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8시 주식개장’ 검토하자...대형사 표정관리, 노조는 반발

  • 등록 2025.08.28 07:4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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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점유율 저하 우려·글로벌시장 거래시간 연장 흐름에 당국 확대 카드
눈치 보는 대형 증권사...중소형 증권사 “인력·인프라 감당 못한다” 난색
사무금융서비스노조 “거래시간 연장 중단하지 않으면 이사장 퇴진운동”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의 출범으로 점유율 저하와 글로벌 주식시장 거래시간 연장 흐름을 이유로 한국거래소가 거래 시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장 현재 국내 주식시장의 정규 거래시간인 오전 9시~오후 3시 30분까지를 ATS와 동일한 오전 8시~오후 8시까지로 확대하겠단 구상이다.

 

금융 당국이 거래시간 연장이라는 파격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이유는 ‘넥스트레이드 거래량’이 제한선인 15%를 넘어설 조짐이 감지됐기 때문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대체거래소의 6개월 평균 거래량은 한국거래소 거래량의 15%를 초과할 수 없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시장 상황이 좋아지면서 투자자들의 매매가 급증하자 ‘15% 룰’ 제한선에 가까워지면서 그 대안으로 한국거래소의 거래 시간을 늘리는 방안이 나온 것이다.

 

 

●美 확대한다고 우리도? 나라별 장 규모·환경 차이...노 저을때 물 들어 올까?

 

국내 주식거래 시간은 정규시간 09:00 ~ 15:30, 대체거래소(NXT) 거래시간 08:00 ~ 20:00다. 이 밖에 동시호가(장 시작 동시호가 08:30 ~ 09:00, 장 마감 동시호가 15:20 ~ 15:30), 시간외 종가(장전 시간외 종가 08:30 ~ 08:40, 장후 시간외 종가 15:40 ~ 16:00), 시간외 단일가 16:00 ~ 18:00로 증시 일정이 구성된다.

 

최근 미국에서는 뉴욕증시 나스닥이 내년 하반기부터 24시간 거래를 예고했다. 또 뉴욕증권거래소(NTSE)도 일간 거래시간을 현행 16시간에서 22시간으로 늘리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렇게 될 경우 사실상 양국 간 ‘시차’ 문제가 사라져 거래소 간 경쟁 체제가 본격화할 경우, 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업계에서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거래소가 지난달부터 검토했던 방안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 번째는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정규장 거래를 하고, 오후 3시40분~8시 애프터마켓을 운영하는 방안이다. 두 번째는 오전 8시부터 30분간 프리마켓을 열고 이후 정규장 개장 전까지 시가 단일가 거래를 하는 방식이다. 세 번째는 프리마켓의 경우 두 번째 안과 동일하게 운영하고 호가를 정규장으로 넘기지 않고 삭제하는 방안이다.

 

거래소 측은 첫 번째 방안은 증권사 직원들의 근로 조건과 관련된 문제가 있어 어려운 부분이 많아, 나머지 두 가지 방안에 대해 기존에 진행했던 설문조사를 토대로 추가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규장 개장 시간을 늘리는 방안을 제외하면 프리·애프터마켓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지 않냐”며 “2·3안이 추진되면 넥스트레이드가 안착할 때까지 지원해 줘야 하는 금융위원회로서도 고민이 클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대형 증권사 글쎄, 중소형사는 반대...정규장 개장 연장은 포기?

 

이번 한국거래소가 추진하는 거래시간 연장안에 대해 증권업계는 다양한 반응을 하고 있다. 대형 증권사는 시스템 안정성과 기관 수요 유입을 이유로 조기 개장 안을 거부하지는 않고 있지만, 중소형사는 인력·비용 부담이 된다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대형사의 경우 대체거래소인 넥스트레이드 도입 당시 이미 인력과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정규장을 조기 개장해도 비용적인 측면에서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 그러나 중소형사는 넥스트레이드 프리·애프터마켓 참여도 힘든데, 거래시간 연장은 인력과 인프라 면에서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프리마켓을 도입하는 것보다 정규장을 열어야 기관 투자자도 들어올 수 있다”며 “시스템 측면에서도 첫 번째 안이 개발이나 전산 안정성이 더 낫다고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거래량은 늘어나겠지만 인력, 출퇴근 이슈, 시스템 운영 및 유지 보수 비용 등 실익을 따져봐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신중하게 접근했다.

 

반면 중소형사의 경우 정규장 조기 개장에 드는 비용 부담을 우려했다. 중소형 증권사 간부는 “정규장 시작을 8시로 할 경우, 특정 부서는 7시 이전에 출근해야 한다. 유연근무제 운영에도 불구하고 업무 추가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며 “무엇보다 야간 운영 인력이 추가뿐 아니라 인력 충원, 시스템 개발 등에 드는 비용도 부담이다”고 하소연했다.

 

한국거래소는 정부의 입장과 증권사 현장의 목소리 등을 경청해 주식거래 시간 확대 방안에 대한 결론을 낼 계획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앞서 특정 언론에서 ‘정규장 개장 시간을 1시간 앞당기는 방안은 사실상 포기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며, “현재 증권 전문가들과 증권사 내부 직원들의 의견 등을 종합해 현실가능한 방안을 내놓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사무금융노조 반발 심화...“이사장 퇴진 운동 벌이겠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는 이번 한국거래소의 거래시간 연장에 대해 즉각적으로 저항하고 있다. 노조는 정규장 거래 시간 연장안을 중단하지 않을 때는 “거래소 이사장 퇴진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사무금융노조 증권업종본부는 이미 한국거래소를 상대로 ‘거래시간 연장 시도 중단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항의 공문을 발송했다. 노조는 “우리는 증권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거래소 이사장 퇴진 투쟁 및 각 증권사들에게 배당 요구 등 주주로서의 권한 행사를 촉구하는 투쟁에 돌입할 것이다”며 경고했다.

 

이어 노조는 “거래소가 추진하고자 하는 각종 거래시간 연장안은 증권 노동자들에게 심각한 노동조건을 훼손하고, 증권사들은 불필요하고 과도한 IT 개발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나아가 복수의 거래소 간 경쟁을 통해 거래비용 절감 등 자본시장 선진화를 이루려는 새 정부의 정책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지적했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글로벌 증시의 흐름은 분명하게 장 시간대 확대가 맞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국내 증시의 장단점은 판단해 결정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예를 들면, 편의점이 24시간 영업을 한다고 해서 수익이 갑자기 늘지 않는 것처럼,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는 기존 거래 시간이 실용적인 운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16년 오후 3시 마감에서 3시 30분으로 시간을 확대했을 때도 반대가 심했는데, 결과적으로 증권사에 엄청난 실익을 가져왔다고 볼 수는 없다”며, “또한 국장 시간 확대로 쓰여지는 인력이나 보안 문제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고 강조했다.

 

 

심승수 기자 sss23@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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