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속도가 운명을 가른다! 미래 챔피언 기업을 찾아라!

  • 등록 2025.12.25 17:4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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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필자는 뉴욕 타임스에서 부러운 기사 하나를 읽었다. AI를 통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미국의 벤처캐피털의 투자 결정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투자할 때까지 시간을 끌며 간을 보는 게 아니라 AI를 동원해서 투자 여부를 빨리 결정한다는 말이다.

 

문득 필자의 머릿속에서 최근에 만났던 국내의 어느 벤처 기업이 떠올랐다. 이 회사는 시설재배 농산물의 맛과 향을 회복시켜 줄 혁명적인 ‘활성질소수’를 제조하는 신기술을 발명했다.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신기술 인증을 받았지만 창업 2년째인데 어느 벤처캐피털로부터도 투자 문의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만약 미국에서 창업했더라면 어땠을까?

 

뉴욕 타임스의 기사에 따르면, 실리콘 밸리 전역에서 투자자들은 가장 인기 있는 AI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 한 벤처캐피털 회사는 100억 달러 규모의 AI 기업 「메르코르(Mercor)」의 20대 창업자들을 전용기에 태워 라스베이거스로 데려가 페라리 경주를 하게 했다. 또 다른 벤처캐피털 회사는 대학생들에게 인턴십 대신 창업 자금을 지원했고 젊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위해 일하는 것처럼 행동하며 고객 소개와 직원 채용을 담당했다.

 

그러는 사이 지난해 인간보다 똑똑한 AI를 개발하기 위해 설립된 스타트-업 「Safe Superintelligence」는 올해 320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기록하며 20억 달러를 유치했다. 2023년에 설립되어 기업의 AI 에이전트 구축을 지원하는 「Sierra」는 3억 5천만 달러를 유치하여 100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달성했다. AI 코딩 스타트업 「Cursor」는 올해 세 차례 투자를 유치하여 기업 가치가 10배 이상 상승한 270억 달러를 기록했다.

 

스타트-업을 추적하는 피치북(PitchBook)에 따르면, 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다른 모든 분야를 앞지르며 올해 첫 9개월 동안 벤처 자금의 64%, 약 1,610억 달러가 AI 관련 거래에 유입되었다. 「Anthropic」, 「OpenAI」, 그리고 일론 머스크의 「xAI」가 주도한 대규모 투자 라운드가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향후 10년의 승자가 18개월에서 24개월 안에 정해지리라 생각하고 있어서 일부 투자 원칙을 포기하고서라도 투자의 속도를 낸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벤처캐피털인 「Moxxie Ventures」는 캐나다, 프랑스, ​​이스라엘 등에서 기업 가치가 상승하기 전의 창업자나 기업가들을 찾았고 투자를 받은 일부 기업은 샌프란시스코로 이전하고 있다.

 

「Afore Capital」은 투자 기준을 조정했다. 이전에는 훌륭한 아이디어를 가진 훌륭한 창업자들을 찾아다녔지만, 이제는 그다지 훌륭하지 않거나 아예 아이디어가 없는 훌륭한 창업자들도 지원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전략은 위험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회사는 기업가들이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기업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사업을 시작할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또한, 대학생들에게 인턴십 대신 "갭 학기"를 보내고 창업할 수 있도록 2만 5천 달러에서 5만 달러까지 지원한다. 이 프로그램은 올해 시작된 이후 약 30개 기업에 자금을 지원했는데 창업자 대부분이 사업이 성공하면서 대학을 중퇴했다.

 

에릭 슈미트(구글 전 CEO)는 지난달 「Harvard Kennedy School」 주최 포럼에 나와 “세계에서 가장 비범한 자본시장이 있는 미국과 비교했을 때, 중국은 같은 ‘금융 시장의 깊이가 없어 중국 스타트-업들은 말 그대로 (돈을) 구하지 못하고, 이 자금 부족이 “대형 모델을 훈련하고 유지하는 데 결정적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벤처캐피털 자금만이 아니라,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AI 개발(특히 대형 언어 모델 등)에 필요한 장기적·대규모 자본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금융 생태계의 깊이”가 부족한 중국은 미국과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우리나라에서 15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가 출범한다는 소식이다. 여기에 박현주/서정진이라는 민간 혁신의 상징적 인물들이 공동위원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정부의 관제 자금이 아니라 민간의 주도하에 혁신기업을 발굴하고 키워내는 종잣돈이 되겠다는 의지일 것이다.

 

그러나 국내 투자시장은 예전만큼 열려 있지 않고 성장 자금은 더 신중해졌다. 스타트-업 창업가들은 ’돈을 받을 곳이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 기술은 있는데 자본이 뒤따르지 못하고 자본은 있는데 좋은 기업을 발견하지 못해 주저하는 기묘한 모순이 머리 위에서 빙글빙글 헛돌고 있는 상황은 여전하다.

 

돈 없이 무슨 사업을 하겠는가? 이왕 민간 펀드가 출범했다면 이제 우리도 미국의 자본처럼 날렵하게, 투자의 속도를 게임의 원칙으로, 중국의 자본 경색이 일어나는 원인을 반면교사로 삼아 제대로 된 스타트-업을 찾아내는 것을 좌우명으로 삼아야 한다. 미래는 발굴하는 자의 것이라고 하였다. 미국의 벤처 캐피탈이 투자 속도를 내는 것을 보고 그런 생각을 하는 건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윤영무 본부장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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