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O가 뜬다 下] K-방산 '첨단산업 성장'의 키...자주국방·수출 확대 '신무기'

  • 등록 2025.07.17 14: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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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산 첨단엔진 국산 전환땐 MRO 비용 최대 28조원 절감효과
"MRO, 단순 수리 벗어나 무기체계 가동률 등 국가안보와 직결"
첨단기술 MRO 중소기업 참여시 지역 클러스터·고용창출 효과

 

 

최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로열파크컨벤션에서 열린 ‘부국강병’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MRO(유지·보수·정비)가 단순 정비 영역을 넘어 K-방산의 수출 경쟁력과 자주국방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할 핵심 분야로 부상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첨단항공엔진사업단 김원욱 단장은 “무기 체계의 수명 주기에서 개발이 차지하는 비중은 낮으며, 총수명주기비용의 대부분은 MRO가 차지한다”며 “이는 미국 국방부의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사실로, 한국도 유사한 비용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단장은 향후 개발될 첨단 항공·함정 엔진 1600대를 해외에서 직도입할 경우, 총 MRO 비용이 56조~58조원에 이를 것이라며, 국산화 시 약 30조원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어 최대 28조원의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는 “MRO의 약 60%는 소재와 부품 교체 비용으로, 국산화가 이루어질 경우 약 18조원이 국내 중소기업에 환류될 수 있다”며 산업 생태계 확대와 공급망 자립 효과를 강조했다.

 

이창호 LIG넥스원 MRO사업부장도 MRO의 전략적 전환을 역설했다. 그는 “MRO는 단순히 고장 나면 수리하는 개념에서 벗어나, 고장을 사전에 예방하고 무기체계의 가동률을 높이는 분야인 만큼 이는 곧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 “정비가 수출 경쟁력 좌우”... 방산업계, 글로벌 MRO 시장 본격 진출

 

실제 국내 방산업계는 MRO 시장 확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무기체계 운용 주기가 20~40년에 달하는 만큼, MRO는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가능한 성장동력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세계 최대 방산 시장인 미국은 동맹국에 군용기 MRO를 위탁하려는 정책(RSF: Regional Sustainment Framework)을 통해 한국 등 인접국과 협력 확대를 모색 중이다.

 

지난 5월, 제26차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에서 미국은 RSF 기반의 항공 MRO 협력 추진을 논의했고, 올해 초에는 미국 국방부 관계자들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한항공의 MRO 역량을 점검하기 위해 직접 방한하기도 했다.

 

 

LIG넥스원 MRO사업부장 이창호 상무는 MRO 사업에 대해 “글로벌 밸류체인과 서플라이체인을 식별하고, 수명주기 전반에 걸쳐 재고 비용과 가동률을 최적화하는 고차원적 작업”이라고 정의했다. 특히 “1년 뒤 도입 가능한 부품을 지금 미리 신청하는 고도의 사전 준비가 필수”라며 정비 예측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과거 공군 시절 F-16 전투기를 30년간 운용하며 “스페어 파트 예측률이 50%를 넘지 못했고, 미국조차 한국보다 고작 5% 높을 뿐이었다”고 회고했다. 이는 “기계의 고장 부위는 사람처럼 계속 바뀌기 때문에 예측이 어렵다는 전 세계 공군의 공통 과제”라는 설명이다.

 

해외 시장 진출과 관련해 그는 “K-방산이 주목받는 이유는 산업 역량, 정부 협력, 그리고 한국 특유의 빠른 납품 속도 때문”이라며 하지만 “앞으로는 유럽 등 역내 구매 비율이 높아질 전망으로 MRO 경쟁력이 없다면 수출 지속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글로벌 방산기업들은 전체 매출의 25~30%를 MRO에서 벌어들이는 반면, 국내 방산업계의 MRO 비중은 한 자릿수에 불과해 격차가 크다는 설명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발전용 가스터빈의 전 주기 기술(MRO 포함)을 기반으로 항공 분야로의 확장을 추진 중이다. 고민석 상무는 “두산은 설계부터 소재, 시험, 냉각, 코팅, 3D프린팅, 유지정비까지 발전용 가스터빈의 전 과정을 자체 수행하는 국내 유일 기업”이라며 “9만 시간 이상 운전 수명을 기준으로 계획 정비가 이뤄지는 발전용 MRO 시장에서, 롱텀 서비스 어그리먼트(LTSA)와 부품 관리 프로그램(PMP) 등을 통해 사업을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 “정비를 넘어 산업전략으로”…K-MRO, 생태계 혁신 열쇠 되나

 

김원욱 단장은 “엔진 양산 단계에서 80% 이상의 비용이 소재와 부품에서 발생하며, 이는 곧 산업 생태계를 구성하는 비용 구조이자 기술 기반”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첨단엔진 양산과 MRO를 중심으로 중소기업의 참여가 확대되면, 기술 자립은 물론 지역 클러스터 형성과 고용 창출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엔진 수명주기 전반을 통합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 중이다. 현재는 설계 소프트웨어 고도화와 함께 통합 설계 플랫폼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향후에는 디지털 트윈과 AI 기반 예측 정비 시스템을 접목해 엔진 상태를 실시간으로 예측하고 최적화하는 운영 체계로 확장할 계획이다.

 

LIG넥스원도 MRO를 ‘전략 분야’로 규정하며 적극적인 구조 전환에 나서고 있다. 이창호 MRO사업부장은 “현재 동해, 서해, 남해에 무인 정비 기지를 조성 중이며, 이는 기존의 고전적 개념이 아닌 실시간 통합 MRO 체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HD현대, 한화, LIG넥스원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통합 MRO 포트를 국가 자산화하자는 구상도 공개했다. 이를 통해 민·군·산 협업을 기반으로 한 통합 유지체계를 제안한 것이다.

 

그는 영국 공군의 공중급유기 ‘에어탱커(AirTanker)’ 모델을 사례로 언급하며, “무기체계의 소유와 운용을 분리한 장기 계약 방식이 국내에도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 공군의 ‘에어탱커’ 모델은 민간이 공중급유기를 소유·운영하고 군은 이를 임차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소유와 운용을 분리한 민군 협력의 대표 사례다.

 

이 상무는 “민관이 무기를 공동 운용하면 획득-시험평가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MRO는 단순 정비 비즈니스가 아니라 국가 안보와 직결된 전략 산업”이라며, “가동률을 10%만 높여도 무기를 10% 더 보유한 효과가 있다. 이제는 모든 이해관계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권은주 기자 kwon@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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