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희토류, 공급망 불안 속 ‘미래 산업’과 ‘자원안보’의 결정적 열쇠

  • 등록 2025.11.22 23:5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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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풍력·첨단 무기까지, 공급망 불안정이 경제안보 직격탄
중국 정제 독점 속 글로벌 경쟁 격화, 한국은 다변화·재자원화로 대응
탄소중립 시대, 재활용 기술과 응용 산업 육성이 생존 전략 된다

 

희토류는 재생에너지·전기차·스마트폰·첨단 무기 등 핵심 산업에 없어서는 안 될 원료다. 이 희토류에 대한 공급망이 불안정하게 되면 경제안보와 기술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는 첨단 기술 산업과 에너지 전환에 필수적인 자원으로 손꼽히고 있어서다. 기존의 화석연료 중심 에너지 체계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에너지로 전환하는 시대에 들어서면서 각 나라들은 희토류를 확보하기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희토류란 무엇이고 왜 중요한가


희토류 원소는 주기율표상 란타넘족 15개 원소와 스칸듐, 이트륨을 포함한 총 17개 금속원소를 일컫는 말이다. 이들 원소는 이름과 달리 지각에는 비교적 풍부하지만, 경제적으로 채굴 가능한 농도가 낮아 생산이 어렵고 이러한 특성으로 ‘희토류’라는 이름이 붙었다.


희토류가 전세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첨단 산업의 핵심 소재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전기차 등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부터 풍력 터빈, 반도체, 군사 장비까지 다양한 첨단 제품에 필수 요소로 사용된다. 특히 네오디뮴(Nd), 디스프로슘(Dy) 등은 고성능 자석 제조에 필수가 되고 있다. 또한 전자제품에서 스마트폰, 노트북, 평면 TV 등에 사용되는 자석,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에 사용되고,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차량에는 고성능 영구자석(네오디뮴 등)이 모터 등에 사용된다.


이게 끝이 아니다. 에너지를 생산하는 풍력 터빈에서는 고효율 발전을 위한 강력한 자석에 희토류가 필요하고, 국방 산업에서는 레이더, 미사일 유도 시스템, 야간 투시경 등 첨단 무기에 사용된다. 특히 이트륨과 에르븀 등은 광섬유 증폭기와 레이저에 활용되는 등 광통신·레이저 기술로도 빼놓을 수 없는 소재다.

 

◇탄소중립과 공급망 경쟁, 희토류가 좌우하는 미래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는 2040년까지 희토류 수요가 최대 7배 이상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IEA의 전망은 전기차 등 청정에너지 기술 확산과 탄소중립 정책으로 핵심 소재의 수요 급증하고 있어서인데 그 중 하나가 희토류다.


희토류는 전기차, 풍력발전, 스마트 그리드 등 전 분야에서 사용되는 고성능 모터와 자석, 센서 등에 필수로도 사용된다. 특히 네오디뮴(Nd), 디스프로슘(Dy), 프라세오디뮴(Pr) 등은 전기차 모터와 풍력터빈의 영구자석에 핵심적으로 쓰이는 소재다.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탄소배출 55% 감축을 목표로 풍력·수소경제를 확대 중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전기차·배터리 산업에 대규모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중국은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며 자국 산업 내재화를 강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우리나라는 ‘2050 탄소중립 로드맵’에 따라 희소금속 비축을 확대 중이다. 향후 5년 이내에 희토류 수요는 전기차, 풍력발전, 방위산업, IT/통신분야에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2030년까지 전기차 보급이 10배 이상 증가하면서 희토류 수요도 2020년 대비 2030년에는 약 7배 이상 증가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풍력발전 역시 네오디뮴과 프라세오디뮴 수요를 견인한다. 네오디뮴과 프라세오디뮴은 풍력 터빈 발전기 내부의 영구자석 생성에 사용된다. 현재 풍력시장 전망으로는 2025년 이후 연평균 12% 이상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풍력발전 사업에서도 희토류는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방위, 드론, 위성 분야에서 디스프로슘과 사마륨 등 원소는 초경량 센서, 유도장치, 항법 시스템 등에 사용된다. 미국·중국 등에서 초경량 센서 등이 전략자원화되며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IT/통신 및 소비자 전자에서 사용되는 주요 희토류 원소는 세륨(Ce), 이트륨(Y), 네오디뮴 등이다. 이러한 원소들은 스마트폰, 웨어러블, 6G 통신 부품, 하드디스크, 디스플레이 등에서 사용되며, IT/통신기기의 소형화 및 고성능화에 따라 그 수요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현재 이 분야에서는 공급보다 수요가 앞서고 있어 공급망 경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희토류는 단순 채굴보다는 정제·자석 가공·응용 산업에서 부가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보이며. IEA는 2040년까지 전체 청정에너지 핵심광물 수요는 약 4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희토류 밸류체인, 정제 단계는 중국 독점이 만든 병목


희토류는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약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정제 능력 또한 중국이 80% 이상을 집중하고 있다. 지정학적 긴장, 수출 통제, ESG 기준 강화 등으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커 보이는 이유다.


희토류 산업은 단순 채굴을 넘어 정제 → 가공 → 응용 → 최종제품 → 재활용으로 이어지는 복합 밸류체인이다. 각 단계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채굴’ 단계에서는 원광 채굴 및 농축이 이뤄지는데, 핵심 국가는 중국,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등이다.


‘정제’ 단계에서는 원소 분리·불순물 제거로 중국이 전 세계 시장의 90%를 잡고 있으며, 기술 장벽이 매우 높다. ‘가공’ 단계에서는 자석·합금·분말 제조 등을 하는 것으로 중국, 일본, 우리나라 등이 핵심 국가다. 가공 단계의 기술 장벽은 중간이다.


‘응용’ 단계에서는 전기차, 반도체, 방산 등이 주된 내용이며, 미국과 한국, 일본 등이 이 분야의 핵심 국가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기술 장벽은 산업별로 저마다 다르다.


‘재활용’ 단계는 폐자석과 촉매 회수가 주 내용으로 일본과 유럽연합이 핵심 국가로 활동하고 있으나, 아직 재활용 단계는 초기 단계다. 희토류 산업 체인의 5가지 단계 중 핵심 병목은 ‘정제’ 단계다. 중국이 환경 규제를 감수하며 전 세계 정제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자원 안보 시대, 한국의 희토류 전략 로드맵은?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정제의 약 90%를 차지한다. 그만큼 공급 의존도가 높을 수 밖에 없다. 중국 정부가 희토류의 수출을 통제하게 되면 글로벌 산업에는 큰 타격이 올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약 60~70%를 차지하며, 정제·가공 능력도 압도적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자원 안보 전략을 강화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또한 희토류 확보에 적극적이다. 우리나라는 희토류 확보를 위해 ‘공급망 다변화’, ‘재자원화 및 기술 자립’, ‘비축 확대 및 제도 개선’, ‘국제 협력 및 외교 전략’, ‘민관 협력 강화’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중국 희토류 수입 비중은 80% 이상이다.

 

우리나라는 중국에서 벗어나 대체 공급국으로 베트남, 오스트레일리아,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등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들 국가와는 광산 공동 개발·가공시설 구축을 추진 중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국 기업과 협력해 전기차용 영구자석 생산기지를 미국에 설립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자원화 및 기술 자립 노력도 한다. 폐배터리, 전자폐기물 등을 재활용하며 희토류 회수 기술 개발 및 산업화도 추진 중이다. 고려아연은 울산에 갈륨, 게르마늄 생산라인을 구축했으며 2030년까지 핵심광물 재자원화율을 20%를 목표로 하고 있다.


비축 확대 및 제도 개선도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는 전략물자 비축 확대를 통해 경희토류는 270일분을, 중희토류는 1년분까지 비축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또 공급망안정화기금 운용을 통해 핵심광물 확보를 위한 펀드 조성 및 중소기업 대출 지원을 해주고 있다.


국제 협력 및 외교 전략 측면에서는 미국, EU와의 희토류 동맹에 참여한다. IRA(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 CRMA(Critical Raw Materials Act, 핵심원자재법) 등 글로벌 공급망 블록화에 동참한다. 또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for Prosperity, IPEF) 등 다자 협력체에도 참여해야 한다.


민·관의 협력 강화도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이 공동 연구개발(R&D)을 통해 희토류 정제·대체소재의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 또 한국광해공업공단의 역할 강화를 통해 법정 자본금 증액 추진 등 기능 확대 필요성도 제기된다.

 

 

◇희토류 무기화 시대, 글로벌 경쟁 속 한국의 생존 전략은?


현재 중국은 희토류 수출을 전격 제한하며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이를 단순한 무역이 아닌 ‘원소 무기화’ 전략으로 해석한다. 미·중 전략 경쟁에서도 희토류가 핵심 산업 자원인 만큼 통제는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 국제 규범 경쟁에서도 미국, EU, 일본, 한국은 MSP, IPEF, ISO 등을 통해 희토류 관련 국제 규범 형성에 주도권을 확보하려 노력 중이다.


우리나라는 희토류 확보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첫째는 ‘가공·응용 허브 전략’으로 정제보다는 자석, 고자성 분말, 고순도 화합물 등 응용소재에 집중하고 있다. 또 재활용 기술을 개발, 폐자석·폐촉매에서 네오디뮴(Nd), 디스프로슘(Dy), 세륨(Ce) 회수 기술 상용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오스트레일리아, 베트남, 아프리카 등 공급선도 다변화하고 있다.


사용 후 제품에서 희토류를 회수하는 기술이 아주 중요해지고 있다. 기업들에선 희토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지만, 아직 상용화는 제한적이다. 희토류는 산성 용액을 이용한 침출 방식으로 정제되며, 이 과정에서 중금속 유출, 토양·수질 오염이 발생한다. 이에 친환경 기술에 필수지만, 생산 과정은 환경에 해로워 지속가능성과 윤리성 간의 충돌도 존재한다.


전기차 모터용 희토류 수요는 2030년까지 7배, 풍력발전용 수요는 매년 12%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또 스마트그리드, 방위, 6G 통신 등 주요 산업군에서 희토류가 중요시되고 있다. 기술 혁신과 대체재 개발도 어렵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등 일부 기술은 희토류 사용을 줄일 수 있지만, 완전한 대체에는 아직 어려움이 남아 있다.


희토류는 ‘재활용 기술 강화’와 ‘정제 및 응용 부품 산업 육성’ 측면에서 전략적 시사점이 있다. 먼저 재활용 기술 강화에서는 사용 후 회수 및 정제 기술이 핵심로 폐가전과 폐배터리 내 희토류 회수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정제·응용 부품 산업 육성도 중요하다. 단순 채굴보다 자석 가공, 정밀 부품 제조 분야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부상 중이다. 정책적 대응도 필요한데 희소금속 비축 확대와 정제 기술 개발을 통해 자립도를 제고해야 한다.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등은 자국 내 희토류 채굴·정제 인프라를 확대 중이다. 우리나라도 해외 광산투자 등 공급망 안정화에 나서고 있다.

 


강정신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희토류는 거의 모든 산업에서 필수로 쓰이는 영구자석에 들어가는 만큼 필수 자원”이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이 영구자석은 특정 산업군을 막론하고 모든 곳에서든 다 사용된다"며 "그러다 보니 영구자석의 핵심 요소인 희토류가 아주 중요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이 희토류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는 것에 대해선 “중국은 땅덩이가 큰 만큼 자원도 많지만 특히 중희토류가 많고, 제련해서 중희토류 물질을 만드는 상용화 기술을 소유한 국가는 전 세계에 중국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자동차 모터 내 영구자석이 들어가는데, 이 영구자석에는 중희토류가 필요하고, 이 중희토류는 중국에서 거의 100%, 경희토류도 중국에서 제일 많이 생산된다”며 “그 외에는 오스트레일리아의 라이너스 레어 어스(Lynas Rare Earths)라는 회사가 희토류 원광을 말레이시아로 보내 희토류를 가공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는 그간 희토류 비축을 해왔다. 하지만 희토류의 쓰임새가 더욱 확대되며 비축량을 늘리기 노력 중이다. 더 나아가 기존에 사용됐던 폐모터와 폐자석에서 희토류를 뽑아내 재활용을 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다만 이론상으로는 다 가능하고 관련 기술도 있지만, 상용화할 기술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강정신 교수는 “희토류 생산과 환경오염을 지키는 것을 동시에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광물자원에서 희토류를 만드는 단계를 보면 환경오염이 심할 수 밖에 없는 만큼 리사이클(재활용)을 잘 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희토류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면서 지속적인 희토류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노력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우리나라도 희토류를 제련하는 기업이 많고, 희토류가 자원안보에 해당하는 만큼 정부는 꾸준히 지원책을 마련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영명 기자 paulkim@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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