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에 ‘렉라자’만?...알레르기 치료제·면역항암제 주목하라

  • 등록 2025.07.11 13: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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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시게르셉트, 글로벌판매 5조 블록버스터 ‘졸레어’ 능가
이중 항체 기반 면역항암제 YH32364·32367 임상 순항

 

유한양행이 제2의 렉라자(Leclaza, 성분명 : 레이저티닙)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년은 창립 100주년이 되는 해로, 이에 발맞춰 ‘Great Yuhan, Global Yuhan’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글로벌 제약사 톱50 안에 들겠다는 목표다.

 

지난해 유한양행은 연결기준 매출액 2조678억원, 영업이익 549억을 기록하며 국내 전통 제약사 중 처음으로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이 같은 매출 호조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의 수익이 증가했기 떄문으로 풀이된다.

 

렉라자는 2018년 전 세계 매출 1위 기업 존슨앤존슨(J&J)의 자회사 얀센(Janssen)에 기술수출해 회사에 큰 수익을 안겨주고 있다. 기술 라이선스와 글로벌 상업화 권리를 넘겨준 것으로, 이를 통해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은 최대 1조4000억원으로 평가됐다. 임상 단계별 마일스톤(기술료)과 판매에 따른 로열티를 수령하는 구조다.

 

지난해 얀센이 자사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리브리반트(Rybrevant, 성분명 : 아미반타맙)와 렉라자의 병용요법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얻어내면서 빠른 속도로 유한양행의 수익이 증가하는 추세다. 해당 병용요법은 미국뿐 아니라 영국, 케나다, 일본에서 잇달아 사용승인을 받았다. 현재 중국에서도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유한양행은 렉라자의 뒤를 이을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 매출 순위를 봤을 때 글로벌 톱50의 기준선은 연매출 약 4조원이다. 이를 위해 제2의 렉라자가 필요하다. 기대를 모으는 신약은 알레르기 치료제 레시게르셉트(성분명)와 이중항체 기반 면역항암제 YH32364(프로젝트명), YH32367이다.

 

◇ 성장 비결은 ‘R&D 투자-오픈이노베이션 선순환 구조’ 확립

 

렉라자는 유한양행의 주요 연구개발(R&D) 전략의 일환인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탄생했다. 유한양행은 2015년 유망 바이오벤처 기업인 오스코텍 자회사인 제노스코에서 애초 신약 후보물질 레이저티닙을 도입했다. 레이저티닙에 대한 전 세계 개발·상업화 독점권 권리를 갖는 라이선스 인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후 유한양행은 R&D 역량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진행한 끝에 신약 개발 가능성을 높인 후 얀센에 기술수출하는 성과를 냈다.

 

유한양행은 이처럼 외부에서 적극적으로 신약 기술을 발굴하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R&D에 대한 투자도 계속 확대하는 중이다. 연도별 투자 규모를 보면 2021년 1,763억원, 2022년 1,800억원, 2023년 1,945억원으로 조금씩 확대했고 2024년에는 전년보다 11.2% 늘어난 2,688억원을 투자했다.

 

유한양행은 최근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차세대 렉라자 개발을 목표로 명확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며 “차별화된 신약 개발, 글로벌 라이선싱 확대, 파이프라인 다변화, R&D 역량 강화에 이르는 구체적인 목표를 기반으로 혁신 신약 과제에 인적·재정적 자원을 과감하게 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 레시게르셉트, 졸레어보다 3배 높은 유효성 확인

 

제2의 렉라자로 적극 개발 중인 신약으로 알레르기 치료제 '레시게르셉트'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6월 13일 영국에서 열린 유럽 알레르기임상면역학회(EAACI)에서 레시게르셉트의 ‘임상 1b상 파트2’에 대한 결과를 발표했다.

 

세계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치료제인 ‘졸레어(Xolair, 성분명 : 오말리주맙)’로 조절되지 않는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 환자에서 효과를 입증한 것이다. 졸레어는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Novartis)와 로슈(Roche)가 공동 개발한 블록버스터급(연 매출 1조원 이상) 신약이다. 2023년 졸레어의 글로벌 매출은 약 5조원을 기록한 바 있다.

 

레시게르셉트는 2020년 국내 바이오벤처기업 지아이이노베이션에서 도입한 신약 후보물질로 면역글로불린 E(IgE)를 억제하는 기전을 갖는다. IgE는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는 항체이며, 세포 표면의 항원(FcεRIα)과 결합해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레시게르셉트는 IgE 항체와 항원을 동시에 제거하는 이중 작용제로 개발되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미국 알레르기·천식 면역학회(AAAAI)에서 발표한 ‘임상 1b상 파트1’ 결과에서도 레시게르셉트가 졸레어보다 3배 높은 유효성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레이트 리서치에 따르면, 알레르기 치료제 세계 시장은 2025년 368억 달러(약 50조원)에서 매년 6.46%씩 성장해 2022년에는 647억 달러(약 88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3년 졸레어가 FDA의 승인을 받은 뒤 미국에서만 누적으로 70만명 이상의 환자가 처방받았다. 만약 레시게르셉트 개발이 성공한다면 이 시장을 가져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졸레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현시점에서 예단은 어렵지만 (두드러기 이외에) 추가 적응증 확장 시 졸레어보다 더 많은 환자군에서 치료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효과성 높이고 부작용은 줄이는 항암제 개발

 

이중항체 기반 면역항암제로 개발 중인 'YH32367'은 지난 4월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된 미국암연구학회(AACR 2025)에서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했다. 유한양행이 에이비엘바이오와 공동연구를 통해 발굴한 YH32367은 암세포 표피에서 발현되는 세포 성장인자 수용체2(HER2)에 특이적으로 결합한다. 동시에 T면역 세포 활성수용체인 ‘4-1BB’를 자극해 면역세포의 항암 작용을 증가시키는 기전을 갖는다.

 

또 다른 면역항암제인 'YH32364'는 최근 임상 1/2상 환자모집을 개시했다. 사람을 대상으로 안전성, 내약성, 약동학, 항종양 활성을 평가할 예정이다.

 

YH32364는 표피 성장인자 수용체1(EGFR)와 4-1BB를 동시에 타깃 하는 이중항체다. 암세포에 발현된 EGFR에 결합해 성장신호를 차단하면서 4-1BB 신호를 자극해 면역세포를 활성화한다. 이를 통해 항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받는다. 전임상 효력시험에서 EGFR 발현 종양을 대상으로 경쟁 약물 대비 강력한 항암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면역 기억을 통해 항종양 효과가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는 특징이 있다.

 

YH32367, YH32364 모두 이중항체 치료제로 기존에 개발된 단일클론항체 치료제보다 효과성이 뛰어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두 개 모두 이중항체 플랫폼 기술 기업인 에이비엘바이오와 협력하고 있다. 이중항체 기술은 종양미세환경(종양 내 혈관세포, 기질세포, 면역세포 등 구성세포 집단 뿐만 아니라 이들을 둘러싼 환경까지 총칭하는 포괄적 개념)에서만 면역 T세포를 활성화해 효능은 높이고 부작용은 줄이도록 개발된 기술이다.

 

유한양행은 유망한 신약 후보물질 발굴, 혁신적인 기술 도입 등을 통해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R&D 투자는 기본보다 더욱 확대해 매출의 20% 이상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글로벌 톱50 제약사로 성장하기 위해 제2, 제3의 렉라자 등 글로벌블록버스터 혁신 신약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며 “R&D 투자, 오픈이노베이션 등에서 장기적인 관점으로 선순환 구조를 확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철중 기자 almadore75@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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