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신약개발 어디까지 왔나...시판 물꼬만 튼다면 봇물 터진다

  • 등록 2025.08.14 07: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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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신약 개발 전 단계 성공 확률 높이는 사례 나와
영국 기업 AI가 발굴한 후보물질 ‘DSP-1181’ 임상 단계
전문가 “데이터-인간-기술-제도의 종합적 진화가 필요“

 

인공지능(AI) 시대에 부응해 제약·바이오업계에서도 신약 개발에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추세다. 후보물질 발굴, 임상시험 등 각 개발 단계에 적용해 신약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개별 개발 단계에서 AI를 통해 믿을만한 데이터를 확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긴 하지만 실제로 신약 허가로 이어진 사례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정부가 지원에 나서며 국내 바이오벤처들이 AI 기반 신약 개발 사업에 뛰어들고 있으며 규모가 큰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이들과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신약 개발에는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생성형 AI 의 경우, AI가 학습할 데이터를 선별해야 하고 AI가 도출한 데이터를 검증해야 한다. AI가 혁신적인 만큼 한계도 분명히 존재한다. 지금까지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살펴보고 극복해야 할 한계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짚어봤다.

 

◇ AI 발굴 타겟 물질...전통적 검증 통해 효과 확인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 발행한 ‘생성형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 사례 및 최신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AI는 후보물질·타겟 발굴, 분자 설계, 전임상 예측, 임상시험 최적화 등 개발 전 과정에서 활용되고 있다. 각 단계별 성공률을 높일 뿐만 아니라 비용 절감, 기간 단축 효과가 있음을 부분적으로 입증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AI를 실제 후보물질 발굴 단계에서 어떻게 활용할까. AI는 수백만 개의 알려진 화합물 구조와 생물활성 데이터로부터 학습한 후, 완전히 새로운 화학 구조의 신약 후보물질을 제안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후보물질을 얻기까지 소요되는 평균 시간을 기존 2년에서 6개월 미만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업계에서는 예측하고 있다. 초기 개발 단계 후보 성공률(전임상 후보를 발굴할 확률)은 기존 5~10%를 최대 25%까지 향상시킬 수 있다고 본다. 개발 비용도 30~50% 절감할 수 있다는 게 공통적인 시각이다.

 

신약 개발은 일반적으로 ▲타켓 발굴 ▲후보물질 도출 ▲전임상 시험 ▲임상시험 ▲규제 승인 ▲시판 후 모니터링 단계를 거친다. 이 보고서에서 소개한 각 단계별 AI 활용 사례와 성과는 매우 흥미롭다. 특히 타겟 발굴 단계와 후보물질 도출 단계에서의 성과와 사례는 주목해 볼만 하다.

 

글로벌 제약기업 Insilico Medicine은 타겟 발굴 단계에서 자사 AI 플랫폼 PandaOmics를 통해 잠재 타겟 후보 20개를 도출했다. 그 중 ‘TNIK’라는 신규 단백질을 특발성 폐섬유증의 표적으로 선정했다. 이후 동물실험 등 전통적인 검증을 통해 실제 섬유증 억제 효과를 확인했다고 한다.

 

후보물질 도출 단계에는 영국 Exscientia의 사례가 눈에 띈다. 이 회사는 AI와 인간 전문가(화학자)의 협업을 특징으로 하는 플랫폼으로 다수의 신약 후보를 설계했다. 대표적으로 2020년 세계 최초로 AI가 설계한 신약 후보물질 DSP-1181을 임상에 진입시켰다. DSP-1181은 강박장애(OCD) 치료를 위한 5-HT1A 수용체 작용제로, 일본 스미토모 다이닛폰 파마와의 협업으로 개발되었으며 1년 내지 남짓한 기간 동안 약 350종의 합성 및 평가를 거쳐 도출됐다.

 

 

◇ AI 신약 허가 사례 나와야 기술 개발 가속화

 

현재까지 생성형 AI가 직접 ‘신약 허가’를 받은 사례는 아직 없으며, 엄밀히 말해 AI가 발굴 설계한 신약이 최초로 시판 허가를 얻은 사례도 없다고 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생성형 AI 신약개발 기업들은 각자 특화 영역과 강점을 바탕으로 제약 산업과 협력하고 있다. 2024년 현재 약 160여 개 AI 신약 파이프라인 중 15개 이상이 임상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집계된다.

 

이 보고서는 “아직까지 생성형 AI로 개발된 신약이 최종 시판된 전례가 없다보니, 산업계의 관망세도 남아 있다”면서 “투자나 협력에 있어서도 실제 성과가 입증되어야 보다 적극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짚었다.

 

AI 신약개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인간-기술-제도의 종합적 진화가 필요하다”면서 “이미 산업계와 규제계가 함께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점진적 개선과 성숙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석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은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의 현황과 미래‘ 보고서에서 “AI 기술은 신약개발 전 주기에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핵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면서 “AI 기술의 실질적 확산 및 적용 확대를 위해 해결이 필요한 구조적·제도적 과제들이 존재한다”말했다.

 

그러면서 “신약 개발 분야의 데이터 부족, 기존 데이터의 제한된 상호 운영성, 그리고 숙련된 인력 부족 등은 시장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 대웅·유한·셀트리온, AI 신약 개발 협력 체계 구축

 

글로벌 제약사뿐만 아니라 국내 제약사, 바이오벤처들은 신약 개발에 AI 적용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웅제약은 자체 개발한 AI 활용 신약개발 플랫폼 ’데이지(DAISY)’를 통해 약 8억 종의 화합물 정보를 전처리해 후보물질을 탐색하고 동물실험 대체 기반의 예측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주요 성과로는 비만, 당뇨병, 항암 등 복합 질환 영역에서 다양한 후보물질을 도출했다.

 

셀트리온은 단백질 구조 기반 AI 플랫폼 AD3(AI-Driven Drug Discovery)를 운영하는 신약 개발 스타트업인 아론티어와 신약 개발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아론티어는 저분자 화합물 및 펩타이드, 미니바이더, 항체 접합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할수 있는 멀티모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AI를 활용한 항암 신약 개발을 위해 온코마스터(oncoMASTER), 휴레이포지티브(Huray Positive) 등과 공동연구 협력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협력을 통해 AI 기반 치료 반응성 예측 모델을 활용하여 새로운 바이오마커 발굴, 타깃 암종과 환자군 선별, 병용 요법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대형제약사들도 자체걔발한 AI 신약 개발 플랫폼을 활용하거나 AI 신약 개발 전문 벤처기업들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신약 개발 성공 가능성을 높여가는 중이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신약 개발 전문 기업들이 AI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노철중 기자 almadore75@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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