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러브샷···당신은 누구와 해야 하는가?

  • 등록 2025.11.06 18:3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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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마지막 날을 하루 남겨 놓은 지난달 30일 저녁, 서울 강남의 한 치킨집에서, 여러분이 다 보았듯이 기름 냄새 솔솔 풍기는 치킨집 한쪽 테이블에서 엔비디아의 젠슨 황, 삼성의 이재용. 현대자동차의 정의선 회장 등 세상 부러울 게 없는 3명의 억만장자가 치맥잔을 들고 팔짱을 낀 채로 러브샷을 했다.

 

이건 거의 ‘인공지능 버전 오징어게임 시즌 2’의 포스터 같았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은 진지했다. 닭 다리를 들고 서로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우린 깐부야”

 

◇ 러브샷은 전략이다

 

3명의 억만장자가 먹었던 메뉴는 바삭한 식스팩, 크리스피 순살치킨, 치즈스틱이었고 주류는 테라 맥주와 참이슬 소주를 섞은 소맥이었다.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는 재빨리 이 조합을 ‘AI깐부’라는 세트 메뉴로 공식 출시했지만 정작 중요한 메뉴는 세계 경제의 미래였다.

 

엔비디아는 인공지능의 두뇌, 삼성은 그 두뇌를 담는 메모리, 현대는 그 두뇌로 달리는 자동차를 만든다. 그러니 그들은 AI와 반도체, 모빌리티의 삼각동맹으로 세상에서 가장 비싼 러브샷을 보여준 셈이다.

 

◇ 회의실 대신 치킨집에서

 

그들은 호텔 연회장도, 비공개 라운지도 아닌 치킨 프랜차이즈 ‘깐부 치킨’ 집을 택했다. 깐부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통해 다시 널리 알려지면서 '막역한 친구'나 '한 편'을 의미하는 우리말이다. 그러니 이보다 더 노골적인 메시지는 없을 것 같다.

 

“AI시대에는 친구가 많을수록 좋죠” “자동차도 결국 관계의 예술입니다” “우아! 이 치킨, 세상에서 최고예요!” 그들의 말과 대화엔 국제 전략이 숨어 있고, ‘같이 가자’는 건배사에는 신호가 들어있었다.

 

그들은 인공지능과 반도체, 자율주행으로 세상을 설계하는 사람들이다. 인류의 두뇌를 대신 만들어 주는 기술의 최전선에서 그들이 치맥 잔을 들고 러브샷을 한 것이다. 정말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AL시대 주역들이 팔을 맞대고 잔을 부딪치며 손으로 연결되었다는 사실이 말이다.

 

◇ 기술은 진화했지만 관계는 여전히 손으로 짠다

 

AI가 인간의 생각을 대신하고 로봇이 노동을 대신해 주는 시대에도 신뢰만큼은 아직 알고리즘이 만들 수 없다. 신뢰는 눈빛과 손의 접속에서 태어나기 때문이다. AI가 세상을 재편하는 동안 우리는 다시 손을 찾고 있다. 뜨개질이 다시 등장하고 손 글씨로 일기나 시를 쓰고, 요리하는 모임이 늘어나고 있다. 어쩌면 그것은 기술의 냉혹함을 녹이는 인간적인 저항일 수 있다.

 

그들 역시 맥주잔을 들고 웃으면서 “AI시대일수록 손을 맞잡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러브샷은 ‘나는 아직 당신을 신뢰한다’는 표시일 것이다. 어디 그들뿐이겠는가? 첨단 통신기기가 나올수록 우리는 여전히 카페에서 치킨집에서 직접 얼굴을 마주보며 소통하는 횟수가 늘어난다.

 

그들 억만장자들이 치맥의 러브샷으로 비즈니스의 본질이 인맥이나 관계에 있음을 보여주었듯이 올해가 가기 전에 여야가 국민 앞에서 시원한 러브샷의 시범으로 정치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 보여달라. 다사다난하기만 했던 올해, 갈라선 의견으로 지쳐버린 국민을 한 번만이라도 기분 좋게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치맥집 말고 다른 곳에서 말이다.

 

윤영무 본부장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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