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도네시아산 수입품에 19%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면서 글로벌 무역 갈등이 다시금 고조되고 있다. 이번 조치는 미국과 인도네시아 간 새로운 협정의 일환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적자를 줄이고 미국 기업의 시장 접근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8월 1일부터 대부분의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며, 이번 인도네시아와의 합의는 마감 시한을 앞두고 체결된 몇 안 되는 협정 중 하나다.
인도네시아는 미국과의 교역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지만, 최근 무역 규모가 꾸준히 확대돼 지난해 기준 약 400억 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은 인도네시아산 팜유, 전자장비, 신발, 타이어, 냉동 새우 등을 대규모로 수입하고 있으며, 지난해 무역적자만 약 180억 달러에 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앞에서 “그들은 19%를 내고 우리는 아무것도 내지 않는다”며 “미국 제품이 인도네시아 시장에 전면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이어 'Truth Social' 계정을 통해 인도네시아가 15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 제품, 45억 달러의 농산물, 보잉 항공기 50대를 구매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으나 구체적인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이번 합의에는 중국산 제품이 인도네시아를 거쳐 미국으로 우회 수출되는 이른바 ‘트랜십먼트’에 대한 벌칙 관세 조항도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유사한 협정이 몇 건 더 발표될 것”이라며, 인도와의 협상도 “같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인도네시아 대통령에게 32%의 관세를 경고하는 서한을 보냈으며, 이번 달에만 한국, 일본, 캐나다, 브라질 등 약 20여 개국에 관세율을 통보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이들 국가에는 최대 50%에 달하는 관세가 예고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복잡한 협상보다 포괄적 관세가 더 낫다”고 주장했으나, 미 재무장관과 상무장관은 낮은 관세율을 조건으로 협상을 타결하려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는 일부 경제학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관세를 공언한 뒤 실제로는 한발 물러서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유럽연합(EU)과의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한 30%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약 720억 유로(약 84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준비하고 있다. 보복 대상에는 보잉 항공기, 자동차, 버번 위스키, 와인, 맥주, 농산물, 전자·정밀기기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유럽 관계자들은 “30% 관세는 받아들일 수 없으며, 세계 최대 교역권 간 정상적인 무역을 사실상 끝내는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90일 안에 90개 협정 체결’을 공언했으나, 현재까지 영국, 베트남, 중국 등 일부 국가와만 기본 합의를 이루는 데 그치고 있다.