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스라엘 갈등이 던지는 교육적 성찰

  • 등록 2025.08.17 17:33:49
크게보기

- 현재균 교육학박사(쓰쿠바대학 연구원)

 

◇지정학적 분쟁과 시민성의 재정의

 

최근 휘발유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 한국석유공 사 오피넷 기준 2025년 6월 셋째 주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748원으로, 이는 지난 6월 첫째 주 1,693원 대비 상승한 수치다. 이러한 갑작스런 상승의 배경에는 멀리 중동에서 들려온 전쟁 뉴스 한 줄에서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Korea National Oil Corporation, Opinet Weekly Report, 2025.6.17.).

 

2025년 6월 말,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에서 무력 충돌이 본격화되었다. 이스라엘의 핵시설 공습에 이란이 미사일로 대응하였고, 그 여파는 곧바로 국제 유가에 반영되었다. 중동이라는 ‘지정학적 화약고’의 불씨가 전 세계의 삶을 흔들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에게 전쟁은 여전히 ‘뉴스 속 일’이고, ‘남의 나라 이야기’로 여겨진다. 우리는 휘발유 값을 걱정하면서도, 그 배경을 묻지 않는다. 이 전 쟁은 우리 삶과 무관한 일일까? 아니면 우리가 놓치고 있 는, 더 큰 메시지가 있는 것은 아닐까?

 

전쟁은 단지 먼나라에서의 무력 충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경제, 정치, 교육, 심지어 가정의 대화에까지 깊숙이 영향을 미친다. 전쟁은 미디어를 통해 우리의 의식에 침투하고 유가를 통해 우리의 삶을 흔들며, 교육의 주제와 방향을 바꿔놓는다. 이러한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가르치고 무엇을 배워야 할까?

 

◇이란-이스라엘 갈등의 기원과 지정학적 맥락

 

다음장의 표는 이란과 이스라엘 간 갈등의 주요 전개 과정을 연대순으로 요약한 것으로,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 이 이미 이전부터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의 갈등은 단순한 외교적 충돌이 아니라 오랜 역사와 복합적인 지정학적, 종교적, 이념적 요인이 얽힌 장기적 대립이다. 본 단락의 서술은 다음 주요 참고문헌 및 기사에 기반하고 있다: The Guardian (2025.6.17), AP News (2025.6.15), Reuters (2025.6.20), Times of Israel (2025.6.16.).

 

가장 근본적인 갈등의 축은 ‘이란의 반(反)이스라엘 정책’ 과 ‘이스라엘의 이란 핵 개발 견제 전략’이다. 이란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은 팔레스타인의 무장정파 하마스(Hamas) 와 레바논의 헤즈볼라(Hezbollah)를 지원하며 반이스라엘 무장세력을 키워왔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은 이란을 자국의 가장 실질적 위협으로 간주해왔다.


2000년대 이후,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은 이 갈등을 더욱 격화시켰다. 국제사회는 이란의 핵 개발이 민간 목적이라기보다 핵무기를 위한 것이라고 의심해왔으며, 이에 따라 미국과 유엔은 경제 제재를 가해왔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개발을 좌시할 수 없는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며 여러 차례 이란 핵시설을 사이버 공격하거나 드론을 통한 타격을 가했다. 또한 이란과 이스라엘은 중동 내 패권을 두고도 경쟁하고 있다. 이란은 시아파 종주국으로서 시리아, 이라크, 레바논 등 지에 영향력을 확대해왔고, 이는 수니파 국가 및 이스라엘과의 세력 다툼으로 이어졌다.

 

반면, 이스라엘은 미국, 일부 아랍국가(예: 사우디아라비아, UAE)와의 동맹을 강화하며 이란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고 있다. 즉, 이란-이스라엘 간 갈등은 단순한 두 국가 간의 문제가 아 니다. 이 갈등은 핵 개발, 종교, 지정학, 민족, 국제정치가 뒤얽힌 '21세기형 복합 분쟁'이며, 그 불안정성이 오늘날의 세계 평화와 경제를 크게 흔들고 있다.

 

이제 우리는 단순히 ‘갈등’이라는 사실만 볼 것이 아니라, 왜 갈등이 일어나고 있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이 문제를 교육과 토론의 장에 가져와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지정학적 분쟁이 초래한 불안정성

 

이란은 세계 7위의 석유 생산국이며, OPEC 회원국 중 하나로 중동 에너지 안보의 중심축이다. 특히 이란 해안에서 수출되는 원유의 대부분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야 한다. 이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오가는 ‘석유의 동맥’이라 불린다. 실제로 하루 평균 1,700만 배럴 이상의 원유가 이 좁은 해협을 지나며, 이 경로가 차단될 경우 세계 원유 시장은 심각한 충격을 받게 된다.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 전면전이 벌어질 경우 이 해협이 봉쇄되거나 유조선이 공격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2025년 6월 중순, 이란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 주변에 군함을 이동 시키고 미사일 배치를 강화하자, 국제 사회는 해협 봉쇄 가능성을 우려하기 시작하였다. 이로 인해 원유 거래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하였고, 배럴당 브렌트유는 2025년 6월 셋째 주 기준 약 11% 상승해 79.8달러를 기록하였다 (Citi Group Oil Outlook, 2025.6.21; Reuters, 2025.6.20.).

 

유가는 단지 숫자가 아니라 일상이다. 휘발유는 물론이고, 화물 운송비, 전기요금, 식료품, 플라스틱 용기까지— 유가 상승은 생활비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물류비가 오르면 마트의 채소값 이 오르고, 전기료 인상은 자영업자의 운영비용을 증가시킨다. 이처럼 전쟁은 정치·외교의 문제가 아니라, 곧바로 경제 문제이며 ‘살림살이’의 문제이다.

 

◇전쟁 보도와 사회 불안의 확산: 교육적 대응의 필요성과 방향

 

전쟁은 기름값만 상승시키는 것이 아니다. 두려움, 분노, 편견, 오해도 함께 퍼져 나간다. 전쟁 보도는 언젠가부터 우리에게 무뎌진 뉴스가 되어, ‘누가 옳은가’라는 흑백논리만이 넘쳐난다. SNS에서는 혐오 발언과 극단적인 진영 논리가 재생산된다. 특정 민족이나 종교에 대한 낙인찍 기, 인종적 비하, 역사적 맥락 없이 단편적인 정보만을 취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정보의 소비가 아니라, 정보의 맥락을 파악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힘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나는 이 사건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스스로 질문하고 성찰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오늘날 시민에게 필요한 능력이다. 우리는 자녀들에게 수학 문제를 푸는 법은 가르치지만, 전쟁 뉴스 앞에서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는 선뜻 가르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전쟁과 기후, 경제와 평화, 정치와 인간의 삶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중시하는 세계시민교육이란, 이처럼 복잡하게 얽힌 세상을 이해하고, 타인과 연결된 존재로서 책임 있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단지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을 무관심하게 대하지 않고 '나와 다른 삶'을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진짜 교육이다. 이러한 교육은 단순히 교과서 안의 지식 전달이 아니라, 사회적 현상과 연결된 실천적 사고를 요구한다. 이를 위해 뉴스 토론, 국제 이슈 분석, 정책 시뮬레이션 활동 등 다양한 방법이 교육 현장에서 활용되어야 한다. 아이들이 단순한 수혜자가 아닌 참여자이자 분석가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정에서 시작하는 세계시민교육의 실천

 

“엄마, 왜 이란과 이스라엘이 싸워요?” 만약 아이가 이렇게 물어온다면, 당신은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그냥, 두 나라가 전쟁하는거야.” 이 한마디로 끝낼 수도 있 다. 하지만 그 전쟁이 왜 시작되었는지, 누가 고통받고 있 는지,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까지 함께 이야기해 준다면 어떨까? 즉, 세계시민교육은 교실 안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집에서도, 마트에서도, 주유소에서도 시작될 수 있다. 우리가 뉴스를 해석하고 말하는 방식 하나하나가 아이들에게는 살아 있는 교육이다. 보다 분쟁과 전쟁의 본질을 이해 하고 평화를 질문하는 어른. 그것이 지금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시민의 모습이다.

 

아이들이 국제 뉴스를 두려워하거나 멀게 느끼지 않도록, 어른들이 먼저 다가서야 한다. 정치적 입장을 강요하는 것 이 아니라, 세상을 함께 고민하고, 공감하고, 책임지려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교육은 곧 사회의 거울이며, 교육은 또한 희망의 씨앗이다.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뉴스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아이들과 어떻게 나누느냐에 따라 다음 세대의 세계 인식이 결정된다.

 

아이들은 이란-이스라엘 전쟁이 단지 무기 충돌의 문제가 아니라, 일상과 직결된 문제임을 배워야 한다. 이를 통해 전쟁을 외면하거나 감정적으로만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의 구조와 선택, 그리고 인간의 삶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게 된다.

 

◇한국의 시민교육의 과제, 시민성의 재정의

 

이러한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 사회는 어떤 준비가 되어 있는가? 우리는 세계 경제와 깊게 연결된 무역 의존형 국가이며, 에너지의 97% 이상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중동에서 발생하는 지정학적 충돌은 단지 뉴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곧장 가계경제, 정책, 교육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분명하게 이해해야 한다.

 

예컨대 2023년과 2024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국제 곡물 가격과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자 한국에서도 식탁 물가가 급등했고, 학교 급식 단가 인상과 지방자치단체 예산 조정이 이루어졌다. 이처럼 국제 정세는 곧바로 지역사회의 삶에 직결된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국제 이슈를 '먼 나라 이야기'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한국은 빠르게 정보화되고 있고, 청소년들은 세계와 직접 연결된 디지털 세대이다. 그러나 학교 교육 현장에서 국제 정세나 갈등, 시민성 교육은 여전히 주변적인 위치에 머물러 있다. 정치적 중립성과 교육과정의 틀안에서 교사들은 국제 갈등이나 평화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 문제는 단지 교과 내용의 부재가 아니라, '시민성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 부족과도 연결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민성의 재정의'이다. 청소년이 세계를 해석하고 질문하며, 연대하고 행동할 수 있는 존재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시민교육이다. 예컨대 학교에서 이란-이스라엘 전쟁을 다루는 수업을 한다면,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질문을 중심에 둘 수 있다:

 

이 전쟁은 왜 일어났는가?
전쟁은 누구에게 이익이고, 누구에게 피해인가?
한국은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받고 있으며, 우리는 어떤 연대를 할 수 있는가?

전쟁을 막기 위한 국제 사회의 노력은 무엇이며, 나의 역할은 어디에 있는가?

 

이러한 질문을 중심으로 한 수업은 단지 사회과나 도덕과 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문학 수업에서는 전쟁 지역의 일반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감정을 공유하고, 수학 수업에서는 유가 변동 그래프를 분석하며, 과학 수업에서는 에너지 대체 기술을 탐색하는 등 통합적 접근이 가능하다.

 

한국 사회는 이제 시민성 교육을 단순한 '예절 교육'이나 ' 국가 정체성 교육'이 아니라, 복합적이고 연계적인 세계속 삶의 실천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란-이스라엘 전쟁은 그러한 전환이 왜 지금 필요한지를 일깨우는 계기일 수 있다.

 

편집국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Copyright @2012 M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회사명 (주)방송문화미디어텍|사업자등록번호 107-87-61615 | 등록번호 서울 아02902 | 등록/발행일 2012.06.20 발행인/편집인 : 조재성 |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대로72길 4. 5층 | 전화 02-6672-0310 | 팩스 02-6499-0311 M이코노미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무단복제 및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