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비정상회담, 구례 현장 달궜다...“흙, 사랑 아닌 행동으로 지켜야”

  • 등록 2025.09.24 12: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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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탄소중립 흙살리기 박람회’ 찾은 비정상회담
지리산에 울려 퍼진 환경 어벤저스의 “흙을 위하여!”
구례군수 “전국 밥상에 건강한 농산물 올리는 게 목표”

 

가을 바람이 산들거리는 구례군 지리산역사문화관 앞 넓은 잔디밭은 따뜻한 햇살과 어우러져 맑고 청명한 공기로 가득했다. 이 아름다운 곳에서 19일 ‘2025 탄소중립 흙살리기 박람회’가 막을 올렸다.

 

"흙이 살아야 나라가 살고 지구가 산다"는 단순하지만 깊은 명제를 주제로 한 이번 박람회는 개막 첫날부터 활기가 넘쳤다. 이른 아침부터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넓은 잔디밭 위에서 지역 농산물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을 즐기며 지리산의 가을 정취를 만끽했다.

 

개막식 전 열린 ‘흙 살리기 주제 토론’에서는 <비정상회담>으로 친숙한 외국인 방송인 다섯 명이 무대에 올라 '흙과 환경' 그리고 '지속 가능한 삶의 가치'를 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사회자는 이들을 “흙과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라는 말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 “흙은 살아 있다”… 외국인 패널들이 전한 '흙 살리기' 메시지

 

이번 토론회에는 벨기에 출신 방송인 줄리안, 이탈리아 출신 크리스티나, 폴란드 출신 프셰므스와브, 프랑스 출신 엘로디, 브라질 출신 카를로스 등 다섯 명이 각자 자신의 나라에서의 흙살리기 운동을 공유했다. 사회자는 이들을 “환경 어벤져스”라 소개하며 흙을 주제로 좌담을 이끌었다.

 

 

먼저 사회자는 구례군의 첫인상을 물었고 엘로디는 “물맛이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또 줄리안은 “화엄사 사찰음식은 한국의 파인다이닝 같다”며 건강한 흙에서 비롯된 식재료의 가치를 강조했고 크리스티나는 “이전에는 흙의 중요성을 크게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이번에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또 프셰므스와브는 “아버지 밭의 흙냄새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아들에게 건강한 흙을 물려주고 싶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들은 흙이 점점 제 역할을 잃어가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진진한 좌담을 나눴다.

 

줄리안은 “퇴비 흙은 촘촘하고 숨을 쉬지만 일반 흙은 금세 메마른다. 흙은 살아 있는 존재”라고 강조했고 프셰므스와브는 “아이를 달래듯 흙도 정성을 다해 돌봐야 한다”고 비유했다. 이어 카를로스는 “아마존 원주민은 숯을 섞어 흙을 살리는 전통을 이어왔다”고 말했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기후위기와 연결됐다. 패널들은 흙이 단순한 생명의 터전이 아니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중요한 열쇠라는 점에 주목했다.

 

줄리안은 “탄소중립은 배출과 흡수의 균형이다. 흙 속에 탄소를 저장하는 농법은 중요한 해법”이라고 설명하면서 “최근 저탄소 쌀 같은 시도가 늘고 있다. 소비자가 의식적으로 선택하면 농부와 지구가 함께 살아갈 수 있다”고 말했고, 크리스티나는 “이탈리아에서는 탄소중립 농업을 실천하면 정부가 직접 보상한다”며 정책의 힘을 강조했다. 

 

이어 엘로디는 “프랑스에서는 밭 주변에 나무를 심어 벌과 나비를 불러들이고,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되살린다”며 생활 속 실천을, 프셰므스와브는 “폴란드는 2030년까지 유기농 재배를 확대한다. 더는 다음 세대를 기다릴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사회자가 각자의 다짐을 묻자, 크리스티나는 “좋은 흙에서 좋은 재료가 나오고 그로부터 맛있는 음식이 탄생한다”며 알리는 역할을 약속했다. 또 프셰므스와브는 “실천하는 아빠가 되겠다”고 했고, 엘로디는 “흙 이야기를 앞으로 더 많이 전하겠다”고 말했다. 줄리안은 “흙은 사랑이 아니라 행동으로 지켜야 한다”며 관객에게 구호를 제안했다. “흙을 위해!”라는 외침에 모두가 큰 목소리로 “시끄럽게!”를 외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 친환경 농업 1번지 전남 구례... “흙 살리는 건 지구·가족 살리는 일”

 

다음 날인 20일에는 분위기가 한층 더 무르익었다. 이번에는 김순호 구례군수와 조재성 탄소중립 흙살리기운동본부 총재가 직접 외국인 패널들과 함께 토크 콘서트를 펼쳤다. 지역 농산물과 구례의 친환경 농업 그리고 흙살리기의 실천 과제에 대한 대화가 오가며 현장은 박람회의 주제를 한층 더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시간이 됐다.

 

 

이 자리에서 조재성 총재는 한국 밥상에 담긴 지혜를 강조했다. 그는 “우리 전통 식탁은 반찬 하나하나가 철분, 마그네슘, 망간, 아연 같은 미네랄을 고르게 공급하는 구조”라며 “흙이 주는 영양을 고스란히 담아낸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에 엘로디는 “빈혈때문에 시금치를 자주 먹는데 결국 흙에서 비롯된 영양분으로 도움을 받는 것”이라며 흙살리기 운동에 공감했다. 

 

김순호 군수는 구례의 특산물을 직접 소개하며 “구례는 감자가 유명한데 하지감자 철이 되면 마을 식당마다 감자요리를 내놓는다. 또 구례 밀로 만든 빵집도 98곳이나 있다. 오전 10시에 문을 열면 오후 2~3시면 동이 날 정도로 인기”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구례는 공장이 없는 도시다. 깨끗한 자연 속에서 산나물, 버섯, 감자 같은 건강한 먹거리가 자라고, 많은 이들이 힐링을 위해 찾아왔다가 눌러앉기도 한다”며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재차 강조했다.

 

이날 대화는 구례군의 친환경 농법으로 이어졌다. 군수는 “구례 전역이 친환경 농업지역”이라고 소개하며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고 미네랄이 풍부한 흙에서 자란 농산물이야말로 국민 건강의 밑거름”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흙살리기 박람회의 궁극적 목표를 “전국 밥상에 건강한 농산물을 올리는 것”이라 정의하며 “농민은 소득을 올리고, 국민은 건강을 챙기며, 결국 모두가 이익을 얻는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패널들도 각국의 사례를 나눴다. 엘로디는 “집에서 퇴비를 모아 정원에 채소를 길렀다. 덕분에 쓰레기를 줄이고, 이웃과 나누는 삶을 배웠다”며 유기농 습관의 힘을 전했다. 또 “프랑스 와이너리는 닭을 포도밭에 풀어 해충을 없애고 유기농 와인을 만든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크리스티나는 “대형 마트보다 로컬 마켓을 즐겨 찾는다. 농약을 쓰지 않은 신선한 채소를 저렴하게 사서 직접 요리한다”며 지역 먹거리의 장점을 소개했다.

 

이에 조재성 총재는 “세계 곳곳에서 흙을 살리는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독일의 ‘클라인 가르텐’처럼 공동체가 함께 흙을 돌보는 모델을 구례에도 만들면 좋겠다”고 제안하며 “흙은 곧 가족과 경제를 살리는 힘”이라고 흙살리기의 범위를 개인의 건강을 넘어 공동체와 국가 차원으로 확장해 해석했다.

 

김순호 군수 역시 내년 박람회를 향한 구상을 밝혔다. 김 군수는 “아이들이 직접 체험하며 흙의 가치를 배우는 프로그램을 늘리고 싶다"며 "올해 나온 제안들을 반영해 더 풍성한 박람회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구례군은 전국 최초로 흙을 살리는 실험을 본격화한 도시”라며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친환경 농업의 선두주자가 되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마지막 발언에서 엘로디는 “흙을 살리는 것은 지구를 살리는 것이고, 지구를 살리는 것은 곧 가족을 살리는 일”이라고 정리했고 조재성 총재는 “가족을 살리는 것이 곧 경제를 살리는 일”이라고 화답했다.

 

구례의 맑은 공기와 깨끗한 흙 그리고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어우러진 이날 토크 콘서트는 ‘흙이 살아야 지구가 산다’는 명제를 다시금 확인시킨 자리였다. 흙을 매개로 한 구례의 도전은 이제 단순한 지역 축제를 넘어 한국형 친환경 농업 모델의 상징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권은주 기자 kwon@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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