로부터 공격을 받았지만 큰 피해는 없었고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중동 정세나 이슬람에 대한 정치적 이야기는 길게 이어가지 않았다.

 

이집트 출신이라고 소개한 또 다른 청년은 “이집트는 전쟁이 일어난 지역과 멀리 떨어져 있다”며 “이슬람과 관련한 정치적인 문제는 이야기하지 않겠다”며 인터뷰 자체를 거부했다.

 

이곳에서 만난 한국인 무슬림 역시 익명을 요구했다. 그는 “가명으로 자신을 소개하더라도 정치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에서는 이슬람 종교가 종종 신천지와 비슷한 집단처럼 취급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사회에는 무슬림을 경계하거나 차별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존재한다고 느낀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구미란 한국아랍친선협회 부장 겸 선문대학교 교수는 한국 사회가 이슬람 문화를 접할 기회가 부족했던 점을 지적했다. 구 교수는 “그동안 한국 사회가 이슬람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충분하지 않았다”며 “한국과 이슬람 문화권이 교류할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에 사는 평범한 무슬림들에게 테러나 전쟁과 같은 이미지를 덧씌우는 것은 잘못된 프레임”이라며 “종교와 정치 문제를 동일시하는 시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이슬람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도 엇갈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이슬람 미술, 찬란한 빛의 여정’ 전시회에서 만난 시민들의 반응도 다양했다.

 

직장인 강혜진 씨는 “고향인 경남 창원에 있는 이슬람 사원 인근에서 갑자기 무슬림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고 솔직히 무서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SNS와 일부 매체에서 언급됐던 ‘대구 이슬람 사원 건립 추진 인사 테러 연루설’을 언급하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반면, 전시장을 찾은 익명의 국제기구 종사자는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그는 “어린 시절 중앙아시아 등에서 무슬림 친구들과 교류한 경험이 있다”며 “한국도 산업 현장에서 많은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이고 있는 만큼 외국인 인재와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인천 무슬림 커뮤니티 “차별보다 교류 부족이 문제”

 

인천 연수구 옥련동에 있는 ‘알 마디나’ 이슬람 사원을 중심으로 형성된 외국인 무슬림 커뮤니티에서는 비교적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인천 연수구에서 유통업에 종사하는 한 무슬림은 “인천 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 무슬림은 5000명 정도 될 것”이라며 “내가 아는 한 한국에서 무슬림이 차별받았다는 사례는 거의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인천을 중심으로 자동차 판매 사업을 하고 있다는 이집트 출신 하산 모하메드 씨 역시 “우리 모두 불확실한 세계에 살고 있고 어느 사회든 갈등은 발생할 수 있다”며 “대구 사원 건립 갈등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인천에서도 한국 주민과 무슬림 커뮤니티 사이 교류가 거의 없는 점은 아쉽다”며 “서로 알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에 오해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 “테러의 온상?”...사원 건립 갈등이 남긴 상처

 

한편,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립 갈등은 한국 사회의 이슬람 인식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으로 꼽힌다. 사원 건축 현장 인근에는 “테러의 온상 이슬람 사원 절대 반대”, “테러리스트들은 한국을 떠나라”, “이슬람은 사람을 죽이는 악마 종교다” 등 주민들이 설치한 노골적인 이슬람 문화·무슬림 혐오 현수막과 피켓이 다수 게시됐다.

 

법원이 공사 중단 집행정지를 결정한 이후에도 갈등은 이어졌다. 주민들이 특정 종교를 비판하는 시위를 지속하면서 사회적 논란이 확산됐다. 이 사건은 단순한 종교 시설 건립 문제를 넘어 한국 사회가 종교적·문화적 다양성을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쟁으로 번졌다.

조승범 기자 jsb21@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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