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사립대학의 장래 [2]

  • 등록 2026.02.09 17: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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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등록금 인상 문제로 대학가가 뜨겁다. 어느 대학은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대자보까지 걸렸다고 한다. 한편 사회 이곳저곳에서는 정부의 고등교육재정 지출이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적다느니, 우리나라의 대학 등록금이 다른 국가보다 월등히 높다느니,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는 데에 사립대학 설립 주체인 학교법인은 나 몰라라 한다는 등의 논평이 흘러나온다.

 

외국인 유학생이 30만 명에 육박하는데 유학생은 등록금 인상 억제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이들 주장이 모두 일리가 있기는 하지만 반론도 있다.

 

첫째, 민간이 부담하는 공교육비 규모(GDP 비율)가 OECD 평균보다 높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공교육비 규모만 놓고 보면 OECD 평균과 같다. 둘째, OECD를 구성하는 38개 국가 중에는 공교육의 국가 책임이 철저하여 대학 등록금을 무상으로 하는 국가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대학 등록금을 징수하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일본 등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 수준은 그렇게 높지 않다.

 

국가장학금도 잘 정비되어 있으므로 국립대학에 다니는 학생은 커피 한 잔 값에도 못 미치는 비용으로 한 시간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셋째, 대학 운영 비용을 지원하는 학교법인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나, 여기에는 대학 진학률이 급속히 상승할 때 정부가 정책적으로 민간의 고등교육 투자를 유도한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 역사가 오래된 학교법인 중에는 대학 경영을 지원하기 위한 재산이 1조원을 넘는 사례도 있다. 반면에 대학설립이 완화된 시기에 설립된 학교법인 중에는 수십억원에 불과한 경우가 있다.

 

우리나라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이 국내 학생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나 대부분의 국가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특징이다. 미국의 주립대학은 자기 주 출신이 아닌 학생과 외국인 유 학생에게 세 배가량 높은 등록금을 받고 있으며, 영국의 대학도 이와 비슷하다. 학생들이 유학을 선호하는 영어권 국가와 우리나라를 단순 비교하는 것이 부자연스러운 면도 있다. 하지만 공평성의 관점에서 자국 학생에 대한 우대는 다른 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GDP 1.4%, 정부보다 민간이 더 많이 부담

 

2000년대 초부터 정치권에서는 고등교육재정을 제도화하는 방안으로 GDP의 1.1% 또는 국세 총액의 일정 비율을 고등교육재정으로 확보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고등교육 재정교부금 관련 법률안을 11건 제출됐다. 그러나 고등교육의 공평성 문제, 사립대학 재정지원의 부정적 의견, 국가재정 여건 등의 반론이 있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초등교육에서 고등교육까지 GDP의 5.6%를 공교육비로 지출하고 있다. OECD 평균이 4.7%이므로 우리나라 공교육비 지출은 높은 수준이다. 초중등교육은 GDP의 4.2%를 지출하여 OECD 평균 3.3%보다 월등히 높고, 민간 부담 공교육비도 0.2%에 불과하다. 이처럼 우리나라 초중등교육의 공교육비 지출 규모가 높은 것은 재학생 중 중학교 15.6%, 고등학교 40.0%를 차지하는 사립학교에도 공립학교와 동일하게 교직원 인건비와 학교 운영비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수업료 무상화가 시행되기 전에는 민간 부담이 0.5% 정도를 차지했는데, 2019년부터 수업료가 자율화되어 있는 일부 고등학교를 제외하고 모든 사립 고등학교의 수업료가 무상화되어 민간 부담 공교육비 비율이 크게 낮아졌다.

 

공교육비 중 고등교육은 GDP의 1.4%로 OECD 평균 1.4%와 같은 수준인데,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재정의 특징은 다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고등교육재정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OECD 평균과 같지만 1인당 고등교육비 지출 규모는 낮다. 우리나라 대학생 1인당 교육비는 1만4695달러(2022년)로 OECD 평균인 2만1444달러의 68.5% 수준이다. 2년 전에 65.1%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약간 상승했지만 한참 미달하는 수치이다.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가 낮은 데에는 대학 진학률이 다른 국가보다 크게 높고 대학 재학생 수가 많다는 이유가 있다.

 

국가 간에 고등교육 재학생의 규모를 비교할 수 있는 유용한 지표로는 인구 1천명 당 대학생 수가 있는데, 일본 24.2명, 미국 34.1명, 영국 35.8명, 프랑스 40.5명, 독일 35.1명, 중국 28.5명인 것과 비교하여. 우리나라는 58.2명으로 월등히 많다.

 

둘째, 고등교육재정 규모는 OECD 평균과 같지만 민간 부담 비율이 매우 높다. 우리나라 고등교육재정 중 GDP 비율은 정부 부담이 0.6%, 민간 부담이 0.8%로 OECD 평균 정부 부담 0.9%, 민간 부담 0.5%와 비교하면 반대되는 현상이다. OECD에 가입한 국가 중에는 사립대학 비율이 낮고 대학 등록금을 무상으로 하는 유럽 국가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사립대학 비율이 75%를 차지하는 우리나라와 민간 부담 공교육비를 비교하는 것 자체에 무리가 있다.

 

고등교육에서 민간 부담 비율이 높은 국가는 대학 등록금이 비싸고 낮은 국가는 대학 교육이 무상이거나 낮다는 특징이 있다.

 

◇저비용의 딜레마

 

우리나라 헌법은 대학의 자율성을 법률로 보장한다고 명기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법률에는 대학의 자율성보다는 공공성과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자율성을 규제하는 규정을 더 많이 두고 있다. 대학 등록금도 마찬가지인데, 대학이 등록금을 올릴 수 있는 한도를 고등교육법에서 명시하고 있다. 2010년부터 시작하여 15년이 넘은 대학 등록금 인상 한도 규제는 우리나라 대학의 75% 정도를 차지하는 사립대학에 대한 규제라고 볼 수 있다.

 

당초 대학 등록금 인상률은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런데 지난해 8월 인상률 한도를 1.2배로 낮췄다. 교육부 장관이 공고한 2026학년도 대학(대학원) 등록금 인상률 법정 상한은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 2.66%의 1.2배 인 3.19%이다. 정부는 대학 등록금 인상과 국가장학금을 연계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등록금 인상률 법정 상한을 어기면 행정적·재정적 제재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은 그대로 살려두고 있다.

 

사립대학이 등록금 인상 문제로 학생들과 갈등을 만들면 언제든지 행정적으로 개입할 여지를 두고 있으므로 대학에서도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등록금 문제에 접근할 수밖에 없다. 대학의 등록금을 무상으로 해야 한다는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이 있지만 수업료의 의의에 대하여 효율성, 공평성, 필요성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연구 결과가 있다.

 

먼저, 실제 학생의 교육비용을 일부라도 수업료로 부과하게 함으로써 의욕이 없어 성과를 기대할 수 없는 학생을 배제할 수 있다는 효율성의 관점이다. 둘째, 다양한 계층으로 구성된 일반납세자가 중심이 되어 부담하는 고등교육재정을 수업료 부담이 어려운 가정의 자녀들에게 지원하면 빈곤한 계층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열어주는 공평성의 관점이다.

 

셋째, 고령화 사회가 진전하는 가운데 의료비, 사회보장비 등이 늘어 국가 재정의 핍박을 초래하는 가운데 대중화된 고등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재원을 교육수요자에게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는 필요성의 관점이다.

 

고등교육의 비용을 누구에게 부담시킬 것인가라는 정책 문제는 국가마다 다르다. 국민의 세금을 재원으로 하여 학교 교육을 운영하는 ‘공교육의 무상 원칙’에 철저한 독일,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 일부 국가―덴마크·프랑스·슬로바 키아·슬로베니아·스페인·스웨덴―의 경우 고등교육은 무상으로 하고 있다.

 

한편 영국처럼 고등교육을 무상에서 유 상으로 전환하고 등록금이 크게 상승하고 있는 국가도 있다. 대학 등록금 동결과 국고보조금의 축소로 우리나라 대학의 재정이 줄어드는 추세이다. 재정이 줄어들면 단기적으로는 우수한 교수를 확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수업용 기자재, 도서관 장서 등을 구매하기 어렵다. 또 학생들의 학습을 위해 필요한 학습공간의 확보나 교육시설의 현대화를 기하기도 어렵다.

 

결과적으로 대학의 사명이자 사회적 역할인 교육·연구 기능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교육예 산 부족으로 우수한 인재를 교원으로 채용할 수 없고 기존에 있는 교원의 인건비도 조정할 수밖에 없게 돼 교원의 동기부여에 지장을 초래한다.

 

일부 지방대학에서 교원의 인건비를 체불하거나 삭감하는 사례와 같다. 지금도 연간 급여가 3000~4000만원인 비전임 교원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대학교원의 인건비가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장차 교수 후보인 우수한 인재의 대학원 진학이 줄어들어 점진적으로 교육의 질이 저하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악화되는 사립대학의 재정문제를 타개하고자 2024년에는 행정적·재정적 제재를 감수하고 26개 대학이 등록금을 인상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70.5%에 해당하는 136개 대학이 4~5%의 범위에서 등록금을 인상했다. 지난해 등록금을 올리면서 교육환경 개선 등을 약속했는데 지키지 않았다고 금년에는 등록금 인상을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대학이 생기고 있다. 대학이 등록금을 법정 상한 내에서 인상하려 해도 쉽게 되는 일은 아니다. 학생 대표가 참여하는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책정하기 때문에 등록금 인상을 위해서는 학생을 설득하든지 학생의 눈치를 봐야 한다.

 

이론적으로는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이 줄어들면 아르바이트 시간을 줄이고 학업에 더 전념할 수 있으므로 대학 교육의 질적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학생이 돼도 취업이나 자격증 취득 등을 위해 사교육에 큰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등록금 억제보다는 대학이 교육의 기능을 강화해 학생들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어 주고 지원하는 것을 정치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편집국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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