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 한달간 2300명 온열질환 사망...익어가는 지구촌, 살려주세요

  • 등록 2025.07.11 17: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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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이탈리아 등 서유럽지역 한여름 40도 육박한 기온 일상 재난수준
한국, 택배노동자 온혈질환 의심으로 현재까지 3명 사망...정부 대책 시급
노동부 '폭염 시 야외작업 2시간내 20분이상 휴식보장' 의무화 긴급 통과

 

전 세계가 이례적인 고온 이상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가 운영하는 기후위기 연구 단체인 코페르니쿠스는 지난 6월이 서유럽에서 가장 더운 시기였다고 평가했다. 또한 지난 달 기온이 1991년부터 2020년까지 시기와 비교했을 때에도 평균 2도 이상 높았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서유럽 지역에서 2,000명 이상의 시민들이 폭염으로 인해 사망했고, 이 중 폭염이 쏟아지는 야외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의 사망 소식은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코페르니쿠스에 따르면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포르투갈, 독일 등 국가들은 지난 달 38도를 넘는 폭염을 경험했다. 특히 이 국가들은 서부 지중해의 이상 고온 현상으로 인해 육지의 더위는 더욱 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페르니쿠스는 지난 달은 인류 역사상 3번째로 더운 달이었고, 올해는 지난해보다 덥지 않았지만, 서유럽 지역의 기온 상승은 지구가 해를 거듭할수록 온도가 상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중요한 지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만다 버제스 코페르니쿠스 유럽센터의 기후전략 책임자는 성명을 통해 “지구 온난화가 진행하면서, 폭염은 더욱 빈번해지고 더욱 강해지는 동시에 유럽 지역 사람들에게 더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밝혔다.

 

 

◇스페인, 그리스, 런던 등 서유럽 국가들 기후위기에 의한 폭염으로 2300명 사망자

 

서유럽 국가들은 이상 고온 현상으로부터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스페인과 그리스는 야외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더위가 극심한 날에는 실외 작업을 제한하고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일부 지역에서는 이와 유사한 법안을 올해 채택했다. 그러나 이러한 해결책에도 불과하고 폭염으로 인한 수많은 사상자를 막을 수는 없었다.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와 런던 위생 및 열대야 의학 대학이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에 의하면 6월 23일부터 7월 2일까지 기후변화로 인해 한층 더워진 유럽 12개국에서 바르셀로나를 포함해 폭염으로 2,30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한 폭염 현상은 치사율이 3배 높아졌으며, 2024년 발렌시아와 2021년 북서부 유럽에서 발생한 홍수로 인한 사망자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발표했다.

 

지난 6월 말경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거리 청소부로 근무하던 51세 여성 몬세 아길라르는 교대 근무를 마치고 아파트에 돌아온 뒤 온몸에 경련을 느낀다고 주변에 호소했고 그 다음날 오전 갑자기 사망했다.

 

이 사건이 사회에 알려지면서 아길라르의 사인은 열사병으로 밝혀졌고, 이 사건으로 스페인에서는 많은 시민들이 분노를 표출한 바 있다. 이후 바르셀로나 시청은 폭염이 발생하면, 매시간 5분 가량 수분을 섭취하도록 직원들에게 의무화하는 등 폭염 관련 규정을 강화했다. 또한 당국은 아길라르가 근무했던 바르셀로나 거리 청소 용역 회사에 대한 조사에 돌입했다. 

 

영국 매체 가디언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발생한 사망자 수가 유럽 내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밀라노에서 열사병으로 사망한 499명 중 317명이 기후위기가 원인으로 지목된 온열질환을 겪은 후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고, 파리와 바르셀로나가 사망자 수에서 그 뒤를 이었다. 영국의 경우 273명이 열사병으로 사망했는데, 이 중 171명이 기후위기가 인간 신체에 영향을 끼쳐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알려졌다.

 

 

◇우리나라도 예외 아니야...택배 노동자 폭염에 의한 온열질환으로 현재까지 3명 사망

 

현재까지 우리나라도 올해 5월 중순부터 현재까지 온열질환으로 천명이 넘는 인원이 응급실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달 10일까지 국내에서 온열질환으로 의심되는 택배노동자 3명이 사망한 것으로 밝혀짐으로써, 기후위기에 대한 새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온열질환 감시체계가 시작된 지난 5월 중순부터 이달 9일까지 응급실을 방문한 누적 환자수가 1,357명이었다. 이 중 9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조사됐다. 질병청은 지난 10일 “지난 8일에만 전국에서 온열질환자가 254명이 발생해 올해 들어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응급실감시체계가 시작된 2011년 이후 1000명 이상 온열질환자가 이렇게 빠른 속도로 발생한 사례는 사상 처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하루 동안 온열질환자가 200명을 넘어선 사례도 2018년 8월 이후 약 7년 만이다.

 

이달 9일 전남 곡성에서 밭일을 하던 80대 여성이 사망했는데, 사인은 열사병으로 추정된다. 당시 폭염경보가 발령된 곡성의 낮 최고 기온은 36.2도였다. 지난 7일에는 경북 구미에서 베트남 국적 20대 일용직 하청 노동자 A씨가 아파트 공사장 지하 1층에서 앉은 채로 숨졌다. A씨는 사망 발견 당시 체온이 40.2도였다.

 

고된 노동으로 악명이 높은 택배 현장에서도 현재까지 열사병으로 택배 노동자 3명이 사망했다.

 

한국노총 택배산업본부는 지난 10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달 초 CJ대한통운 소속 택배 노동자 3명이 30도가 넘는 폭염 속에 노동하다 사망했다. 옥외에서 장시간 노동을 하는 택배 노동자는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택배 노동자들은 냉방 용품도 제대로 비치돼 있지 않고, 식수·휴게시설조차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고된 노동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4일과 7일, 8일 CJ대한통운 소속 인천남, 강남, 포천 집배점에서 택배 노동자들이 사망했다. 노조는 고인들의 사망 원인이 온열질환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한 노조는 “택배 노동자들이 안전한 일터에서 일할 수 있도록 노동환경을 구축해야 할 의무가 있는 택배 사업자는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와 대책도 없이 택배 노동자 스스로 예방할 것을 강요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 "근로자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 의무화...긴급 개정안 심사 통과

 

11일 고용노동부는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인 경우 근로자에게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 시간을 부여하는 규정을 포함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 규제 심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최근 이례적인 무더위로 일하다가 사망하는 노동자가 속출하자 노동부는 긴급하게 개정안을 처리했고, 다음주 중에는 개정된 규칙을 공포·시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0일 취임 후 첫 국정현안 관계장관 회의에서 폭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문하기도 했다.

 

김 총리는 “폭염은 그냥 기상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 재난이 되어 버렸다”며 “냉방 환경이 제공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어떤 사회적인 계층 문제가 되어 각자를 위협하는 것을 막는 게 국가의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하는 분들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은 국가의 과제”라며 “추경을 신속하게 집행해 영세 사업장에 이동식 에어컨을 조속히 지원하는 방안을 찾아볼 수 있지 않겠나”라고 제안했다.

 

 

더불어 정부는 추경 150억원을 투입해 이달 말까지 50인 미만 폭염 고위험 사업장에 이동식 에어컨과 제빙기 등을 지원하고 작업장의 공기흐름 등 온열 환경을 개선하는 컨설팅을 제공하기로 했다.

 

한편,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기후위기 시대, 근로자 폭염재해 예방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도 폭염에 대비한 근로자 휴식 보장에 대해 이야기가 오갔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노동부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2시간 이내 20분 이상 휴식 의무화’ 조항을 규칙 개정안에 곧바로 반영한 사례가 됐다.

 

이날 이윤정 경인여자대학교 간호학과 교수는 “근로자가 폭염 특보의 기준이 되는 체감온도 33도 이상인 작업 장소에서 폭염 작업을 하는 경우에는 매 2시간 이내에 20분 이상 휴식 시간을 반드시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한 안영환 숙명여자대학교 글로벌환경학 교수는 “앞으로 우리나라가 탄소 중립에 도달하기 전까지 이러한 논쟁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며 “향후 우리 사회에 적응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택배 노동자들과 같이 우리 사회에서 여름철 야외 작업을 해야 하는 분들은 취약 업종에 종사한다고 볼 수 있다”면서 “이런 분들에 대해서는 기후변화의 부정적인 결과인 폭염 등에 영향을 덜 받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승범 기자 jsb21@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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