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10명의 사상자를 낸 세종안성고속도로 공사 현장 교량 붕괴사고는 시공사의 관리 부실로 인한 인재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당시 사고는 청용천교 상부 거더(기둥 위 상판의 대들보 역할을 하는 구조물)를 런처(거더를 운반하는 장비)로 설치 후, 이를 후방으로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그러면서 여러 거더들이 52m 아래로 추락해 4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을 입었다.
지난 19일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이하 사조위)는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주요 사고 원인으로 거더가 전도되지 않도록 방지하는 장치 중 하나인 스크류잭을 임의로 제거한 점과 안전인증 기준을 위반해 런처를 후방으로 이동한 점을 지목했다.
결정적인 원인은 스크류잭의 재거다. 사조위는 스크류잭이 제거되지 않았을 경우, 거더가 붕괴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스크류잭은 거더 안정화 후 해체해야 하지만 안정화 전 작업 편의를 위해 임의 제거해 사고 가능성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런처의 조작 과정에서 안전인증 기준을 위반한 것도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다. 전방 이동 작업만 안전인증을 받은 런처를 거더 거치 추 후방 이동을 실행했다는 것이다.
또한 런처 후방이동작업 등 관련 법령을 위반해 장비를 선정하고 이를 반영한 안전관리계획서를 발주청(한국도로공사)이 승인하는 등 관리·감독 부실 문제도 드러났다.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하도급사가 스크류잭을 제거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계획에 제시된 런처 운전자와 사고 당일 작업일지의 운전자가 서로 다르고 작업일지상의 운전자는 작업 중 다른 크레인 조종을 위해 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조위는 이번 사고의 책임이 현대엔지니어링에 있다고 잠정 결론을 내면서 건설업계는 향후 처벌 수위에 주목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각 행정청은 소관 법령에 따라 벌점·과태료 부과, 영업정지 처분 등을 검토하는 등 엄중한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발생한 포스코이앤씨 사고를 계기로 연일 최고 수위의 처벌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만큼 현대엔지니어링에 대한 제재 강도 역시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사조위 조사 결과가 모두 맞는 것은 아니다”면서 “실제로 사고를 내고 영업정지 등 관련 제재를 받은 다수의 건설사들이 제기한 소송들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엔지니어링은 사조위 발표 직후 주우정 대표 명의로 입장문을 냈다. 입장문에서 주 대표는 “이번 조사 결과를 면밀히 검토하고 제시된 의견과 권고 사항을 상세히 분석해 회사 내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문화와 시스템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주 대표는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번 사고의 중대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면서 “저를 포함한 임직원들은 안전이 단지 법과 규정을 지켰다는 것만으로 완성될 수 없으며,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과 일상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