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예산 경쟁' 아닌 ‘인재 경쟁’이라야

  • 등록 2026.05.01 14:5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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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가 다가오면 익숙한 말들이 되풀이된다. “국비를 얼마 끌어오겠다.” “대형 개발사업을 유치하겠다.” “도로를 놓고 산업단지를 만들겠다.”

 

한때는 이런 약속이 통했다. 길이 나면 사람이 오고, 공장이 들어서면 도시가 커지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인구는 줄고, 청년은 떠나며, 빈집은 늘어난다. 아무리 화려한 건물을 세워도 그 안을 채울 사람이 없다면 그것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개발과 성장 중심의 공식은 이미 한계점에 도달했다.

 

이제 지방 소멸과 인구 감소 대책은 시각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무엇을 지을 것인가’보다 ‘누가 와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앞으로 경쟁력 있는 지방정부는 예산을 많이 따오는 단체장이 아니라, 사람을 데려오는 단체장이 만들 것이다.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 현장을 아는 실무자, 새로운 감각을 가진 창의적 인재를 지역으로 끌어오는 도시가 살아남는다.

 

예를 들어보자. 서울에서 성공한 요식업 창업자나 은퇴를 앞둔 외식 전문가를 설득해 지방에서 식당을 열도록 지원할 수 있다. 그 한 사람의 유입은 단순히 가게 하나 늘어나는 일이 아니다. 지역 식재료를 살리고, 청년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 음식문화를 바꾸는 씨앗이 된다.

 

사람들이 “그 집 한번 가보자”며 외지에서 찾아오면 관광도 살아난다. 이렇게 되면 기존 지역 식당들이 피해를 본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기존 식당도 똑같은 지원을 받을 수 있으니 서로 경쟁해서 이겨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숙박업도 마찬가지다. 낡은 모텔과 펜션만으로는 여행객의 마음을 붙잡을 수 없다. 특급호텔 출신 운영 전문가, 공간 기획자, 서비스 교육 전문가를 영입해 지역 숙박 문화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깨끗한 침구와 친절한 응대, 지역의 이야기를 담은 공간 하나가 도시와 지역의 이미지를 확 바꾼다.

 

어디 그뿐일까? 농업도, 문화도, 교육도 마찬가지다.

 

흙과 물의 전문가, 스마트팜 전문가, 콘텐츠 제작자, 축제 기획자, 영어 교육 전문가,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 등 만 2천여 가지가 넘는 직업군 출신의 전문가를 ‘프로구단 선수 영입하듯’ 데려올 수 있어야 한다. 지방도 이제는 지역 인맥이나 아마추어 운영으로는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절실한 것은 로컬 스토리텔러다. 지역에는 보석 같은 기업과 상품이 많지만, 세상에 알려지지 않아 사라진다. 작은 양조장, 전통 식품회사, 장인의 공방,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들이 홍보 부족으로 고전한다.

 

이들에게 이야기와 브랜드를 입히고 영상과 온라인으로 연결할 전문가가 필요하다. 지역의 숨은 가치를 세계 시장과 연결하는 일, 그것이 미래 지방정부의 핵심 행정이 되어야 한다.

 

더구나 지방은 국내 경쟁만 해서는 안 된다. 시야를 세계로 넓혀야 한다. 외국 관광객이 찾아오고, 해외 소비자가 지역 상품을 주문하며, 외국 청년이 머물고 싶어 하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지방이 상대해야 할 지역은 서울만이 아니다. 세계의 수많은 도시와 경쟁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후보자들에게 묻고 싶다. 예산 얼마를 가져오겠다는 말 말고, 누구를 데려오겠다는 비전이 있는가? 무엇을 짓겠다는 약속 말고, 어떤 사람과 어떤 문화를 만들겠다는 계획이 있는가?

 

유권자들에게도 부탁드린다. 이번 선거만큼은 도로 몇 킬로미터, 건물 몇 층짜리 공약보다 사람과 콘텐츠, 산업과 문화의 미래를 보는 눈을 가진 국내외 전문가를 영입할 비전 있는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지방을 살리는 길은 더 많은 콘크리트가 아니다. 더 뛰어난 사람, 더 새로운 생각, 더 넓은 세계와 연결하게 하는 프로페셔널-전문 인력을 얼마나 우리 고장에 영입하느냐에 달렸다.

 

여야를 떠나 예산 유치 자랑의 시대를 끝내고, 인재 영입을 위해 전국으로 전 세계로 뛰어다닐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장을 뽑자. 그래야 지역경제가 사는 지방 번영의 시대를 만들 수 있다.


윤영무 본부장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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