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이 주요 20개국(G20) 중 상품 수출에 가장 크게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호무역 강화 움직임 등으로 관세 리스크가 커지면서, 서비스와 해외투자 같은 ‘소프트 머니’ 기반의 외화 수입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9일 발표한 ‘G20 상품 수출 의존도 추이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2023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품 수출 비중이 37.6%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제조업 강국으로 꼽히는 독일(33.3%)이나 중국(17.9%), 일본(17.0%)보다도 높은 수치이며, G20 평균(16.5%)의 두 배를 웃돌았다.
한국의 상품 수출 의존도는 WTO 출범 이래 30년간 꾸준히 상승했다. 1995년 21.1%에서 지난해 37.6%로 16.5%포인트 늘어나 멕시코(20.5%포인트 증가)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이 같은 수출 편중 구조는 글로벌 관세 정책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상의는 최근 펴낸 ‘새로운 질서, 새로운 성장’ 보고서에서 “경상수지를 상품에만 의존할 수 없다”며 서비스와 본원소득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실제 한국의 서비스수지는 1995년 이후 만성 적자가 이어져왔다. 1998∼1999년 잠시 흑자를 기록했으나, 적자 규모는 1995년 13억9000만 달러에서 2023년 268억2000만 달러로 20배 가까이 확대됐다.
본원소득수지(해외 투자수익, 이자·배당 등)는 2010년대 들어 흑자로 돌아섰으나, GDP 대비 비중은 여전히 4% 수준으로 독일(9.7%)과 일본(9.8%)에 크게 못 미친다.
이주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제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수십년간 상품 수출에 기댄 성장모델을 유지해왔다”며 “영국과 일본이 각각 금융·유통 서비스 수출과 해외자산 투자를 통해 외화 안정판을 마련한 사례에서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영국은 30년간 서비스수지 흑자가 16배 늘어 2023년 G20 국가 중 두 번째로 큰 흑자를 기록했고, 일본은 2006년부터 ‘투자 대국’을 목표로 해외 고수익 자산 투자에 주력해 지난해 본원소득수지 흑자가 2,591억 달러로 G20 1위에 올랐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상품수출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분명하다”며 “지식재산·K-컬처·K-푸드 등 문화와 콘텐츠 산업화, 전략적 해외투자 활성화, 규제개선 등을 통해 ‘소프트 머니’를 창출할 다각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