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꿈 무너뜨리는 지주택사업 소유권...“95% 토지사용권 요건 완화해야”

  • 등록 2025.08.31 19: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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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사업계획승인 요건, 사업지연·횡령사고·조합원 탈퇴 초래
추진위원회·조합장 교육·전문성 강화... 업무대행사 등록제 필요
"성공사례 통해 제도개선 방향 생각해야... 지자체 적극 개입 도움"

 

제도 시행 45년만에 대대적인 제도개선을 앞둔 지역주택조합 사업(지주택사업)에 대한 방향성을 논의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일각에서는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세미나에서는 ’서민들의 내집 마련 기회 확대‘라는 대의명분을 위해 폐지라는 극약처방 보다는 가장 적합한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반드시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는 사업계획승인에 요구되는 95%라는 과도한 토지 확보율(사용 등의서 80% + 소유권 15%)이다. 사업계획승인을 얻어야 착공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소유권 확보는 하늘에 별따기라는 목소리가 높다. 결국 이는 사업 지연를 초래하고 분담금 증가, 대출 이자 부담, 횡령 사고 등 조합원들의 피해만 키운다는 지적이다.

 

이 외에도 사업을 실제로 이끌어가는 역할을 하는 추진위원장·조합장의 전문성 부족, 무자격 업무대행사 횡령·사기 등의 피해, 토지 소유주 조합원 제도 등이 논의됐다. 특히 지주 조합원 제도은 토지 확보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 방안으로 주목됐다.

 

◇ 토지 확보 지연으로 분담금 증가...결국 900억 횡령 사태 발생

 

지난 8월 27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한 지역주택종합 제도개선 정책 세미나‘가 열렸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혜겸 법무법인 영 변호사(건설법무학 박사)는 “이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면서 “단순한 폐지만으로 폐해를 없앤다는 것은 하나의 제도를 완전히 무너뜨릴 수 있는 무책임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늘 이 자리에서 논의한 내용들이 국회 차원에서 제도와 입법에 반영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지주택사업의 실패와 성공 사례를 공유했다. 인천의 모 조합의 경우 900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토지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합원들에게 분담금을 징수했고 이를 누군가가 개인적으로 횡령했기 때문이다. 대전 용운동 사례는 추진위원장과 업무대행사가 불투명하게 자금을 운영했고, 결국 토지 소유주가 소유권을 가지고 절대 내놓지 않는 이른바 ’알박기‘ 현상이 발생했다. 그렇다고 토지 소유주를 비판할 수도 없는 게 현행 제도의 문제점으로 꼽힌다.

 

김 변호사는 “실패 사례들에서 공통적인 부분은 토지 확보 지연 문제다”라며 “토지 확보 지연의 원인은 사업 계획 승인을 위해서는 95%의 토지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토지 확보를 못함으로써 분담금이 증가하게 되고, 사업 기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또한 분담금은 물가 상승 및 원자재 가격은 항상 상승 곡선을 그리기 때문에 이를 반영해 애초 사업 시행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업무대행사 등록제 통해 관리·감독 강화해야

 

문제는 시행 계획을 세우는 업무대행사가 충분한 역량을 갖춘 곳이 많지 않고 체계를 갖춘 곳도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 변호사는 “현재 업무대행사의 전문성을 검증할 장치가 없기 때문에 어떤 자격 제한 없이 업무대행이 가능하다”면서 “이로 인해 불투명한 운영이 이뤄지고 실패했을 때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업무대행사 관리를 지방자치단체가 하면 좋겠지만 현행 제도상 지자체의 역할은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관리 부재는 불법·편법 운영을 심화시키고 효과적인 개입을 하지 못함으로써 사업 정상화가 어렵게 된다는 얘기다.

 

 

◇ 지자체 적극 개입으로 성공사례 이끌어

 

김 변호사는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지주택사업 사례를 소개했다. 인천 송도 이편한세상은 2015년에 조합원을 모집해 2018년에 사용 승인과 입주를 완료했다. 이는 추진위원회가 사업 착수 3년 전부터 철저하게 사업을 준비했고, 이 과정에서 전문성을 갖춘 업무대행사를 선정해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 있게 추진한 것이 가장 큰 성공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김 변호사는 “계획 자체를 철저하게 준비했기 때문에 당초에 계획된 대로 분담금이 유지됐고 예정된 일정 내에 사업이 완료됐다”면서 “당연히 조합원들의 만족도는 높을 수밖에 없고 지역주택 시장 안정화에 기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 상도역 롯데캐슬은 2017년 사업계획 승인이 이루어진 이후 2018년 착공, 2021년 입주가 완료됐다. 이 사업지는 무허가 건물이 밀집돼 있었고 재개발 사업이 여러 번 좌초된 곳이었다. 때문에 토지 소유자들은 개발 의지가 강했고 그들이 지주 조합원으로 참여해 협력 관계가 형성돼 굉장히 빠른 속도로 토지 소유권 확보를 완료할 수 있었다. 동작구청의 적극적인 관리 감독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김 변호사가 이 같은 성공 사례를 통해 도출된 제도 개선 방안은 ▲토지 확보 요건 합리화 ▲지주 조합원 제도의 법제화 ▲조합원 자격기준 개선 ▲업무대행사 관리 강화와 처벌 규정 강화 ▲행정 감독 체계화 등이다.

 

◇ “토지 소유주에 조합원 자격을”...지주조합원 제도 도입해야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광수 한국부동산산업협회 정책국장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 부산시 자료를 보면 조합설립인가와 사업계획승인에 걸리는 시간이 전체 사업 기간의 대략 60~70%를 차지한다”면서 “그 이유는 조합설립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전체 사업지 80% 토지에 대한 사용권(동의서)가 필요하고 15%라는 소유권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토지 지주들에게 토지 사용 동의서를 받은 것 자체도 힘들고 소유권을 확보하는 자체는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기존 조합원들이 탈퇴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또 조합원이 탈퇴 과정에서 소송이 걸리면 그 조합에 대한 인식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김 국장은 “토지 사용 동의서와 소유권 확보를 위해서는 토지 소유자들에게 조합원 자격을 주는 것이 가장 좋은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 지구단위계획 완료 후 조합원 모집해야...분담금 증가 초래

 

그는 토지 소유권 확보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나대지를 개발했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도심권 안에서 지주택사업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그 때와 상당히 많이 다르다”고 짚었다.

 

공사비 증가로 인한 분담금 부담에 대해서는 “지구단위계획도 안 나온 상태에서 조합원을 모집하기 때문에 나중에 용적률이 줄어들거나 기부체납이 많아지거나 세대 수가 줄어들면 고스란히 조합원들에게 분담금이 전가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업무대행사가 조합원 모집을 쉽게 하기 위해서 공사비를 낮게 책정하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 국장은 제안한 제도 개선 방향은 ▲사업 구역 내 토지 소유자에 조합원 자격 부여 ▲사업계획승인 요건을 전체 토지의 사용 동의서 확보율 95%에서 80%로 완화 ▲추진위원장·조합장 자격 조건 강화(전문성 강화) ▲업무대행사 등록제 ’지역주택조합 제도‘ 명칭 변경 등을 제안했다.

 

그는 “지주택사업 조합원은 전국 26만명으로 우리 국회나 정책 당국이 무시할 수 없는 숫자고 그 금액을 1억원만 잡아도 26조원, 6,000만원만 잡아도 15조원이 넘는 금액이 현재 우리가 모르는 사이 여기저기서 소진되고 있다”면서 “그 피해자 또한 어마어마할 것이라는 점을 꼭 알아주시길 바란다”고 정부와 국회에 당부했다.

 

◇ 지역주택사업 부정적 이미지 개선 필요

 

이어진 패널 토론회에서 김진수 건국대학교 행정대학원 도시 및 지역계획학과 교수는 “지주택사업에서 공유주택 또는 필요하다면 공공 기여를 통해 임대주택이나 공공시설를 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지주택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해보자는 취지다.

 

박병종 동작구청 정책보좌관은 “동작구에는 23개 조합이 있는데 이중 10곳이 사업계획승인을 얻었고 나머지 13곳은 조합원 모집 단계”라며 “구청에서는 관리위원회를 별도로 만들어 조합원 보호를 목표로 모집 신고, 지구단위계획 접수, 조합설립인가, 사업계획 승인 등을 철저하게 검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배 파이낸셜뉴스 부국장은 “조합원들이 탈퇴할 때 돈을 제대로 못 돌려받고 나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조합원 보호라는 측면에서 한번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토론 중 객석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국토부 실태조사에 대한 당부가 나왔다. 한 참석자는 “지역주택조합원 뿐만 아니라 조합에서 탈퇴하신 분, 피해를 입으신 분, 토지 소유주 등을 다양하게 조사해야 보다 정확한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철중 기자 almadore75@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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