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유민주당(자민당)이 2026 회계연도 예산안 통과를 앞두고 헌법 개정 논의를 본격적으로 가속할 준비에 나섰다. 중의원 헌법위원회는 이달 내 첫 논의를 열어 개정안의 구체적 내용을 조기에 확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국민투표 실시를 위한 기반 마련에도 힘을 쏟고 있다.
3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나카소네 히로후미(Hirofumi Nakasone) 자민당 헌법개정실현본부장은 “개정안을 최대한 신속하게 구체화하고 각 정당 간 합의를 도출할 수 있도록 신중히 추진하겠다”며 “국민들이 개정안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자민당은 후루야 케이지(Keiji Furuya)를 위원회 위원장으로, 신도 요시타카(Yoshitaka Shindo)를 여당 수석 비서관으로 임명해 논의 구조를 정비했다.
일본 정치권의 이번 헌법 개정 논의의 핵심은 전후 체제의 근간이었던 ‘평화헌법’을 수정해 국가의 군사적 역할을 확대하려는 성격을 띠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논의의 핵심은 헌법 제9조 개정이다. 현행 헌법 제9조는 일본이 전쟁을 포기하고 전력을 보유하지 않으며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자민당을 중심으로 한 개정 논의에서는 자위대의 존재를 헌법에 명기하고, 집단적 자위권 행사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이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다.
이는 중국과 북한 등 주변국의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이 군사적 역할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또 대규모 재난이나 무력 공격 등 국가적 위기 상황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긴급사태 조항 신설도 추진되고 있다. 해당 조항은 내각에 입법 권한을 집중시켜 위기 시 효율적인 대응을 가능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자민당과 합동진보당은 앞서 지난해 10월 연립정부 합의에서 2026 회계연도 중 해당 조항 초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자민당은 중의원에서 개헌 발의에 필요한 3분의 2 의석을 확보하고 있으나, 참의원에서는 과반을 확보하지 못해 향후 논의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야당 역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중도개혁연합(CRA)은 3월 헌법연구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논의 준비에 착수했으며, 민주국민당 역시 자체 위원회를 중심으로 입장을 정리 중이다. 다마키 유이치로(Yuichiro Tamaki) 민주당 대표는 “각 정당이 지금까지 쌓아온 논의를 바탕으로 현실적이고 안정적인 토론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이번 헌법 개정 논의는 단순한 제도 정비를 넘어, 국제사회에서 ‘전쟁 가능한 국가’로서의 지위를 일부 준비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동아시아 안보 지형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할 수 있으며,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외교·안보 전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정부의 내년 예산안은 늦어도 이달 11일까지 통과될 예정이며, 이후 헌법위원회 논의가 본격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각각 전략을 강화하는 가운데, 일본 정치권은 헌법 개정이라는 중대한 분수령을 향해 치열한 공방을 이어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