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CJ대한통운 소속 택배기사들이 폭염 속에서 온열 질환으로 추정되는 증상으로 연이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노동계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노총 택배산업본부는 성명을 내고 '추가 인력 투입 없는 주7일 배송은 택배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길'이라며 '즉각적인 인력 충원과 분류작업 개선, 사업자의 책임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국노총 택배산업본부에 따르면, CJ대한통운 소속 택배노동자 3명이 30도가 넘는 폭염속에 노동하다 사망 했다고 호소했다. 또 옥외에서 장시간노동을 하는 택배노동자는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에 노출되어 있고, 냉방용품도 제대로 비치되어 있지 않다고 전했다.
최근 폭염으로 인한 택배 운송 노동자의 사망과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식수 및 휴게시설 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열악한 환경에서 고된 노동은 계속이어지고 있다.
한국노총측은 "사고의 이유가 택배사들의 무분별한 7일 배송업무와 과도한 업무로 인해 과로사 한 것" 이라며" 기사 두 분은 분류작업 후 휴식 중 현장에서 사망했고, 한 분은 퇴근 후 집에서 사망했다"고 말했다.
노총 측은 택배 노동자들이 안전한 일터에서 일할 수 있도록 노동환경을 구축해야 할 의무가 있는 ‘택배 사업자’는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 및 아무런 대책도 없이 택배노동자 스스로 예방할 것을 강요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한국노총 택배산업본부는 더 이상 폭염 및 과로로 인한 인사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택배노동자의 분류작업의 완전배제 ▲추가인력 투입없는 주7일배송 즉각중단 ▲택배기사과로사 방지 사회적합의 성실이행 등 택배사업자가 책임있는 대책마련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CJ대한통운 및 택배사업자는 2021년, ‘택배기사과로방지 대책 사회적합의’에 체결했다. 다음 과 같은 이행 내용(택배기사 과로방지 제2차 사회적합의문 부속서 발췌)을 약속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항에는 1. 택배기사의 기본 작업범위에서 분류작업을 배제한다. 2. 택배기사의 분류작업 제외는 2021년 내에 완료한다고 담겨있다.
한국노총은 'CJ대한통운은 사회적 합의에 따라 애초부터 분류작업과 관련된 노무나 비용만을 투입하기로 합의했고, 실제 분류인력 확보에 대한 책임은 각 집배점'에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인명 사고가 택배사들의 무분별 한 주 7일 배송 확대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일주일에 2일 휴식을 최대한 보장하는 쿠팡의 대처가 눈에 띈다.
쿠팡과 컬리는 이미 주7일 배송서비스를 운영하면서도 충분한 인력충원과 백업시스템을 통해 노동자들의 쉴 권리를 보호하고 노동자들의 근무를 주 5~6일로 제한하고 있다. 특히 쿠팡로지스틱스(CLS)의 경우 대리점 계약시 백업 기사확보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택배노동자 휴가 시 직영 인력을 대체근무로 지원하여 휴식권을 보장하고 있다. 또한, 수천명의 분류 전담인원을 직고용하여 택배기사들의 분류업무의 부담을 줄이고 있다.
한진도 택배 종사자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폭염 상황에서 무리한 배송을 지양하고 안전하게 배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운영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최근 대전메가허브 터미널에 냉방기를 증설했고, 작업장 온도가 영상 33도를 초과할 경우 '50분 근무, 10분 휴식' 원칙을 적용했다.
근로 사고에 대해 권창준 고용부 차관은 "산업재해 원인은 기술적 요인뿐 아니라 기업의 경영관리, 고용 구조, 일하는 방식 등 다양하고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지배구조와 이와 결부된 고용 구조로부터 나타나는 문제에 대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종윤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도 "역대급 폭염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며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 제공과 밀폐공간 안전 확보는 최소한의 보호조치"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산업 현장 점검에서 △기온 33도 이상 시 매 2시간 이내 20분 휴식 △물·그늘·보냉장구 확보 여부 △온열질환 예방 장비 지원 △질식 위험 밀폐공간 작업 교육 등 '폭염 안전 5대 기본 수칙' 이행 여부를 집중 확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