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의 반란이 시작됐다(12)

2024.04.03 15:30:02

“흙을 살려야 한다”는 말을 입에 올리기만 하면 우리나라에선 다른 행동을 하거나 남의 일 보듯 한다. “돈도 안 되는 일을 왜 하느냐?”고 묻지 않는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탄소농업에 대한 선진 농업국가의 농업인들의 관심은 매우 높다. 1년 전, 일본 NHK WOLRD PRIME이 유튜브에 올린 “탄소농업 우리 발밑의 기후혁명(Carbon Farming A Climate Solution Under Our Feet)”이라는 다큐 물은 조회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이 프로그램에 소개된 미국의 탄소농업 개척자를 소개한다.

 

흙속에서 꿈틀대는 지렁이, 2년 만에 완성한 탄소농업 

 

무와 풀이 함께 파랗게 자라는 넓은 밭 한 곳에서 레슬링 선수처럼 몸집이 좋은 게이브 브라운(Gabe Brown)씨가 흙 한 삽을 떠서 올렸다. 그가 삽 위에 올린 흙은 한 눈에 보기에도 검은 빛이 돌아서 매우 기름진 토양, 미생물 활동이 활발한 건강한 흙처럼 보였다. 흙속에선 흰빛을 띈 뿌리가 삐죽삐죽 사방으로 뻗어가고 있었다. 

 

“흙을 살리는 탄소농업을 하면 이처럼 수익을 늘릴 수 있고 아주 좋은 건강한 흙으로 개선될 수 있어요. 빠르면 2년이면 돼요. 2년이 걸리는 게 전부죠.” 그가 흙속에서 삐지고 나온 작은 지렁이가 몸통 절반을 드러내 꿈틀대는 것을 보면서 말했다. 

 

현재 미국에서 흙의 건강 운동을 펼치고 있는 여러 개척자들 가운데 한 사람인 그는 부인인 셀리, 그리고 아들 폴과 함께 미국 노스다코타(North Dakota)의 비스마르크 인근에 있는 5천 에이커의 농장과 목장을 소유해서 가족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 데 다양한 종류의 농축산물을 생산, 운영하고 있다. 그의 목장은 방목지와 경지(耕地), 그리고 다년 생 야생 목초지로 구성해 자연 순환적인 생태 목장과 농사에  초점을 두고 있다. 

 

브라운 씨 가족은 전체적으로 방목을 하며 땅을 갈지 않는 농법을 적용해 여러 종류의 환금 작물을 재배하고 있으며, 간작(間作, 비료용이나 토양을 보호할 목적으로 겨울 밭에 심어 두는 클로버 등)용 피복식물을 심어 흙에 비료로 주거나 소와 양을 먹인다. 그리고 이런 목초지에 암탉과 튀김용 어린 닭, 그리고 돼지를 방사(放飼, 놓아먹임)해 키우고 있다. 이러한 다양성과 목장에서의 생태 순환적 통합방식을 통해 오직 천연 자연만을 활용하고 일체의 화학비료와 살충제, 그리고 곰팡이 방지제 등을 사용하지 않는다.  

 

브라운 씨 가족은 주에서 감독하는 도축장의 일부를 소유하고 있어서 그들은 자신들이 생산한 제품을 직접 시장에 팔 수 있다. 이들은 건강한 흙이 맑은 공기, 깨끗한 물, 건강한 농산물, 동물, 그리고 사람을 만든다고 믿고 있다. 해마다 미국 50개주와 해외 24개 나라에서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브라운 씨의 목장을 방문해 이러한 독특한 농법을 견학한다. 

 

 

 

가장 영향력 있는 농업지도자, 각종 생태농업 관련 대상 휩쓸어

 

게이브 브라운 씨의 목장은 그들의 생태농업에 대한 많은 형태의 인증과 상을 받았다. 이 가운데 몇 개의 상을 예로 들자면, 천연자원보호협의회에서 주는 「Growing Green Award」 전미육우협회가 주는 「Environmental Stewardship Award」, 그리고 「올해의 무경운(無耕耘) 농 
업인 상」 등인데 이로써 그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25명의 농업 지도자 중 한 사람이 되었다. 

 

그는 몇 년 전(2018년)에 『Dirt to Soil, One Family’s Journey Into Regenerative Agriculture, 죽은 흙을 살아있는 흙으로, 어느 가족의 재생 농업(흙을 살려 생물 다양성 등 환경 자원을 보존하고 개선하는 방식으로 행하는 농업)여행 』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는 처음부터 세상을 바꾸
기 위해 재생농업을 시작한 건 아니었다. 그는 의붓아버지와 함께 노스다코타의 가족 농장에서 일하면서 농업을 배웠는데 결혼한 뒤 기후와 연관된 재난으로 인해 자금난에 부딪쳐 절망한 상태에서 쥐구멍이라도 찾아보자는 심정으로 기존 농업 방식을 바꿔보는 모험을 했다. 그러니까 단지 살기 위해서 시작한 일이었다.  

 

그가 그동안 책을 읽고 혁신적인 연구자들과 여러 목장주들과의 대화를 메모한 노트를 검토하고 있는데 아내가 다가왔다. 

 

“여보, 생활비가 바닥났어요.” 아내가 그의 앞에 서서 가계부를 내 던지면서 말했다. 

“내가 그렇게 설명해도 모르겠소? 지금처럼 사료와 화학비료를 쓰다가는 목장 전체가 농약 범벅이 되고 가축이나 농작물의 품질이 떨어지고 말거요. 우리 목장이 농장이 죽는 모습을 
보고 싶소?”

 

그는 자신을 말없이 바라보는 아내에게 가축을 방목하여 자연스럽게 분뇨가 흙으로 돌아가 토양미생물이 사는 흙이 살고, 흙이 살아야 풀과 농작물이 건강해 가축과 사람이 건강해지는 것이라고 다시 설명했다. 

 

“그건 알겠는데, 이 넓은 농장에서 우리 식구는 뭘 먹고 사느냔 말이예요?”

 

브라운 씨 역시 다른 목장 주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생태농업을 시작하기 전에 가족 생계 문제는 물론 농장이 망하느냐 아니냐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부딪쳤다. 하지만 2년만 참아달라고 아내를 설득하고 설득했다.

 

 “2년 뒤, 실패하면 이혼인 줄 아세요.” 아내가 그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와 그의 가족이 농장을 생태 농장으로 바꾸는 중에 그들은 그들 스스로 새로운 타이프의 농업; 재생농업이라는 놀랄만한 여행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브라운 씨는 관행농업에서 표준적으로 사용하는 대부분의 제초제, 살충제, 그리고 화학비료 사용을 그만 두었다. 그리고 그는 무경운(無耕耘) 농법으로 전환해 다양한 종류의 피복 작물을 혼작(混作, 섞어짓기)함으로써 그의 목초지 조성 방법을 바꿨다. 그렇게 함으로써 브라운 씨의 죽어가던 농장의 에코시스템은 완전히 하나의 생명체가 움직이는 것처럼 바뀌었다-흙이 좋아지기 시작하자 그의 목장과 농장의 일이 단계적으로 업그레이드되어 작물 하나와 가축 한 종류를 동시에 키울 수 있게 되었다.  

 

건강한 흙을 만드는 다섯 가지 원칙 

 

첫 번째 : 흙속의 미생물을 방해하지 말 것 

 

그는 자신의 책에서 흙이 살아날 때 전개되는 놀라운 재생농업의 결과를 여행하듯 이야기하고 있고 「건강한 흙을 만드는 다섯 가지 원칙」을 만들어 왜 이런 원칙을 세웠는지 설명함으로써 흙을 살려 지속가능한 농사를 짓고 목축을 하는 자연 순환적인 풍부하고도 획기적인 해결방안을 제공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첫째 원칙은 흙속의 미생물을 될수록 방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여러 종류의 다양한 작물을 심어 놓은 자신의 밭으로 가서 해마다 자신의 농장을 찾는 2천명이 넘는 방문객들에게 첫 번째 원칙에 대해 설명한다. 

 

“제 농장으로 견학을 오는 많은 분들은 재생 농업에 관심을 보이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그분들에게 농사를 짓는 사람은 농기계를 쓸 때나 화학제품을 쓸 때 흙속의 미생물이 살아가는 
데 훼방을 놓아서는 안 되는 원칙과 그 원칙이 왜 지켜져야 하는지를 이해해야만 한다고 말합니다.”

 

그에 의하면 세계 어느 나라 어느 농경지에 가더라도 흔히 밭을 갈아엎는 모습을 보게 되지만 흙을 갈아엎는다면 식물이 자랄 수 있도록 영양분을 공급하는 일을 반복적으로 하고 있는 흙속에 사는 미생물들의 집이 파괴된다. 그래서 이런 사실을 안다면 사람들은 경운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흙속의 다양한 미생물들의 집-흙의 구조물이 파괴되면 식물이 성장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받을 수 없어 화학비료를 써야 하고, 화학비료를 쓰면 식물의 자생력이 떨어져 반드시 농약, 제초제 등을 써야만 한다. 특히 농약은 해충과 이로운 생물을 죽일 뿐 아니라 식물에게 없어서는 안 될 흙속의 미생물집단을 몰살시켜 흙 자체가 황폐화 된다.  

 

그러므로 재생농업은 흙을 갈아엎는 것이 아니라 표면에 작은 홈을 내 씨앗을 심어 흙속의 미생물의 생태계를 건드리지 않고 식물과 미생물과의 공생관계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화학비료 등의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을 첫 번째 원칙으로 삼는다.  

 

 

두 번째 원칙 : 흙 표면에 갑옷을 입혀라

 

그가 말하는 두 번째 원칙은 작물이 자라고 있는 흙 표면을 갑옷을 입히듯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의 피부가 몸을 보호하는 것과 같다. 흙은 외부로 노출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는 흙속 미생물의 집에 지붕을 만들어야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흙 표면은 늘 식물이 자라거나 덮여져 있어야 한다. 그래야 바람과 물에 의한 흙의 침식을 막아주고 습기가 증발되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 

 

세 번째 원칙 : 식물의 다양성을 지켜라 

 

세 번째 원칙은 다양성이다. 그는 자신의 농경지를 보라며 말했다. “저는 12가지 종류의 피복식물을 여기서 함께 기르고 있지요. 자연은 단일품종을 유산(流産)시켜 버려요. 그러니까 인간으로 치면 단일민족 사회를 원하지 않는 겁니다.” 그는 “다양성이 에코시스템의 기능을 높여준다”고 하면서 “단일 품종만으로는 각각의 식물이나 살아있는 흙의 미생물이 흙의 구조를 만들거나 회복력이 있는 건강한 흙을 유지하는 역할이 미흡하다”고 말한다.    

 

네 번째 원칙 : 뿌리가 살아 있게 하라

 

네 번째 원칙은 뿌리가 살아 있게 유지하라는 것이다. 그가 밭에서 어린 식물을 뿌리까지 뽑아 올려 엷은 잎새를 가리키면서 설명했다. “자, 이 어린 식물을 보세요. 이 식물은 잎에서 햇빛을 섭취하여 만든 탄소화합물 가운데 일부를 성장하는데 사용하고 나머지 탄소화합물을 뿌리로 내려 보내 흙속을 흥건하게 적셔서 생명 순환을 이어가는 미생물들에게 공급하고 대신 미생물로부터 영양분을 얻게 되는 것이지요.” 
이처럼 1년 내내 흙에서 뿌리가 살아 있도록 해야 식물은 계속해서 뿌리에 탄소화합물을 공급하고 그것을 먹이 삼아 흙속 미생물이 활동함으로써 건강한 흙이 유지되는 것이다. 

 

다섯 번째 원칙 : 가축과 식물을 통합하라 


다섯 번째 원칙은 여러 가축을 농사에 통합하는 것이다. 그가 말했다. “가축은 많은 미생물을 장속에 가지고 있지요. 마치 우리 인간들이 장 속에 미생물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그런 미생물은 가축이 풀을 뜯을 때나 가축의 똥과 오줌을 통해서 배출이 될 것이고, 바로 이런 미생물들이 흙에 들어와 흙을 거루게 하는 것이고 여러분의 흙을 건강한 흙으로 격상시켜 주는 것이죠.”

 

 

생물 다양성이 공존하는 생태계 조성, 그것이 탄소농업 


말이 5천 에이커지 우리나라 평수로 치면 600만평이 넘는다. 여의도의 2배 이상인 그의 농경지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수백 마리의 누렁이 소들이 옥수수 밭에 들어가 옥수수 대를 마음껏 먹고 있다. 송아지들도 어미를 따라 다니며 인공사료가 아닌 신선한 먹이를 먹는다. 이 밭에 갈색 토종닭들도 방목하고 있다. 닭들은 흙에 쌓인 퇴비를 발로 헤치며 벌레를 잡아먹고 있다. 

 

멀리 다른 밭에서는 4륜 오토바이를 탄 일꾼들이 농경지에 울타리를 쳐서 가축을 이동시킬 준비를 한다. 가축을 농사에 통합하기 위해 그는 집약적인 방목 방식을 사용한다. 목초지를 여러 곳으로 나눠 그때그때 가축들을 나눠 놓은 목초지로 이동시켜 가축들이 지나치게 풀을 뜯어 먹지 못하도록 한다. 풀이 죽으면 흙도 죽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그는 식물을 키우고 더 많은 탄소화합물이 흙에 공급되도록 함으로써 재생 농업을 실천하고 있다. 

 

“핵심은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느냐” 라고 그는 말하고 있다. 산업형 농업모델에서 모든 아이디어는 살아있는 것을 죽이는데 초점이 모아진다. “그러나 그런 사고방식은 역시 생물 다양성, 흙, 그리고 수익을 죽이고 있었던 것”이라고 그는 인식했다. 지금 그는 창의적인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하면 흙 위에서 더 많은 생물이 살아가게 하느냐로 향하게 하고 있다. 다시 말해 더 많은 식물, 동물, 그리고 이로운 곤충들이 함께 살아가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그는 “어떤 문제를 푸는 가장 거대한 장애물은 바로 인간의 마음가짐일 뿐이다”라고 했다. 지금처럼 자연 생태계의 파괴가 멈춰지지 않고 기후위기가 반복되면 흙속 미생물이 죽고, 그들이 죽으면 인류도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인간이나 미생물의 세포는 그 기능이 똑같다.

 

이는 35억 년 전에는 미생물이나 인류의 조상이 같은 세포로부터 출발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간이 장내(腸內) 미생물이 없으면 살 수 없듯이 흙속에 미생물이 살 수 없으면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영양분을 식물로부터 얻을 수 없다. 그것이 흙의 반란이고 반란은 절대로 진압될 수 없어 인류는 멸종하고 만다. 

 

그것이 우리 인류가 흙속 미생물과 공존하는 재생 농업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윤영무 본부장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Copyright @2012 M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회사명 (주)방송문화미디어텍|사업자등록번호 107-87-61615 | 등록번호 서울 아02902 | 등록/발행일 2012.06.20 발행인/편집인 : 조재성 |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대방로69길 23 한국금융IT빌딩 5층 | 전화 02-6672-0310 | 팩스 02-6499-0311 M이코노미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무단복제 및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