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에 짓는 발전소'...수자원공사 수상태양광, 탄소중립·지역상생 모델로 부상

  • 등록 2025.12.01 18: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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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저수지 수면 활용해 토지 훼손 최소화...합천 42MW·임하 47MW 등 사업 본궤도
주민·마을법인 참여로 ‘햇빛 연금’ 구조 구축...수몰 지역에 발전수익 환원
RE100·CBAM 대응 기업에 재생에너지 공급...한국형 워터-에너지 인프라 수출 발판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추진하는 수상태양광 사업이 탄소중립 정책과 지역상생 모델의 대표사례로 자리 잡고 있다. 댐과 저수지 수면을 활용해 전력을 생산하고, 발전 수익을 인근 주민과 공유하는 구조를 통해 재생에너지 확대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는 평가다.

 

수자원공사는 2009년 주암댐에 2.4kW 규모 실증 설비를 설치해 수상태양광 기술을 시험한 뒤, 2012년 합천댐 500kW 설비를 시작으로 보령댐, 충주댐 등으로 사업을 넓혀왔다. 현재는 합천댐·임하댐 등에서 대규모 상업용 수상태양광을 운영하며, 설계·시공·운영 전 과정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한 상태다.

 

합천댐 수상태양광은 국내 수상태양광 사업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1단계 41.5MW 규모 설비만으로 연간 5만6000MWh의 전기를 생산해 2만 가구 수준의 전력 사용량을 대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온실가스 감축량은 연간 2만t 이상으로, 상당한 탄소 감축 효과도 기대된다. 수면 이용 면적은 저수면의 일부에 불과하지만, 생산 전력과 환경 효과는 지역 단위에서 체감할 수 있을 만큼 크다.

 

이 사업의 특징은 주민 참여형 구조다. 합천댐 인근 마을 주민들은 협동조합·마을법인 등의 형태로 사업에 출자한 뒤, 일정 기간 발전 수익을 배당 형식으로 돌려받는다. 초기에는 경관 훼손과 수질 악화 우려로 반대 여론도 있었지만, 수자원공사가 수익 구조와 환경 영향 평가 결과를 공개하고 공사 과정에서 지역 인력을 우선 고용하면서 주민 수용성이 점차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수상태양광이 ‘외부 사업’이 아니라 지역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지역 자산’으로 인식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낮에는 태양광발전으로, 밤에는 수력발전으로 전기 생산 가능

 

경북 안동 임하다목적댐에서 추진된 임하댐 수상태양광은 수상태양광과 수력발전을 결합한 진화된 모델로 꼽힌다. 47MW 규모 설비를 갖춘 이 사업은 낮에는 수상태양광, 밤에는 수력발전이 같은 계통으로 번갈아 송전하는 구조를 도입했다. 태양광 발전이 집중되는 시간대에 계통 부담을 완화하고, 기존 수력 인프라와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시도다. 이 사업 역시 마을 법인이 투자자로 참여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어 장기적으로 지역 주민에게 안정적인 현금 수입원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상태양광의 장점은 토지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태양광과 달리 산림을 벌채하거나 농지를 전용하지 않고, 이미 인공적으로 조성된 댐·저수지 수면을 활용한다. 물 위에 설치된 모듈은 주변 온도 영향으로 육상보다 온도가 낮게 유지돼 발전 효율이 일정 부분 높아지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수면 증발을 줄여 수자원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재생에너지 부지 부족해도 탈탄소경제·지역상생 모델로 각광

 

수상태양광은 산업계의 재생에너지 조달 창구로도 활용되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발전한 전력을 직접 구매하려는 기업과의 전력구매계약(PPA)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설계하고 있다. 대형 제조업체들은 RE100 이행과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대응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어서, 댐 수면을 활용한 수상태양광이 국내에서 확보 가능한 ‘친환경 전기’ 공급원 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물 관리 공기업이 민간 기업의 탈탄소 전략을 뒷받침하는 구조가 형성되는 셈이다.

 

관련 산업 생태계 확장도 진행 중이다. 부력체, 계류 시스템, 전기설비 등 수상태양광 특화 기자재를 생산하는 중소·중견기업들이 늘어나고 있고, 이들 기업은 수자원공사의 실증·상업용 프로젝트를 통해 실적을 쌓으면서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향후 한국형 수상태양광 패키지를 동남아시아·중동 등 물·전력 수요가 큰 국가에 수출하는 ‘인프라 수출 모델’로 발전시킬 여지도 있다.

 

수자원공사의 수상태양광 사업은 기후위기 대응, 재생에너지 확대, 지역상생이라는 여러 정책 목표를 동시에 충족시키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댐과 저수지라는 기존 수자원 인프라를 ‘물 저장 시설’에 그치지 않고 ‘재생에너지 발전소’로 재탄생시킨 시도이며, 그 수익을 수몰 지역과 인근 주민에게 환원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앞으로 다른 공공 인프라 사업에도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승범 기자 jsb21@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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