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배노동자들이 닷새 만에 3명 사망에 이르자 진보당 윤종오 원내대표는 11일 울산 쿠팡 효문 캠프를 방문해 과로사 대책 이행 여부를 직접 점검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 역시 같은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배송시스템에 정부가 직접 개입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전국택배노동조합·민주노총 서비스연맹·진보당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쿠팡 과로사 대책 이행점검단’ 활동의 일환으로 전국택배노동조합 울산지부는 이날 울산 북구 염포로 251에 위치한 쿠팡 효문 캠프를 방문해 쿠팡이 청문회에서 약속한 과로사 대책 이행 여부를 직접 점검했다.
이번 현장 방문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진보당 윤종오 원내대표가 함께 동행해 쿠팡 측의 이행 상황을 직접 확인했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쿠팡CLS)는 지난해 5월 고 정슬기 택배노동자의 과로사 이후, 국회 청문회와 상생협약 등을 통해 △새벽배송 격주 주5일제 도입 △주간배송 연 2회 이상 휴무제 △분류작업 책임 전가 금지 △프레시백 회수 강요 금지 등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전국택배노조에 따르면 현장 노동조건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으며,다회전 배송, 야간노동, 수행률 압박, 클렌징제도 등 고강도 장시간 노동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방문에서 윤종오 의원과 택배노조는 폭염 속 노동환경, 과로사 대책 이행 여부, 노동시간과 휴식시간 보장 여부 등을 집중 점검했다.
실태조사에 응한 택배기사A씨는 “청문회 후에도 분류작업과 클렌징 모두 개선된 게 없다. 청문회 이전과 똑같이 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기사B씨는 “프레시백 업무도 그대로다. 프레시백 수거는 안 할 수가 없으니 최소 반품 수수료는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점검에 나선 윤종오 의원은 “현장기사들이 무더운 날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 근무하고, 하루 작게는 2시간, 많게는 3시간 반을 배송이 아닌 분류 업무에 쓰고 있다”며 “국토부 표준계약서 정의처럼 배송 물품을 기사 1인별로 분류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근본적으론 택배 속도 경쟁 과열로 당일배송, 새벽배송, 주7일 배송 등 노동자 희생을 강요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사회적 대화와 법 개정 등 국회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국택배노조는 “청문회와 국회에서의 약속이 보여주기식으로 그치지 않도록 현장을 직접 확인하겠다”며“쿠팡이 더 이상 책임을 외면하지 말고, 노동자 생명을 지키기 위한 실질적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진보당 정혜경 의원은 11일 “택배노동자 닷새 만에 3명 사망했다. ‘지연배송 불이익’이 죽였다”며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연배송 허용, 택배터미널 등 냉방·휴게시설 감독’ 등을 요청했다.
정혜경 의원은 “최근 극한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닷새 만에 택배노동자 3명이 잇따라 사망하는 비극이 있었다”며 “사람잡는 택배배송시스템에 정부가 직접 개입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 의원은 “최근 택배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건 폭염이 아니라 배송시스템”이라며 “택배사가 노동자들의 배송시간을 압박하고, 지연배송에 불이익을 주니, 노동자들은 땡볕에 하루 3만보를 걷다 쓰러지는 것”이라 말했다.
또 “택배 상차 작업이 이뤄지는 서브터미널, 캠프에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부족하다는 제보가 끊이질 않는다”며 “사람 잡는 택배회사들의 시스템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여 긴급점검·긴급조치가 필요하다”고 제기했다.
한편, 정 의원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 관계자들은 기자회견 직후 대통령실에 △지연배송에 따른 불이익 조치 금지 △택배터미널·물류센터 긴급 냉방대책 △폭염시기 분류작업 금지 △8월 14일 ‘택배없는 날’ 전체 택배사 참여 등의 내용이 담긴 서한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