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건설이 올해 도시정비사업 최대어로 꼽히는 압구정2구역 수주에 이어 3구역과 4구역 수주에도 총력을 기울리고 있다. 압구정2구역 1차 입찰에 현대건설이 홀로 참여했기 때문에 수의계약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지만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경쟁입찰을 원하는 목소리가 나와 향후 있을 재입찰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수주전 외적으로 현대건설이 정치적 의혹에 휘말리면서 2·3·4구역 석권이라는 목표 달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건설은 50여년 전 시공했던 아파트를 다시 재건축 함으로써 회사의 유산을 잇겠다는 각오다. 대한민국 최고의 부촌이라는 상징성도 현대건설이 압구정 재건축 수주에 공을 들이는 중요한 이유다.
이런 만큼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가 압구정 재건축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주택본부장 시절인 2023년 12월 압구정 재건축 테스크포스팀(TF)를 조직한 장본인이다. 업계에서 ‘주택통’으로 알려진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대표이사로 승진했다. 업계에서는 그의 취임 당시 향후 현대건설의 주택사업이 보다 더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1970년생으로 서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현대건설에 입사한 뒤 줄곧 30년 동안 한 곳에서 근무했다. 2017년 건축기획실장 상무보로 승진한 뒤 2018년 주택지원실장, 2019년 건축주택지원실장 상무, 2021년 전략기획사업부장을 거친 건축·기획 전문가다.
이 대표는 취임 후 한남4구역 수주에 공을 들였지만 지난 1월 치러진 시공사 선정 투표에서 삼성물산에 패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이후 그는 압구정 재건축 사업에 더욱 힘을 쏟았다. 지난 2월부터 ‘압구정 현대’라는 상표권 특허 출원을 추진 중이며 압구정 TF를 정규조직인 ‘압구정 재건축영업팀’으로 격상했다.

◇ 2·3·4구역 총 1만 가구 이상 예상...타 건설사 입찰 참여 가능성
압구정2구역은 향후 3, 4구역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첫 깃발을 꽂아야 다른 구역들도 현대아파트 정통성에 맞춰 가려는 심리 작용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최근 압구정2구역 조합원들 사이에서 경쟁입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일부 조합원들이 지난 12일 시공사 선정 입찰 계획의 효력이 없다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을 했다. 이들의 주장은 경쟁입찰로 진행해야 조합원들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일각에서는 조합원들이 단지명으로 ‘압구정 현대’를 그대로 사용하기를 원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현재 조합원들의 표심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일단 조합은 재입찰 공고를 낸 상황이다. 오는 20일 입찰 의향이 있는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현장설명회를 개최하고 입찰 마감일은 10월 10일이다.
압구정 재건축 사업은 총 6개 구역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속도가 가장 빠른 2구역은 총 2,571가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3구역은 6개 구역 중 가장 많은 5,810가구로 구성된다. 4구역은 1664가구가 들어설 전망이다.
4구역은 지난달 서울시로부터 정비구역과 정비계획, 도시관리계획 변경안을 수정 가결했다. 3구역은 조합설립인가 단계를 진행 중이다. 3구역과 4구역은 내년 시공사 선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 중 3구역은 입지가 가장 좋고 사업 규모도 가장 커 다른 건설사의 입찰 참여도 예상된다. 5000가구가 넘는 탓에 입찰 조건에 컨소시엄 구성이 포할될 수 있어 현대건설이 단독 시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 윤석열 정권과 관계된 의혹들...정치 논란에 표심 영향 받을까
시공사 선정은 조합원 투표로 결정되기에 표심이 매우 중요하다. 표심을 흔드는 요소는 바로 신뢰성이다. 현대건설이 정치적인 3가지 이슈에 휘말린 사안이 우려되는 주요 이유다.
우선 현대건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한남동 관저에 스크린 골프장을 시공한 것과 관련해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대건설이 윤석열 정부 시절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스크린골프장 공사를 맡는 대가로 800억원 규모의 새 영빈관 공사를 약속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현대건설 하도급 업체 시공으로 진행된 약 2억원의 스크린골프장 공사비 출처도 불분명해 대가성 논란은 커지고 있다. 향후 특검 수사 결과에 따라 현대건설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지난 19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대통령경호처는 용산 대통령실 앞 미군 반환 부지에 지상·지하 각 3~4층 규모의 영빈관 신축을 추진하며, 이와 관련해 현대건설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현대건설 측은 "경호처 요청으로 조감도를 제출했으나 설계에 착수하지는 않았다"며 "공식적으로 영빈관 수주를 약속받은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정치권에서는 현재 좌초 위기에 놓인 '가덕도신공항 사업'에서 현대건설이 수의계약을 할 수 있도록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정권이 바뀌자 컨소시엄 주간사인 현대건설이 국토교통부가 요구하는 공기를 맞추기 어렵다는 이유로 곧바로 사업 탈퇴를 선언해 중대한 국책사업에 큰 피해를 입혔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정치적인 악재 속에서 현대건설이 압구정 재건축 2·3·4구역 수주 석권이라는 목표가 과연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러 가지 변수들이 존재하는 가운데 현대건설은 기본적으로 목표 달성을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압구정 현대’라는 불면의 정체성을 계승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으로서 반세기 연혁의 정통성을 철저히 지켜낼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압구정 현대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