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롯데그룹 내 부자(父子)와 형제(兄弟) 간 경영권 다툼을 통해 재벌개혁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정의당과 참여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 김제남 의원은 20일 오전 10시 30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롯데 사태를 통해 본 재벌개혁의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정의당 정진후 원내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재벌개혁을 논의할 때마다 국민과 경제를 내세운다"고 지적한 뒤 "재벌총수 1명이 감옥에서 나온다고 우리 경제가 크게 나아지진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 원내대표는 "모든 책임을 재벌에게 돌릴 수는 없지만 우리 사회가 점점 불공정해지는데 한 몫 한 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참여연대 이현욱 민생희망본부장은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해 경제민주화 밖에 없다는 절박함을 느껴야 한다"면서 "통제 받지 않는 막강한 재벌권력을 견제와 균형, 투명성으로 감시해야 한다. 군주국가에서도 세습하지 않지만, 경쟁의 시대에 (재벌) 세습은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본부장은 "구글, 애플 등 세계적 기업들은 세습을 하지 않고 유능한 경영자에게 회사를 맡기는 만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우리도 세습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식전행사에 이어 김제남 의원 사회로 열린 토론 순서에서 좌장인 김 의원은 모두(冒頭) 발언을 통해 갑을(甲乙) 문제가 아니라 모든 경제주체가 땀의 대가를 공정하게 받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홍익대 경제학부 전성인 교수는 "재벌개혁을 두려워하는 밑바닥에는 '진짜로' 재벌을 개혁하는데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다"면서 "심지어 진보진영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지금 한국사회는 자본 과잉의 문제를 겪고 있다"며 "이자가 낮아도 대출을 받으려는 기업이 없다. 사내유보금이 700조원에 달하는 것은 투자수익이 낮기 때문이다. 아직도 (정부에서는) 투자가 선(善)이라고 생각해 사면(赦免)과 바꾸려고 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또 실물투자에 (사내유보금을) 쓰기 보다는 인적투자를 늘려야 한다면서 대부분 노동친화적 성장 정책은 재벌체제와 양립하기 어려울 정도로 충돌하므로 재벌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경제민주화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요리법은 이미 나와 있지 않나. 어떤 요리를 할지는 정책당국자가 골라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재벌체제의 장점으로 총수의 말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는 장점이 아닌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민변 김성진 민생경제위원장은 "롯데 사태로 국민들이 재벌들의 민낯을 보게 됐다"고 운을 뗀뒤 "IMF 이후 경제가 나아진 것이 없기 때문에 국민들 머리 속에 경제민주화가 남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큰 틀에서 보면 재벌들이 국제 경쟁력을 갖춰야지 골목상권을 죽이는 일을 해선 안 된다고 지적"하면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에 재벌이 동의하지 않아도 지정할 수 있어야 한다. 통계에 따르면 복합쇼핑몰이 들어서면 주위 소매상권 46.5%가 죽는다. 국민경제가 나아지지 위해서 중소기업이 활성화 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대기업들이 쌓아둔 사내유보금을 공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소기업들이 대기업과 거래에 있어서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상 '담합'으로 봐선 곤란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 신규 순환출자 금지 뿐 아니라, 기존 순환출자도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종업원을 대표하는 사외이사가 필요하다면서 지난해 서울대 교수 중 사외이사 단 1명도 이사회에서 반대의견을 표명한 사람이 없었다고 지적한뒤, 이외에도 국민연금기금의 공익적 의결권 행사 강화와 법인세 상위구간 신설로 공평과세 실현, 임금인상과 적정 유보금 초과분에 대한 과세 등으로 사내유보금 해소 등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첫 번째 토론자인 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 신규철 집행위원장은 2012년 기준 96.9조원에 달하는 국내 식자재 시장 역시 CJ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 현대그린푸드 등 대기업들의 진출로 골목식당 및 전통시장에 납품하는 중소상인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형마트의 학용품 매출액(2,300억원)이 전체 학용품 매출액(5,000억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탓에 문구 소매점들이 매년 1,000곳이 폐업해 10년새 12,000곳이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다음 토론자인 참여연대 안진걸 협동사무처장은 재벌개혁을 하면 한국경제가 망할 것처럼 생각하지만, 재벌개혁을 안하면 망한다면서 300인 이상 기업에 비정규직을 고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 번째 토론자인 민주노총 이창근 정책실장은 박근혜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은 모든 책임을 정규직에게만 두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면서 대부분 저임금의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주범이 재벌이라며, 간접고용이 30%에 달한다고 말했다.
사내유보금이 우리나라에서 상징화 된 것은 모두 어려운데 재벌만 잘 먹고 잘 사는 것 때문이라며 (1)감세정책 철회로 법인세 정상화 (2)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 방안 마련 (3)총수 일가의 불노소득이나 세습 재산 환수 등을 제안했다.
끝으로 정의당 이승민 정책연구위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으로 경제민주화를 내세웠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꼬집은 뒤, 재벌개혁의 핵심과제는 지배구조 개혁이라며 신규는 물론 기존 순환출자도 금지하는 한편, 금산분리 강화, 연기금 역할 확대, 노동자의 의사결정구조 참여 확대 등을 주장했다. 이 기사는 www.toornnews.com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